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2026년을 생각한다
영국에도 부패한 정치인들이 있었고 지금도 있다. 그러나 영국에서 대통령이나 수상이 재임 중 수천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가 사면된 뒤 추징금을 16년에 걸쳐 납부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더구나 그 비자금 가운데 일부는 사위인 최태원 SK 그룹 회장 측에 흘러갔다는 의혹이 2024년에 새롭게 제기됐다. 노태우 부인 김옥숙 여사의 이른바 '904억 메모'가 소송 과정에서 공개됐고, 추징금 완납 후에도 숨겨진 비자금이 더 있다는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1960~ )이 비상계엄을 선포했을 때, 나는 영국에서 생중계를 보며 1979년 12월 12일 밤을 떠올렸다. 계엄군이 국회로 향하던 그 밤의 문법은 노태우가 9사단 병력을 서울로 진주시키던 그 밤과 너무나 닮아 있었다.
『반헌법행위자열전』은 노태우를 "군사반란·내란·비자금으로 집권한" 대통령으로 규정했다. 6·29선언으로 얻은 '민주화의 공로자'라는 이미지가 이 규정을 덮을 수는 없다. 역사는 공과를 같이 기록하되, 반헌법 행위를 면죄하지 않는다. 역사의 법정에는 공소시효가 없고, 그 법정의 방청석에는 우리가 앉아 있다.
참고문헌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원회, 2026, 『반헌법행위자열전 1-4』, 사회평론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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