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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세 도입·유예 당시 코스피 추세 유지…손익통산 범위 확대로 합리성 제고
박상인 서울대학교 교수(왼쪽 두 번째)가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금융투자소득세 본질 왜곡하는 쟁점들, 끝장 팩트체크 2회차'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4.10.24. ⓒ뉴스1
금융투자소득세를 시행하면 한국 증시가 폭락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빈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투세 법안이 통과된 2020년과 시행이 유예된 2022년 증시가 급등락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본 이탈 우려를 고려해 완화된 형태로 금투세가 설계됐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금투세는 비합리적이고 복잡한 금융 세제를 개편하는 목적인 만큼, 개인투자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측면도 있다는 설명이 따른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벌개혁위원장)는 24일 경제개혁연대, 경실련, 민변 복지재정위원회, 포용재정포럼, 참여연대가 주최한 ‘금투세 팩트체크’ 기자간담회에서 “금투세를 도입하면 대만처럼 증시가 폭락할 수 있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무지한 국회의원들의 막말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금투세를 시행하면 증시가 폭락한다는 주장에 대해 박 교수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금투세 반대 진영은 대만이 1988년 금투세를 도입한 이후 증시가 36% 하락한 것을 근거로 든다.
박 교수는 “일본은 1989년 주식 양도 차익 전면 과세를 실시한 이후 오히려 증시가 올랐다”며 “한국은 대만과 일본 중 어느 쪽에 가까운지 따져보지도 않고 증시 폭락을 주장하는 건 기우”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금투세 시행이 증시 폭락을 야기한다면 그 효과는 앞서 국회에서 금투세 법안이 통과된 당시 나타났어야 한다고 박 교수는 짚었다. 박 교수에 따르면, 금투세 법안이 통과된 2020년 12월 2일 기준 3일 후 코스피 종가 평균은 2724.36으로, 통과 3일 전 2619.68보다 올랐다. 5일 전후를 비교해 봐도, 2617.29에서 2725.9로 상승했다. 박 교수는 “당시 증시가 상승 추세였으며, 금투세 도입은 추세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동일한 방식으로, 금투세가 유예된 2022년 12월 22일 전후 증시 상황을 분석한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박 교수는 “금투세가 증시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면 유예됐을 때 폭등해야 하는데, 떨어지는 추세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금투세가 대만 같이 증시에 영향을 미친다면 두 번의 이벤트(급등락)가 발생했어야 한다”며 “현재 한국 증시에 금투세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게 입증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국으로의 자본 이탈을 우려할 수준으로 금투세 세율이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금투세는 국내 상장주식 양도 차익이 3억원 이하일 때는 지방소득세 포함 22%, 3억원 초과분에는 27.5%의 세율을 적용한다. 종합소득세 세율은 최소 6%에서 최대 45%다.
김현동 배재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본은 빠르게 국내외를 오갈 수 있다 보니, 자본 소득에 대해 상대적으로 낮은 세율을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투세 반대론자들이 주장하는 자본 이탈에 대한 우려가 반영돼 있다는 의미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도 “금투세 세율이 높은 게 아니다”라며 “(자본 이득세 세율이) 덴마크는 42%이고, 캐나다는 50%였다가 최근에 60% 이상으로 올렸다”며 “한국에서 시행을 앞둔 금투세는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아주 느슨하게 설계돼 있다” 말했다.
“금투세 핵심은 금융 세제 불합리 개선”
전문가들은 금투세가 금융 세제를 개편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한다. 현재는 법에 열거된 소득에 대해서만 과세가 이뤄진다. 동일한 소득이 발생했더라도, 법에 열거됐는지 여부에 따라 세금이 달라지는 구조다. 이같은 문제는 금융 세제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가령 소액주주가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면 배당소득에 세금이 붙지만, 주식을 팔아 이익을 낸 데 대해서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 또한, 투자자가 직접 채권을 양도해 수익이 발생하면 과세하지 않지만, 투자한 펀드에서 채권을 양도해 수익이 발생하면 배당소득을 과세한다. 소득별로 세제가 다르게 적용되면 투자자는 어떤 상품에 투자할 때 이득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김현동 교수는 “현행 소득세법은 복잡하고 비체계적이고 중립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금투세는 금융 세제를 통합하고 두 개 그룹으로만 분류한다. 국내 상장주식과 공모주식펀드는 수익이 5천만원 이상인 경우 과세하고, 이 외의 기타 금융 투자 소득은 250만원 이상일 때 세금을 부과한다.
김 교수는 금융 세제를 단순화하면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손익통산 범위가 넓어진다. 금투세가 시행되면 금융투자소득 금액 범위 내에서 소득분과 손실분을 합산한 순소득에 과세한다. 금융 투자 결손금은 5년간 이월공제된다. 현재는 주식·파생상품·펀드·파생결합증권 간 손익통산을 허용하지 않는다. 또한, 펀드는 다른 금융 상품뿐 아니라 다른 펀드와도 손익통산이 불가하다. 가령 주식 투자로 100만원을 손실 보고 채권 양도로 20만원을 번 경우 기존에는 손익통산이 안 돼 20만원 수익에 대해 세금을 내야 했다. 금투세 체계에서는 이 경우 과세하지 않고, 순손실 80만원에 대한 공제가 이월된다.
김 교수는 “금투세는 개인이 보유하는 금융 상품 전체로 볼 때 손실이 발생해도 특정 상품에서 발생한 소득에 과세하는 불합리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금투세는 주식 개인투자자에 대한 상당한 혜택을 반영해 설계됐다는 설명도 제시됐다. 기타 금융 소득의 과세 기준인 250만원은 기존의 대주주 주식 양도세 규정을 준용했으나, 국내 상장주식 과세 기준은 20배 높은 공제 한도를 적용한다. 김 교수는 “굉장히 호혜적인 규정”이라고 평가했다.
“금투세는 자본시장 선진화 조치…상법 개정은 병행하면 될 일”
금투세 도입에 앞서 제반 여건을 마련하기 전까지 시행을 유예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이 쏟아졌다. 대표적인 유예론은 자본시장 선진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상인 교수는 “금투세가 바로 자본시장 선진화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본시장 불투명성은 재벌 기업의 소유·지배구조 문제와 더불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지목된다”며 “자본시장 불투명성의 가장 큰 배경은 불법적인 차명 거래를 사전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양도소득에 과세가 안 돼, 차명으로 주식 계좌를 만들어 투자해도 알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금투세가 시행되면 주식 양도 차액에 과세하는 과정에서 차명 계좌를 이용한 주가 조작, 정부·기업 내부 정보를 활용한 불법 거래를 감시하는 등 제2의 금융실명제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사 충실 의무를 강화하는 상법 개정 등 기업 지배구조 개선 조치는 금투세 도입과 병행하면 된다는 게 박 교수 입장이다. 그는 “민주당이 상법 개정을 하자고 한 게 문재인 정부 때부터”라며 “정말 자본시장 선진화를 고민한다면 당장이라도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법 개정과 재벌 개혁 관련 법안은 하나도 통과시키지 않으면서 금투세는 안 된다는 건, 자본시장 선진화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국 노동시장이 선진화돼 있는가”라며 “근로소득세도 안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금투세 법안의 세부적인 문제점을 개선한 후에 시행해야 하는 주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핑계”라고 입을 모았다. 일각에서는 이월공제 기간을 5년보다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보완 후 시행 방안을 거론한 바 있다.
박 교수는 “미세조정은 시행 이후에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며 “미세조정을 이유로 유예하자는 건 시행 자체를 막으려는 핑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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