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본의 색깔을 검은색과 빨간색으로 정한 데에도 이유가 있다. 전통적으로 검은색은 추모의 의미를 담고 있고, 빨간색은 희생과 열정을 상징하는 색깔이어서 프로젝트의 취지에 맞췄다. 표식의 용도로 사용되는 만큼 멀리서도 눈에 띄어야 하는 점도 고려했다. 신록의 계절이니만큼 초록색의 보색으로서 빨간색은 여러모로 효과 만점이었다.
더욱이 두 색깔의 조합은 1980년대 광주를 연고로 한 프로야구팀인 해태 타이거즈의 유니폼을 연상시킨다. 지금은 모기업도 바뀌고 당시의 유니폼도 사라졌지만, 광주 시민들에게는 그 시절의 기억이 여전히 선명하다. 당시 프로야구의 절대강자로 군림했던 해태 타이거즈는 군사독재정권에 의해 소외당하고 차별받았던 호남 사람들의 한풀이 대상이었다.
해태 타이거즈가 우승할 때마다 관중들이 감격해하며 얼싸안고 떼창으로 불렀던 노래는 '목포의 눈물'이었다. 일제강점기 목포 출신의 명가수 이난영의 노래였지만, 정작 해태 타이거즈의 공식 응원가로 자리매김하면서 더 유명해졌다. 노랫말 속의 눈물은 5·18 당시 희생된 이웃들에 대한 슬픔의 눈물이자, 살아남은 자로서 흘리는 미안함의 눈물이었다.
가짜뉴스 시대, 결국 기억은 발로 걷는 것
요즘엔 아이들조차 광주와 전남 시민들의 특정 정당에 대한 몰표 행태를 두고 '공산당 같다'고 비아냥댄다. 이곳 광주의 아이들도 투표 결과를 문제 삼아 민주주의가 미성숙한 건 영호남이 별반 다르지 않다고 꼬집는다. 독재정권의 악의적인 호남 차별에 대한 시민의 저항이라는 역사적, 사회적 맥락을 간과한 강퍅한 인식에 아이들마저 물든 모양새다.
온 정성을 쏟은 프로젝트지만, 일부에선 그런다고 아이들의 '세뇌된 머리'가 달라질 것 같으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그들 말마따나 역사 왜곡과 폄훼를 일삼는 SNS의 공세 앞에서 며칠짜리 오프라인 추모 행사가 '언 발에 오줌 누기'일지도 모른다. SNS를 통해 진실을 알리는 반격이 더 실효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눈에는 눈'이라는 식이다.
그러나 SNS로 인해 생겨난 문제를 SNS로 해결할 수 있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단언컨대, SNS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존 그레셤의 법칙이 완벽하게 적용되는 공간이다. AI가 머지않아 인간의 뇌까지 지배하게 될 거라는 세상에 '아날로그적 감성'이야말로 인간이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역량일지도 모른다.
스마트폰 대신 종이책을 읽힌다는 심정으로, 등교하는 아이들과 손잡고 교정의 518m 오월길을 함께 걷겠다. 5·18 46주년을 되뇌며 리본을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가짜뉴스에 휘둘리지 않는 면역력이 생기리라 믿는다. 걸을 때 교정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잔잔하게 울려 퍼질 것이다.
#518민주화운동46주년#오월길#윤상원열사#김평용희생자#살레시오고등학교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