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관련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이날 이 문제에 대해 백악관 내에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미 국무부 중심으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는데 미국 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입장 변화는 현재 전황이 우크라이나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전했다. 우크라이나가 미국이나 영국 등 서방이 제공해 준 무기보다 상대적으로 성능이 떨어지는 자국 무기로 러시아에 대응하다보니 효과적인 공격과 방어가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우크라이나가 그동안 자국의 무인기를 통해 러시아 선박을 비롯해 발전소 등 에너지 관련 시설을 공격해왔는데, 러시아의 방공망에 요격당하면서 점점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 이에 러시아의 방공망을 뚫어낼 수 있는 서방의 첨단 무기로 공격을 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해 준 영국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러시아 영토 내 목표물을 타격하지 말라는 조건을 걸었으나, 우크라이나의 상황이 불리해지자 이러한 조건을 철회했다. 이같은 영국의 태도도 미국의 입장 변화 여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의 무기까지 러시아 본토 공격에 활용된다면 전쟁이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미국은 그간 "세계 3차 대전을 피하기 위해" 무기 사용 범위에 제한을 두고 있었는데, 이번에 이를 철회할 경우 러시아의 반발이 커지면서 우크라이나를 넘어서는 전쟁으로 확전될 여지도 있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이날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텔레그램의 러시아 대사관 채널에 올린 성명에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미국을 비롯한 나토 회원국들을 러시아와 정면 충돌에 끌어들이기 위한 도발적 행동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안토노프 대사는 우크라이나에 지원된 미국 무기가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도록 해야한다는 미국 정치인들의 성명에 대해 "그런 도발적인 성명은 극도로 위험하고 무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최전선에서 우리의 성공에 대한 히스테리적인 반응 수준이 미국 워싱턴 D.C에서 날마다가 아니라 시간 단위로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며 "(미국의) 정치인들과 국회의원들은 우리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토노프 대사는 "우크라이나는 다른 나토 국가들 뿐만 아니라 미국을 자극해 경솔한 행동을 일으키게 하고 러시아와 유럽연합(EU) 회원국들 간 정면충돌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려는 것이 분명하다"라고 지적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날 미 하원의 양당 의원들이 미국 정부가 미국 무기를 이용해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영토 타격을 허용할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 서한은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에게 "특정 상황에서 러시아 영토 내 전략적 목표물을 타격하기 위해 미국이 제공한 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승인할 것을 요구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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