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생이 앞으로 살아갈 한국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우울한 형편에 처해 있다. 보건복지부의 사망 원인 발표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의 자살사망자 수는 1만 4872명이다. 매일 40.6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셈인데, 50대 자살사망자 수가 3151명(21.2%)으로 가장 많았다. 자살률(인구 10만 명당 26.2명)은 OECD 평균인 10.8명에 비해 2.4배 높으며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80세 이상 자살률은 무려 78.6명에 달한다. 자살은 10대부터 40대까지 사망원인 1위이고 50대에는 2위이다.
가처분소득 기준 2023년 65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38.2%이다. OECD 평균(14.8%)의 약 3배이고 회원국 중 1위다. 65세 이상 인구 10명 중 4명이 빈곤선(2023년 기준 1879만 원) 이하로 생활한다는 의미다. 극심한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1971년생의 노후를 기다리고 있다. 입소스(Ipsos)의 글로벌 행복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행복도는 2011년 71%에서 2024년 48%로 23%포인트나 급락했으며 30개 조사 대상국 중 헝가리와 함께 공동 최하위였다.
수출 10억 불의 해에 태어난 1971년생은 수출 7000억 불의 해에 태어난 2025년생에게 어떤 미래를 물려줄까?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경제 구조는 또다시 탈바꿈하고 있다. 1971년생이 농업 기반 경제가 제조업 기반 경제로 전환하는 시대에 성장했듯, 2025년생은 디지털 경제, 포스트 디지털 경제로 전환이 가속화되는 시대에 성장하게 될 것이다. 희망컨대 1인당 국민소득도 4만 불을 넘어 훨씬 더 높아질 것이다. 디지털 전환이 양극화사회, 불안사회, 경쟁사회, 위험사회, 불행사회를 더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그런데 1971년생은 그들이 살아왔던 시대, 그들이 지금 살고 있는 사회와는 질적으로 다른, 소박한 표현이지만 사람답게 살 만한 사회를 2025년생에게 물려줄 수는 없을까? 그래서 1971년생의 자녀 세대도 손자 세대도 아닌 2025년생은 경쟁이 지옥으로 들어서는 관문이 아닌 사회, 서로를 존중하며 차별을 금지하는 사회, 그래도 함께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공동체 의식과 분위기가 팽배한 사회에서 청소년기를 보낼 수 있을까?
인기 드라마였던 <응답하라 1988>의 주인공인 서울 쌍문동 골목길 동갑내기들 역시 1971년생이다. 드라마이기는 했으나 그들의 부모는 그래도 사람답게, 행복하게 살아가는 법을 물려주려고 애썼다. 사람 맛 나는 삶을 자녀들에게 보여 주었다. 그 골목길의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남긴 것은 돈이 아니라 서로의 사정을 헤아리는 규칙이었다. 서로의 어려운 사정을 이해하고, 아이가 아프면 함께 돌보고, 갈등이 생기면 얼굴을 맞대고 풀어내는 대화의 기술이었다. 지금 한국 사회가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기술이다.
수출 7000억 불의 해에 태어난 2025년생에게 1971년생이 남길 유산은 더 큰 숫자로 표현되는 경제 규모가 아니라, 그 경제가 사람의 삶을 지켜주는 방식과 조건이다. 성장과 위기를 동시에 경험한 증인으로서 1971년생은 사람 맛 나는 사회, 공존할 수 있는 미래를 남기는 일에 힘써야 하지 않을까? 그 일은 1971년생만의 과업은 아닐 것이다. 그 일이 개인의 선의와 미담의 영역에 남겨질 수도 없다.
수출 7000억 불 달성 소식이 전해지기 2주일 전인 2025년 12월 15일, 국무총리 소속 '사회대개혁위원회'가 출범했다. 시민사회·정당·정부가 함께 실천 가능한 개혁 과제를 사회적 합의로 도출하겠다는 취지다. 정치·민주, 경제·민생, 사회·교육, 기후·평화·역사 등 4개 분과위원회도 구성했다. 연대가 손해가 되지 않도록, 돌봄이 가족에게만 전가되지 않도록,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고 사회의 규칙을 다시 짜는 대개혁이 이 위원회를 통해 시작되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수출 7000억 불의 해에 태어난 2025년생이, 사회대개혁과 함께 성장기를 보낸 '인간화 세대'로 역사에 기록되기를 소망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권연대 주간 웹진 <사람소리>에도 실립니다. 글쓴이 강대중 인권연대 칼럼니스트는 현재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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