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대체 : 6일 오후 1시 20분]
|
▲ 통합진보당 의원단 삭발 통합진보당 의원 5명(이상규, 김미희, 오병윤, 김재연, 김선동)이 6일 오전 국회 본청앞에서 정부의 정당해산 심판 청구에 항의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
ⓒ 권우성 |
관련사진보기
|
머리카락이 서걱서걱 잘려나갔다. 귀 위로 가위가 스쳐가자,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이 눈을 지긋이 감았다. 이상규 의원이 가장 먼저 파르스름해진 머리를 드러냈다. 김미희 의원은 담담하게 정면을 바라봤다. 의원들의 머리카락이 금세 수북히 쌓였다.
미리 예고됐던 일이었지만 가위와 이발기가 등장하자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민주주의 지켜내자"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던 한 남성 당직자가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렸다. 옆의 여성 당직자도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쳐냈다. 모두 손팻말 뒤로 얼굴을 숨기고 숨죽여 울었다.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다.
헌정 사상 첫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를 받게 된 통합진보당(아래 진보당) 의원들이 6일 오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삭발했다. 내란음모혐의로 구속된 이석기 의원을 제외한 김미희·김선동·김재연·오병윤·이상규 의원 등 의원단 전원이 참여했다. 정부가 지난 5일 진보당을 대상으로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를 헌법재판소에 제소한 것을 규탄하고 투쟁을 결의하는 자리였다.
"노동자·농민·도시서민·민중의 벗이고자 함을 다시 고백한다"
|
▲ 삭발한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 |
ⓒ 권우성 |
관련사진보기
|
|
▲ 삭발한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 |
ⓒ 권우성 |
관련사진보기
|
오병윤 진보당 원내대표는 "어둠이 깊어갈수록 새벽이 다가온다, 어둠이 빛을 이길 순 없다"며 투쟁 의지를 북돋았다.
그는 "(민주노동당 당시) 무상의료·무상교육 현수막을 들고 거리를 내달릴 적에 많은 국민들이 박수를 보냈고 2004년 17대 총선에서 10명의 진보정당 국회의원을 탄생하는 영광을 누린 적도 있었다"면서 "삿된 무리들의 준동은 순간의 어려움을 주지만 그에 맞서왔던 자랑스럽고 영광스러운 투쟁은 그 자체로 민중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에 출범 이후 수많은 탄압 속에서도 진보정당으로서 살 길을 묵묵히 지켜왔다"고 말했다.
또 "진보당은 노동자·농민·도시서민·민중의 벗이고자 함을 다시 고백한다"며 "수구·기득권 세력들을 국회의사당과 현실정치에서 완전히 박멸하는 그날까지 끝까지 맞서 싸우고 하는 꿈을 국민 여러분이 함께 지켜주시라"고 호소했다.
김선동 의원은 "진보당은 민주노동당 때부터 동학농민운동, 3·1자주독립운동, 4·19민주혁명의 정신을 계승하고 87년 6월 민주항쟁의 주체들이 노동자대투쟁·촛불항쟁 등의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만든 당"이라며 "(정부는) 이를 두고 헌법에 위반한다는 어거지를 피워 헌법정신을 유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은 전시작전권 반환 연기, 경제민주화와 서민공약 파기, 6·15공동선언 및 10·4공동선언 부정 등 스스로를 역사의 퇴보이자 반동임을 증명하고 있다"면서 "해산돼야 할 것은 새누리당이고 국가정보원이고 유신독재의 잔당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란음모 낙인에도 8% 득표한 진보당... 청와대 간담 서늘해졌을 것"
|
▲ 삭발한 통합진보당 오병윤 의원 |
ⓒ 권우성 |
관련사진보기
|
|
▲ 삭발한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 |
ⓒ 권우성 |
관련사진보기
|
|
▲ 삭발한 통합진보당 김미희 의원 |
ⓒ 권우성 |
관련사진보기
|
이상규 의원은 최근 치러진 경기 화성갑 보궐선거 결과를 지적하며 이번 사태를 '정치공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란음모 정당이라는 낙인을 찍었는데도 홍성규 진보당 대변인이 화성 선거에서 8% 득표했다,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투표소에서는 서청원 당선자와 4%p 차이였다"며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은 간담이 서늘해졌을 것이다, 이런 정당을 그대로 두고 어떻게 (그들의) 영구집권이 가능하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민과 함께 사생결단의 각오로 친일과 유신독재를 막아낼 것"이라며 "(이번 정부의 정당해산심판청구대로라면)노동자·민중을 위해 일하는 시민단체와 노동조합들도 해산당할 수박에 없다, 이 땅의 진보개혁을 열망하는 모든 세력에 대한 탄압"이라고 강조했다.
김재연 의원은 "목숨걸고 싸우겠다"고 짧게 밝혔다.
한편, 진보당 의원단은 이날 삭발식 이후 본청 2층 정문 바깥에서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이외에도 서울광장 72시간 노숙농성, 100곳 1인시위, 촛불집회 등을 진행하며 정부의 '정당해산 심판청구'를 규탄할 예정이다.
|
▲ 통합진보당 의원단 삭발·단식 돌입 통합진보당 의원 5명(이상규, 김미희, 오병윤, 김선동, 김재연)이 6일 오전 국회 본청앞에서 정부의 정당해산 심판 청구에 항의하며 삭발한 뒤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
ⓒ 권우성 |
관련사진보기
|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