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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박근혜 마케팅’ 없이 선거 치르는 새누리

등록 : 2014.07.29 20:24수정 : 2014.07.30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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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오른쪽)와 대전 대덕에 출마한 정용기 후보(왼쪽)가 22일 오전 대전 회덕역 앞에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대전/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박 대통령 당 위기 때마다 힘 됐지만
당보다 낮은 지지율 탓에 언급 줄여
앞으로 지지율 반등 어렵단 전망에
‘선거의 여왕’ 없는 선거 지속될 듯

새누리당은 7·30 재보선 하루 전인 29일 아침 수원에서 최고위원회를 열었다. 김무성 대표는 “수원의 발전을 위해서는 집권여당의 힘이 꼭 필요하다”며, 민생경제, 지역일꾼, 경기부양책, 경기회복 등 경제 관련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박근혜’라는 단어는 거의 입에 담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3년 7개월 남은 임기 동안 민생경제 활성화로 서민들의 주름살을 펴드릴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당부하는 정도에 그쳤다.

 

7·30 재보선의 뚜렷한 특징은 ‘박근혜’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는 빨간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반바지를 입는 등 파격적인 장면을 연출하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을 팔지는 않는다. 심지어 후보들의 유세 차량에서 박근혜 대통령 사진을 찾아보기도 힘들다. 6·4 지방선거 때 새누리당 지도부나 후보들이 ‘박근혜 마케팅’에 몰두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다. 왜 그럴까?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세종/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7월 초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새누리당 정당 지지도보다 낮은 여론조사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이렇게 분석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50%를 넘어선 현실을 새누리당이 정확히 포착해 대응하고 있다. 2012년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새누리당의 빨간 옷만 보고도 변화를 믿어줬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새누리당의 변화 이벤트가 계속 성공을 거두고 있다. 반면에 야당의 세월호 심판론은 지방선거에서 이미 소진된 쟁점이다. 경제 살리기와 세월호 심판론이 맞붙으면 경제 살리기가 유리하다. 여당의 제스처는 놀라울 정도로 현란한데 야당은 너무나 미숙하다.”

 

‘박근혜 마케팅’이 사라진 것은 일시적인 것일까, 지속적인 것일까? 새누리당 사람들은 박근혜 대통령 지지도가 다시 올라기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앞으로 선거에 직접 개입하기도 어렵다고 본다. 지속적이라는 얘기다. 이런 현상은 정치사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년 동안 ‘선거의 여왕’이었다. 탄핵역풍 속에서 치러진 2004년 총선 당시 그는 손에 붕대를 감고 한나라당 의석 121석을 방어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얼굴에 칼을 맞고 압승을 이끌어 냈다. 2012년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위기에 처하자 그는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당명을 바꾸고 색깔도 바꾸었다. 새누리당은 예상을 깨고 152석을 차지했다.

 

신화는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계속됐다. 6·4 지방선거에서 서병수 부산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남경필 경기지사, 김기현 울산시장, 원희룡 제주지사가 탄생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사전 교통정리가 아니면 설명이 되지 않는다. 선거의 여왕이 수렴청정을 한 셈이다.

 

반면에 그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선거는 예외없이 부진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지방선거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그런 경우다.

 

박근혜 대통령이 유난히 선거에 강한 면모를 보이는 이유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특수한 신분, 대중적 인기와 카리스마, 민심을 꿰뚫어보는 혜안과 진정성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시작에는 끝이 있는 법이다. ‘선거의 여왕’ 신화도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특집 정치토크, 7.30 재보선을 말하다 [성한용의 진단 #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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