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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택의 일곱 가지 범죄와 북의 엄중처벌

장성택의 일곱 가지 범죄와 북의 엄중처벌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3/12/12 [01:31] 최종편집: ⓒ 자주민보
 
 
▲ 2013년 12월 8일 평양에서 진행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확대회의에서 인민보안원 두 사람이 회의장 앞줄에 앉은 장성택을 연행하였다. 고위급 관리에 대한 사법처리현장을 이처럼 외부세계에 공개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 이창기 기자, 한호석 소장 제공


세 가지 특수범죄와 네 가지 일반범죄

2013년 12월 8일 <조선중앙통신>은 세상을 놀라게 한 보도기사를 실었다. 보도기사 제목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 관한 보도’였다. 보도기사에 따르면, 2013년 12월 8일 김정은 조선로동당 제1비서의 주재로 평양에서 진행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반당반혁명적 종파사건’을 법적으로 처리하였다고 한다.

세상에 알려진 대로, 이번 사건의 주범은 장성택이다. 장성택과 함께 처벌을 받은 종범들의 실명은 거론되지 않았지만, 보도기사에서 장성택이 “지난 시기 엄중한 과오를 범하여 처벌을 받은 자들을 당중앙위원회 부서와 산하단위 간부대렬에 박아넣으면서 세력을 넓히고 지반을 꾸리려고 획책하였다”고 하면서 “장성택일당”이라고 서술한 것을 보면 몇몇 당간부들이 이번 사건의 종범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보도기사에 따르면, 장성택과 그 일당은 “당의 유일적 령도체계를 세우는 사업을 저해하는 반당반혁명적 종파행위를 감행”하였고, “강성국가건설과 인민생활향상을 위한 투쟁에 막대한 해독을 끼치는 반국가적, 반인민적 범죄행위를 저질렀다”고 한다. 보도기사에서 지적한 장성택과 그 일당의 일곱 가지 범죄를 보도기사에 의거하여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북에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받들어모시기 위한 사업을 외면하고 각방으로 방해”한 수령배신행위

둘째, “자기에 대한 환상을 조성하고 자기 주위에 신념이 떨떨한 자들, 아첨분자들을 끌어당기면서 당 안에 분파를 형성하기 위하여 악랄하게 책동”한 당내분파행위

셋째, 김정은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의 “명령에 불복하는 반혁명적인” 영도거역행위

넷째, 북의 “사법검찰, 인민보안기관에 대한 당적 지도를 약화시”킨 사법질서혼란행위

다섯째, 북에서 “당이 제시한 내각중심제, 내각책임제원칙을 위반”하면서 “내각을 비롯한 경제지도기관들이 자기 역할을 할 수 없게” 만든 경제정책혼란행위

여섯째, 북의 “국가재정관리체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나라의 귀중한 자원을 헐값으로 팔아버리는” 국가재정낭비행위

일곱째, “권력을 람용하여 부정부패행위를 일삼고”, “부화타락한 생활”에 빠져든 권력형 부패타락행위

누구나 아는 것처럼,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범죄개념은 크게 두 가지로 대별되는데, 하나는 반역죄이고 다른 하나는 일반범죄다. 반역죄를 저지른 범죄자는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시키게 되고, 일반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는 일정기간 법적 처벌을 받으면 사회에 복귀할 수 있다.

그런데 최고영도자를 중심으로 수립된 당의 영도체계와 결속체제를 무엇보다 중시하는 북의 사회주의적 특성을 생각하면, 위에 열거한 일곱 가지 범죄 가운데 반역죄에 해당하는 것은 수령배신, 당내분파조성, 영도거역 세 가지다. 그 밖에 사법질서혼란, 경제정책혼란, 국가재정낭비, 권력형 부패타락 등 네 가지 범죄는 일반범죄에 해당한다.

만일 장성택과 그 일당이 위에 열거한 네 가지 일반범죄만 저질렀다면, 그들은 일정기간 법적 처벌을 받고 다시 사회에 복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반역죄에 해당하는 세 가지 특수범죄를 저질렀다는 데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북의 최고재판소가 대역죄 재판 맡는다

다른 나라들에서는 국가반역죄라는 말을 쓰는데, 북에서는 대역죄라는 말은 쓴다. 북에서 국가반역죄라는 말 대신에 대역죄라는 말을 쓰는 것은, 북의 형법에 명시된 조국반역죄 및 민족반역죄와 다른 나라들에서 언급되는 국가반역죄를 서로 구분하기 위해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북의 형법에서 대역죄는 ‘반국가범죄’와 ‘반민족죄’로 구분된다. 북의 형법에서 반국가범죄에 해당하는 것은 “국가전복음모죄, 테로죄, 반국가선전선동죄, 조국반역죄, 간첩죄, 파괴암해죄, 무장간섭 및 대외관계단절 사촉죄, 외국인에 대한 적대행위죄” 등이고, 반민족죄에 해당하는 것은 “민족반역죄, 조선민족해방운동 탄압죄, 조선민족 적대죄” 등이다.

어느 나라에서나 반역죄를 저지른 중범죄자들은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되는 법정 최고형을 받는 것이 상례이고, 북에서도 역시 그러하다. 대역죄를 저지른 것으로 하여 이번에 출당, 제명, 해임을 당한 장성택과 그 일당은 북의 현행 헌법에 따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최고재판기관”인 최고재판소 법정에 서게 될 것이다.

북의 최고재판소에서 장성택과 그 일당은 법정 최고형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북의 현행 형법에 따르면, 반국가범죄를 저지른 피소자에 대해서 “정상이 특히 무거운 경우에는 무기로동교화형 또는 사형 및 재산몰수형에 처한다”고 규정되었기 때문이다. 북의 최고재판소가 최종적으로 판결해야 더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북의 최고재판소는 장성택과 그 일당에게 무기로동교화형과 재산몰수형을 선고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그런데 북의 현실에 대한 왜곡선전, 허위선전에 익숙한 남측 언론매체들은 이번에 장성택과 그 일당이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된 사건을 두고 ‘권력투쟁’이니 ‘피의 숙청’이니 하는 보도로 거의 도배를 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북에는 최고영도자를 중심으로 단결된 당의 영도체계와 결속체제가 존재하기 때문에 무슨 ‘권력투쟁’ 같은 사태가 일어날 여지가 없어 보인다. 이번 사건은 무슨 ‘권력투쟁’이 아니라, 김정은 제1위원장을 중심으로 단결된 당의 영도체계와 결속체제에서 범죄적으로 이탈한 몇몇 당간부들의 대역죄를 사법처리한 사건으로 보는 것이 정확한 진단이라고 본다.

또한 북에서는 아무리 대역죄를 저지른 중범죄자라 할지라도 형법에 규정된 사법절차에 따라 처벌하게 되어 있으므로 무슨 ‘피의 숙청’이 벌어지고 있다는 식의 남측 언론보도는 북을 ‘무법천지’인 것처럼 느끼게 하는데 이는 역으로 이성을 지닌 정상인의 시야로 바라보면, 북은 ‘무법천지’가 아니라, 고위급 당간부들이나 평범한 인민들이나 모두 법 앞에 평등한 법치국가로 보인다. 특히 최고 영도자와 가까운 친척이라고 해도 법 앞에서는 예외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으로 보는 것이 정확한 판단일 것이다.


‘전과2범’에 대한 남측 언론의 오해

북의 정치체제에 대한 무지와 편견에 사로잡힌 남측 언론매체들은 장성택을 가리켜 무슨 ‘후견인’이었느니 ‘제2인자’였느니 하는 추측보도를 내놓았지만, 그것은 모두 근거 없는 오보였음이 이번 사건으로 드러났다. 장성택이 ‘후견인’ 또는 ‘제2인자’라는 남측의 언론보도가 얼마나 엉터리 보도였는지는 그가 맡았던 직책만 살펴봐도 금방 알 수 있다. 장성택은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도 되지 못하고 후보위원으로 있었고, 당중앙군사위원회의 여러 위원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으며, 국방위원회 여러 부위원장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장성택이 맡았던 당중앙위원회 후보위원, 당중앙군사위원회 위원,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등의 직책은 물론 중요한 고위직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후견인’이나 ‘제2인자’로 되었던 것은 전혀 아니다. 이에 관한 남측 언론의 추측보도는 억측이었다.

장성택은 2012년 8월 17일 중국 베이징에서 후진타오 당시 중국국가주석을 의례방문한 일이 있는데, 북중관계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장성택이 북의 ‘제2인자’이므로 중국국가주석이 그를 만나준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였지만, 그것은 오판이었다. 사회주의국가들 사이의 관계는 당 대 당의 관계가 우선이므로, 북중관계도 조선로동당과 중국공산당의 관계가 우선이다. 북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정부가 아니라 조선로동당이 중국의 고위급 관리를 초청하고, 중국에서도 중화인민공화국정부가 아니라 중국공산당이 북의 고위급 관리를 초청하는 외교전통이 오늘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장성택이 후진타오를 의례방문한 것은, 조선로동당 제1비서의 친서 또는 구두인사를 중국공산당 총서기에게 전하기 위해 조선로동당 부장의 자격으로 후진타오를 의례방문하였던 것으로 보아야 한다.

장성택의 후진타오 총서기 의례방문 보다 며칠 앞선 2012년 8월 2일 중국공산당 총서기의 구두인사를 전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한 왕자루이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김정은 제1비서를 의례방문하였는데, 장성택 부장이 후진타오 총서기를 의례방문한 것은 왕자루이 부장이 김정은 제1비서를 의례방문한 것에 대한 답방형식으로 추진된 것이지, 북의 ‘제2인자’로 중국을 방문한 것이 아니었다.

왕자루이 부장이 김정은 제1비서의 접견을 받았다고 해서 중국의 ‘제2인자’로 될 수 없는 것처럼, 장성택이 후진타오 총비서의 접견을 받았다고 해서 북의 ‘제2인자’로 될 수 없는 것이다. 장성택이 중국을 방문하기 약 넉 달 전인 2012년 4월 24일 김영일 당국제부장도 후진타오 총서기를 의례방문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사실은 장성택이 북에서 ‘제2인자’가 아니었음을 말해준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최고영도자의 유일영도체계가 확립된 북에서 ‘제2인자’라는 존재 자체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더욱이 장성택은 1978년과 2004년에도 법적 처벌을 받은 적이 있는 전과2범인데, 그런 전과범을 무슨 ‘후견인’이니 ‘제2인자’니 하고 부르는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다.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당에서는 장성택일당의 반당반혁명적 종파행위에 대하여 오래 전부터 알고 주시해오면서 여러 차례 경고도 하고 타격도 주었지만 응하지 않고 도수를 넘었기 때문에 더 이상 수수방관할 수 없었다”고 하였는데, 이것은 범죄적 일탈에서 벗어나 반성, 자숙할 기회가 장성택과 그 일당에게 몇 차례 주어졌는데도, 그들이 그런 기회마저 외면하였음을 말해준다.

장성택의 과거경력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그가 2012년 11월 4일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 직책을 맡았다는 점이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이라는 직책은 ‘한직’이고, 장성택은 체육부문과는 인연이 없는 사람인데, 지금으로부터 1년 전에 그가 왜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한직’으로 밀려났는지 당시에는 외부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번 사건을 겪으며 돌이켜보면 2012년 11월부터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 직무 이외에 그의 다른 직무들은 이미 정지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장성택을 모든 직무에서 해임하고 일체 칭호를 박탈하며 우리 당에서 출당, 제명시킬 데 대한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결정서가 채택되였다”는 것인데, 이러한 처벌은 이미 1년 전부터 ‘한직’ 이외에 다른 직무들의 정지상태에 있었던 장성택을 모든 직책에서 해임하고 그의 모든 칭호(인민군 대장 칭호)를 박탈하고 출당, 제명시켰음을 뜻하는 것이다.

2013년 12월 9일 오후 3시 <조선중앙텔레비죤방송>은 하루 전에 진행된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 관해 보도하면서 인민보안원 두 사람이 회의장 앞줄에 앉은 장성택을 연행하는 현장을 촬영한 사진을 내보냈다. 그 현장사진이 언론에 보도된 것은 북이 중범죄자에 대한 사법처리를 북측 인민들과 외부세계에 투명하게 알려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고위급 관리에 대한 사법처리현장을 그처럼 외부세계에 공개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처음 있는 일이고 북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다. ‘사상 최초’라는 수식어를 써야 할 전에 없던 일들이 김정은시대의 북에서 연속 일어나고 있다.


남북관계 변함없을 것

따라서 이번 사건으로 해서 남북관계나 북중관계, 그리고 북미, 북일관계에 있어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정부 당국과 언론들의 진단도 잘못된 것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사건은 북의 국정운영 기조를 흔드는 일도 아니고 대외정책 변화와도 무관한 오랜 동안 쌓인 북 내부의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처리한 문제로 봐야 한다.
오히려 북의 김정은 정권은 더욱 튼튼해지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한 판단일 것이다.

따라서 남측정부에서도 이번 사건을 빌미로 군대의 긴장상태를 높인다는 것은 과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박근혜 정부가 계획한 남북관계발전 방안이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추진해야 한다. 이는 온 국민이 갈망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이번 북의 장성택 사건에 대한 보도부터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진행해야지 이를 대북 악선전용 기회로 삼는다면 이후 남북관계 회복에 치명적인 걸림돌을 놓은 우를 범하게 될 것이며 결국 점점 고조되어가는 한반도 전쟁위기만 치명적인 단계로 끌고 가게 될 우려가 높다고 본다.

정부 당국자들의 현명한 대처가 절실하고 국민들도 차분하게 사태의 진실을 가려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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