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하태경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해운대구갑은 윤 대통령의 40년 지기로 알려진 석동현 민주평통 사무처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3선의 하 의원이 수도권 험지 출마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석 사무처장의 해운대갑 내정설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의중이 이미 석 사무처장으로 기운 이상 괜히 버텨봐야 좋을 것 없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김기현 대표가 4선을 한 울산 남구을도 사정은 비슷하다.
복두규 대통령비서실 인사기획관이 해당 지역구에 출마를 준비 중이다. 복 기획관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때 대검찰청 사무국장을 하던 최측근 인사다. 울산 출신에 학성고등학교를 졸업한 복 기획관이 해당 지역구를 노리고 있으니, 자리를 내놓으란 뜻으로 읽힌다.
김 대표에게 “수도권에 출사표를 던지고 총선을 진두지휘하라”는 압박이 거세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5선의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갑)을 콕 찍어 험지 출마를 종용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주 의원은 대구 수성을에서 내리 4선을 했다. 그런데 21대 총선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에 자리를 내주고 수성갑에 출마해 당선됐다. 홍 시장이 대구시장이 되자, 2022년 6월 보궐선거가 치러졌다. 김재원 최고위원, 유영하 변호사 등 10여 명의 예비후보를 제치고 이인선 의원이 수성을 후보로 단수 공천됐다. 공천 이전 여론조사에서 딱히 우위를 점하지 않았는데도 경선 없이 단수공천을 받은 것은 지난 대선 경선에서 TK지역에 몇 안 되는 윤석열 열성 지지자였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TK지역 선거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를 확보하느냐에 달렸다고 본다. 이 때문에 이태원참사 1주기 대신 박정희 추모행사에 참석해 박 전 대통령과 손을 잡았다.
윤 대통령은 수성구 출마를 희망하는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 유영하 변호사를 이번에는 꼭 공천해야 한다. 그래야 박 전 대통령을 잡아둘 수 있다. 그렇다고 수성을에 이인선 의원을 내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수성갑에 주호영 의원이 자리를 내놔야 했던 것이다.
한편 용산 대통령실 출신 30여 명이 22대 총선에 출사표를 던질 전망이다. 이들 중 다수가 당선이 유력한 TK‧PK 지역 출마를 희망한다. 당장 김인규 행정관(부산)과 이창진 선임행정관(부산), 배철순 행정관(경남) 등이 이 지역에서 출마를 준비 중이다.
결국 윤 대통령 측근의 총선 출마를 위해서는 영남 중진의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가 불가피하다. 만약 이들 중진이 낙선해도 총선 후 장관급 인선에서 재등용하면 될 일이다.
강호석 기자 sonkang1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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