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군사정권 산물…대통령 외 통제 불능 조직
현재의 경호처는 박정희 군사정권의 산물이다. 1963년 독립기관으로 대통령경호실이 창설된 뒤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쿠데타로 들어선 ‘군사정권 친위대’가 현 경호처의 모태인 셈이다.
경호제도 전문가들은 대통령 직속 경호기관 형태가 효율적 경호업무 수행을 위한 유일한 방법은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직속기관화된 경호조직은 친위대와 같은 성질을 갖게 되며, 후진국가 또는 독재정부라고 비난받는 국가에서 나타나는 조직형태”(한승훈 동신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선진 각국의 국가원수 경호제도에 관한 연구’)라고 지적한다.
세계 최고라고 평가받는 미국 대통령 경호조직을 거느린 비밀경찰국(비밀경호국)은 백악관 직속이 아니다.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 등 여러 경호 실패에도 불구하고 비밀경찰국을 대통령 직속기구로 바꾸지 않고 있다. 1865년부터 미국 재무부 소속 기구로 운영되다, 2001년 9·11 테러를 계기로 2003년 미국 국토안보부 밑으로 들어갔다. 최고책임자는 차관보급이다. 권력남용을 막기 위해 상급 관리자가 경호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 조직 형태다.
내각제 국가인 영국은 런던광역경찰청 특별임무국(특수작전국), 캐나다는 연방경찰청 경호경비부, 일본은 경찰청 황궁경찰본부(왕실)와 경시청 경호과(총리)에서 경호를 맡는다. 준대통령제인 프랑스는 경찰청 요인경호실, 이원정부제인 독일은 연방범죄수사청 경호총국이 담당한다. 최고책임자 직위는 치안감급 또는 경무관급 수준이다.
이런 조직 형태는 경호책임자나 경호조직의 권력화를 막고, 경호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대통령 경호처 폐지·이관될 수도
대통령 외에는 통제 불가능 조직이 된 경호처를 개혁하려는 노력은 있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 출마를 준비하던 2017년 1월 대통령 직속 경호실을 폐지하고 경찰청 산하 대통령 경호국으로 바꾸겠다고 공약했다. 선진국 대부분은 이런 형태의 권위적인 경호실 운영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로 이전하는 계획이 무산되면서, 이와 연계했던 경호처의 경찰청 경호국 이관도 무산됐다. 대신 장관급이던 경호실장을 차관급 경호처장으로 격을 낮추는 선에서 끝났다.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등 국정농단 관련자들이 수시로 청와대를 드나들었던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는 ‘숭고한 사명’을 내세운 대통령 경호실의 민낯이었다.
박근혜 탄핵소추 직후인 2016년 12월 국회에는 대통령 직속 경호조직을 폐지하고 경찰청 대통령경호국에서 담당하는 대통령경호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권위주의적 군사정권의 산물로, 정치적 격변기에 정권 친위대 성격으로 만든 조직이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다. 경호처가 대통령 측근정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되면 치러질 조기 대선 과정에서도 ‘윤석열 사병집단’ ‘내란 우두머리 친위조직’이 분명해진 대통령 경호처 폐지 요구가 분출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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