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한반도 정세 전망 ④

내란의 명분이 되었던 ‘북한 위협론’ 

12.3 내란은 한국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드러냈다. 내란 세력들이 내란의 명분으로 삼으려 했던 것이 ‘북한의 군사 도발’, ‘종북 반국가세력’이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의 군사 도발’, ‘종북 반국가세력’이라는 프레임이 작동하는 한 내란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 즉 내란 세력은 온갖 반민주, 반평화적 행위들을 하더라도 “북한 소행에 대한 대응”이라는 한 마디로 너무나 쉽게 정당화되는 우리 사회의 취약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내란 사건은 ‘북한의 소행’, ‘반국가소행’ 때문에 한국 사회가 위태로운 것이 아니라 ‘반북 적대’를 추구하는 정치 세력이 한국 사회를 위태롭게 한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오히려 조선의 정책은 내란을 저지하는 결과를 가져왔고, 12.3 쿠데타 발생 후에도 어떤 ‘군사적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한반도 평화를 파괴하려 했던 세력은 조선이 아니라 ‘북한 위협론’을 거론하는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이었다. ‘북한 위협론’은 그들의 명분에 불과했다. 이번 내란 사태를 계기로 ‘북한 위협론’을 부추기는 세력이 한국 민주주의의 ‘주적’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내란 세력과 동맹 관계였던 미국

미국은 윤석열 내란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10월 무인기 침투는 세 번(3일, 9일, 10일)에 걸쳐 진행되었다. 한 번에 그쳤다면 국방부 단독 소행으로 볼 수도 있지만, 세 차례 침투했다는 것은 주한미군의 허가, 양해 적어도 묵인이 있었다는 증거다. 드론의 평양 침투는 ‘한미연합 위기관리’, ‘한미연합 정보관리’에 해당한다. 평시 작전통제권 환수 후에도 이런 ‘관리’는 여전히 주한미군사령관의 관할이다.

지난 해 3월 CIA가 대통령 집무실을 도청해 국가안보실 고위 관리들의 대화를 미 국방부에 보낸 사실이 공개된 바 있다. 우리나라 주요 정책결정자들을 CIA가 도청한다는 것은 비밀 아닌 비밀이다. 민주당의 국회의원들조차 윤석열의 ‘비상계엄’ 준비 정황을 오래전부터 파악하고 있었다면, 미국은 그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윤석열 세력이 12.3 ‘비상 계엄’ 전에 미국에 통보했을 가능성 역시 높다. 사전 통보 없이 결행했을 때 한미 관계에서 균열이 발생하고, 뒷감당 비용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미국은 윤석열 탄핵 후 한덕수 권한대행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내란 이후 중지된 한미 외교 일정도 복원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명백한 내정간섭이다. 한덕수는 내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또한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민주당이 탄핵을 추진하는 인물이다. 

한덕수가 탄핵되자 미국무장관은 최상목 대행을 만나 한미 외교 정상화를 선언했다. 이 역시 내정간섭이다. 
한덕수가 탄핵되자 미국무장관은 최상목 대행을 만나 한미 외교 정상화를 선언했다. 이 역시 내정간섭이다. 

미국이 대놓고 한덕수 지지를 표명하는 것은 내란 후 정국 주도권을 민주당이 행사하는 것을 반대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권이 미국의 신냉전 정책의 돌격대 역할을 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미국은 12.3 내란 후에도 윤석열의 정책이 지속되기를 바란다. 탄핵 후 대선이 치러지더라도 그 정책을 지속하는 정권이 탄생하기를 바란다. 그런 점에서 미국이 바라는 1순위는 민주당 정부가 아니다. 최소한 민주당과 국힘이 비등비등하게 향후 정국이 운영되기를 바란다. 그래야 민주당에 대한 미국의 개입력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우리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누었던 박정희 쿠데타, 전두환 쿠데타를 미국이 지지했던 것처럼, 미국은 윤석열 내란 세력을 지지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미국은 한국의 내란 세력과 동맹 관계였다.

더욱 치열해질 조미 전략대결

일각에서는 트럼프 2기 출범 후 조미 사이에 평화국면이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 트럼프 역시 “우리는 계속해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트럼프 외교 참모 로버트 오브라이언)면서 1기 때의 한반도 비핵화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나 모두 알다시피 한반도 비핵화 협상은 종료되었다. 비핵화가 조미 대화를 촉진했던 2018년과 2025년의 상황은 판이하게 달라졌다.

2018년 조미 정상회담이 가능했던 이유가 바로 조선의 유연한 비핵화 협상전략이었다. 그러나 2021년 8차 당대회 이후 조선의 대미 정책은 강대강 대결로 전환했으며, 2024년 “전쟁 준비 완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한 후인 2024년 11월 2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우리는 이미 미국과 함께 협상주로의 갈 수 있는 곳까지 다 가보았”으나 “초대국의 공존의지가 아니라 철저한 힘의 립장과 언제가도 변할 수 없는 침략적이며 적대적인 대조선정책”을 확인했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외교전의 일환으로 조미 대화는 진행될 수 있다. 트럼프는 2기 출범 전부터 조미 대화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고, 조선 역시 트럼프 정부의 약점을 파고들어 대적 협상을 진행하고, 그 협상과정에서 미국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으려는 시도의 차원에서 트럼프 정부와 대화를 모색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대화가 평화적 국면을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는 난망하다.

대화가 평화회담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대조선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즉 한미군사연습을 중단하고, 조선에 대한 핵전쟁 계획을 폐기하고 한국에 전쟁 무기를 판매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그러나 트럼프가 대조선 적대 정책을 중단할 것으로 기대되는 그 어떤 단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오히려 대조선 적대정책을 유지하고 오히려 강화해야 하는 필요성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모두가 인정하듯이 트럼프는 바이든보다 강경한 대중국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즉 정치경제군사적으로 대중국 봉쇄 정책을 강화할 것이다. 그 기본이 되는 것이 군사적으로, 경제적으로 한미, 한미일 동맹 강화이다. 조선에게는 비적대적이고, 중국에게만 적대적인 그런 한미, 한미일 동맹은 존재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조선에게는 우호적이나 중국에게는 적대적인 그런 군사 연습도 존재하지 않는다. 

트럼프의 등장, 한국 사회는 더 위험해졌다

 

트럼프가 추진할 MAGA 혹은 아메리카우선주의는 미국의 동맹국 한국에게는 재앙과도 같다. 바이든 정부 때 체결했던 모든 협정이나 합의들을 무위로 돌리고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며, 재협상을 거부할 경우 강도높은 무역 제재 그리고 동맹 압박을 추진할 것이다.

대중국 봉쇄를 위한 한미, 한미일 군사 동맹을 더욱 강도높이 추진할 것이며, 한미, 한미일 군사연습을 더욱 빈번하게 진행할 것이다. 바이든과의 차이는 전쟁 연습 비용을 우리에게 전가할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 정부가 트럼프에 순응하면 “돈”을 요구할 것이며, 한국 정부가 트럼프에 저항하면 “전쟁 위협”을 부추겨 안보 불안을 조성할 것이다. 순응이건, 저항이건 트럼프가 제기하는 안보 프레임(국제적 이슈이건, 한반도 차원의 이슈이건)에서 벗어났을 때 트럼프의 함정에서 빠져 나올 수 있다.

특히 윤석열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지고, 한국에서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다면 그 자체로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에 상당한 파열구를 내는 결과가 된다. 새롭게 출범한 정부가 신냉전 돌격대 역할을 했던 윤석열의 정책을 있는 그대로 고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윤석열이 없는 조건에서 한국 정부에 무리수를 둘 가능성이 높고, 새로운 정부 길들이기에 착수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고강도의 전쟁 위기가 조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24년이 윤석열에 의해 한반도가 위험했다면, 2025년엔 트럼프에 의해 한반도가 위험해 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누구나 예측하듯이 트럼프는 가장 “예측불가능하고 위험한” 미국의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다. 트럼프로 인해 한반도가 위험해질수록, 트럼프의 무리수로 미국의 민낯이 드러날 수록, 반미 투쟁의 계기들이 만들어질 것이다.

새로운 정부, 윤석열의 모든 정책 폐기로 출발해야

내년 상반기에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민주당 정부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윤석열의 모든 정책을 전면 폐기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즉 윤석열이 집권했던 2년 반동안 한미, 한미일, 한일 사이에 체결한 모든 협정은 무효화해야 한다. 

새로운 정부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운운하며 윤석열의 일부 정책(예를 들어 한일 관계 관련 정책“ 정도를 폐기하고, 그 외의 정책을 계승하려 하더라도 트럼프는 결코 그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의 모든 정책을 계승해야 한다고 압박을 넣을 것이다. 그러나 새로 출범한 민주당 정부가 ‘한일 관계 관련 합의’마저 계승하기는 어렵다. 결론은 트럼프의 압박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왕 트럼프와 맞서야 하는 상황이라면 일부 취사, 일부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윤석열의 모든 정책을 폐기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미 관계를 전면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직후 ‘굳건한 한미관계’라는 미명 아래 박근혜의 불법적인 사드배치를 수용한 후 미국의 압력은 작아진 것이 아니라 더 커졌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사드 배치가 한미 워킹그룹회의를 초래했고, 그것이 한일 지소미아 협정 유지로 귀결되었다.

일각에서는 혼돈의 시대를 헤쳐갈 유연한 균형을 강조한다. 그러나 한미 동맹 하에서 유연한 균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균형이 아닌 적극적이고 전략적인 탈미를 대외정책의 기조와 원칙을 설정해야 ‘문재인-윤석열’로 이어지는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다.

“전쟁 vs 평화, 사대예속 vs 반미자주” 전선에서 가장 첨예한 대결 전망

내란 세력을 청산하는 것은 12.3 내란 이후 한국 사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그리고 광장과 국회가 하나가 되어 내란을 저지하고, 윤석열을 탄핵 소추하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내란 세력은 쉽게 소멸하지 않는다. 윤석열은 시간끌기에, 국민의힘은 버티기에 들어갔다. 미국은 내란에 동조하는 한덕수 권한대행 지지를 선언하는 것도 모자라, 12월 27일 민주당이 한 대행 탄핵 소추 표결 직전에도 한덕수 지지를 표명한 데서 확인되듯이 내란 세력과의 동맹을 지속하고, 한국 내정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이는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도전이며, 내란 세력을 척결하고자 하는 한국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이다. 

헌재에서 탄핵 결정 후에도, 대선 과정에서도, 대선 이후 민주당 정부가 새롭게 출범하더라도 이런 상황은 계속될 것이다. 이들은 시간을 끌면서 광장을 없애려고 할 것이고, 광장과 국회를 분리시키려 할 것이고, 또 다시 ‘북한 위협’, ‘굳건한 한미동맹’이 지배하는 한국 사회를 유지하려 할 것이다. 즉 전쟁을 부추기는 대미예속적 사대세력은 사활을 건 저항을 시작했고, 미국 역시 자신의 이해관계를 철저히 대변해왔던 이 세력의 잔존과 재집권을 위해 내정 간섭을 강화할 것이다.

내란을 무력화시키는 과정에서 형성된 광장과 의회의 결합을 차단하기 위한 대대적인 이념공세와 ‘반북 소동’을 강화할 것이다. 윤석열 세력과 국힘은 그 본성상 정치적으로 위축될수록 전쟁과 사대예속에 매달리게 된다. 그들이 한국 사회에서 권력을 갖고, 그것을 유지했던 방식이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대대적인 이념 공세를 강화했을 때 민주당 또한 그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2025년 한국 사회는 ‘전쟁과 평화’, ‘사대예속과 반미자주’ 사이에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대결이 펼쳐질 것이다. 내란세력들은 국정원 등 여전히 굳건한 그들의 권력기관을 최대한 가동시켜 ‘평화와 반미자주’를 지향하는 모든 세력을 탄압하고, 민주당을 위축시키고, 전쟁 위기를 조성하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