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제공
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이사장 곽태환)은 지난 10월26일 제3회 한반도 미래비전과 동북아 평화구축 전문가 정책포럼을 개최하였다.
곽승지 박사 (연합뉴스 영문북한팀장)가 "김정은 시대 북한의 국가전략: 변화양상과 전략적 함의" 란 주제로 발제 하였다.
토론에는, 강동완 교수 (동아대 정외과), 김동엽 박사 (경남대 극동연 연구교수), 서재진 박사 (전 통일연구원장), 염돈재 박사(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장), 이관세 박사 (전 통일부 차관/북한대학원대 석좌교수), 이윤걸 박사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이사), 정창현 박사(이제이컨설팅 대표 /국민대 겸임교수), 차두현 박사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 유경의 박사 (한국글로벌피스재단 이사장), 곽태환 박사 (경남대 석좌교수) 등이 열띤 토론에 참가하였다.
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의 제공으로 곽승지 박사의 발제문을 요약하여 지상 중계한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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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회 한반도 미래비전과 동북아 평화구축 전문가 정책포럼의 토론장면. [사진제공-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
<곽승지 박사 발제문 요약>
최근 북한이 적극적인 변화를 추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한에서는 여전히 북한을 호전적인 집단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최근의 변화양상에 대해 본질적인 변화로 보기보다는 필요에 의한 전술적 변화 정도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경향은 국제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내외에서의 이 같은 평가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북한이 자신의 변화에 대해 보다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최근의 경우에서 보듯 주기적으로 공세를 취하는가 하면 핵문제로 국제사회를 긴장시키는 등 북한 스스로 변화양상에 대한 부정적 해석의 여지를 남겨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북한에서의 일련의 변화양상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해석을 쫓아 북한의 국가전략은 변하지 않았다고 평가할 것인가? 북한에서 나타나고 있는 일련의 변화양상을 김정은 시대의 새로운 국가전략을 반영한, 전략적 변화로 해석할 여지는 없는가?
이 글을 준비하며 먼저 생각이 든 것은 우리사회가 북한의국가전략에 대해 지나치게 전통적 해석에 매달림으로써 북한에서의 변화 의미를 과소평가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점이었다. 즉 국제정세는 물론 북한의 대내외 환경이 변했고 그에 따라 북한의 이념과 정책도 변했는데 우리는 여전히 과거의 틀 속에서 북한을 인식함으로써 애써 북한의 변화를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고 북한과의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기 위해서는 비록 많이 미치지 못하더라도 북한에서의 변화양상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실제 최근 북한에서의 변화양상은 국가 목표 및 전략에서 이전과 다르게 해석할만한 점들을 충분히 내포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지금 북한에서 나타나고 있는 변화양상 못지않게 이에 대한 적극적인 해석이 중요하다.
한 나라의 국가전략을 파악하는 데는 다양한 접근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글은 북한의 국가전략을 체제적 특성을 쫓는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 국가목표와 국가전략의 상관성 속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즉 북한의 국가목표는 무엇이며 그에 따라 국가전략은 어떻게 변하고 있고 또 변할 것인지를 살펴보려는 것이다. 북한의 국가전략이 변하지 않았는데 변한 것으로 보자는 것이 아니라 변했는데 변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하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남북관계는 북한의 국가전략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고 있으며 남한의 대북정책은 북한의 국가전략에 대한 판단을 근거로 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북한의 국가전략에 대해 주로 레닌의 전략전술 이론에 따른 전통적인 방식으로 해석해 왔다. 즉 북한은 전 세계의 공산화라는 목표를 위해 혁명전략과 대남전략을 핵심 국가전략으로 추진해 왔는데 여전히 이것이 바뀌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그러나 1990년 탈냉전체제 이후 북한은 일견 전략적 변화로 볼만한 많은 변화를 취해 왔다. 예컨대 남한과 함께 유엔에 가입한데 이어 남북기본합의서에 합의함으로써 남북관계서 획기적인 변화를 꾀했으며 제국주의의 원흉이며 철천지 원수로 주장해온 미국 및 일본과 관계개선을 추구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이후 지속되었으며 현재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또 김일성 사망 이후에는 남북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미국과의 관계를 지속해 왔다. 2000년대 들어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7.1경제개선조치를 취했다.
따라서 북한이 김정은 시대 들어 보이고 있는 일련의 변화는 그 동안 보여 왔던 변화의 연속선상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 점에서 최근의 변화양상을 이해하기 위해 3가지 가설을 설정하고자 한다. 3가지 가설은:
1) 북한은 냉전체제가 해체된 1990년대 이후 국가 목표 및 전략의 변화를 추구해 왔다.
2) 김정은 시대 일련의 변화양상은 북한의 국가 목표 및 전략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3) 김정은 시대 북한의 국가전략은 국제정세의 변화를 수용하고 주민들의 의식 변화를 반영하기 위한 체제 내부에서의 변화를 지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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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승지 박사 발제장면.[사진제공-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
그러면 북한에서의 변화양상을 통해 북한의 전략이 변했다고 인정하려면 어떤 수준의 변화여야 할까. 그에 대해서는 대략 다음과 같은 기준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변화의 방향 및 성격과 관련된다. 변화의 방향과 관련해서는 통상 체제전환과 체제 내 변화를 말하는데 북한이 사회주의체제를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점에서 체제 내에서의 변화에 한정되어 있다.
둘째, 변화를 위한 법·제도적 뒷받침이 이루어지고 있느냐의 문제이다. 주요 규범에서 변화를 어떻게 수용할 것이며 무엇이 변화의 주체로 등장할 것인지 등이 그것이다. 사상해방의 여부도 이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
셋째, 체제유지를 위한 전체주의적 통치방식에서의 변화 여부이다. 물리적 강제력을 동원해 주민을 억압하던 통치기제가 변하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넷째, 정책적 측면에서 변화의 내용이다. 국가사회주의의 논리에 따라 목적지향적 정책을 추진해 온 북한은 정책수립에서 전통적으로 주민보다 체제를 앞세워 왔다는 점에서 이를 눈여겨보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북한에서의 변화를 체제전환에 한정하지 말고 사회주의체제 안에서의 변화까지 인정하려는 공감대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북한에서의 모든 변화는 무의미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또 북한에서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해석하기 위해서는 나무 못지않게 숲을 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최근 북한에서의 변화양상에 대해서는 그 동안 북한매체 등을 통해 밝혀진 주요 내용들을 규범적, 제도적, 정책적 측면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규범적 측면에서는 공산주의용어 삭제, 통치이데올로기에서의 변화, 주민행동규범의 수정 등이 있다. 제도적 측면에서는 노동당 위상의 정상화, 통치과정의 제도화 및 법치의 확대, 국제적 규범 준수 등이 포함된다. 정책적 측면에서는 경제개혁의 추진, 교육개혁의 추진, 주민친화적 정책 지향, 주민 위무정책의 확대, 대남 및 대미 관계의 불변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북한에서의 변화양상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변화방향과 관련, 북한은 분명하게 사회주의체제 견지 입장을 표명하며 체제 안에서의 변화를 지향하고 있다. 헌법과 당규약 유일사상체계 10대 원칙 등에서 공산주의를 삭제하고 당규약에서 당의 당면목표로 사회주의강성국가 건설을 적시한 것에서 분명해 진다. 모든 규범에서 공산주의용어를 삭제한 것은 북한이 추구하는 이념적 지표가 공산주의가 아님을 천명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결국 공산혁명의 포기로 해석할 수 있으며 또한 과도기론의 수정 또는 폐기로도 볼 수 있다.
법제도적 뒷받침과 관련, 당 중심의 통치체제를 구축한 것을 들 수 있다. 선군정치를 하는 가운데 군의 위상과 역할이 강화됐지만 김정은 체제 출범과 함께 당이 통치전면에 나섰으며 당연히 당의 위상과 역할도 강화됐다. 노동당이 김정은을 받들어 변화를 추동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변화를 향한 또 다른 핵심사안이라고 할 수 있는 사상해방 문제는 별다른 진전이 없어 보인다. 다만 최근 북한이 통치이데올로기로 김일성-김정일 주의를 내세우며 이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 북한의 이데올로기 중심의 통치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지켜보아야 할 일이다.
통치수단과 관련, 비정상적인 통치관행을 정상화하려 하거나 연좌제를 완화하는 등 주민들을 의식한 정책을 펴고 있으며 국제적 기준 및 규격을 지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책과 관련해서는 우선 모란봉악단의 파격적인 공연이나 체육 및 놀이시설의 확충 등 문화예술 및 체육을 비롯한 비정치 분야에서의 적극적인 조치를 통해 주민들의 정치적 무관심을 조장하려는 움직임이 주목된다. 이는 과거 전두환 정권 때 3S정책을 연상시킨다. 또 애국심을 강조하는 가운데 수령 등 최고지도자를 직접 거명하지 않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경제개혁 교육개혁 등도 김정은 시대 들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대남 및 대미 관계에서는 이전과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미세하나마 몇몇 사안에서는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 포착된다. 평양서 열린 역도시합에 남한선수들을 초청하고 이들이 우승했을 때 태극기를 게양하고 애국가를 연주했으며 이를 조선중앙TV가 방영한 것이나 방북한 남한사람에게도 휴대폰 휴대를 허용한 것, 그리고 월북한 남한사람을 아무 조건 없이 송환한 것 등은 관심을 끌만한 사안이다.
김정은 시대 들어 나타나고 있는 변화양상을 국가전략 차원에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측면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우선 북한체제를 어떻게 인식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북한체제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북한의 국가전략을 보는 시각은 달라질 것이다. 우리사회에서는 북한을 탈(脫)사회주의적 관점에서 보아왔다. 북한체제의 특수성을 강조해 신정체제니 수령체제니 하고 불렀음에도 불구하고 체제적 특성을 말할 때는 역사적 사회주의의 관점에서 인식했다. 따라서 맑스-레닌주의 또는 그 아류인 주체사상을 통치이데올로기로 하는, 전 세계의 공산화 혁명을 추구하는 정치집단으로 인식해 왔다. 이는 또 남조선혁명을 추구하는 집단으로 연결됐다. 김정일 체제하에서는 노동당의 위상과 역할이 비정상적으로 위축되었기 때문에 당 중심의 사회주의국가로 보기 힘들 정도였다. 그러나 김정은 체제 출범과 함께 당이 강화되면서 이제는 사회주의적 특성이 더 커졌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주장하는 사회주의는 우리 식 사회주의며 이는 여타 사회주의와 다른 형식이 될 것이다. 문제는 북한이 공산주의 용어를 삭제함으로써 스스로 공산주의와 결별을 선언했다는 것이다. 이는 이념적으로 맑스-레닌주의를 배제한 것으로 형식적으로는 전 세계의 공산화라는 목표를 견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적어도 논리적으로는 더 이상 혁명전략을 취할 수는 없게 됐다. 매우 미묘하고 복잡한 문제지만 이에 대해서는 앞으로 보다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둘째, 민족 문제에 대한 북한의 인식이다. 북한은 남한에 대해 민족과 계급이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해 왔다. 남조선혁명을 주장하는 데는 민족해방과 계급해방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사회주의권이 붕괴되고 후쿠야마가 말한 바처럼 이데올로기 대립에 의한 역사가 자유민주주의의 승리로 끝난 상황에서 계급해방 문제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졌다. 따라서 북한은 민족해방을 붙잡고 체제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밖에 없게 됐다. 1990년에 이미 남한과 함께 유엔에 가입함으로써 하나의 조선 정책을 사실상 포기했지만 북한이 여전히 민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남한과의 관계를 통해 체제를 유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즉 남조선혁명 논리를 유지함으로써 북한체제의 존립 근거를 확보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민족과 통일을 주장하는 것은 실제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라기보다 그렇게 하려는 것처럼 보이기 위한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셋째, 북한 핵에 대한 입장이다. 북한의 핵개발이 목적이냐 수단이냐의 논쟁은 북한이 핵 보유국임을 선언함에 따라 결과적으로 목적이었던 것으로 되었다. 이제는 북한 핵에 대해 방어용이냐 공격용이냐의 질문을 하여야 할 때이다. 북한의 주장에 따르면 북한 핵은 방어용일 뿐 아니라 여전히 협상수단이기도 하다. 북한이 한반도비핵화가 김일성-김정일의 유훈이라고 말하면서도 핵개발을 통해 핵무기보유국임을 선언한 것은 체제안전을 위한 안전장치라는 점에서 생각할 수 있다. 비핵화는 유훈으로서 지켜야 할 가치이지만 당장은 한반도비핵화가 될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하나의 수단으로 핵 보유국 지위를 확보했다는 논리다. 결국 북한이 핵 보유국 선언을 한 상황에서 핵이 방어용이든 공격용이든 이를 폐기하기는 더욱 어렵게 됐다.
넷째, 정책과 관련해 북한이 개혁개방 정책을 취할 것이냐 아니면 현상유지에 머무를 것이냐 하는 문제이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북한이 취한 변화양상은 가히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다. 그리고 살펴본 바와 같이 북한은 매우 적극적인 개혁개방 조치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변화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맞게 될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속도를 내지는 못할 것이다. 결국은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이루어져야 보다 전향적인 조치가 가능할 것이다. 등소평이 1970년대 말 자본주의와의 전쟁을 피할 수 있다고 말하며 적극적인 개혁개방 정책을 취할 수 있었던 것은 등소평이라는 혁혁한 지도자가 있었기 때문이지만 이 무렵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이루어졌던 것을 눈 여겨 보아야 한다.
김정은 시대 들어 북한은 당 규약 개정을 통해 당면목적으로 사회주의강성국가를 제시했다. 북한이 추구하는 국가목표가 바뀌었음을 천명한 것이다. 물론 당 규약 상의 목적만으로 북한의 국가목표를 단순화 하는 데는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북한이 구체적으로 적시했다는 점에서 이를 북한의 새로운 국가목표로 설정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다.
북한이 강성국가를 처음 내온 것은 2012년 신년공동사설에서 였다. 김정일 사망 직후에 발표된 신년공동사설에서 강성대국과 함께 강성국가라는 용어를 수차례 사용했다. 그리고 2012년 4월 11일 열린 노동당 제4차 대표자회서 개정된 당규약에서 당의 당면목적으로 사회주의강성국가를 공식 언급했다.
당 규약을 통해 본 북한의 국가목표는 사회주의완전승리 단계 (김일성 시대) -사회주의강성대국 건설 (김정일 시대) - 사회주의강성국가 건설 (김정은 시대) 등으로 변해 왔다. 각 시대별 국가목표는 형식상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내용면에서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김일성 시대의 사회주의완전승리는 사회주의발전 단계 속에서 하나의 단계를 설정한 것으로서 과도기론에 입각한 발전 도정의 위치를 말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정일 시대의 사회주의강성대국은 과도기론을 배제했다는 점에서 김일성 시대의 국가목표와 성격적으로 다르다. 다만 이상적인 국가 모습을 그리는 등 추상적 의미를 내포한 목적지향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다.
김정은 시대 국가목표로서 강성국가는 역시 과도기론을 배제한 가운데 강성대국과 달리 현실을 인정하는 가운데 실현 가능한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향해 나가자는 추동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북한의 국가목표로서 사회주의강성국가는 첫째, 사회주의체제의 견지, 둘째 과도기론의 수정 또는 폐지, 셋째 국가주의를 지향하는 가운데 현실 직시 등의 의미를 지닌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회주의강성국가라는 용어가 김정일 사망 직후인 2012년 1월 1일 공동사설에서 처음으로 제기되고 곧 이어 노동당의 당면목적으로 언급되는 등 김정은 시대의 국가목표(비전)로 자리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설명은 없다. 따라서 북한의 새로운 국가목표로서 사회주의강성국가의 논리 체계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그 동안 북한에서 제기된 여러 가지 주장들을 종합하여 정리할 수밖에 없다. 북한의 주장은 때로는 모호하고 중첩된 표현도 있어 주관적 해석을 더했다.
북한의 국가목표로서 사회주의강성국가는 경제강국과 문명(강)국 건설을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 여기서 양자는 대등한 것이라기보다는 경제강국을 상위에 두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주 대상이 경제강국이고 문명국이 이를 보완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강성국가 또는 경제강국 건설을 강조하면서 인민생활 향상을 등치시키고 있는 데서 추론할 수 있다. 즉, 북한은 인민생활 향상을 강성국가 건설을 위한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강성국가 및 경제강국 건설에 모두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강성국가 건설은 경제국가 건설을 토대로 하며 이는 곧 인민생활 향상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문명국 건설 역시 인민생활 향상과 밀접히 결부되어 있다.
북한이 경제강국 건설을 위한 중점부문으로 지식경제강국 건설을 설정한 것은 낙후된 경제를 일거에 발전시키기 위해 지식·정보를 토대로 한 첨단 과학기술 개발에 주력할 계획임을 시사한다. 즉 육체노동이 아니라 지식·정보를 토대로 한 첨단 과학기술을 개발하여 이를 경제에 접목시켜 새로운 산업혁명을 일으킴으로써 지식경제강국을 건설해야만 경제강국에 이를 수 있다고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00년대 초 개혁개방을 추진하면서 이른바 ‘단번도약’을 통해 낙후된 경제를 일거에 발전시키려는 계획을 추진한 바 있는데 이의 변형인 셈이다. 이를 위해 북한은 과학·기술자들을 우대하는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하는 가운데 공장의 자동화 및 무인화를 독려하고 있다. 또 체신·통신분야에서의 개발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북한이 문명국 건설을 사회주의강성국가의 목표의 하나로 내세운 것은 주목된다. 이러한 목표설정은 저(低)발전된 북한사회와 낙후된 주민생활에 대한 현실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를 주요 목표로 내세운 이후 북한은 북한사회의 후진적 제도를 개선하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일련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북한이 문명국 건설의 중점부문으로 체육강국 건설을 제시한 것은 일부 종목의 경우 국제무대에서 통할 수 있고 북한주민들로부터도 관심을 끌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라는 점이 작용한 것 같다. 즉, 북한으로서는 체육입국을 통해 국내외에서 북한사회의 변화를 드러냄으로써 이미지 쇄신을 꾀하는 한편 북한주민들의 관심을 비(非)정치분야로 돌려 현실적 불만을 잠재울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2012년 11월 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통해 당 기구로서 국가체육지도위를 조직한 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서도 엿볼 수 있다.
북한이 당 규약에서 국가목표를 바꾼 것과 일련의 변화양상은 서로 밀접히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의 국가전략을 과거와 다르게 해석 해야 할 당위성을 제공한다. 북한의 국가목표인 사회주의강성국가를 토대로 할 경우 북한의 국가전략은 발전전략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남북한이 대립하고 있고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국가전략을 발전전략 차원에서만 말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보이는 호전적 공세적 태도가 남조선혁명을 위한 혁명-대남전략이냐 아니면 체제안전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안보전략이냐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중국이 발전지향적인 국가목표를 세운 후 이를 위해 발전전략 차원의 국가전략을 수립해 추진해 온 것을 눈 여겨 보아야 한다. 이렇게 보면 북한의 국가전략에서 발전전략을 핵심적인 것으로, 혁명-대남전략을 부수적인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김정은 체제하에서 핵심 전략노선으로 제시한 경제-핵무기건설 병진 노선도 핵무기건설을 언급함에 따라 공세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방점은 경제건설에 두어져 있다. 1960년데 중반 경제-국방건설 병진 노선과는 다르며 따라서 달리 해석해야 한다.
북한의 국가전략을 중국의 ‘하나의 중심(경제건설) 두 개의 기본점(개혁개방과 4항견지노선)’과 비교할 수 있다. 북한을 중국의 경우에 대입하면 하나의 중심에 해당하는 것은 사회주의강성국가의 모토로 제시한 인민생활 향상을 들 수 있다. 두 개의 기본점과 관련, 우선 강성국가의 주된 목표인 경제강국 건설을 위한 경제건설 및 문명국 건설을 위한 문화적 선진화를 들 수 있다. 그런데 경제강국과 문명국 건설의 성패는 북한이 얼마나 개혁적 조치를 취하느냐에 달려있다는 점에서 개혁개방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변화를 추구하는데 따른 저항세력을 다독이고 사회주의체제를 견지하기 위한 전략적 마지노선으로는 사회주의 견지, 김일성-김정일주의 견지, 당의 유일적 영도 견지 등을 생각할 수 있다.
현시점에서 북한의 변화양상에 대한 상반된 평가는 불가피하다. 그렇지만 북한의 변화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석한다면 북한의 국가목표의 변화와 함께 국가전략도 변한 것으로 보아야 할 개연성은 충분하다. 물론 최근의 변화 움직임이 얼마나 지속되고 또 어느 정도까지 현실화될 것인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그 동안의 북한 행태에 비추어 보면 다시 과거로 회귀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북한에서의 움직임은 몇 가지 점에서 이전과 다른 특징을 보이고 있다. 첫째, 김정은이 최고지도자로 등장한 이후 진두에서 변화를 이끌고 있으며 당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점이다(변화주체). 둘째, 북한이 처한 현실을 인정한 바탕 위에서 변화를 추진하고 있는 점이다(변화배경). 셋째, 민심을 의식하며 주민들의 마음을 사는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점이다(변화방향). 넷째, 규범적 제도적 측면에서 변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새로운 조치들이 제시되고 있다는 점이다(변화내용).
이 같은 특징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아직 대남 및 대미 관계에서 뚜렷한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여전히 혁명-대남전략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결국 관건은 북한 핵을 공격용으로 볼 것이냐 방어용으로 볼 것이냐 하는 점이다. 북한은 여전히 이를 방어용 또는 협상용으로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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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회 전문가 정책포럼 참석자 기념찰영. [사진제공-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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