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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트럼프 암살 시도가 드러낸 미 정치의 폭력성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6/04/27 08:50
  • 수정일
    2026/04/27 08:5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이길주 뉴욕통신원

kiljy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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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4.27 07:15

  • 수정 2026.04.27 07:26

  • 댓글 0

국가·사회 어젠다를 선악으로 가르면서 폭력화

2021년 의사당 진입 점거 사태에서 드러나

총기와 폭력, 정치 언어로 둔갑한 위험한 시대

총을 들어 미국을 지키겠다는 '마가'도 문제

경호 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정치의 극한 대립

'외로운 늑대' 열린 공간 끌어낼 정치력 필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세 번째 암살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기자의 질문을 주의깊게 듣고 있다. 2026.4.25 워싱턴DC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기 취임 이후 처음 암살 시도를 겪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밤 8시쯤 백악관 출입기자단이 주최하는 연례 만찬에 참석했다. 약 30분 뒤 만찬장 밖 보안검색대에서 총격이 발생했고,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은 경호원들의 보호 아래 현장을 떠났다.

용의자는 만찬장에 진입하려는 과정에 총을 발사했고, 한 보안요원이 총격을 당했지만, 방탄조끼를 착용해 부상을 입지는 않았다. 현장에서 체포된 용의자는 캘리포니아주 토런스 출신인 31세 콜 토마스 앨런으로 알려졌다. 앨런은 불법 총기 소지 및 사용 혐의를 받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장에 총기를 쏘며 진입하려다 실패한 후 경호 당국자들에 의해 체포된 용의자 콜 토마스 앨런이 바닥에 엎드려 있다. 2026.4.25 워싱턴DC 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는 이번이 세 번째이다. 첫 번째 암살 시도는 2024년 7월 13일 펜셀베이니아 소재 버틀러에서 있었던 대통령 선거 유세 도중일어났다. 현장에서 살해된 범인은 유세장 인근 건물 지붕에서 총격을 가했으며 총탄은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의 오른쪽 귀 끝을 스치고 지나갔다.

두 번째 암살 시도는 2026년 2월 발생했다. 무장한 범인이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사저인 마러라고에 침입하려다 대통령 비밀경호국 요원들에 의해 사살됐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 머무르고 있었다.

세 번째 암살 시도로 트럼프 대통령은 역사상 가장 여러 차례 암살 대상이 된 최고 지도자가 되었다. 이 사건은 미국 정치의 폭력화가 어디까지 왔나를 말해준다.

2021년 1월 6일 미 의회 의사당이 시위대에 의해 점거됐다. 시위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부정선거로 2020년 재선에 실패했다면서 미 헌법의 절차대로 의회가 선거 결과를 최종 승인하는 절차를 막으려 했다. 헌법 절차를 방해하려 했으니, 이 사건은 “반란(Insurrection)”으로 불린다. 미 의사당 점거는 1812년 전쟁 당시 영국군이 수도 워싱턴을 장악해 의사당에 불을 지른 사건 이후 처음이었다. 시위대는 자신들의 행동을 정치적 의사 표출이라고 주장했다. 폭력이 적극적 정치 언어로 둔갑했다.

2021년 “반란” 때도 총기 위협이 있었다. 최소한 8명이 총기 소지 혐의로 체포됐고, 경찰은 시위대로부터 약 3000 발의 탄약을 압수했다. 난입 점거 당시 의사당 인근에 다량의 총기와 폭탄을 실은 트럭이 주차되어 있었다. 폭력의 정치 언어는 총기가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2024년 7월과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 또한 범인들의 정신이상 증세가 유발한 행동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대 관점, 또는 그에 대한 실망을 극한 폭력성으로 표현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 언어의 폭력화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세력과 무관하지 않다. MAGA를 상징하는 이미지에는 총기가 들어있는 경우가 흔하다. MAGA 추종자들은 “트럼프, 총기, 하나님”을 하나로 묶고 미국의 위대함은 총기로 성취한다는 메시지를 외친다.

암살 시도를 포함해 미국에 총기를 이용한 범죄가 만연한 이유는 총기가 흔하기 때문이다. 미국 헌법은 총기 소지를 사회 구성원의 권리로 인정한다. 오늘의 미국이 있기까지 한 손에 농기구를, 다른 손에 거머쥔 총기가 있어서 가능했다는 역사관이 총기 소지 권리를 성문화했다. 이로써 살상 도구가 상품화됐다. 선물로도 주고 받을 정도로 흔해진 폭력 수단이 수중에 있으면 이를 사용할 이유 또한 만들어진다. 술을 냉장고에 채워 놓으면 술 마실 이유가 쉽게 만들어지는 이치다.

 

미국 정치의 폭력이 극단으로 치달음을 보여준 2021년 1월 6일 의회 의사당 점거 당시 모습. 총기와 총기 사용이 정상적 정치 의사 표시로 둔갑했다. 2021.1.6 연합뉴스 자료사진

극한의 정치폭력은 국가와 사회의 어젠다를 극단으로 치닫게 한다. 자신이 속한 집단을 선으로 규정하고 반대되는 세력을 악으로 설정하면 극한 폭력이 가치를 실현하는 수단이 된다. 잘못된 세력을 설득해야 할 존재로 보는 것이 아니라 척결 대상으로만 보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미국 정치에는 선과 악을 극단으로만 보는 경향이 더 뚜렷해졌다.

미국 우선주의에 반대하면 미국의 퇴화를 방조하는 세력 취급을 받는다. 이란 전쟁을 반대하면 이란의 핵을 방조한다는 손가락질을 받기 십상이다. 아울러 이스라엘의 존재에 대한 위협을 방관하는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를 동조하거나 묵인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국내 문제에 있어서 트럼프 정부의 관세 위협을 비판하면 미국 노동자의 삶에 대해 무관심한 다국적 국제주의 엘리트로 몰린다. 중간지대가 사라진 곳에서는 상대가 없어져야 문제가 해결된다는 극단주의가 들어설 여지가 많다. 친미가 아니면 모조리 친공산으로 몰았던 매카시즘의 재등장이다.

암살 시도와 같은 극단적인 폭력 동원은 '외로운 늑대(Lone Wolf)'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암살 시도 후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수사 당국자들은 용의자가 "외로운 늑대였다고 생각하는 것 같고, 나도 그렇게 느낀다”라고 말했다. 용의자가 제정신이 아니라고도 했다. '외로운 늑대'의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비이성적 확신이다. 여기에 자신이 일거에 역사를 바꿀 수 있다는 사명 의식이 합쳐지면 비이성적 행동을 정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지금은 단정하기 어렵지만 용의자는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암살 계획을 세웠을 가능성이 높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도 온라인을 통해 총기 구매와 사용에 대한 정보를 숙지하고, 행사장의 배치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사전 지식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런 정보는 말 그대로 홀로 컴퓨터 앞에 앉아 수집할 수 있는 수준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기계공학으로 학사, 컴퓨터 공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가 25일(현지시간) 발생한 직후 경호요원들이 총을 꺼내들고 경계하고 있다. 2026.4.25 워싱턴DC AF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세 번째 암살 시도 후 보안 인력과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지하에 4억 달러를 들여 최첨단 연회장을 건설해야 한다는 말도 안되는 해결책을 내놓았다.

그런데 근본적으로 생각해 볼 대목이 있다. 정치의 양극화와 이로 인한 정치언어의 폭력성을 돌아보지 않는 한 더 많은 비밀 경호 요원과 더 정교한 하이테크 검색으로도 정치 폭력을 막지 못한다는 것이다. "열 사람이 지켜도 한 도둑을 살피지 못한다"는 경구를 새겨야 할 때다. 더욱이 이 도둑은 정보 취합 능력이 뛰어나고 비이성을 정상으로 전환하는데 전혀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 중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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