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도 투쟁위 공동위원장도 울먹이며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로 호소했다. 그는 "내 자식도 소중한데 남의 자식이라고 안 소중하지는 않다"면서 "우리 자손들에게 이런 위험한 걸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박보생 김천시장은 예정에 없던 삭발을 감행했다. 박 시장은 "성주군민이 먹기 싫다고 뱉은 음식을 김천시민이 먹을 수 있나"라면서 "여러분이 단결한다면 시민에게 피해를 주는 사드 배치를 결사반대하겠다"고 약속하며 그 자리에서 삭발을 하겠다고 나섰다. 박 시장이 삭발하자 투쟁위 위원장들도 덩달아 삭발했다.
박 시장과 투쟁위원장들의 삭발을 하는 사이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이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무대 옆에 등장했다. 이 의원이 오후 7시께 무대에 오르자 장내가 술렁이기 시작하고 흥분한 일부 주민들은 욕설을 퍼부으며 물병을 던지기까지 했다.
사드 배치에 찬성한다고 밝혔던 이 의원은 이날만큼은 납작 엎드리는 모양새였다. 그는 "이렇게까지 국방정책이 흔들리는 나라,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 "대한민국도 지키고 우리 김천도 확실히 지키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저는 사드 배치와 관련해 오래전부터 주민 설득이 되고 충분한 이해가 가고 난 다음에 배치지역을 발표하도록 했다"면서 "어제도 국방부 장관에게 제3후보지 반드시 주민들이 오케이(OK)할 때 그때 발표해야 한다고 얘기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의원을 향해 주민들은 "이철우 내려와", "집에 가" 등을 외치며 야유를 보냈다.
주민들 '사드 배치 안돼'... "김천이 반대하면 또 어디로 옮길 거냐"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사드 배치를 철회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구미를 떠나 김천으로 이사를 왔다는 김민희(42)씨는 "구미는 공장도 많고 해서 공기도 맑고 공원도 많은 곳에서 아이들과 즐겁게 살기 위해 이사를 왔는데 이곳으로 사드가 온다니 저희로서는 통탄스럽다"고 말했다.
혁신도시인 율곡동에 살고 있다는 김아무개(33)씨와 신아무개(36)씨는 "사드가 김천 근처에 배치된다고 해서 당혹스럽다"면서 "우리는 사드가 김천에만 들어오면 안 된다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걸 반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민들은 김항곤 성주군수를 향해 원망스럽고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농소면에서 자두와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다는 차해수씨는 "골프장에서 우리 집까지는 약 3.5km에 불과하다"며 "성주에서 난리치고 이곳으로 온다니 상당히 황당하고 불안하다"고 말했다.
사금분(61)씨는 "농소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았다"며 "성주군수가 왜 김천 인근에 사드를 배치하도록 요구했는지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정부의 행태가 더 웃긴다. (사드를) 성주에 결정했으면 끝까지 하든지 주민들이 반대한다고 다른 곳으로 옮기고... 김천이 반대하면 또 어디로 옮길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투쟁위는 사드 배치 결의문을 발표했다. 투쟁위는 결의문을 통해 ▲ 김천시민의 안전과 생존권을 위협하는 제3후보지 사드 배치 요청 결사 반대 ▲ 시민 동의 없고 행정절차 무시한 원칙과 일관성 없이 행동하는 국방부의 각성 ▲ 지역 갈등 초래하며 김천시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사드배치를 끝까지 막아내자고 호소했다.
한편 김천 투쟁위는 25일부터 매일 오후 7시부터 율곡동 안산공원에서 촛불집회를 열기로 하고 한 달 동안 집회신고를 했다고 밝혔다. 또 SNS를 통해 3000여 명이 넘게 모였다며 '김천 사드 반대'가 아닌 '대한민국 사드 배치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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