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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담, 다극 세계로 가는 이정표

  • 장창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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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8.03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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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0
  • 우크라이나의 곡물은 대부분 고소득 및 중간소득국가에 수출된다. 이에 반해 러시아의 곡물은 아프리카와 기타 저소득 국가에 수출된다.

    미국과 나토 회원국들은 모스크바가 "굶주림을 무기화"한다고 비난하지만, 이것처럼 역겨운 선전도 없다.

    러시아의 노력에 대한 아프리카의 우애적 포용은 사멸해 가는 서방 헤게모니에 박히는 또 하나의 대못이 될 것이다.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담을 다룬 Strategic Culture Foundation(SCF) 사설을 소개한다. SCF는 모스크바에 본사를 둔, 러시아의 싱크 탱크 중 하나이다. 미국 정부는 SCF를 러시아의 정치적 수단으로 간주하고, 2021년 SCF에 제재를 가했다. 우리 언론은 지난주 개최된 이 정상회담을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이 사설은 이번 정상회담에 대한 러시아의 시각을 읽을 수 있는 좋은 텍스트이다. <역자주>

    ▲ 2019년에 이어 두번째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가 지난 주 러시아에서 열렸다.

    지난주(7.28~29)에 개최된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담은 가장 시의적절한 시기에 열렸다. 이 회담에 대한, 심각하고 끔찍한 왜곡(wrench)이 진행되고 있지만, 러시아와 아프리카 정상들의 만남은 궁극적으로 인류를 위한 더 나은 미래를 예고하는 중요한 변화를 보여주었다.

    NATO에 의해 촉발된 대리전이 우크라이나에서 진행 중인 가운데, 거의 50개 아프리카 국가의 지도자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주최한 이틀간의 상트페테르부르크 포럼에 참석했다.(2019년에 열린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담에는 40여 개의 아프리카 국가가 참석했다-역자주)

    우크라이나의 분쟁은 500일 넘게 격렬한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고, 미국 주도의 서방 국가와 러시아 사이에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질 위험이 커지고 있다.

    워싱턴과 NATO 동맹국들은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종식하려는 어떠한 외교적 시도도 거부한다. 전형적인 서구의 오만함은 평화적 해결을 요구하는 아프리카의 목소리를 일축했다.

    이 전쟁은 세계 식량 공급과 가격에 큰 영향을 끼쳐 13억 인구를 갖는 아프리카를 강타했다. 러시아는 세계 공급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의 밀과 다른 곡물의 공급국이다. 우크라이나는 약 7%를 공급한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편으로는 서방 국가들이 우리의 곡물과 비료 공급을 방해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현재 세계 식량 시장의 위기 상황에 대해 위선적으로 우리를 비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7월 17일 러시아는 지난해 체결한 흑해 곡물 협정(*)에서 탈퇴했다. 이 협정은 러시아에 부과된 서방의 일방적(그리고 불법적)인 제재를 종료하는 대가로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농산물 수출을 보장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서방 국가들은 그 협정을 이행하지 않았다.

    * 흑해 곡물 협정(Black Sea Grain Initiative)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체결된 곡물 협정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중단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재개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체결되었다.

    120일 시한을 둔 협정이 지난해 11월 한 차례 연장(1차 연장)됐고, 올해 3월에도 연장이 합의된 바 있다.(2차 연장) 2차 연장은 60일 시한을 설정했다. 60일 시한 만료 직전인 5월 17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2개월 추가 연장에 합의했다. 7월 18일 0시(7월 17일 자정)가 시한 만료 시점이었고, 러시아는 7월 17일 협상 만료를 선언했다.

    7월 17일 우크라이나 정권이 크림반도로 가는 케르치 대교(Kerch Bridge)를 폭격하자(지난해 10월에도 이 대교에서 폭발이 발생해 통행이 중단된 적이 있다-역자주) 러시아는 즉각 곡물 협정을 탈퇴했다. 두 명의 러시아 민간인을 죽인, 케르치 대교 공격은 모스크바의 인내 한계선(last straw)이었다. 흑해 곡물 협정은 우크라이나 화물이 케르치 교량 공격에 가담한 잠수정 드론과 같은 NATO 무기를 비밀리에 운송하는 데 사용되었다.(러시아 정부의 입장과는 차이가 있다. 러시아 정부는 곡물 협정 탈퇴와 케르치 대교의 폭발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발표했다-역자주)

    ▲ 케르치 대교는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연결한다.

    서방의 경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지난해 1,100만 톤 이상의 밀과 기타 곡물을 아프리카 국가에 수출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은 식량 공급이 아프리카 시장에 계속될 것이라고 확언했다. 러시아 대통령은 또한 식량 불안정의 위험에 처한 몇몇 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추가적인 곡물 무상 수출을 발표했다.

    이번 정상회담의 최우선 의제는 식량 주권이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수출 부족과 상관없이 아프리카에 곡물 공급을 보장하겠다고 다짐했다.

    미국과 유럽의 나토 회원국들은 모스크바가 "굶주림을 무기화"하고 "세계의 가난한 사람들을 굶주리게 한다"라고 비난하는데, 이것처럼 역겨운 선전도 없다.

    유엔 데이터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수출의 가장 큰 몫(80% 이상)은 고소득 및 중간 소득 국가들에 돌아갔다. 아프리카 및 기타 저소득 국가로 향하는 우크라이나 곡물은 3%에 불과하다. 러시아는 아프리카와 기타 저소득 국가의 주요 곡물 공급처였다. 서방은 자신들의 곡물 거래를 ‘인도주의’로 치장하지만, 그들의 곡물은 가난한 나라가 아니라 소수의 부유한 나라에 수출되었다. 또한 서방 곡물이 간 곳은 민간 기반 시설에 대한 테러 공격을 수행한 우크라이나 정권이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분쟁이 쇠퇴하는 패권을 지탱하려는 미국과 서방에 의해 촉발된 것임을 잘 알고 있다. 아프리카의 이런 시각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나토와 상반된 입장을 피력한 데서 잘 나타난다. 남반구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아프리카 대륙은 러시아를 고립시키고자 하는 서방의 노력에 동참하기를 거부해 왔다.

    역사적으로도 아프리카는 서방의 식민, 신식민 지배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왔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아프리카에 대한 제국주의적 미국과 유럽의 개입과 달리 그런 개입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러시아에 대해 호의적 입장을 취해 왔고, 연대 의식을 갖는다. 미국과 유럽의 정치인들은 아프리카를 "거지소굴(shit-hole)"로 간주하고, 아프리카인들이 미국과 유럽의 개입을 원하고 있다고 왜곡한다.

    다극 질서에 대한 모스크바의 지지와 국가 주권에 대한 러시아의 존중은 아프리카 국가들에 깊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푸틴과 함께 연단에 오른 아프리카 연합(African Union)의 아잘리 아수마니(Azali Assoumani) 의장은 아프리카의 완전한 독립과 주권에 대한 러시아의 연대와 헌신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아프리카 연합은 러시아와 함께 이번 정상회의의 공동 호스트이다-역자주)

    푸틴은 나라의 주권이 일회성 성취가 아니라 끊임없이 강화되고 보장되어야 하는, 지속적인 지위라고 언급했다. 푸틴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식민 지배 세력으로부터 정치적 독립을 달성했지만, 금융과 무역에 대한 다양하고 교활한 신식민지 지배 수단을 통해 그들의 발전이 계속 방해받았다는 역사적 사실을 언급했다.

    아프리카가 갖는 글로벌 국가로서의 거대 잠재력은 식민주의 유산 때문에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미국과 서방의 기만에 대한 기소이자 폭로이다.

    그러나 서방의 패권이 무너지는 등 세계는 급변하고 있고, 이를 통해 아프리카 국가들은 새로운 경이로운 발전의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정상회담에 아프리카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은 새로운 다극 세계를 포용하여 아프리카를 자유롭고 성공적인 대륙으로 만들려는 열망과 결의의 증거이다. 서방은 아프리카 대륙이 이번 정상회담에 불참하도록 다양한 압력을 넣었다. 그러나 그 더럽고 낡은 책략은 역사의 흐름을 막지 못했다.

    다극화된 세계의 적절한 파트너십을 통해 아프리카의 번영은 지난 여러 세기 동안 그 대륙을 약탈하고 예속시킨 서구 열강의 풍요로움이 아니라 오롯이 아프리카와 아프리카인의 풍요로움이 될 것이다.

    최근 서방의 지원을 받는 대통령에 대한 니제르의 쿠데타(*)는 서방에 대한 아프리카의 반감을 보여준다. 서아프리카에서 지난 3년 동안 프랑스나 미국이 후원하는 정권에 맞서 7번의 쿠데타가 발생했다. 이번 주 니제르에서와 마찬가지로 아프리카 시위대는 러시아 국기를 흔들었다. 이는 워싱턴과 유럽 식민 지배에 대한 아프리카인의 저항을 상징한다.

    ▲ 니제르 쿠데타를 지지하는 시위대가 러시아 국기를 들고 있다.

    * 니제르 쿠데타

    알제리와 나이지리아 사이에 위치한 니제르에서 7월 말 군부 쿠데타 발생했다. 2년 전 출범한 니제르의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은 서아프리카 지역 내 서방과의 동맹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으며, 미국과 프랑스는 니제르에 군사 기지를 두고 있다.

    군부 쿠데타를 지지하는 시위 참가자들은 “타도 프랑스”, “외국군 기지 철수”라는 피켓을 들었고, 러시아 국기를 든 모습도 관찰되었다.

    아프리카의 식량 주권은 서방 강대국이나 우크라이나에 의존하지 않고 달성될 수 있다. 게다가 훨씬 더 중요하고 더 큰 그림이 아프리카를 손짓한다. 아프리카의 농업적 잠재력은 아프리카 대륙에 충분할 정도의 식량을 공급할 뿐 아니라 나머지 세계에 대한 식량 수출국이 될 수 있다. 그 유익한 미래에 대한 유일한 장애물은 서방 국가들의 정치적, 경제적 제약이다. 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서방의 특권과 통제는 노예 제도의 착취처럼 시대착오적이다.

    서방의 불법적인 패권 추구에 맞서고, 서방 지배의 사악한 메커니즘(미국 달러, 일방적 제재, 금융 부채 등등)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다극화를 추구하는 러시아의 노력은 역사의 순리에 부합한다.

    러시아의 노력에 대한 아프리카의 우애적 포용(fraternal embrace)은 매우 정당하며, 사멸해 가는 서방 헤게모니에 박히는 또 하나의 대못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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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창준 객원기자92jc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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