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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 파업 조합원 김성수씨

"철밥통 파업? 정년 6개월 앞두고도 참여
박 대통령, 눈치 안보고 민영화 밀어붙인다"

[인터뷰] 철도노조 파업 조합원 김성수씨

13.12.12 10:40l최종 업데이트 13.12.12 10:40l
최지용(endofwinter)

 

 

2006년 노무현, 4일, 2244명

2009년 이명박, 7일, 884명

2013년 박근혜, 3일, 6748명

 

철도노조 파업을 대하는 박근혜 정부의 자세는 남다르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지난 9일부터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후 사흘 동안 파업참가자 6748명을 직위해제 했다. 파업 당일, 4356명을 직위해제한 것에 이어 둘째 날 1585명, 셋째 날 807명이 추가됐다. 전체 직위해제 인원은 11일 코레일 측이 발표한 파업참가자 6735명보다도 많다. 직위해제 이후 일부 조합원이 현장에 복귀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파업에 참여했던 거의 모든 조합원이 직위해제를 당한 셈이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2009년 철도노조의 파업에 대응해 일주일 만에 884명을 직위해제 시켰다. 당시에도 과잉대응, 대규모 징계 논란이 있었지만 수치상으로는 현 정부에 비할 바가 아니다. 2006년 노무현 정부도 파업 4일 만에 2244명을 직위해제 시켰지만 파업규모 자체가 달랐던 점을 감안해야 한다. 지난 2007년 노동법 개정 이후 철도는 파업을 하더라도 필수업무유지를 위한 인력을 남겨야 하는 필수공익사업장으로 바뀌었다. 이로 인해 필수인력이 빠진 이번 파업에는 과거보다 적은 인원이 참여했다.

 

서울 청량리역에서 근무하는 철도노동자 김성수(37)씨도 파업 첫날 직위해제를 당했다. 지난 2009년 파업 때 이후 두 번째다. 당시 정직 2개월에 중징계를 받았다. 김씨는 이번에도 징계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김씨는 지난 1999년 차량관리원으로 입사해 총 5번의 파업을 경험했다. 그사이 크고 작은 징계를 받았다. 그럼에도 이번에 또 다시 파업에 참여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우리 생존권이 걸린 문제지만, 개인의 이익을 위한 파업이었다면 징계 먹고, 해고 되는 걸 뻔히 아는데 계속 참여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11일 오후 청량리차량지부사무실에서 김씨를 만났다. 정부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파업은 결코 용서를 얻을 수 없다"는 담화문을 발표한 직후였다. 이와 함께 코레일 측이 추가 직위해제를 결정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에게 조합원들이 느끼는 직위해제의 의미를 묻자 "평소 하던 일을 할 자격이 없다는 얘기인데, 파업에 참여했다는 게 그 이유라니..."라며 말을 흐렸다. 그러면서 "직위해제가 되면 일단 임금이 준다, 그러나 잠재적으로 추가 징계를 받을 수 있다. 한마디로 겁을 주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철도는 계속 구조조정... 우리가 지킬 철밥통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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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중인 철도노조 청량리차량지부 사무실에 붙어있는 한국외대 학생들의 파업지지 대자보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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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파업상황실로 운영되고 있는 지부사무실에 혼자 있었다. 다른 조합원들은 이날 있었던 서울역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모두 나간 상태였다. 차량정비를 담당하는 그는 무거운 장비를 들어야 하는 업무를 계속했고, 허리가 좋지 않아 최근 몇 달 동안 치료를 위해 휴직을 하기도 했다. 역 주변은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그가 혼자 있는 사무실은 적막했다. 그는 컴퓨터 앞에 앉아 이번 파업과 관련한 기사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파업인원을 체크하고 조합원들에게 문자를 보내는 게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그가 맡은 역할이다.

 

사무실에 책상은 모두 한 쪽으로 치워졌고, 바닥에는 여러 명이 앉을 수 있게 일회용 비닐장판이 깔렸다. 벽면에는 인근 지역 대학생들과 시민사회단체에서 보내온 파업지지 대자보가 붙었다. 김씨는 "지지방문을 오신 분들이 남겨 놓고 갔다"고 말했다. 파업 일과를 묻자 "예전에는 파업에 들어가면 어느 장소에 모여 계속 있었지만 요즘은 잘 안 그런다"며 "오늘같이 집회가 있는 날에는 아침에 모여 파업인원을 점검하고, 각 조별 회의나 같이 파업 관련 동영상을 보다가 집회에 결합한다"고 설명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파업을 하는 이유부터 물었다. 철도노조가 주장하는 파업 이유에 조합원으로서 동의해 참여한 것인지가 궁금했다. 철도노조는 지난 10일 코레일 이사회에서 의결된 수서 고속철도(KTX) 주식회사 설립이 결국 철도 민영화로 가는 출발점이라고 보고 있다. 비록 수서KTX가 코레일의 자회사로 설립되지만 적자가 쌓이면 결국에는 민간에 넘기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코레일 측이 실시한 연구용역에서도 별도 법인설립에 법적 문제점이 지적됐고, 이후 1400억 원가량의 손실이 예상된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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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 청량리차량지부 조합원 김성수씨.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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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도노조가 파업을 하는 이유는 알고 있지만 파업에 참가한 개인들의 목적도 같은 것인지 궁금하다. 파업을 하면 징계를 받고 잘못하면 해고가 될 수도 있는데 그러면서까지 파업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인가?

"실제로 국민의 철도를 지키기 위해서다. 우리는 2002년부터 지금까지는 민영화를 막기 위해 파업을 해왔다. 개인의 이익을 위한 파업이었다면 징계 먹고, 해고 되는 걸 뻔히 아는데 계속 참여할 이유가 없지 않나? 그리고 내 생존권을 위한 싸움이기도 하다. 경쟁체제 도입에 따른 서비스향상이라고 하지만 그건 말뿐이지 코레일이 실시한 연구용역에도 온통 문제점만 나와 있다. 회사가 손해를 입을 게 뻔한데, 그러면 결국 인력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고 우리 생존권이 위협받는다."

 

-설령 생존권 투쟁이라고 하더라도, '국민 생활과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며 결국 '자기 밥그릇 지키기 위한 파업'이라는 비난이 제기되기도 한다. '철밥통 파업'이라는 말에 어떻게 생각하나?

"자기 직장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건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지 않나? 그리고 국민들도 민영화의 문제점은 잘 알고 있다. 코레일은 그동안 구조조정을 계속 해왔다. 우리 지부 평균 나이가 48.3세다. 전체적으로도 45세 정도 된다. 사람을 안 뽑아서 근무한지 15년이 됐다. 내가 막내 급이다. 입사할 당시 4만 철도노동자라고 했는데 지금은 2만이라고 한다. 이런데 우리가 지킬 철밥통이 뭐가 있나. 내년 6월에 정년퇴직하는 분들도 중에서도 이번 파업에 참여하신 분들이 많다. 그분들이 뭐가 아쉬워서 파업할까? 민영화가 되면 자기 후배들이 어떻게 되는지, 국민들이 어떤 불편을 겪는지 알고 있으니까 함께 하는 거다."

 

반복되는 '불법파업'의 굴레... 파업 후 기다리는 징계의 칼

 

철도노조의 2009년 파업 구호도 '민영화 반대'였다. 이후 파업들도 모두 KTX도입에 따른 민간자본유치 시도에 따른 것으로 민영화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철도노조의 파업은 매번 불법파업 논란에 휩싸였다. 노사교섭 결렬, 단협 폐기 등 정당한 이유로 정식 쟁의절차를 밟아 합법적인 파업에 들어가도, 이들이 들고 있는 '민영화 반대'라는 구호 때문에 불법파업이라는 굴레를 벗어날 수 없었다. 그리고 매번 강도 높은 공권력에 의한 처벌과 징계가 이뤄졌다. 그리고 이번에는 유례없는 대규모 징계가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 김씨는 "정권의 정당성을 의심받는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오히려 눈치를 안보고 강하게 민영화를 밀어붙이는 것으로 보인다"며 "직위해제를 저렇게 때리는 것은 자신들의 정당성이 의심받으니까 더 빨리 (파업을) 꺾으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철도노조의 파업은 항상 불법파업이라는 공격을 받는다. 이번에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게 신속하고 대규모로 직위해제가 진행됐다. 조합원들에게 직위해제는 어떤 의미인가?

"직위해제는 말 그대로 그 직위가 없어지는 거다. 그 일을 할 자격이 안 된다는 얘긴데, 그 이유가 파업에 참여했기 때문이라니... 파업에 참여하면 일하 수 없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직위해제가 되면 임금이 다소 줄어든다. 그리고 직위해제는 징계가 아니라고 말한다. 조합원들에게 잠재적으로 추가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겁을 주려고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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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도노조 총파업 전국철도노동조합이 수서발 KTX 운영회사 설립 이사회 개최 중단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한 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열차 승강장에 무궁화호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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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에도 직위해제 되고 이후에 징계를 받았다고 들었다. 당시와 지금의 차이가 있다면 무엇인가?
"정권이 바뀌고, 사장이 바뀌고, 내가 나이를 더 먹은 거 말고는 사실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지만 2009년에도 내외부적으로 모두 합법파업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당시 사측이 단협을 폐지했기 때문에 파업에 들어가는데 문제는 없었다. 그래서 코레일이나 정부도 즉각적으로 대응하진 않았다. 그러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철도 관제실에 찾아와서 파업하는 노동자들을 보고 '세상에 이런 노동자는 없다'고 하니까 그때부터 난리가 나기 시작했다.

 

지금은 정권의 정당성을 의심받는 상황에서 우리가 파업에 들어갔고, 사실은 이게 박 대통령의 약한 고리를 치고 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노조를 탄압하는 것만큼은 이명박 정권보다 지금이 더 하다. 결국 자신들이 정당성이 없으니까 (파업을) 더욱 빨리 꺾으려는 거다. 전 정권에서는 민영화를 사회 여론도 의식해 조심스럽게 접근했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오히려 이런저런 눈치를 안보고 밀어붙이는 것 같다."

 

-또 다시 징계를 받으면 저번보다 더 큰 징계를 받을 수도 있겠다. 징계를 받으면 생활에 지장이 있을 것도 같은데.

"정직 2개월 동안 회사에서는 급여가 안 나왔다. 파업을 하게 되면 무노동무임금으로 급여가 안 나온다. 그랬지만 조합에서, 그리고 여기 청량리 지부에서 조금씩 지원을 해줬다. 그래서 힘들어도 견딜 수 있었다. 조합원들이 징계자들을 나 몰라라 했다면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또 국민들이 이 파업을 정말 지지해줘서 민영화 막으면 또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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