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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일 뇌물 브로커 녹취록 공개…"군수님 지시사항" 공무원 실명까지 등장

영광군, 브로커 배우자 명의 안 팔리던 땅을 '공공용지 협의 취득'으로 매입…해외 도피 직전 타이밍

2026-03-23 06:09:21

 

장세일 영광군수의 뇌물 수수 의혹을 뒷받침하는 결정적 증거가 추가로 공개됐다. 뇌물을 전달한 브로커 두 명이 나눈 대화 녹취록에는 수의계약을 집행한 영광군 공무원의 실명이 등장했고, "군수님 지시사항"이라는 발언도 포함돼 있다. 브로커 중 한 명의 배우자 명의 토지를 영광군이 '공공용지의 협의 취득' 명목으로 매입한 등기부등본도 확인됐다. 장세일 군수 측이 주장하는 '함정 영상'과는 거리가 먼, 장기간에 걸친 조직적 뇌물 수수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브로커 녹취록, "군수님 지시사항" 발언까지

뉴탐사가 입수한 녹취록은 2026년 2월 9일 밤 9시 11분, 전남 영광군 찬수네횟집 앞길 건너편 인도에서 녹음됐다. 대화자는 뇌물 전달에 관여한 브로커 정O진 씨와 정O성 씨다. 정O성 씨는 지난해 9월 장세일 군수의 딸에게 500만 원권 수표 6장, 총 3천만 원이 든 봉투를 직접 건넨 인물이다. 정O진 씨는 이보다 연배가 높은 공범이다.

녹취록에서 정O성 씨는 "최길성이 부서 날아갔어요"라며 수의계약을 담당했던 영광군 공무원의 인사이동 소식을 전했다. 정O진 씨는 "최길성이랑 통화해보고"라고 답했다. 정O성 씨가 "최길성이랑 바뀌었어요"라고 하자, 정O진 씨는 이렇게 말했다. "최길성이 전직인게, 인사 지시, 군수님 지시사항인게 이렇게 이렇게 하라고 지가 또 이야기할 거 아니야. 전, 전임이니까. 그니까 내가 통화해보고 타절할게." 수의계약이 장세일 군수의 지시로 이뤄졌다는 것을 브로커 스스로 인정한 대목이다.

2026년 2월 9일 브로커 정O진 씨와 정O성 씨의 대화 녹취록. 정O진 씨가 "군수님 지시사항인게 이렇게 이렇게 하라고" 발언한 부분이 표시돼 있다. / 녹취록 캡처

정O성 씨는 "2억이 있는데 이거를 지금 할지 안 할지도 모르고 아직 수요조사도 안 들어갔다"며 추가 수의계약이 지연되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이미 3억 5천만 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따낸 뒤, 추가로 2억 원짜리 공사를 노리고 있었다.

녹취록에는 수의계약 업체명 '에이텍'도 등장했다. 정O진 씨는 "(군수님한테) 그때 말씀드렸는디 에이텍인디 뭐 A, A가 뭐요? 근게 '아, 자네가 말한 대로 그 기여.' 근게 '아, 우리 팀 얘기는 에이스라 했다고.' 아, 그 말을 잘못, 내가 에이텍을 잘못 안 것이다. 그런 이야기했어 나한테"라고 전했다. 장세일 군수가 에이텍을 에이스로 잘못 알아들었고, 브로커가 이를 바로잡았다는 대화다. 장세일 군수와 브로커가 업체명을 직접 논의한 정황이 녹취록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실제 영광군 인사 기록을 확인한 결과, 최길성 씨는 6급 행정직으로 재난상황TF 팀장을 맡고 있었다. 브로커들이 납품하려 한 사업은 '스마트 재난 자동안전 알림 시스템'이었다. 최길성 씨의 업무와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그런데 최길성 씨는 올해 1월 1일자 인사에서 지역축제TF 팀장으로 전보됐다. 브로커들이 당황한 이유다. 최길성 씨에 대한 참고인 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7천만 원짜리 땅, 시가의 두 배로 사줬다

녹취록보다 더 결정적인 증거는 부동산 등기부등본이다. 정O진 씨의 배우자 임O숙 씨는 2014년 3월 17일 영광군 영광읍 녹사리 62번지 토지를 7천만 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에 거래가액이 명시돼 있다. 이 땅에 아파트를 짓겠다며 '이편한세상' 사업을 추진했으나 무산되면서 쓸모없는 땅이 됐다. 정O진 씨의 지인에 따르면, 정O진 씨는 이 땅을 팔아 달라며 주변에 부탁을 하고 다녔다.

그런데 2026년 1월 14일, 영광군이 이 토지를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에는 등기원인이 '공공용지의 협의 취득'으로 기재돼 있다. 주목할 점은 매입 직전인 1월 12일, 정주새마을금고에 설정돼 있던 근저당권과 지상권이 일제히 말소됐다는 사실이다. 이 근저당은 2020년 정주새마을금고가 설정한 것으로, 2021년 6월 채권최고액이 3억 2500만 원으로 변경됐다. 금융기관은 통상 토지 감정가의 60~70%를 대출하고, 채권최고액은 대출금의 120~130% 수준으로 설정한다. 역산하면 이 토지의 감정 시가는 3억~4억 원대로 추정된다. 그런데 정O진 씨 지인에 따르면 영광군은 약 6억 원에 매입했다. 시가의 1.5~2배를 쳐준 셈이다. 근저당이 풀린 지 이틀 만에 영광군 앞으로 소유권이 넘어갔다. 안 팔리던 땅이 '공공용지'로 둔갑한 데다, 시가를 훨씬 웃도는 가격에 매입된 경위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

▲영광군 영광읍 녹사리 62번지 등기부등본. 2014년 임O숙 씨가 7천만 원에 매입한 토지를 2026년 1월 14일 영광군이 '공공용지의 협의 취득' 명목으로 소유권을 이전했다. 매입 이틀 전인 1월 12일 채권최고액 3억 2500만 원의 근저당권과 지상권이 일제히 말소됐다. / 등기부등본 캡처

문제는 타이밍이다. 토지 매입 시점은 정O진 씨가 말레이시아로 도피하기 직전이다. 영광군이 브로커의 배우자 명의 토지를 시가 이상으로 매입해 주고, 브로커가 해외로 도피한 구도다. 이 토지 매입 대금이 해외 도피 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녹취록에서 정O진 씨는 장세일 군수를 향해 거친 욕설을 쏟아냈다. "군수가 씨O놈이 욕심이 하늘을 찌르더라. 야, 그 상놈의 새끼"라며 수의계약 규모가 기대에 못 미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O성 씨는 원래 기대했던 규모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것도 3억 5천 예산도 저게 잡아준 게 아니라 원래 5억이 서져 있었어요. 노인복지과에 5억이 서져 있고. 애초에 제가 처음 말씀드린 게 노인복지과랑 그리고 안전, 재난안전관리과에 5억 5천 잡혀 있으니까 한 군데로 몰아갖고 10억 수주 좀 해달라. 그렇게 해갖고 일을 보려 했는데." 원래 10억 원 이상을 기대했지만 3억 5천만 원에 그쳤다는 것이다. 장세일 군수와 무관한 사람이 군 예산 편성까지 꿰고 있을 리 없다.

정청래 대표 윤리감찰 지시, 그러나 뉴탐사에 연락 없어

뉴탐사가 돈봉투 전달 영상을 보도한 지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윤리감찰단에 감찰을 지시했다. 민주당 공보국은 출입기자들에게 "정청래 대표는 장세일 영광군수 관련 뉴탐사 보도에 대해 윤리감찰단에 감찰을 지시하셨습니다. 해당 기사의 진위 여부를 비롯하여 사실관계를 명확하고 신속하게 조사할 것을 지시하셨습니다"라는 문자를 발송했다.

네이버 기준으로 약 30건의 관련 기사가 쏟아졌다. 장세일 군수 측이 '조작 영상'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을 실은 매체는 9곳 정도에 그쳤다. 대다수 언론이 정청래 대표의 감찰 지시를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뉴탐사 보도에서 강진구 기자가 직접 한 발언을 인용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영상을 보도한 뉴탐사에는 윤리감찰단으로부터 아무 연락이 없었다. 오후 2시쯤 감찰 지시 소식을 전달받은 뒤에도 마찬가지다. 진위 여부를 확인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면, 영상 원본을 확보하고 있는 뉴탐사에 먼저 연락하는 것이 순서다. 장세일 군수 측도 뉴탐사에 어떤 해명이나 질문도 하지 않고 있다. 경찰에 고소했다는 말만 언론에 흘리고 있을 뿐이다.

정청래 대표는 그간 장세일 군수와의 각별한 친분을 대외적으로 과시해 왔다. 올해 2월 22일 이개호 의원 출판기념회에서 다수의 유권자들이 보는 앞에서 "우리 장세일 군수도 안녕하신지요"라고 언급했고, 설 연휴에는 장세일 군수가 지역구 의원보다 더 밀착해 정청래 대표를 수행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런 상황에서 감찰 지시를 내리지 않으면 '왜 감싸느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진정성 있는 감찰인지, 장세일 군수에 대한 후속 조치가 얼마나 신속하게 이뤄지는지가 관건이다. 강선우 의원의 경우 녹취 공개 후 2~3일 만에 제명 조치가 내려졌다.

36억 횡령 이호균도, 대법 확정 박우량도 감점 0%

장세일 사태의 배경에는 민주당 전남도당의 밀실 공천이 있다. 3월 20일 전남도당은 22개 시군 중 15개만 경선 참여자 명단을 공개하고, 나머지 7개 시군은 후보자에게 개별 통보하는 데 그쳤다. 경선 참여자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다음날, 신안군에서 박우량 군수가 경선 참여자 명단에 포함됐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박우량 군수 본인이 감점 0%라는 통보 문자를 주변에 공개한 것이다.

박우량 군수는 대법원 확정 판결로 군수직을 박탈당한 전력이 있다. 그런 사람에게 감점을 주지 않고 다시 군수 선거에 나서게 했다.

목포도 마찬가지다. 목포시장에 도전하는 이호균 목포과학대 총장은 2012년 전남도의회 의장 시절 국고보조금과 교비 등 총 36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전력이 있다.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여기에 박사 논문 표절률 41%라는 결과까지 나왔다.

뉴탐사가 접촉한 목포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공천관리위원회 산하 검증소위에서 이호균 후보의 감점 여부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공천관리위원회로 회부된 뒤 감점 5점을 주기로 결정됐다. 그런데 3일 뒤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는 말이 나왔고, 4일 뒤에는 재논의를 거쳐 감점이 사라졌다. 이 관계자는 "공천관리위원회가 누구 영향 아래 있겠느냐. 김원이 도당위원장 영향이 있고, 목포는 관심 지역"이라고 말했다.

이호균 총장 본인도 뉴탐사와의 통화(3월 3일)에서 김원이 도당위원장을 찾아가 "내가 뭘 잘못했냐"고 항의한 사실을 인정했다. 박지원 의원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그럼요, 가까웠죠"라고 답했다. 경쟁 상대인 강성휘 의원에 대해서는 "내가 좋아하는 동생"이라고 표현했다. 박지원 의원 밑에서 이호균 총장과 강성휘 의원이 '독수리 5형제'로 불릴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는 것이다. 다만 22일 추가 통화에서는 "나는 강기자와 통화 안 합니다"라며 전화를 끊었다.

김원이 의원은 "공천관리위원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이호균 후보에 대해 지시한 바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밀실 공천의 구조적 문제는 중앙당 지침에서도 확인된다. 페널티 대상자에 대한 감점 범위를 0%에서 20%로 설정해 공천관리위원회의 재량에 맡기고 있다. 0%부터 시작하니 감점을 아예 주지 않을 수도 있는 구조다. 정무적 로비가 끼어들 수밖에 없다.

여성 청년 후보에게만 15% 감점

같은 전남도당에서 정반대 사례도 나왔다. 강진군수에 도전하는 김보미 의원(38)은 강진군의회 의장 출신으로, 만 23세에 민주당에 입당해 13년간 활동했다. 전남 지역 유일한 여성 청년 군수 후보다.

김보미 후보는 과거 강진군의회 의장 선출 과정에서 당이 추천한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명 처분을 받았다. 본인은 반대 투표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당사자 해명을 듣는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제명됐다. 2021년 이재명 대표 취임 과정에서 대사면으로 복당했고, 2022년 지방선거에서는 이 건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갑자기 당론 위배를 이유로 15% 감점이 부과됐다. 당헌 당규에 '당론 위배'를 감점 사유로 규정한 조항은 없다. 별도 지침을 만들어 감점을 부과한 것이다.

반면 김보미 후보와 경쟁하는 차영수 후보는 전과 5범이다. 당헌 당규에는 파렴치 전과에 대해 감점을 주도록 명시돼 있다. 그런데 역시 별도 지침을 만들어 '당을 위한 헌신'을 이유로 감점을 면제할 수 있도록 했다. 당헌 당규에 없는 사유로 감점을 주고, 당헌 당규에 있는 사유의 감점은 면제하는 고무줄 잣대다.

김보미 후보는 뉴탐사 인터뷰에서 "4무 공천이라고 하는데, 여성이 없고 청년이 없고 혁신이 없고 공정이 없는 게 4무 공천"이라고 말했다. "할 말은 많지만, 또 어떤 사유로 내쳐질지 모르기 때문에 국민들이 다 아신다는 마음으로 버티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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