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준비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 2025.5.1 ⓒ뉴스1 대법원이 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이 잘못됐다며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대선을 30여일 앞둔 시점에 이례적으로 신속 심리를 이어가면서 ‘선거 개입’ 논란을 자초했는데, 대법관 내에서도 이번 판결을 두고 공개적인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오후 이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다수 의견에 따라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고 선고했다. 대법원이 이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부친 지 9일 만, 2심 무죄 판결이 나온 지 36일 만에 나온 결론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직하는 노태악 대관은 이 사건의 심리와 합의·선고 등 재판에 관여하지 않았고, 10명의 대법관은 파기환송 의견을, 2명의 대법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이 사건은 이 후보가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21년 방송 인터뷰에서 성남시장 시절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 대해 몰랐다는 취지의 발언들과 국정감사 과정에서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 과정에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재판에 넘겨진 사건이다.
1심에서는 고 김문기 전 처장과 관련된 발언의 일부인 ‘골프 발언’과 ‘백현동 발언’을 유죄로 판단했지만, 2심에서는 전부 무죄 선고가 나왔다.
이 중 ‘골프 발언’이란, 이 후보가 “국민의힘에서 4명 사진을 찍어서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던데, 제가 확인을 해보니까 전체 우리 일행 단체 사진 중 일부를 떼 내 가지고 보여줬더군요. 조작한 거지요”라고 한 발언이다.
검찰은 이 발언이 ‘김 전 처장과 골프를 취지 않았다’는 취지로 비약해 해석했고, 1심 재판부 역시 이 주장을 받아들여 유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당시 이 후보의 발언이 ‘김 전 처장과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의미로만 해석할 수 없다고 판단해 1심 판단을 뒤집었다. 백현동 발언 역시 의견 표명에 해당할 뿐 공직선거법에서 처벌하는 후보자의 ‘행위’가 아닌 ‘인식’에 관한 발언이라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은 우선 “허위의 사실을 공표한 것인지는 표현의 객관적 내용과 전체 취지, 사용된 어휘의 통상적인 의미, 문구 연결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그 표현이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골프 발언’에 대해 “김문기와 함께 간 해외 출장 기간 중에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원심이 판단한 것과 같이 다의적인 의미로 해석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백현동 발언’ 역시 “단순히 과장된 표현이거나 추상적인 의견 표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라며 “후보자의 행위에 관한 허위의 사실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1일 서울 종로구의 한 포차 식당에서 '당신의 하루를 만드는, 보이지 않는 영웅들'이란 주제로 열린 배달 라이더, 택배 기사 등 비(非)전형 노동자들과 간담회를 마친 뒤 나서며 손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5.1 ⓒ뉴스1
대법원은 이번 사건을 두고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위축시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의식한 듯 판단 기준을 상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대법원은 “후보자의 어떤 후보자의 어떤 표현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후보자의 정치적 표현, 특히 의견과 사상의 영역에 속하는 정치적 표현이 과도하게 제한되지 않도록 유의하면서도, 공정한 선거를 통해 보호하고자 하는 선거인의 알 권리와 그에 바탕을 둔 선거권 등 선거인이 국민으로서 가지는 헌법상의 기본권을 충실한 보장 요청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표현의 의미는 후보자 개인이나 법원이 아닌 선거인의 관점에서 해석해야 하고, 어느 정도의 허위 사실이 후보자의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용인될 수 있는지는 그 허위사실이 선거인의 공정한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에 따라 판단한 것도 이러한 고려의 결과”라고 부연했다.
결과적으로 대법원은 ‘골프 발언’과 ‘백현동 발언’이 “피고인의 공직 적격성에 관한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중요한 사항에 관한 허위사실의 발언이라고 판단된다”며 “후보자의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허용될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러한 다수 의견과 달리,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무죄 취지의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이들은 그간 대법원이 허위사실 공표죄 사건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판결을 해온 점을 짚었다.
이들은 “대법원이 이러한 선례의 방향성에 역행해 허위사실 공표죄의 적용 범위를 넓히는 해석 방향을 취하는 것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공론의 장에 규제의 칼을 들이밀어 민주주의 발전의 역사를 후퇴시키는 퇴행적 발상이 될 수 있다”고 직격했다.
특히 이들은 “이와 같은 해석 방식이 검사의 기소편의주의와 결합할 경우 민주주의 정치와 법원의 정치적 중립성에 가해지는 위험은 심각할 수 있다”는 우려도 표했다.
이들은 “선거의 공정을 내세워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의 적용을 매개로 수사 기관과 법원이 선거 과정에 개입하는 통로를 넓게 연 것은 표현의 자유 축소로 선거의 자유를 해칠 뿐만 아니라 법원의 정치적 중립성에 위험 요소를 끌어오게 된다”며 “정치적 영역에서 해소돼야 할 정치집단 사이의 상호 공방을 법정으로 가져와 법원 심판대에 올려놓음으로써 사법의 정치화라는 비판을 불러오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확장해 온 선례의 태도는 법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주는 울타리이기도 하므로 존중되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 관련 범죄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될 경우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다만 최종 결론이 나오려면 서울고법 파기환송심과 대법원의 재상고심을 거쳐야 하는데, 한 달여 남은 대통령 선거 전에 형이 확정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시민들이 1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대법원 선고 생중계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날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2025.5.1 ⓒ뉴스1 “ 남소연 기자 ”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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