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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촛불대회 시민 1만5000명 모여 '성토'
13.10.26 22:49l최종 업데이트 13.10.26 22:49l
김동환(heaneye) 이희훈(leeheehoon) 소중한(extremes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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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법외 대통령 통보"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앞에서 국정원 선거개입과 노동탄압을 규탄하는 촛불 집회에 참석한 시민이 자신의 태블릿PC에 '박근혜 법외 대통령 통보'가 적힌 문구를 입력해 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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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자 기온이 섭씨 10도로 떨어졌다. 시민들은 연신 손을 비비면서도 자리를 지키며 '대선개입 진상규명'등의 구호를 외쳤다. 행사가 진행되는 2시간 여 동안 아스팔트 바닥에서 일어나는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민주노총과 시민사회단체들은 26일 저녁 서울역광장에서 '국정원 선거개입 공약파기 노동탄압규탄 범국민촛불대회'를 열었다. 당초 국정원 선거개입 규탄으로 시작했던 촛불대회가 대선 공약 파기와 노동계 규탄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날 촛불대회에는 주최측 추산 1만 5000명(경찰 추산 2500)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최근 날씨가 쌀쌀해지며 감소세였던 시민참여가 다시 늘어난 것이다. "한동안 안 나왔는데 윤석열 국정원 특별수사팀장 수사배제 보도를 보고 오랜만에 나왔다"는 시민들도 적잖게 눈에 띄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워터게이트' 닉슨 닯았다"
이날 촛불대회 무대는 '박근혜 정부 10개월'에 대한 성토장 분위기였다. 가장 먼저 나온 주제는 역시 국정원의 불법 선거개입이었다.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검찰총장이 댓글 수사 지시하다 사생활 털려가며 쫓겨났고 수사팀장도 공소장을 변경하려다가 외압으로 쫓겨났다"면서 국정원 사건이 점점 박근혜 정부가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을 예로 들었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원래 닉슨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실무자들이 도청사건을 벌인 게 문제였는데 닉슨이 그것을 은폐하면서 결국에는 닉슨 자신의 하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 사무처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닉슨이 비슷하지 않느냐"고 주장해 청중들의 박수를 받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윤석열 수사팀장의 배제를 언급하며 "이제 댓글 수사팀의 버팀목이 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남아있지 않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공소 유지가 될 수 있을지 너무 불안하다"면서 시민들이 사건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호소했다.
"박 대통령, 공약은 안 지키고 전교조 죽이겠다는 약속만 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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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하야하라"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앞에서 국정원 선거개입과 노동탄압을 규탄하는 촛불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박근혜 하야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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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장 스피커에서는 국정원 선거개입에 대한 문제제기는 물론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공약해놓고 약속을 어긴 내용들에 대한 비판도 여과없이 쏟아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파기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시민 9명은 직접 손팻말을 들고 올라와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자신을 서울대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라고 밝힌 한 시민은 박 대통령이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공약을 파기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4년 예산안을 보면 4대 중증질환 100% 공약 관련 예산은 반의 반토막이 났다"면서 "원칙과 신뢰를 말하던 박근혜 어디갔느냐"고 꼬집었다.
목동에서 온 한 장애인은 휠체어를 이끌고 무대로 올랐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장애인 등급제 폐지하고 장애인 연금 두 배로 올린다고 했지만 내년 예산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선근 민생연대 대표는 정부출범 3개월 만에 끝난 경제민주화 공약을 거론했다. 경제민주화가 매우 오랜 기간이 필요한 작업인데도 3개월 만에 끝났다고 하는 것은 사실상 공약 파기라는 것이다.
고현정 노인유니온 사무처장은 "박근혜 정부가 모든 노인들에게 20만 원씩 준다고 해놓고 차등지급하겠다고 말을 바꿨다"고 질타했다. 고 사무처장은 "올해 3월 8일에 박근혜 대통령 사기죄로 고발했는데 검찰이 기각하길래 9월에 또 고발했다"면서 "박 대통령 당선 1등 공신인 노인들에게 매달 20만원씩 지급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이날 발언자 중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을 지켰다고 고백한 시민도 있었다. 이영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은 전교조를 죽이겠다고 선언해왔었는데 그 약속을 지켰다"면서 "24년 전교조가 고용노동부 공문 팩스 한 장으로 법외노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 부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어떻게 이렇게 폭력적으로까지 노동자들을 탄압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니 저항하지 않는 나 때문이라는 답을 얻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이제 촛불 들지 말자. 입만으로 투쟁하지 말자"고 호소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촛불대회에 앞서 오는 11월 10일에 전국노동자회의를 열고 총파업을 준비할 뜻을 밝혔다.
"윤석열 수사배제·사이버사령부 개입, 최근 사건에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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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앞에서 민주노총과 각 시민단체가 국정원 선거개입과 노동탄압을 규탄하는 촛불 집회를 열었다. 주최측 추산 1만5000명 (경찰 추산 2500명)이 참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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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법당선 박근혜'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앞에서 국정원 선거개입과 노동탄압을 규탄하는 촛불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박근혜 하야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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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촛불대회에는 차가운 날씨를 무릅쓰고 많은 시민들이 찾아 자리를 빛냈다. 대학생 박정순(28, 서울 동작구)씨는 "최근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이 수사에서 배제되고,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화가 많이 났다"며 "요새는 촛불대회에 잘 나오지 않았는데 한 명이라도 힘을 보태야겠다 싶어 나왔다"고 말했다.
두터운 파카를 입고 촛불을 든 채 서울역 계단에 앉아 있던 조아무개(65, 서울 송파구)씨는 "어버이연합도 가보고 촛불대회도 가봤는데 두쪽 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곳(촛불대회)에서 하는 이야기가 더 사실에 가깝고 생기발랄하더라"며 "어떤 사람들은 이번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을 두고 영향력이 없었다고 하는데 10문제 중 1문제 컨닝한다고 해서 잘못을 안 한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자녀의 손을 잡고 촛불대회를 찾은 이들도 많았다. 중학교 3학년 아들과 서울역을 찾은 김희진(51, 경기도 일산)씨는 "요새 젊은이들은 (민주주의가 정착된) 과정을 잘 모를테지만 30여 년을 공들여 만든 민주주의가 이렇게 후퇴하는 걸 보니 소름이 돋는다"며 "자식들이 살아갈 나라가 이래선 안된다는 생각에 아들 손을 잡고 나왔다"고 말했다.
손을 꼭 잡고 촛불대회를 찾은 연인도 눈에 보였다. 김경환(30, 서울 강동구)씨는 "국정원과 군대가 대선에 개입한 잘못된 모습에 분노해 여자친구와 함께 촛불대회를 찾았다"고 말했다.
김씨의 여자친구인 이해정(28, 서울 강동구)씨도 "남자친구의 말에 공감해서 함께 손을 잡고 왔다"며 "날씨도 춥긴하지만 이런 곳에서의 데이트도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자가 "어떻게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나"라고 묻자 이씨는 "법대로, 법대로요"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촛불대회를 바라보는 외국인의 의견도 들을 수 있었다. 25일 사업차 한국을 찾은 중국인 우빈(Wu bin, 52)씨는 "중국에선 이렇게 인민들이 나와 시위를 하면 매우 위험하다"며 "이런 한국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좋아보인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통역을 맡은 중국인 유학생으로부터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대응도 하고 있지 않다"라는 설명을 듣더니 우씨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나왔는데요?"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는데 정부는 이성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잘못된 것은 정부가 빨리 나서 교정해야 할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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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연 장미들고 "관권선거, 부정선거"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앞에서 국정원 선거개입과 노동탄압을 규탄하는 촛불 집회에 참석한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이 한손에는 장미와 다른 한 손에는 '관권선거, 부정선거'가 적힌 휴대전화를 들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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