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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국내각 구성하고 MB, 법정에 세우라"

[오홍근의 '그레샴 법칙의 나라']<91>더 이상은 안 된다, 이젠 정리하고 가자

오홍근 칼럼니스트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12-11 오후 6:42:06

 

 

숨이 막힌다. 질식할 것 같다. 대통령 선거 끝난 게 언제이고,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한 게 언제인데 아직도 나라가 이 모양이다. 다 대선부정에서 비롯된 꼴불견들이다. 선거직후 경쟁자가 선거결과 승복을 선언했고 선거법 시효도 지났기 때문에, 진상 밝혀내 관련자 처벌하고 필요하다면 사과도 하면서 다시는 그런 짓 할 수 없게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면 될 일이었다. 그러나 이 나라는 지금 그 일 처리 앞에 놓고 여·야가 1년 동안이나 힘겨운 밀고 당기기를 계속하고 있다.

누가 뭐래도 문제는 그 '쉬운' 일을 하지 못하도록 거의 결사적으로 가로막는 집권층에 있다. 대통령까지 정통성 시비가 두려운 건지, 언제가 될지 모르는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리자며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의 관심으로부터 외면당한 채 이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고되고 또 고된 삶을 살고 있는 민초(民草)들만 불쌍할 따름이다.

백성의 눈물 닦아 주는 게 정치라 했다. 이 나라 백성들은 오히려 그 정치판 때문에 수렁에 빠져들며 더욱더욱 눈물을 강요당하고 있는 형국이다. 애당초 사건이 불거졌을 때 바로 시인하고 사과해 버렸으면 벌써 끝났을 일이었다. 원세훈 씨 '살리려' 했던 게 문제였다. 사건 자체를 감추고 규모도 줄여서, 어찌해서든지 재판 피하고, 진실 밝혀지는 것 방해하기 위해 무리를 시작했던 게 비극의 단초였다.

대통령의 고집 때문에 그리 됐을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국가기밀인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해 NLL 파동을 일으켜 국민들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려 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그게 개인 아닌 조직적 일탈(逸脫)의 시작이었다. 원세훈 씨의 기소를 막기 위해 온갖 외압을 행사하더니, 급기야 '윗선'의 지시를 어기고 원칙대로 그를 재판에 넘겼다는 이유로 검찰총장의 목을 잘랐다.

국정원 직원들의 범죄사실을 추가로 밝혀냈다하여 수사팀장 윤석열 검사를 찍어내기 했고, '이른바 언론'들까지 총동원해 대대적인 이석기 의원 사건 홍보전을 펼쳤으나 '뜻한 바' '대선 부정 덮기'의 소득은 얻지 못했다. 국정원 뿐만 아니라 국군 사이버 사령부, 국가보훈처, 안전행정부 등 정부기관들도 부정에 가담한 사실이 추가로 밝혀지고, 이른바 '댓글' 규모가 2000만 건에 이른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집권당 사람들은 패닉현상에 빠져든 듯하다.

대선개입을 비판하면 '대선 불복하는 거냐'고 눈 부라리며 악을 썼다. 대통령도 '내가 댓글 때문에 당선된 거냐'고 화를 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의 해외순방을 수행했던 어떤 여당의원은 파리에서 대선부정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는 현지교민들을 '통합진보당 파리지부' 회원들이라며, '대가(代價)를 치르게 하겠다'고 협박했다가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종교단체들이 입 다물고 있는 대통령의 사과와 퇴진까지 요구하는 가운데, 급기야 야당의원 2명이 과격한 발언을 했다하여 여당의원 155명 전원이 의원직 제명 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대통령까지 나서 "국론분열과 갈등을 부추기고 도를 넘는 발언을 한 것은 정쟁을 위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국론분열…'이라한 대목은 '예전에' 많이 들어보던 소리다.

뒤를 이어 "북한이 공포정치를 하고 있어 남북관계가 더욱 불안해질 수도 있다"며 남북 간 긴장국면을 '빠뜨리지 않고' 자락에 깐 것도 예전, 박정희 씨와 전두환 씨 때에 많이 나왔던 공안 분위기 조성 방식을 연상 시킨다. 국회의원을 제명하려면 재적의원 3분의 2, 그러니까 200명 이상의 국회의원 찬성이 필요하다. 따라서 새누리당의 제명 안이 가결될 가능성은 없으나, 판을 계속 흔들면서 분위기를 다잡아 특검 요구 같은 공세를 차단하기 위한 속셈이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그러나 국회의원이 '현직 대통령의 사퇴를 전제로 보궐선거를 요구'했다거나 '아버지의 불행한 전절을 밟지 말라'는 정도의 다소 과도한 의견을 말했다 하여 다른 것도 아닌 '국회의원 신분을 박탈하는' 제명 안까지 낸 것은 민주주의 국가의 의회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필자는 본다. 지금의 여당 사람들이 지난날 김영삼 씨나 노무현 씨에게 어떻게까지 했는지 기억하는 사람들 많다.

사람에 따라서는 '국민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해' 울고 싶은 판에 두 의원이 뺨을 때려준 것이라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고, 육식 물고기 피라니아가 피 냄새 좇아 떼 지어 덤비는 모습 같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다 알다시피 피라니아는 남미 아마존 강에서 사는 물고기로 육식동물의 피를 찾아 무리를 지어 강을 누비는 별종 어류다. 사제의 강론 가운데 사소한 한 대목을 꼬투리 잡아 일을 키우려 한 것도 피 냄새를 찾아 물고 늘어지는 '피라니아 현상'이라 했다.

한 여당의원이 야당의원의 '대통령 자진 사퇴 주장'을 놓고,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과잉현상'이라고 말했다 하여 여론이 들끓고 있다. 파리에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협박했다가 망신을 당했던 바로 그 의원이 엊그제 라디오 방송에서 그랬다. 궁지의 대통령을 보호하기위해 그런 주장을 했을 것이라고 짐작은 가지만, 지금 이 나라가 '민주주의 과잉'이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그가 믿고 있었다면, 그건 착각이라도 보통 착각이 아니다.

우선 대통령부터 김기춘 씨 등과 함께 역사 되돌기에 열을 올리고 있고, 이곳저곳에서 '유신상황'과 '공안정국' 회귀를 우려하며 온통 으스스 해졌다고들 걱정하는 판에, 그런 소리는 그야말로 가당치 않은 소리요 천부당만부당한 말씀이다. 아무리 '충성'을 염두에 두었다 해도 공인(公人)이라면 말은 그렇게 분별도 없고 무게도 없이 하는 게 아니다.

당장 코레일에서도 파업가담자 6000명 가량을 무더기로 직위해제하는, 사상초유의 무지막지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그런 게 다 공안몰이 아닌가. 이제 더 이상 그런 분위기 조성으로 대선부정 사건을 덮으며 고비를 넘기려 해서는 안 된다. 안되게 되어있다. 1년 동안 그리해 보았으면 이제는 깨달아야 한다. 다들 그 정도 애쓰고 고생했으면 됐다.

안 되는 일은 이쯤해서 포기하는 게 옳다. 이런 상태가 대통령의 잔여 임기 4년 동안 계속 이어지게 할 수도 없다. 대통령의 고집이 바뀔 것 같지 않다고 그 길 그대로 가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더 이상은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이 뒤따를 뿐이다. 더 이상 국민들 가슴 아프게 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내려놓아야' 한다. 정리하고 가야할 때다.

특검이 가능해 보이지도 않고, 설사 한다 해도 지금의 시스템 아래서 그 특검이 역할 제대로 해 낼지 국민들이 믿어주지도 않는 것 같다. 그전 특검에서도 그런 것 많이 보아왔다. 숱한 대선공약 파기에서도 절감했듯이 무엇보다도 지금은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믿음이 사라진지 오래라는 게 문제다. 그 대목에 주목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라꼴이 여기에 이르도록 방치한 책임을 놓고, 국민들에게 진정성 느껴지는 사과는 필요하겠으나, 여러 군데서 말하고 있는 하야는 적지 않은 혼란을 생각할 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도 아닌 듯싶다. 지금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건 신뢰의 회복이다. 대통령의 결단이 있어야 한다. 그야말로 구국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도 그 신뢰가 되살아 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거국내각의 구성이야말로 바로 이런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금은 조화를 이루는 것이 절실한 때다. 우선 그런 식으로라도 '백성들의 눈물을 닦아 주면서' 가야 한다.

그 거국내각이 맨 먼저 해야 할 일은 엄청난 대선부정을 지휘해 저질러 놓고, 베일로 얼굴가리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몸통 배후'를 찾아내 법정에 세우는 일이다. 많은 사람들은 그 몸통 배후로 이명박 씨를 지목한다. 무엇보다도 대선부정 행위 자체가 그의 임기 중에, 그것도 그의 여러 정부기관들에 의해 거의 일사불란하게 저질러진 점에 주목한다.

실무책임자로 보여지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MB가 서울시장으로 재직할 때부터 곁에 붙어있던 'MB맨'이었다. 국정원장은 매주 대통령과 한 번씩 독대하는 '주례(週例)보고'를 했다. 사이버사령부에서도 작년 대선 때 정기적으로 '댓글'과 관련된 보고서를 청와대에 올렸다는 보도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MB에게는 그 '일'을 해야 할 '동기'가 있었다. 임기 중 저질러 놓은 그 많은 '일들'에 대한 '퇴임 후 안전'이 보장되어야 했다. 그게 '죽기 살기의 대선개입'으로 이어진 게 아니냐고 추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게다가 그에게는 '4대강 분탕질'과 이른바 자원외교 손실에 친인척 측근들의 용서받기 힘든 비리들이 즐비한 것으로 소문나 있다. 그를 반드시 법정에 세워야 격앙된 민심이 다소라도 수그러들 것이라는 의견들이 너무나 많다.

12월2일 박근혜 대통령은 김진태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헌법을 부인하거나 자유민주주의를 부인하는 것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 그런 생각은 엄두도 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말로만 그렇게 강조했을지 몰라도 그 말 속에 해답이 다 있다고 본다. 민주주의 도둑질로 지칭되는 대선 부정사건을 대입해 볼 필요가 있다. 거국내각이라면 문제없이 사태를 해결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도 해답을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모든 정치행위의 기준은 '국민들의 마음'이 되어야 한다. 특정인, 특정정파, 특정계층에 잣대를 두면 소리가 나게 되어있다. 말로만 국민통합과 화합을 외치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약속을 깔아뭉개는 것은 우선 사람으로서도 해야 할 짓이 아니다. 대통령은 이 엄청난 사태를 수습해 가는 데서도 국민들의 마음을 잣대 삼아야 한다. 그게 대통령이 당당하게 걸어갈 수 있는 단 하나의 큰 길이요, 바른 길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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