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미국은 유엔사가 전투사령부화되는 것을 부인한다. 2020년 11월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유엔사를 독립 전투사령부로 전환할 수 있다는 일부의 관측에 대해 “유엔사를 어떤 작전사령부로 탈바꿈하려는 비밀계획 따위는 없다”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아래 사실들은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발언이 ‘거짓말’임을 보여 준다.
2006년 당시 주한미군사령관 버웰 벨은 “유엔군사령부를 항구적인 다국적군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고, 2007년엔 “유엔사가 전시조직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2018년 9월에도 당시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하여 “유엔사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에 관한 국제적인 약속의 중심”이라며 유엔사의 역할을 강조했다. 2018년 주한미군이 발간한 문서 ‘전략 다이제스트’ 역시 유엔사에 관해 “세계 각국의 군대와 작전을 유엔사와 연계 및 통합”하는 역할을 한다고 적었다.
따라서 유엔사 ‘재활성화’는 유엔사를 전투사령부로 만들려는 미국의 기획이다.
유엔사 ‘재활성화’되면 전작권 환수해도 무용지물
노무현 정부 시절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가 본궤도에 올랐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유엔사의 전시조직 구성 발언은 그 시점에 나왔다. 이는 유엔사의 ‘재활성화’가 전작권 환수와 관련이 있음을 시사한다.
전작권 전환과 관련하여 한미 양국은 전작권 환수 이후 한미연합사를 해체하고 ‘미래연합사령부’(이 명칭은 바뀔 수 있다)를 만들기로 합의했다. ‘미래연합사령부’는 한국의 4성 장군이 사령관을 맡고, 미국의 4성 장군이 부사령관을 맡는 구조이다. 이렇게 전작권은 한국에 환수되는 것이다. ‘미래연합사령부’가 만들어지면 미군이 한국군의 작전통제를 받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러나 미국은 애당초 이런 조치를 무력화시키는 구상을 갖고 있었다. 노무현 정부 시기 전작권 환수가 본격적으로 논의되자 당시 주한미군사령관이었던 버웰 벨은 “연합사가 해체되면 조직을 정비해 정전에서 전시로 전환될 때 유엔사 지휘 관계에서 하나의 통합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다소 어렵게 들릴 수 있는데, 이 발언은 ‘미래연합사’ 구조에서 한국군이 작전통제권을 행사하더라도 ‘미래연합사’가 유엔사로 통합되어 유엔사가 통합된 지휘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이 지금까지 다른 나라 사령관의 지휘를 받아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이 발언의 의미는 쉽게 다가온다. 미국은 한국 4성 장군의 작전통제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이 전작권 반환 후에도 한반도 유사시 유엔군(즉 미군)이 작전 통제를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데, 그것이 바로 유엔군 ‘재활성화’인 것이다. 즉 유엔군을 다국적군으로 개편하여 새로운 전투사령부로 전환하면, 안보리 결의안 84에 따라 한반도 유사시 유엔군은 한국 방어를 책임지게 된다.
여기서 관건은 한국군을 유엔사에 편입시키는 것이다. 한국군이 유엔군 편제하에 놓이게 되면 한국 4성 장군이 사령관으로 존재하는 미래의 한미연합지휘체계는 유명무실한 존재가 되어 버린다. 한국군은 미래의 한미연합지휘체계보다 더 상급인 유엔군사령관 휘하에 편입되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초대 국가안보실장을 역임했던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8월 한국이 유엔사에 회원국으로 가입해야 한다는 ‘솔직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통일의 기회가 왔을 때 유엔사가 우리의 강력한 전략 자산으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미국은 이미 2018년에 한국군을 유엔사에 편입
주한미군, 유엔사, 한미연합사가 공동으로 매년 발간하는 『전략 다이제스트(Strategic Digest)』라는 책자가 있다. 이 책자 2019년 판 56쪽에 “유엔사는 호주와 벨기에, 캐나다, 콜롬비아, 덴마크, 프랑스, 그리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뉴질랜드, 노르웨이, 필리핀, 대한민국, 남아프리카공화국, 태국, 터키, 영국, 미국 등 18개국으로 구성되었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유엔사에 한국이 편입된 사실을 밝힌 것이다. 2018년 판은 “호스트 국가(한국)와 17개국으로 구성되어 있다”라고 하여 한국과 유엔사 회원국을 구분하였다. 따라서 미국은 2018년 한국을 유엔사에 편입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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