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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병 문제? 북한 닮아가는 군대 탓!

관심병 문제? 북한 닮아가는 군대 탓!

[군 폭력, 해법은? ③] 김종대-임태훈-정욱식 좌담회 <1>

이재호 기자(정리) 2014.09.04 17:27:32

전례가 없는 군대 내 가혹행위로 숨진 윤 일병 사건 이후 군은 병영 문화를 혁신하겠다며 지난 8월 6일 민·관·군이 함께하는 '병영문화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후 위원회는 지난 1일부터 △계급별 공용 휴대전화 △GOP 휴일 면회 △평일 일반 면회 허용 △자율형 휴가 선택제 등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방안들이 정말 윤 일병 사건과 같은 군대 내 가혹행위를 척결할 수 있을까? 위원회에 민간위원으로 참석하고 있는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이번 대책이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라 부차적인" 것이라고 규정했다. 임 소장은 이번 대책이 심도 깊은 토론 없이 급하게 나온 결과물이라면서 “위원회가 신뢰받지 못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종대 <디펜스 21 플러스> 편집장 역시 "대책들이 나오는 과정에서 병영문제의 본질에 대해 토론할 기회가 없었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김 편집장은 병영 문제의 핵심은 "완전히 권력을 쥔 사람과 완전히 권력을 박탈당한 사람 간의 관계에서 시작"한다며 "의무대 안에서 절대 권력자인 이 병장과 절대 약자인 윤 일병이라는, 권력의 극심한 비대칭성 속에서 군대 내 가혹행위와 폭력이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군 내부의 권력관계와 이를 둘러싸고 있는 집단 문화에 손을 대보자는 것이 병영문화혁신위원회의 목표라고 본다면 이번 첫 번째 전체 회의는 대단히 만족스럽지 못했다"면서 "이번에 제시된 방안이 무엇을 바꾸기 위한 조치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윤 일병 사건 등 최근 군대 내 가혹행위가 잇따르고 있는 것은 장병들이 군 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임 소장은 "군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군이 사회 변화에 발맞춰서 병영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꾸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군은 여전히 감시와 통제, 왜곡된 시간과 역사 속에서 살고 있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김 편집장은 이같은 병영 문화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이유로 한국군에 제대로 된 군사 문화가 정립되지 못했다는 점을 꼽았다. 국군 포로 문제, 북파공작원 문제 등의 역사를 살펴보면 한국군이 그동안 "조직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라면 아군도 버릴 수 있다는 사고방식"으로 작동해왔기 때문에 생명의 가치가 경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현재 군이 "많이 죽고 죽이는 전쟁, 일선 전투원들의 생명 가치가 총체적으로 경시되는 동시에 스스로에 대한 가학적 방식의 군 운영을 당연시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인명 경시가 현재 근무하고 있는 대다수 장병들에 대해서도 그대로 투영돼있다. 이같은 군사 문화를 차단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김종대 편집장과 임태훈 소장의 좌담은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편집위원의 사회로 지난 1일 <프레시안> 편집국에서 진행됐다. 좌담회 주요 내용을 두 편으로 나누어 소개한다.<편집자>  
 
▲ 왼쪽부터 김종대 편집장, 임태훈 소장, 정욱식 대표 ⓒ프레시안(손문상)

▲ 왼쪽부터 김종대 편집장, 임태훈 소장, 정욱식 대표 ⓒ프레시안(손문상)

 
정욱식 : 윤 일병 사건 이후 민관군이 함께 병영문화혁신위원회를 가동 중이다. 12월까지 활동하고 보고서를 제출한 뒤 종료할 예정인데, 25일 첫 회의부터 잡음이 발생하고 있는 것 같다. 두 분 다 민간 위원으로 활동하시는데 지금까지 상황에 대해 총평을 해주신다면? 
 
(병영문화혁신위원회는 한민구 국방장관과 심대평 지방자치발전위원장을 공동위원장으로, 산하에 △복무제도 혁신(1분과) △병영생활 및 환경개선(2분과) △리더십, 윤리증진(3분과) 등 3개 분과로 구성됐다. 각 분과위에는 13~14명의 전문위원과 7~8명의 실무위원이 편성됐다. 편집자)
 
임태훈 : 우선 위원회에서 내놓은 대책을 살펴보면, 1일부터 △계급별 공용 휴대전화 △GOP 휴일 면회 △평일 일반 면회 허용 △자율형 휴가 선택제 등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게 윤 일병 사건과 관련한 병영 부조리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는 항의 전화가 저희 인권센터로 많이 오고 있다.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들이 납득하기 힘들다는 의견이다. 
 
위원회가 제대로 된 토론 없이 대책을 내놓은 것 같아 우려스럽다. 이번에 내놓은 네 가지 대책도 마찬가지였다. 위원회에는 세 개의 분과가 있는데 각 분과에서 올리는 안이 많기 때문에 분과별로 안건을 토의하다가 이대로 가다가는 제대로 토의를 할 수가 없다고 해서 방안부터 먼저 발표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많이 지체돼서 위원 중 한 분이 1박 2일이든, 2박 3일이든 워크숍을 가자는 제안도 나왔다. 여기에 복수의 위원들이 지지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국방부 대변인이 회의 도중 들어와서 오늘 언론에 발표해야 할 것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건이 하나도 통과되지 않으면 위원회가 국민들로부터 비난받을 것이 두려워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식으로 급하게 결정돼서 나온 것이 위의 네 가지 대책이다. 
 
저는 이러한 결정에 반대했다. 위의 대책들은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라 부차적인 문제이며,  근본적인 문제인 군 옴부즈만 제도 문제를 이야기하자고 했다. 그랬더니 옴부즈만 제도 도입은 민감한 문제라 당장 이야기할 수 없다고 하더라. 1분과장은 네 가지 대책을 이야기하면서 "배고프니까 빵이라도 줘야 하지 않겠냐"면서 일단 대책을 내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제가 "배고프면 빵을 줄 것이 아니라 월급을 올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론을 제기했는데, 심대평 공동위원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해서 통과시켜버렸다.  
 
이 방안이 통과되는 과정도 문제였지만, 이것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도 있다. GOP 인력 운용에 문제는 없는지, 휴가 자율 선택제가 실현 가능한 것인지 등등 일선에서의 검증이 필요하다. 현재 군 내부 규정상 병력의 15% 이상은 휴가를 가지 못하도록 돼 있다. 유사시 동원할 수 있는 인력이 85%는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 이 규정을 유지하는 상태에서 휴가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이 비율을 수정하겠다는 것인지 정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불분명하다. 
 
2분과에 속해 있는 현역 영관급 장교는 GOP 면회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서부전선은 가능한 여지가 있을 수 있어도 동부전선은 해발 900~1000m의 고지대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민통선에서 오가는 것만 1시간이 걸리고 면회소도 없다. 이 장교는 GOP가 인력이 모자라 근무 강도가 높은 상황에서 면회를 자주 오는 병사의 경우 오히려 왕따를 당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일선에 있는 현역 장교가 반대하는 방안인데 이를 토론도 없이 결정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본다. 실무선에서 지휘권자가 지휘 부담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나. 현장에서 "위원회는 어떻게 문제를 바라보고 있느냐, 이렇게 현실성 없는 대안을 만들고 있느냐" 라는 의견이 나올 수 있고, 이는 현장 지휘관들이 위원회에 등을 돌리게 만들 수도 있다. 위원회가 신뢰받지 못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정욱식 : 전형적인 탁상공론으로 보인다. 현장의 분위기도, 지휘관의 고언도 고려하지 않은 채 청와대와 대중들 앞에 결과물을 내놓아야 하는 조급증에서 나온 방안인 것 같다.  
 
▲ 김종대 <디펜스 21 플러스>편집장 ⓒ프레시안(손문상)

▲ 김종대 <디펜스 21 플러스>편집장 ⓒ프레시안(손문상)

김종대 : 병영 내 사기를 높인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고 본다. 장병들의 휴가를 제대로 보장해주자는데 딱히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 문제는 위의 방안들이 단기적인 대책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이 대책들이 나오는 과정에서 병영문제의 본질에 대해 토론할 기회가 없었다는 점이다.
 
우리 병영 문화의 본질적 문제는 완전히 권력을 쥔 사람과 완전히 권력을 박탈당한 사람 간의 관계에서 시작한다. 윤 일병 사건만 놓고 봐도 의무대 안에서 절대 권력자인 이 병장과 절대 약자인 윤 일병이라는, 권력의 극심한 비대칭성 속에서 군대 내 가혹행위와 폭력이 발생했다.  
 
이걸 조금 더 확장해서 보면 간부들 사이에서도 권력의 비대칭성이 존재한다. 군대 내에서 모든 권한을 갖고 있는 지휘권이라는 권력과 거기에 복종해야 한다는 하급자들의 관계가 군대 내 온갖 부조리, 성폭행 등에서 나타나는 것 아닌가. 동시에 권력의 극심한 비대칭은 폭력에 대한 정당화로 이어지기도 한다. 
 
권력이 없는 자가 권력이 있는 자에게 복종하면서 이같은 고통을 감수·방조·용인하는 것으로 병영 내 권력 체계가 하나의 체질이나 문화로 굳어지는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혁신할 것인지가 병영 문화 개선의 본질적인 측면이다. 
 
다만 병영 문화 개선 방법이 내부의 '셀프개혁'으로 가능한 것인지 아니면 외부의 견제·감시가 있어야 하는지 논쟁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국민들은 외부의 관여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지 않나. 
 
비대칭적인 권력체계로부터 나오는 병영 문화 개선은 한국 징병제의 틀을 바꾸는 중요한 문제제기다. 군 내부의 권력관계와 이를 둘러싸고 있는 집단 문화에 손을 대보자는 것이 병영문화혁신위원회의 목표라고 본다면 이번 첫 번째 전체 회의는 대단히 만족스럽지 못했다. 이번에 제시된 네 가지 방안이 무엇을 바꾸기 위한 조치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정욱식 : 이번 조치가 군 수뇌부인 지휘관들이 사병들의 복지를 개선해준다는 시혜적인 관점에서는 평가할 측면도 있지만, 문제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권력의 비대칭성을 교정하는 데는 실효가 없다는 것인가? 
 
김종대 : 그렇다. 한국 징병제 문제의 본질로 첫째, 억지로 끌려왔다 둘째, 병사들은 타율적 통제 대상이지 아무런 자율적 권한과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집단이 잘 유지되면 다행이지만 집단적으로 형성된 문화에서 집단이 무기력한 개인을 처벌하고 배제하는 현상, 일명 왕따 놀이가 성행하고 있다는 걸 주목해야 한다. 문제는 이 왕따, 따돌림의 문화라는 것은 ‘거저먹는 개인을 처벌하는’ 합리적인 발상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무임승차자를 처벌한다는 건 비도덕적이지만 그 대신 합리적이다. 
 
병영문화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인데, 과거에는 개인이 집단을 처벌했다면, 예를 들면 폭군이 집단을 집합시키고 가혹행위를 했다면, 지금은 집단이 그 집단에 적응하지 못하는 한 개인을 처벌하는 양상으로 변했다. 이는 임 병장 총기 사건으로 불거진 왕따 논란, 2011년 해병대 2사단 총기사건에서 일어난 기수열외, 이번 윤 일병 사건으로 벌어진 고참·선임병들에 의한 후임병 1명에 대한 집단적인 가혹행위 등에서 일관되게 드러나는 특징이다. 
 
군 내에서 기득권인 선임들은 누리고 통제하는 계층인반면 새로 들어오는 후임의 경우 적응이 안 되면 집단이 체벌을 가해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간부와 병, 또는 간부와 간부 관계에 있어서도 계급이 하나의 신분으로 굳어지면서 업무뿐만 아니라 사생활도 간섭할 수 있는 엄청난 권력관계로 작동한다. 이러한 권력의 극단적 비대칭성이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인간의 소양을 체계적으로 붕괴시키기 시작했다. 그 결과 사람이 갖고 있는 공격 본능이 상대방이 고통을 당함으로써 만족하는, 하나의 채워야 할 ‘욕망’이 돼버린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군대의 모습인데 이를 어떻게 척결하느냐가 본질적인 문제다. 
 
군에 적응하지 못하는 관심병사?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군 
 
정욱식 : 군대 내의 가혹행위 양상이 바뀌고 있는 모습과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프레시안(손문상)

▲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프레시안(손문상)

임태훈 : 예전에는 임무를 제대로 못한 것에 대한 가혹행위가 이뤄졌다면 지금은 조그마한 차이에 대한 불관용 또는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측면이 강하다. 사회는 다변화되고 인권이 증진하는 반면에 군은 과거에 머물러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군대가 예전보다 좋아졌다는 말 많이 한다. 그런 측면도 있다. 군복의 색이 바뀌고 병영 침상이 바뀌고 PX 물건이 좋아지는 등 겉모습은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군대는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봉건적인 매커니즘을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군은 "외동아들에, 개인주의가 만연해있는 상황에서 자기밖에 모르는 애들이 군에 들어와서 단체생활을 못하고 있다. 군에 적응하지 못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자기 자식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부모들은 "치맛바람이 세고, 별나고, 자식을 온실 속에 키우려고 한다"는 비난을 가한다. 이런 상황에서 군대에 문제가 있다고 항의할 수 있는 부모들이 어디 있겠나. 문제를 제기하는 순간 자기 자식이 더 비난받을 수 있는데.  
 
사회에 있던 아이들이 군에 적응하지 못한다고 하는데 제가 봤을 때는 오히려 거꾸로인 것 같다. 군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군이 사회 변화에 발맞춰서 병영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꾸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군은 여전히 감시와 통제, 왜곡된 시간과 역사 속에서 살고 있는 것 같다. 
 
북한을 방문한 CNN 기자가 북한의 모습을 보고 "왜곡된 시간 속에 놓여져 있는 것 같다. 여전히 감시와 통제 일변도"라는 말을 하던데, 우리 군이 주적이라고 이야기하는 북한과 맞닿아있으면서 북한을 닮아가는 것 같다. 통제하고 감시하고, 일이 터지면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하고, 사건 터지면 외출·외박 금지시키고, 집에 전화해서 알리지 말라고 하고, 간부들 휴대전화 수거하고 있지 않나. 
 
정욱식 : 한반도에 인권이 없는 곳이 북한과 대한민국 군대라는 말도 있는데(웃음)
 
김종대 : 모든 나라의 군대가 갖고 있는 3가지 덕목이 있다. 새뮤얼 헌팅턴은 그의 저서 <군인과 국가(The Soldier and The State)>에서 책임성, 단체성, 규율성을 군대 조직의 특성으로 제시했다. 선진군대와 군국주의·전근대적인 군대는 공통적으로 이 세 가지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 그는 선진군대는 구성원을 조작한다고 했고 후진국 군대는 구성원을 지배한다고 했다. 군대가 갖고 있는 책임성, 단체성, 규율성을 구현하는 방법의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후진국 군대는 구성원의 모든 인신과 영혼까지 지배한다. 권위에 대한 복종 방식이 대단히 폭력적이다. 반면 선진국 군대는 구성원들을 다양한 인센티브나 동기를 유발시키는 시스템을 통해 조작한다.  
 
언뜻 보면 폭력을 쓰고 통제하고 윽박지르는 군대가 겉은 더 강해 보인다. 바싹 군기가 들어있으니까. 하지만 이건 허상이다. 직업적인 정신을 가진 전문가로서의 군대는 그렇게 겉모습이 경직돼있지 않다. 자기 임무에 대한 확신과 전문성, 자발성으로 가득 차 있다. 이게 바로 선진형 군대다.  
 
인권이라는 가치가 우리 군에서 금기시되는 이유는 지배하기 위함이다. 통제·교화·징벌의 대상으로 장병을 바라보는 전통적인 지배 방식을 답습하는 형태로 군을 운영하고 싶기 때문에 인권이라는 가치가 개입되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지배태도가 군대를 군대답지 못하게 하는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전에서도 그렇고 전문 직업주의로 무장된 군대가 정말 군대다는 군대인데 우리 군은 이런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 우리 군도 이를 인정하고 있음에도 현실로 들어서면 헌팅턴이 비판하고자 했던 군대의 모습을 답습하는 현상으로 가고 있다. 
 
정욱식 : 일각에서는 "군대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군대의 특수성이 인권과 긴장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군의 특수성과 인권의 보편성 간의 긴장 관계는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이를 풀 수 있는 방법은 없나?  
 
임태훈 : 지금 우리 군은 몇몇 장성들 편하자고 하는 군대를 만들고 있다. 이런 ‘봉건 영주’들을 위한 군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편한 군대가 잘 돌아가는 군대라고 생각하면서 이를 군의 ‘특수성’이라는 외피로 포장하고 있는데,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군을 지배하고 있는 사람들이 말하는 군의 특수성은 곧 '특수 권력관계'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런데 인류는 프랑스 혁명을 거치면서 이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깨달았다. 군대도 헌법의 통제 하에 놓여 져야 한다는 것이 현대 국가의 대부분 모습이다. 그런데 군 내부 기득권층은 자꾸 거기에 외피를 입힌다. 예를 들어 '군인복무규율'이라는 것으로 군인의 모든 권리를 제한하고 있지 않나. 
 
박근혜 대통령이 법, 원칙을 대단히 강조하지만 우리 군은 예외다. 지금 우리 군은 법보다 지휘관의 입이 더 힘이 세다. 국회에서 만든 법보다 중요한 것이 군인복무규율이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지침이다. 그리고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지휘관의 '말'이다. 그리고 이는 군대는 특수한 조직이기 때문에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근데 이렇게 따지면 대한민국 군대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군이 해야 할 본연의 임무는 헌법에 명시된 것처럼 영토와 주권을 적으로부터 지키는 건데, 법을 무시하고 헌법적 가치를 군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지 않나. 이렇게까지 하면서 군이 지켜야 할 특수성이 대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이러한 특수권력관계는 전범을 대량 양산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집단 강간과 대량 학살을 낳을 수 있다. 그래서 인권교육이 중요하다. 인권침해 사안을 막기 위해 경찰, 검찰, 군대 모두 노력해야 하는데 우리 군은 지켜야 할 기본적 가치를 무시하고 있다. 우리의 민주적 공동체를 이런 군대에 맡겨야 하는지 굉장히 의심스러울 정도다. 민주국가내에 작은 독재국가가 있는 것 같이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본다. 
 
▲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및 <프레시안>편집위원 ⓒ프레시안(손문상)

▲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및 <프레시안>편집위원 ⓒ프레시안(손문상)

정욱식 : 대한민국 군이 갖고 있는 기형적인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지휘관, 특히 장성들의 기득권 주의가 심각한 문제인데, 이렇게 된 뿌리는 어디에 있고 왜 이렇게 변하지 않는 것인가?  
 
김종대 : 거기에는 여러 가지 역사문화적인 요인이 있다고 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에서 군인이 군인답다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제대로 가치정립이 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고 본다. 
 
군대의 정신은 사실 장교들의 정신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것이 가장 중심적인 것이고 이와 더불어 병사문화가 있는 것이다. 이 둘이 조화롭게 만나야 하는데 지금은 장교들이 병사의 세계를 잘 모른다. 한국다운 군사문화가 무엇인지에 대해 우리 군이 총체적인 방황을 하고 있는 것이다. 
 
창군과정에서도 제대로 된 군사문화를 만들지 못했다는 점을 알 수 있는데, 우리 군은 일본군을 모태로 시작됐다. 주요 창군 멤버들이 일본군 출신이다. 이후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미국식 군대 문화를 받아들여서 일본과 미국의 군 문화가 짜깁기 돼 있다. 행정적인 측면이나 일하는 방식은 미국식이고 규율 문화는 일본식을 따르고 있다. 외국 군대의 특성을 받아들이면서 이를 우리 것으로 만들어내는 재창조 과정을 거치지 못하면서 정체성이 모호한 군대가 돼버렸다. 
 
인권의 문제로 환원해서 살펴보면 우리 군은 생명을 경시한 아픈 과거 역사가 너무 많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일례로 한국전쟁 당시 국군 포로 문제의 경우 YS 정부 때까지만 해도 국군 포로라는 말 자체를 정부가 부인했다. 한국전쟁 실종자라고 했지. 그리고 정부는 그 가족들을 연좌제로 감시했다. 이후 민주정부 들어와서 비로소 국군 포로 문제를 정책화하니까 예비역 장성 모임인 성우회 같은 데서 정부에 국군 포로를 소환하라고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북파공작원의 경우는 YS 정부 때까지 존재 자체가 정부에 의해 부인됐었다. 그러다가 민주정부 때 복원됐다. 14000명의 북파공작원을 북한에 보냈는데 이 중 7000명이 사망한 안타까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심지어 이들은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는 것을 통해 보상을 받기는커녕 불이익을 받았다. 
 
이처럼 지금까지 한국군의 역사를 살펴보면 조직의 임무 수행을 위해서는 같은 아군이라도 버릴 때는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는 사고방식으로 작동돼왔던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오랜 역사가 생명의 가치에 대한 군의 기본 태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흐름이었다고 본다. 
 
전방 GOP에 가보면 먹고 입고 자는 문제부터 싸우는 작전계획에 이르기까지 병사들에게 매우 열악하고 가혹한 생활 여건을 강요하고 있다. 굉장히 많이 죽고 죽이는 전쟁을 신봉하면서 이 모든 것을 군사 상황의 목적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하고 있다. 
 
현대의 무기 체계가 발달하는 이유는 적게 죽고 적게 죽이기 위함이다. 전쟁을 오래 끌지 않고 빠른 시간 내에 정확한 전쟁을 통해 정치적 목적만 달성하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이게 군사력이 발전하는 주요 명분 중 하나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여전히 많이 죽고 죽이는 전쟁, 일선 전투원들의 생명 가치가 총체적으로 경시되는 동시에 스스로에 대한 가학적 방식의 군 운영을 당연시하고 있다. 이는 전쟁에 대한 한국군 인식 구조의 원형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서 군은 국민들에게는 “군을 사랑해달라”라고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군인을 사랑하지 않은 것은 군 본인이다. 군 스스로 아군을 살해하고 군인을 학대한 것이다. 영화 <라이언 일병구하기>가 감동스러운 이유는 집단이 개인을 구출하는, 생명존중의 메시지를 깔고 있기 때문이다. 
 
서구에서는 자기들 피를 덜 흘리고 같은 아군끼리 보호해야 한다는 정신이 그 나라 군대의 전투력으로 인식된다. 반면 우리는 죽거나 다친 사람은 버리고 우리끼리 가자는 문화가 굳어져 있다. 이러한 인명 경시가 현재 근무하고 있는 대다수 장병들에 대해서도 그대로 투영돼있다. 이같은 군사 문화를 한 번 차단할 때가 됐다. 여기서 매듭을 져야 한다. 

 

이재호 기자(정리) 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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