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제주 타운홀 미팅에서 한 발언도 제2공항 찬반 주민투표 이슈에 불붙인 측면이 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제2공항 문제에 대해 즉석에서 거수로 찬반 의견을 물은 뒤 "하지 말자는 쪽이 여기서는 조금 더 보이기는 한다"라면서 "어쨌든 여러분이 잘 판단하십시오"라고 간단히(?) 마무리하고 넘어갔다.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과 논리 전개를 해오던 대통령이 유독 최대 이슈인 제2공항 문제에 대해서는 평소와 다른 화법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대해 제주 사회 일각에서는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너무 무책임한 게 아니냐는 반응에서부터, 찬반 의견이 팽팽한 만큼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내비친 게 아니냐는 분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평가가 나왔다.
사실 대통령의 진의를 정확히 판단하기는 쉽지 않지만, 제주도민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겠다는 뜻으로 읽는 게 맞아 보인다. 현재 절차가 진행 중인 국책사업인 만큼 "법대로 하는 게 당연하다"라거나, "도지사가 책임지고 절차대로 마무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식으로 말할 수도 있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굳이 찬반 의사를 거수로 물어보고, '여러분(제주도민)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한 것은 주민투표 혹은 여타 방식의 도민결정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 같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러한 입장은 지난 2021년 9월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당시 KBS 제주 인터뷰에서 내놓은 제2공항 문제 해결의 방향성과도 일치한다.
"제2공항 문제는 결국 제주도민들의 의사가 제일 중요하고, 또 그것도 불합리한 의사가 아니라 합리적인 의사가 중요하고, 그게 과연 제주의 장기적 발전에 도움이 되고 또 제주도민들에게 이익이 되느냐, '장기적으로' '궁극적으로' 이 점에서 좀 판단을 해봐야 되는데... 사실 환경부의 입장도 중요하긴 하지만 제주도민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아직 최종적인 결론을 못 낸, 반대가 조금 많은, 이런 상태인데 합리적으로 설명해서 동의를 받을 수 없는 정책이라면 사실 정치가 도민의 뜻에 반해서 강행할 일은 아닌 거죠. 충분히 절차상으로 국가기관 상호 간에 협의도 해야 되겠고, 또 그중에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 도민들 간의 상호 토론을 통해서 합리적 의사결정이 되면, 그에 따르는 게 제일 중요하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제주 공약 1호인 '탄소중립 선도도시'와 대규모 공항 건설 정책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다. 제주 타운홀미팅에서 이 대통령이 도내 전기차 100% 전환 시기를 앞당기도록 장관과 도지사에게 거듭 촉구한 점과 연결해 또 하나의 공항 건설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도민결정권과 관련해 핵심적으로 제기되는 방법론이 바로 주민투표다. 직접 민주주의 원리에 비춰보면 갈등 사안 주민투표로 정리하는 것이 가장 명쾌한 해법이라고 할 수 있다. 도지사 후보들이 주민투표를 가장 많이 거론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숙의형 공론조사나 여론조사가 도민결정권의 방법론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주민투표에 대한 수용성이 가장 높게 나오고 있다. 2023년엔 공항 건설 찬반 여부와 관계없이 도민의 70% 이상이 주민투표로 결론을 내자는 데에 동의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주민투표가 시행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벽이 적지 않다. 주민투표를 반대하는 주요 논거 중 하나가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문성유 후보는 "현행법상 국가 사무인 제2공항 건설은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 위성곤 후보도 비슷한 이유로 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주민투표를 주장하는 측은 주민투표법 제8조(국가정책에 관한 주민투표) 제1항에 '주요시설을 설치하는 등 국가정책의 수립에 대한 주민의 의견을 듣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주민투표의 실시구역을 정해 관계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주민투표 실시를 요구할 수 있다'라는 점을 들어 반박하고 있다.
주민투표를 둘러싼 또 하나의 쟁점은 과연 투표 결과에 패자 측이 승복하겠냐는 점이다. 최근 수년간 실시한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반대의견이 오차범위 안팎에서 우세한 것으로 나타난 마당에 투표로 결정하는 게 타당하냐는 것이다. 찬성 측이 주민투표를 꺼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 반대 측은 어느 정도의 위험부담을 떠안고 주민투표를 요구하는 것은 그만큼 이 문제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라고 말한다.
갈등이 큰만큼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패배한 측이 깨끗이 승복해 모든 논란이 일시에 사그라드는 것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주민투표'이므로 일단 결론이 나면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적지 않다.
숙의형 공론조사나 여론조사 방식도 까다롭기는 마찬가지다. 공정한 절차와 내용을 정하는 과정이 주민투표 못지않게 진통을 겪을 공산이 크다. 만약 제주 제2공항 문제를 도민결정권에 의해 매듭짓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다면, 공론조사나 여론조사보다는 모든 제주도민이 참여하는 주민투표가 상대적으로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될 것 같다.
이번 지방선거, 제2공항 논쟁 끝내는 계기 돼야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