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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무용론과 군비증강의 안보 딜레마를 넘어

 
강태호 2014. 12. 16
조회수 9 추천수 0
 

북핵 첫 6자회담이 열린 게 2003년 8월이었으니 11년 넘었다. 2008년 부터 지금까지 그 절반 가까운 6년간 회담이 열리지 않고 있으니 이제 ‘6자회담은 죽었는가?’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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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6일 성 김(왼쪽)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황준국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외교부에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북핵 협상 비관론 6자회담 회의론

 

 6자회담을 둘러싸고는 두가지 견해가 충돌한다. 하나는 6자회담 무용론이다. 다른 하나는 대안 부재에 입각한 협상고수론이다. 예컨대 협상 고수론에 선 이들은 협상 무용론은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고 비판한다. 협상이 아니면 전쟁과 북한 붕괴 뿐이 없을 텐데 그것이 북핵 해결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는 가라는 것이다. 협상무용을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2012년의 2.29 합의가 뒤집어지자 미국 내에서 협상론자들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협상 무용론이 힘을 얻었다. 거기엔 이런 현실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협상으로는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협상무용론까지는 아니더라도 한미가 6자회담을 여는 데 부정적이거나, 실질적 선행조처를 요구한 데는 6자회담 회의론이 작동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6자회담을 열어도 핵 폐기에 합의해도 북이 이를 무시하고 핵 개발을 계속한 이상 6자회담은 오히려 북한의 핵개발 명분을 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의 제네바 합의 20주년을 계기로 열린 세미나에는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쪽 협상 대표 이외에 남쪽 6자회담 수석 대표인 황준국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도 참석했다. 그는 외교부의 말단 사무관으로 94년 제네바 합의 당시 미국쪽 협상대표들로부터 북한과의 협상 결과를 전해들었던 당시 경험을 회고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 이 순간도 북한은 핵물질을 생산하고 있을 것입니다. 미사일과 핵무기 기술도 계속 개발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직면한 이 난국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고민이 아닐 수 없습니다. 1990년대에는 북한의 핵개발 의지를 과소평가하는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가 문제였다면, 지금은 과연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비관론이 문제인 상황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시도를 하였고, 이 많은 시도들이 모두 실패해서 이제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어떤 정책수단으로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만들기 어렵다는 회의론은 미국내의 강고한 여론으로 굳어지고 오바마 행정부 내부와 전문가 집단 사이에도 광범위하게 자리잡았다. 예컨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14년 5월말 미 육사 연설에서 집권 중후반기의 ‘신(新) 외교 독트린’을 제시하고 9월엔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당면한 대외현안을 열거했으나 북핵은 한 차례도 거론하지 않았다. 북한이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가 선행돼야만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는 ‘선 조처, 후 대화’ 원칙을 고수하면서 북한의 태도변화 전에는 아예 ‘관여’(engagement)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전략적 인내가 아니라 전략적 무시에 가깝다. 게다가 존 케리 국무장관은 ‘발등의 불’인 중동 문제와 우크라이나 사태에 올인해 왔다.

 

전략군으로의 개편과 최소 억제전략 수준

 

 그렇다면 북한이 비핵화에 나오지 않는 이상 협상이 무의미하다며 6자회담에 사망선고가 내려진 이 상황을 냉정한이해득실의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손해 보는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북한은 핵보유를 정당화하면서 이른바 ‘핵무기고’를 늘려왔다. 흥정에 비유하면 물건 값은 계속 올라가는 데 미국은 중국의 대북 압박에 대한 지지를 얻었을 뿐 이를 막지 못했다. 오바마 행정부 들어 북한은 2009년 5월과 2013년 2월 핵실험을 두 차례나 더 실시했고 2012년 12월엔 지구궤도에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데도 성공했다. 이로써 북한은 세계 8번째의 핵실험 국가이자, 세계 10번째로 자국 영토에서 자국 로켓으로 자국 인공위성을 지구궤도에 쏘아올린 ‘스페이스 클럽’ 회원국이 되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북한은 플루토늄 재처리에 이어 우라늄 농축을 통해 핵연료주기를 완성하고 지속적으로 핵무기용 핵분열 물질을 생산해내고 있다. 최근에는 분열 증폭탄과 수소폭탄 개발에 나섰다느니, 북한이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핵탄두의 소형화・경량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물론 이러한 핵분열 물질 및 운반수단의 개발·보유만으로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간주할 수는 없다. 일반적으로 핵분열 물질의 생산과 운반수단의 보유 외에도 핵 교리와 핵미사일 지휘통제체제를 구축해야 명실상부한 핵무기 보유국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런 조건에 부합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2013년 최고인민회의가 ‘핵보유국 지위 공고화 법’을 채택했고, 올 4월엔 ‘조선인민군 전략군 사령부’의 창설을 공표했기 때문이다. 핵 교리와 함께 핵 미사일 지휘통제체제를 완성해 가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 공고화 법’에서 △핵무기 보유의 목적 △핵무기의 용도 △핵억제력의 질적·양적 강화 △최고사령관에 의한 핵무기 사용 △비핵국가에 대한 핵무기 사용금지 △핵무기 보유 및 실험의 안정성 보장, △핵무기 기술·물질의 불법적 유출방지 △국제적 비확산 노력 동참 △국제적 핵군축 지지 △법령 집행을 위한 실무대책 수립 등 10가지의 핵 교리를 발표하였다. 북한은 또 올들어 단거리 미사일과 장사정포 등을 거듭 발사했다. 지난 2월 21일부터 9월6일까지 사거리가 500km에 이르는 신형전술미사일, 300mm 신형 방사포와 스커드 및 로동 미사일, 프로그 로켓, 신형 전술 미사일 등 19차례에 걸쳐 111발의 중·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했다. 이는 2013년 대비 10배 이상으로 증가한 수치였다. 주로 강원도 원산 지역에서 미사일 발사 시험을 했던 북한은 평북(묘향산)과 황해도 평산, 개성 등 내륙 지역으로까지 발사 지점을 확대했으며,  북•중 접경지역인 자강도 지역에서도 미사일을 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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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4월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된 북한의 KN-08 대륙간탄도미사일

 

 전략군 창설과 함께 이같은 미사일 발사는 북한이 생존성을 확보하면서 제2격 능력(2nd strike capability)을 갖추기 위한 핵미사일 지휘체제 구축을 점검, 운용하기 위한 시도로 평가됐다. 정부쪽 정보소식통들은 전략군 창설의 의미를 최근 모든 미사일 전력을 통합, 발사체계를 자동화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발사 명령을 신속하게 수행할 수 있는 체제로 개편하려는 것으로 봤다. 한 정보 소식통은 “전략군을 창설한 것은 미사일 발사체계를 자동화하고 지휘체계를 일원화시킨 의미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소식통은 “기존 전략로켓군 예하에는 스커드·로동·무수단 미사일 여단이 각각 편제되어 있었지만 전략군을 창설하면서 이들 여단이 모두 통합된 것으로 안다”면서 “김정은 제1국방 위원장이 미사일 전력에 대한 ‘최고 주도권’을 갖게 됐고 그만큼 발사 명령에 대한 반응 속도도 높아지게 됐다”고 분석했다. 
 소련은 첫 핵실험을 한 지 10년 만에 전략로켓군을 창설했고, 후발 핵 국가인 중국은 첫 핵실험을 한 지 2년 만에 제2포병을 창설했다. 북한은 첫 핵실험을 한 뒤 16년만인 2012년 전략로켓군을 창설했다. 소련과 북한은 대륙간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한 뒤에 전략로켓군을 창설했으나 중국은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기 이전에 제2포병을 창설했다. 소련과 중국의 전략로켓 부대는 육군, 해군, 공군 외 별도의 군으로 취급되고 국가지도부가 직접 통제하고 관할한다. 북한의 전략군은 부대 명칭과 창설시기 등의 면에서 보면 소련 전략 로켓군과 더욱 유사하다. 소련과 중국은 핵탄두의 장거리 타격능력을 갖추는 이른바 ‘최소 억제전략’을 갖추는 단계에서 전략로켓군과 제2포병을 창설했다. 그렇다면 핵무기의 소형화 탄두화 여부에 대한 미국의 유보적인 평가와 별개로 이런 움직임으로 볼 때 북한 스스로 최소 억제전략을 갖췄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물론 북한이 최소 억제전략 수준 도달하기 위해서는 두가지 기술을 입증해야 한다. 우선 북한은 장거리 타격 능력의 핵심능력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북한은 여러 차례의 인공위성 로켓 및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거쳐 2012년 12월 마침내 대기권 밖에 인공위성 광명성 3호 2호기를 성공적으로 궤도에 진입시켰다. 그러나 이 로켓이 대륙간 탄도미사일로 기능하려면 대기권으로 재진입시키는데 성공해야 한다. 북한은 아직 이 기술을 입증하지 못했다. 그러나 대기권 재진입기술은 이미 50~60년 전에 개발된 기술이기에, 북한이 이 기술을 확보하는 건 시간문제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2014년 1월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장(DNI)은 미 상원 정보위원회에서 북한이 우라늄 농축시설을 확장하고 플루토늄 원자로를 재가동했다고 밝히고, KN-08(북한은 화성 13호로 명명)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배치를 위한 초기조치가 이뤄졌다고 증언하였다. 최근 퇴임한 새뮤엘 락클리어 미 태평양사령관(당시)도 언론인터뷰에서 북한이 미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고 위협할 수 있는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실전배치 수순을 밟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도 2014년 10월 27일 열린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세 차례의 핵실험을 했고 그 이후에 상당한 시간이 흘러서 북한이 스스로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발표할만큼 기술적 수준이 향상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제46차 한미 연례 안보협의회 참석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한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도 10월 24일 북한이 핵탄두를 소형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본다고 밝힌 바 있다. 일반적으로 탄두중량 1천kg, 직경 90cm 이내로 핵폭탄을 만들 경우, 이를 소형화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평가한다. 이 정도 무게와 크기의 탄두는 북한의 스커드-B형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으며, 이 미사일은 사거리가 300여km이기 때문에 남측 영토의 대부분이 사정권에 들어가게 된다.

 

 안보딜레마- 강대 강의 끝없는 무기증강 정책

 

  6자회담과 9.19 공동성명의 합의가 북핵 개발을 막지 못했다고 비판하지만, 2006년과 2009년 그리고 2013년 3번에 걸친 핵실험은 모두 회담이 좌초된 상태에서 감행됐다. 게다가 6자 회담 또는 협상을 대신한 그 어떤 정책이나 전략도 북한의 핵 위협을 약화시키거나 저지하는 데 실패한 것 또한 너무나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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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체인의 핵심 정찰 자산인 고고도 무인정찰기(HUAV) 글로벌호크(RQ-4)

 

 회담과 협상을 대신한 것은 킬체인(kill-chain)이니,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체계 등 군사적 수단이었다. 킬체인 등 대북 핵위협 억제를 위한 예산은 23%나 늘어났다. 군은 2020년대 중반까지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징후를 포착하여 선제적으로 제압하는 킬체인을 완성하며, 북한의 핵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에 약 17조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최신예 F-35A 스텔스 전투기, 이지스 구축함, 글로벌호크 무인정찰기, 아파치 대형 공격헬기, 신형 지대지 미사일과 같은 공격무기를 조기에 확보할 계획이다. 이를 합치면 2020년대 중반까지 60조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북한이 핵분열 물질이나 운반수단의 개발을 넘어 실전배치단계로 갈수록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능력에 맞서 키리졸브·독수리연습과 을지 포커스 가디언(UFG)연습을 통해 미 본토와 해외기지로부터 모의핵무기를 반입하는 확장 억제력 전개 연습을 실시했다.

 그러나 현실의 북한 핵위협을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핵 위협을 전제로 진행되는 이런 한미동맹의 군사적 대응은 결과적으로 북한 핵 무장 강화를 정당화시키는 또 다른 명분이 돼 소모적인 무한 군비경쟁을 자초할 뿐이다. 미국의 압도적 핵능력과 해공군력 등 첨단무기에서 한미에 크게 뒤쳐진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더욱 가속화함으로써 이런 비대칭적 전략의 불균형을 극복하려고 할 것이다. 게다가 핵물질의 양산수단을 갖춘 북한이 핵무기의 소형화와 이동식 중단거리 미사일 등 운반수단의 다양화로 나아갈 경우 이런 천문학적인 비용을 요구하는 최첨단 억지수단도 한순간에 무용지물이 되버릴 것이다. 그건 첨단 무기를 팔려는 장사꾼들의 배만 불리는 일이다. 이런 무기들이 가공할 핵 위협을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북한 핵에 대한 억지는 다만 핵무기로 억지할 수 있을 뿐이다. 무엇보다도 미국이 확장 억지로 핵우산을 제공하겠다고 했으니 이른바 공포의 핵 균형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외교’가 작동하지 않고 있는 전혀 다른 상황을 맞고 있다.  2008년 대선 당시 오바마가 내세웠던 대북정책 기조는 ‘단호한 대응과 직접적인 대화’였다.  집권 뒤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은 이른바 ‘대화와 압박’의 투트랙을 표방했지만 직접대화의 과감함은 없었고, 제재는 단호했을지 몰라도 효과가 없었다. 말이 투트랙이지 대화가 사라졌다. ‘전략적 인내’라는 정책이 엉거주춤 그 자리를 대신했을 뿐 2.29 합의 폐기로 인해 미국 내에서 대화론자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 미 국무부 정보조사국 담당관을 지낸 북한문제 전문가인 로버트 칼린은 이렇게 경고했다. “북핵 문제는 적대적인 입장으로는 절대 해결될 수 없고, 그렇다고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은 가장 위험하다.” 실제로 전략적 인내는 북한 핵무장력 강화와 북한의 도발 및 남북 군사적 충돌에 속수무책이었다. 
  2·29 합의가 무산되자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는 전략적 무시에 가까운 행보를 보여왔다.  6자회담 재개에 대해서는 ‘전부 아니면 전무’ 방식의 접근법을 보였다. 북한이 처음부터 모든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데 동의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게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북한을 무시하며 문제가 저절로 사라지기를 희망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북한은 저절로 사라지지 않는다. 북한은 여전히 핵무기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이 ‘전략적 인내’ 내지 무시는 더 이상 인내할 수 없는 무시할 수 없는 시점이 올 수밖에 없다. 무엇인가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점이 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리즈를 시작하며>

 1차 북핵 위기를 종식시킨 북미 제네바 합의가 체결된 것이 지난 94년 10월이었으니 20년이 지났다. 지난 20년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려던 모든 대북 핵정책은 실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2008년 12월을 마지막으로 6자회담은 지난 6년 동안 열리지 못하고 있다. 6자회담은 죽었다고 할 수도, 살아있다고 할 수도 없는 빈사상태에 빠져있다. 
  무엇보다도 2015년을 코 앞에 두고 한반도는 다시 기로에 서 있다. 두가지 흐름이 존재한다. 하나는 북한의 핵실험 등 미증유의 전면적 대결 가능성이다. 유엔 총회에서 인권문제를 담당하는 제3위원회가 지난 11월18일(현지시각) 북한 인권 결의안을 통과시키자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틀 뒤인 11월 20일 성명을 통해 4차 핵실험을 경고하며 ‘전쟁억제력은 무제한 강화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유엔 총회는 12월 18일이나 19일께 이 북한 인권결의안을 채택하고 이때 안보리도 북한 인권 문제를 공식 의제로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북은 이에 맞서 11월 23일 국방위원회 성명에서 “미증유의 초강경 대응전에 진입할 것”이라고 밝혔듯이 미국 한국 등을 겨냥한 군사적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정반대의 다른 흐름 또한 존재한다.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탐색적 대화의 가능성이다. 미국을 방문 중인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지난 12월 10일 한미가 그동안 추진해온 북한의 변화를 위한 압박차원의 공조에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한미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촉구한 데 이어, 12월12일 성 김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미국이 북한과의 직접대화에 응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는 베이징에서 중국 정부 고위당국자들과 이틀간에 걸쳐 협의를 마친 뒤 북핵관련 6자회담 재개 조건과 관련해 “북한과 직접 대화할 기회가 있다면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북한도 다른 신호를 보내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3주기(12월 17일)를 맞아 12월12일 발표된 외무성 명의의 장문의 보고서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앞으로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북한과 미국은 내년 1월 싱가포르에서 스티븐 보즈워스 전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비롯한 두나라의 전현직 당국자들이 참석하는 1.5 트랙(반관반민) 회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반도 정세는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가? 섣불리 예측할 수는 없고 어느 한 방향으로만 가는 게 아닐 수도 있다. 다만 큰 흐름은 유엔총회 결의가 구속력을 갖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인권 문제보다는 북핵 문제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세번에 걸쳐 지난 20년 협상과 대결을 거듭해 온 북핵 위기의 궤적을 살펴보고 탐색적 대화를 통한 6자회담 재개의 가능성을 짚어본다. 
 
  
    
 1. 지난 20년 대북 핵 정책은 실패
 2. 협상 무용론과 군비증강의 안보 딜레마를 넘어
 3. 탐색적 대화와 제재 협상의 ‘병진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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