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헌법파괴 세력이 위헌을 주장하는 세기의 코메디"

<참여연대.민변,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 긴급 토론회>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3.11.08 21:30:32
트위터 페이스북

 

   
▲ 참여연대와 민변은 8일 '정부의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 긴급토론회'를 갖고 '헌법파괴세력이 위헌을 주장하는 세기의 코메디'라며 진보당 해산을 시도하는 정부를 강력히 비판했다.[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8일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정부의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 긴급토론회'를 갖고 정부의 해산심판 청구에 대해 '헌법파괴 세력이 위헌을 주장하는 세기의 코메디'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토론회에는 한상희 참여연대 운영위원장(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재화 민변 사법위원회 부위원장,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형철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실행위원이 참석했으며, 시종 진지한 분위기속에서 1시간 넘게 진행됐다.

진행을 맡은 한상희 교수는 여는 말에서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으며,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과연 그 일은 옳은가,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문제의식은 이번 토론회에서도 유효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으며, 실제 토론도 그렇게 진행됐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지난 5일 법무부가 발표한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 보도자료를 토대로 해당 청구가 근거나 증거가 미비하고 해석과 실행의 타당성도 갖추지 못했다며, 법무부 발표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참석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정부의 해산심판 청구는 대명천지의 코메디'라며, 사법의 정치화, 법에 의한 지배를 우려했다.

김종철 교수는 법무부 보도자료에서 나타난 청구이유를 "통합진보당의 이념인 진보적 민주주의 , 민중주권주의가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는 것으로 정리하고 "진보적 민주주의라거나 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이라거나 하는 것은 다원적 민주주의에서 통상 용납되는 것이고, 특히 민주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우리 헌법의 정신과 배치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일련의 흐름을 보면 이번 청구도 우리 헌법이 예정하고 있는 헌법수호적인 진지함과 엄중함에서 나왔다기 보다는 정치적 수단으로 가볍게 사용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으며, 이 대목에서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시민사회는 국정원 댓글사건으로 상징되는 선거부정을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하고 있고 이에 정부는 NLL대화록 유출과 불충분한 증거를 무릅쓰고 이석기 내란음모사건을 터뜨렸으며, 검찰총장이나 수사팀장에게 공공연한 압력을 행사해서 '찍어내기'를 감행하고 전교조의 법외노조화 시도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 다음에 또 하나의 카드로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위헌정당 해산명령 청구가 나온 것"이라고 김 교수는 해석했다.

또 청구 자체로는 해산이 되지 않지만 그 자체가 가지는 정치적 의도는 분명히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 한상희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 교수는 "사안이 급박해서 대통령 외유중에 국무회의 의결을 하게 됐다고 하지만 헌재가 이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증거조사, 구두변론, 논증에만도 최소한 수개월이 걸린다. 증거조사도 불가피할 것이고 구두변론도 치열하게 진행돼 논증을 거쳐야 되는 만큼 6개월 이상이 갈 수 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또 "증거가 불충분해서 최종결정을 내리기 힘들다거나 혹은 그런 혐의는 있어서 제소 자체는 정당하지만 해산을 결정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절충적 판결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김 교수는 판단했다.

이밖에 "법무부 TFT가 2달간 준비했다는 실무 절차적 준비에서 과거 유신독재 시절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서 만들어진 공안조서와 비슷한 수준에서 작성된 자료를 가지고 헌재가 청구 측인 정부의 기대대로 해산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공안파들은 "해산결정이 나는 것을 기대하지도 않고 증거가 불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일단 저지르는 것이 손해볼 것은 없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며 "그들이 볼때 해산결정이 나면 제소도 정당한 것으로 되기 때문에 좋은 일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활용할 수 있으니 이건은 그들에게 꽃놀이 패"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헌재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지만 헌재 역시 무오류성은 아니며 다양한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결론을 내리고, 이번 청구로 헌법재판제도를 축소시킬 수 있는 위험뿐만 아니라 정치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중요하게는 선거부정 의혹과 관련한 여러가지 연합전선의 고리들, 그중 정치세력적인 측면에서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이 선거부정에 대해 같이 촛불시위에 참여하고 있는데, 통합진보당에 대해 종북문제를 가지고 해산명령 청구를 하게되면 이제 선거부정과 관련한 연합세력들간에 협력이 흐트러진다"고 예상할 수 있다고 김 교수는 언급했다.

결국 이번 통합진보당 해산명령 청구는 "사상의 자유를 탄압하고 소수파의 정치활동을 억압하기 위한 것"이며 "정치적 소수파를 억압하고 정략적 목적으로 정국을 끌고 가겠다는 유신의 잔재로서의 의도가 있다"고 김 교수는 결론 지었다.

이런 정부의 의도가 국민들속에 먹혀 들어가고 있는 원인으로 김 교수는 "선거법과 정당법에서 주권을 가진 국민들이 정치를 하지 못하도록 묶어놓고 사전선거운동 금지 등 기타 독소조항을 통해 기득권을 가진 기성정치인들만 정치를 편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체제의 문제"를 꼽았다.

"87년 체제로 상징되는 제1기 민주화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극복하고 정치관계법을 민주적 기본질서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전면 개혁해 정치활동의 자유를 전면화하는 정치개혁운동을 본격화"하는 것이야말로 앞으로 시민사회가 마련해야 할 대안"이라고 김 교수는 주장했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정당해산'

한상희 교수는 발제문에서 먼저 세계적으로도 정당해산을 법률적으로 결정한 사례가 거의 없어 연구결과도 찾기 힘들다며 당연히 일반화된 이론이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법무부가 보도자료에서 열거한 정당해산 사례가 60년이나 지난 과거 독일과 극히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한 터키의 몇몇 사례에 국한된 것도 이 때문이다.

한 교수는 유럽평의회 산하 '법을 통한 민주주의 유럽위원회(베니스위원회)'의 지침을 소개하면서 "정당은 민주주의의 핵심인 만큼 정당의 보호는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기본 테제를 이루며, 정당보호의 기본적 틀은 정치체제의 다원성을 보장하는데 맞춰져야 한다"고 해석했다.

베니스위원회는 지난 1999년에 최초로 작성하고 2009년 터키의 이슬람 근본주의 정당 해산문제와 관련해 재확인한 "정당을 결성할 자유를 포함한, 결사의 자유는 다원주의적인 민주주의의 시금석으로 간주돼야 한다"는 지침과 경구를 제시한 바 있다.

한 교수는 "현대국가에서는 민주주의 기본전제인 다양성과 다원성을 보장하기 위해 소수정당을 다수 정파의 권력으로부터 보호하는 수단으로 위헌정당 해산제도를 규정하고 또 그렇게 운영하고 있다"며 "어떠한 정당이라도 폭력에 의해 체제를 파괴하고자 하지 않는 한 헌법의 보호를 받아야 하며, 그 어떤 정당이라도 체제에 대한 현실적인 위험을 야기하지 않는 한, 그리고 그 위험에 대한 충분한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 한 강제해산 당하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현대국가의 확약"이라고 강조했다.

즉 '위헌정당 해산제도'는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로 의미를 가지며, 집행되지 않음으로써 더 나은 민주적인 체제를 만들어낼 수 있는 제도라는 것이다. 집행되지 않는 만큼 소수정당은 더 많은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 헌법에서는 베니스위원회에 앞서 지난 1960년 4.19혁명을 거치면서 제3차 헌법 개정과정을 거치면서 '위헌정당 해산' 관련 조항이 수용됐다.

이 헌법조항은 정부가 의결한 취지와 달리 1958년 정부의 행정처분으로 '진보당'을 해산시킨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정당을 손쉽게 해산시키지 못하게 하기 위해 헌법 제8조 제 4항에 명문화해 신설된 것이다.

한 교수는 당시 헌법개정안기초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정헌주 의원이 제안설명에서 "헌법에 이것을 두는 것은 정당의 자유를 좀더 효과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까닭"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며,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민주주의의 적을 찾아내고 공격하는 바이마르 독일 방식이 아니라, 소수정당을 보호함으로써 민주주의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장하는 다원주의적 민주주의를 지향"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이재화 변호사는 박정희.전두환.노태우 군사정권을 거친 지난 53년동안 한 차례도 이 조항이 적용되지 않았던 것도 이 조항의 취지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오늘날의 정당강제해산제도는 극단주의 정당 혹은 한계정당을 대상으로 한 것이며, 반민주적인 입장을 가진 정당조차도 그것이 의견과 주장에 그치는 한 철저히 보호하고 있다는 것이 토론 참석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위헌정당 해산의 요건에 맞는게 하나도 없다

그렇더라도 있을 수 있는 위헌정당을 해산하기 위해서는 어떤 요건이 충족돼야 할까?

한 교수는 구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지난 1951년 사회주의제국당을 해산하는 판결에서 밝힌 요건과 최근 베니스위원회가 제시한 6가지 요건을 소개했다.

1.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고자 하는 항시적이고도 확정적인 목적을 가져야 하며, 2.이러한 목적이 확정된 계획에 의해 3.정치행위로 명백히 표출되어야 하며, 4.이러한 점들이 높은 수준의 증거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한다.(이상 구 독일연방헌법재판소)5.그러한 정당이 민주주의에 대해 실질적인 위험을 야기하여야 하며 6.그 정당이 야기하는 위험과 정당해산이라는 조치 사이에는 상당한 법익의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비례성의 요청까지 감안하여야 한다.(이상 베니스위원회)는 등이다.

이로부터 본격적으로 법무부 보도자료를 헛점이 파헤쳐졌다.

먼저 법무부는 첫 머리에서 'RO의 내란음모로 활동의 위헌성이 소명되었음'이라고 밝혀 4의 요건을 위반했으며, 검찰은 RO라는 조직이 있을 수 있다는 가설만 제기할 뿐 기소내용에 포함시키지도 못했다는 점이 지적됐다.

그러다보니 RO와 위헌정당의 요건으로서의 폭력성(위 6)의 관계는 물론 통합진보당의 관계에 대한 검찰의 주장은 소명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픽션에 상당할 지경이라고 한 교수는 언급했다.

법무부는 일심회, 왕재산 등 간첩단 사건을 통해 북한이 통합진보당에 개입했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개인의 수준을 넘어 정당의 목적(위 1, 2)이나 활동(위 3)으로 간주될 수 있는 고리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설명할 수 없는 일종의 정황증거 내지는 소명만 나열돼 있는 수준이다.

또한 통합진보당의 당헌과 강령의 표현을 문제삼아 우리 체제를 부정하고 북한의 주장과 일치한다는 법무부의 발표에는 아예 설명 자체가 없어서, 법무부의 생각, 느낌, 추론, 주관적 해석일 뿐 객관적이고 실증적으로 확정할 수 있는 그 어떤 명제도 구성하지 않는다고 한 교수는 설명했다.

위 1, 2를 충족시키기에는 너무 많은 것들이 생략돼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이 조직을 위헌정당으로 규정하기 위해서는 법무부 발표를 따르더라도 폭력을 담당하는 RO와 비폭력 활동 영역인 통합진보당의 분업체계와 양자 관계에 대한 입증이 별도로 이루어져야 하지만 현재 RO에 대한 재판이 진행중이어서 판단의 증거가 있을 수 없다는 점도 드러났다.

법무부는 위 5, 6과 관련해 통합진보당의 '차세대 종북세력 양성 가능성'과 '개별적 국가보안법 위반처벌 및 제명.자격심사만으로는 한계'라는 대체수단의 부재를 진술하고 있지만 RO를 중심으로 한 내란음모의 위험이나 북한과의 연계를 통한 위험도 소명돼 있지 않다.

단지 '통합진보당 전체의 종북정당화'라는 제목에서 또 다른 위험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인데, 가당치 않게도 전 국정원 심리전단 단장은 법정에서 "국정원 내부에 종북개념이 있느냐는 질문에 '모른다'고 답변"하는 등 종북의 개념조차 제대로 규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종북이 야기하는 위험을 실질적으로 특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한 교수는 주장했다.

한 교수는 더우기 법무부가 외국사례로 거론한 터키복지당의 해산은 보도자료의 발표처럼 2001년의 1심 결정발표가 아니라 2003년 만장일치로 내려진 전원합의체 결정이 법적의미를 가진다며, 두달간 준비했다는 법무부 TFT의 불성실을 질타했다.

   
▲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한편, 김 교수는 헌법 제8조의 규정에 따른 정당해산제도는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 때에 정부의 제소에 따른 헌재의 결정으로 정당의 해산여부를 가리는 제도"라며, "다원적 민주주의 정신에 반할 수 있는 방법으로 민주주의를 방어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독재자들이 독재를 위해 악용할 수 있는 위험성이 매우 높은 양날의 칼과 같은 제도"라고 해석했다.

김 교수는 "이처럼 초입헌적 제도로 악용될 위험성이 높아서 정당해산은 통상의 헌정제도가 효과적으로 지속될 수 없는 비상한 사태에 아주 엄격한 요건하에서만 최후적이고 보충적으로 행사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특히 정당해산의 요건으로 헌법이 유일하게 특정하고 있는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해 "정치적 자유와 자치의 최대한의 보장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핵심적 내용이 되어야 하며, 단순하게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라는 선별된 정치철학의 결합으로 박제화돼서는 입헌민주공화국을 근간으로 하는 헌법정신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 교수는 핵심사안중 하나인 '이석기 내란음모사건'은 재판중에 있고 사실관계 자체가 논란의 대상인만큼 결과를 본 후 판단해야 하며, '비례대표 부정경선' 역시 일부 법원에서 판단이 엇갈리고 있는데다 향후 선거에서 국민의 심판으로 해결돼야 할 사안이라고 보았다. 이런 사안을 정당해산 사유로 삼는다면 역으로 현금공천, 대표성이 약한 공천심사위를 통한 공천 등도 동일한 사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부적절한 논리라고 공박했다.

결론적으로 김 교수는 이번 통합진보당 해산명령 청구 의결은 내용에 있어서 "헌법이 국가권력을 발동할 때 준수해야 할 제1원칙인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법치주의를 부정한 공권력의 남용"이라고 못박았다.

또 제소절차상에도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강조했다.

"헌법수호 제도를 신중하게 행사한다는 진지성과 엄중함이 결여돼 있다"는 것이다.

필수절차인 국무회의를 통상의 차관회의를 건너뛴 채 진행한 것이나 국무위원들에게 검토에 필요한 충분한 시간을 보장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헌법절차적으로 정부수반인 대통령이 심의절차에 관여하지 않고 외유중에 전자결재로 의결이 이루어진 점은 매우 중대한 절차상의 하자라고 김 교수는 주장했다.

정당해산을 헌법 제89조 제 14호에서 국무회의의 필수심의사항으로 정한 것도 극단적 조치인 정당해산에 대해 대통령이 국민의 대표행위를 수행할 것을 요구한 것이라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더군다나 체제전복의 국가긴급상황은 대통령이 외유중이라는 사실로부터도 반증되는 것인만큼 급박한 위험을 들어 심의과정을 졸속으로 진행한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 이재화 민변 사법위원회 부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됐는지'를 판단의 주요근거로 삼아야 한다고 전제하고 먼저 통합진보당의 자신의 목적을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도록 설정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은 당헌 2조에 "우리 당은 민족자주, 민주주의, 평화통일을 실현하고 민중이 주인되는 평등세상 건설을 목적으로 한다"고 목적을 규정하고 있는데, 민중이 주인되는 평등세상은 북한에서 사용하는 인민민주주의와 같은 주장이라는 법무부의 발표는 '독자적인 견해'일 뿐이라고 이 변호사는 일축했다.

또 "민중들만이 주권을 갖는 사회를 만들겠다, 또 민중 아닌 사람들에게는 투표권을 주지 않겠다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반되는 것이겠지만 통합진보당이 정권을 획득하더라도 이건희 씨 같은 사람으로부터 국민투표권을 배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당연히 민중이 주인돼야 하며, 국민주권의 원리에 부합하며, 구체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통합진보당의 당헌상 목적은 대다수 민중이 1%의 특권층과 대등하게 대접받는다는 것을 의미"하며, 오히려 "특권층과 지배층만을 위한 정당이야말로 헌법적 가치질서를 위배하는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 변호사는 통합진보당이 당헌 전문에서 "통합진보당은 노동자.농민.어민.도시빈민.중소영세상공인의 정당이며, 여성과 장애인, 청년과 학생, 양심적 지식인의 정당"이라고 민중의 개념을 구체화했는데, "너무나 당연하고 옳은 정리아니냐?"고 반문했다.

한편 이 변호사는 문제가 된 RO활동을 통합진보당의 활동으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검사가 공소제기한 내용에 대한 판결이 나지 않았다는 문제는 차치하고 검사의 공소장을 보면 통합진보당 전체의 활동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거꾸로 RO활동을 만약에 통합진보당의 조직적 활동이라고 보았다면 이정희 대표부터 구속시켜야 되는 일"이라며 "7명이 기소된 RO에서 의미있는 당직을 갖고 있는 사람은 경기도당 위원장 뿐 핵심 대의원이나 중앙 간부는 없다. 이 사건은 위법적으로 수집된 증거로 도배가 돼 있는 사건일 뿐이다"라고 역설했다.

구체적으로 "모임에서 녹취록이 짜집기 돼 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고 감청허가서를 갖고 가서 민간인이 녹취를 한 것은 마치 구속영장을 수사기관이 집행하지 않고 동네 수위아저씨가 집행하는 것과 같은 일"이라고 비유했다.

이 변호사는 "RO사건이 유죄로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며, 유죄가 나오더라도 기소된 7명과 국가보안법위반의 범죄는 될 수 있겠지만 통합진보당 전체의 활동에 대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며 "통합진보당이 사전 사후에 RO와 관련한 추인을 했다는 어떤 근거도 없고 이런 주장 자체가 없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통합진보당은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표현을 써서는 안되나?

또 과거 김일성 주석이 1945년 한 강연에서 사용한 용어인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언명이 통합진보당의 당헌에 나타났다는 것을 위헌정당의 근거로 제시한 법무부 발표에 대한 반박이 이어졌다.

한 교수는 '진보적 민주주의'는 1915년 H.Croly가 출판한 'Progressive Democracy'라는 책 제목이며, 현재에도 활동중인 '진보적민주주의를 위한 미국연구소'라는 단체의 이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사용되는 정치 용어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를테면 어떤 사람이 말하는 진보적 민주주의는 다른 사람이 말하는 진보적 민주주의와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북한의 주장을 잣대로만 판단한다면 북한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수 있도록 대문을 활짝 열어주는 것이어서 오히려 그런 논리가 반헌법적 민주질서 위배"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지금 국정원 등 국가기관이 대선에 개입해 선거제도의 근간을 흔들었다는 것이 사실로 밝혀지고 있고 그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를 위해 국정원 개혁을 주장하는 것은 자유민주헌법을 지키기 위한 소중한 헌법수호 활동"이며, "이런 행위를 북한이 지지한다고 해서 국정원 개혁이 북한의 지령에 따라 움직이는 반체제행위가 될 수 없는 것이고 오히려 이를 탄압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일침을 놓았다.

이 변호사는 "진보적 민주주의로 김일성주석이 썼던 표현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해석의 여지가 없도록 세계적인 사전에 등재한 개념도 아닌 것을 당헌 전문에 "진보적 민주주의 기치아래 자주와 평등, 평화와 통일, 민주와 민생, 생태와 평등을 최고의 가치로 추구한다"고 명시했다고 해서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배한 것이라고 지적하는 것은 넌센스"라고 말했다.

   
▲ 김형철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실행위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또 "북한이 사용하는 용어를 같이 사용했다고 해서 헌법 위반이라고 하면 북한이 우리 헌법의 내용을 수정하고 변경하는 권한을 가진 지위로 격상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주장이야말로 '종북'적이다"라고 역공을 취하기도 했다.

한 교수는 미국의 도색잡지인 허슬러의 발행인인 래리 플린트의 법정 소송을 다룬 영화 '래리 플린트'에서 주인공이 기자들에게 "법이 나같은 쓰레기를 보호한다면 당신들 모두도 보호할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최악이니까"라고 말한 내용을 인용해, "법이 통합진보당을 보호하지 않는다면 당신 모두도 보호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지금 이 순간 '당신'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언제든 '당신'들이 보호받지 못한 순간이 온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요즘트위터페이스북더보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