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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절 논란…‘박정희가 짱이다’ 결론 정하고 논리 만들어”

 

[이영광의 발로GO 인터뷰 82] 심용환 역사&교육연구소 소장

이영광 기자  |  kwang3830@hanmail.net

 

 

지난 15일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올해를 ‘광복 71주년이자 건국 68주년’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다. 새누리당은 이에 더해 건국절 법제화를 추진하면서 논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사실 건국절 논란이나 법 제정 발의는 처음이 아니다. 건국절 주장은 2006년부터 꾸준히 있었고 18대에서 법도 발의됐다. 그러나 번번이 여론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되고 말았다. 더구나 20대 국회는 여소야대다. 야당의 찬성이 없으면 법 통과는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건국절을 꺼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 <역사전쟁> 저자인 심용환 역사&교육연구소 소장을 지난 22일 분당선 한티역 근처 커피숍에서 만났다.

심 소장은 건국절을 꺼낸 이유를 “4.13총선 이후에 정부의 힘이 많이 빠진 상태에서 남은 동안 자신들의 이슈를 달성해야 하는데 하나하나가 걸리는 상황이다. 때문에 그 상황을 피하기 위한 사회적 논쟁거리로 이슈를 옮겨 붙게 하려고 건국절을 들고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나라의 3요소는 국민, 주권, 영토인데 1948년에야 다 갖춰졌고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은 때도 이때다”라는 보수층의 주장에 심 소장은 “이들은 ‘박정희가 짱이다’는 결론을 정하고 결론을 지키기 위해 논리를 만드는 거다. 그래서 처음부터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라 반대편에 진을 빼기 위해 그때그때 논리를 만들어낸다”고 주장했다.

“독립운동을 한 것과 나라를 세운 건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전희경 새누리당 의원의 주장에 대해서 심 소장은 카이로 회담 전에 당시 임시정부의 주석과 외무상이었던 김구와 조소앙이 장제스를 만나 조선의 즉각 독립을 요청한 예를 들어 “구분이 안 된다. 충칭 임시정부가 없었으면 카이로 회담의 의결 사항이 나올 수 없고 그러면 포츠담이나 모스크바 의결 사항은 없는 건데 왜 독립운동사와 우리나라 정부수립의 연관성이 없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통령이 안중근 의사의 순국 장소를 뤼순이 아닌 하얼빈으로 말해 역사 인식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에 심 소장은 “헷갈릴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발언하는 자리라면 그 발언에 대해 문장을 검토하는 팀들이 있을 텐데 이들이 얼마나 우리나라 역사에 무지하고 역사의식이 없으면 이런 소리를 할 수 있냐는 거다”라고 한탄했다.

   
▲ 심용환 역사&교육연구소 소장 ⓒ 이영광 기자

다음은 심용환 역사&교육연구소 소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박정희’ 결론 두고 거꾸로 이야기 만드니 ‘건국절’ 무리한 오류 등장”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광복절에서 건국절을 언급해서 다시 논란인데 어떻게 보고 계세요?

“저는 건국절 논란이 커지게 된 게 안 커졌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요. 왜냐면 이게 작년 국정교과서 때처럼 이 이슈가 전면에 다뤄지는 상황이면 좋겠는데 그것이라기보다는 사드 등 4.13총선 이후에 정부의 힘이 많이 빠진 상태에서 남은 기간 자신들의 이슈를 달성해야 하는데 하나하나가 걸리는 상황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그 상황을 피하기 위한 사회적 논쟁거리로 이슈를 옮겨 붙게 하는 거죠. 그래서 건국절을 들고 나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모든 이슈에 대해 건별로 대응하며 자칫 사드 문제라든지 박근혜 정부가 하려는 일을 저지해야 하는 데 노선이 흐트러뜨리는 것 같아 조금은 지혜롭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면 조만간 국정교과서가 나올 거고 건국절을 얘기하냐 아니냐의 말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문제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먼저 들어요.

의도예요. 너무 집요해요. 일련의 과정을 보면 어떻게 해서라도 이 얘기를 해 나아가고 관철시키고 싶은 거죠. 최소한 교과서를 못 뜯어고치더라도 자기 지지층만큼은 이렇게 사고하도록 하고 싶어 하는 전략적이고 의도적인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잘못 생각하는 게 있어요. 보통 건국절 얘기라면 이들이 친일파기 때문에 한다거나 독재를 했기 때문이라는 게 틀린 얘기는 아니에요. 그러나 이 사람들 사고는 거꾸로 들어가는 거예요. 이들은 ‘박정희가 짱이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거예요. 박정희 유산이 오늘날 대한민국을 만들었다고 절대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거든요. 그러려면 그전에 누군가가 자유민주주의 기초를 만들어야 할 것 아니에요. 그래서 이승만이 등장하는 거죠.

사실 이 사람들은 박정희라는 그들이 정해놓은 결론을 두고 거꾸로 이야기를 만드니 무리한 논리적 오류로서 건국절이 등장하게 된 것이거든요. 그래서 이 시점에 건국절이 나온 건 정치적이죠. 이들은 어떤 수를 쓰더라도 집요하게 관철 시키려고 하는 사람이죠. 오직 자신들의 존립 근거를 얘기하기 위해서 거꾸로 가는 걸 이해해야죠.”

   
▲ 1975년 9월 13일 박근혜 대통령이 퍼스트레이디로서 모국을 방문한 브라질 동포 67명과 청와대에서 만나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선물받은 브라질산 火石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국가기록원 제공, 뉴시스>

- 우병우 민정수석 사건도 포함된다고 보시는 거네요.

“네. 맞아요. 우 수석 외에도 논쟁점을 비틀기 위해 하는 거죠. 국정교과서는 만들어질 거고 그럼 관철하면 돼요. 근데 이 난국을 돌파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는 뭐가 있냐는 부분에서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당 대표, 그리고 8.15 경축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건국 68주년’이라고 했잖아요. 전 의심이 된다는 거죠. 연말에 해도 되는 걸 왜 이 시점에 했냐면 논란이 가열화가 될 것은 뻔한 거고 야권은 이 문제에 대해 예민하잖아요. 그래서 이슈를 덮기 좋다는 거죠.”

“국민‧주권‧영토 다 갖춰야 건국? 일제 조선총독부 다 있었는데?”

- 건국절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나라의 3요소는 국민, 주권, 영토인데 1948년에야 다 갖춰졌고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은 때도 이때다”라는 주장인데.

“앞서도 말했지만, 이들은 결론을 정하고 결론을 지키기 위해 논리를 만드는 거예요. 이들은 애초 이렇게 주장한 적이 없어요. 첫째로 전제하고 싶은 건 건국절이라는 당위성을 밀어붙이기는 하는데 그때그때 논리를 만들어내는 거예요. 이것도 그럴싸하잖아요. 국민, 주권, 영토가 있는 게 국가라는 건 틀린 말은 아니에요. 그러나 이 사람들이 건국절 이야기를 할 때 이런 주장을 한 게 아니에요, 그때마다 논란이 되면 그에 맞춰서 논리를 만들어내는 거예요. 그래서 반대편의 진을 빼는 거죠. 왜냐면 이들은 자기들 논리를 주장하고 싶어서 하나 툭 던지지만, 여기에 맞서 싸우려면 몇 배의 논리로 공격해야 해요. 전형적인 지치게 하기 전략이죠.

일제시대를 예로 들어볼게요. 일제는 을사조약 전후에 한일 의정서나 정미 7조약 등 외견상으로 보면 적법한 절차를 통해 우리나라를 인수했어요. 그 이후 국민, 주권, 영토를 일본이 다 가지고 있었어요. 이런 식으로 얘기하면 이 사람은 일제시대가 우리 역사의 정통적 시간이란 걸 보장해주는 말밖에 안 되잖아요.

왜냐면 조선왕조와 고려왕조가 존재했듯이 일제시대때는 일본의 조선총독부가 우리나라의 국민, 주권 영토를 정하고 있었잖아요. 그럼 이들의 입장에서는 일제시대가 하나의 정통적 시간이고 독립운동은 아니라는 얘기밖에 더 되나요? 그리고 미국이 독립 혁명을 다 하고 나서 건국했잖아요, 그렇다고 우리가 미국의 건국 날짜부터 배우는 건 아니에요. 어떤 나라가 물리적으로 세워지기 전에 역사의 단계적 과정이 있죠, 이런 걸 보더라도 이게 다 있어야 건국이라는 것은 말이 안 되죠. 작위적인 주장이죠.”

   
▲ 17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간담회에서 이정현 대표, 정진석 원내대표, 심재철 의원이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심재철 국회부의장은 이날 “우리나라의 생일은 1948년 8월 15일”이라며 건국절 법제화를 주장했다. <사진제공=뉴시스>

- 해방 이후 건국 준비위원회(이하 건준)이 존재했는데.

“건준은 있어요. 1944년 여운형이 만든 건국동맹을 확대한 단체죠. 이 단체가 조선 총독부와 협상을 해서 일본이 물러난 다음에 어떻게 우리나라를 운영할 것인지 합의를 봤어요. 여기서 중요한 건 독립운동사를 보면 임시정부가 모든 역할을 다하지는 않았어요. 1919년 임시정부를 만들었고 1920년대 초반까지는 독립운동사의 최고 기관 노릇을 했고 다시 1940년대에 최고 기관 노릇을 했죠. 하지만 임시정부는 중국에 있었고 전체 독립운동을 총괄하지 않았고 지역마다 독립운동의 자율성이 있었던 거죠. 그러니 해방이 되었을 때 김구 선생 등은 당연히 임시정부의 정통을 주장하면서 임시정부의 귀환을 강조하지만, 임시정부에 속하지 않은 민족주의자들 혹은 좌파나 중도파들은 또 다른 형태로 나라를 세우고자 하는 시도를 할 수 있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건준이 존재한 것 자체가 임시정부나 독립운동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그만큼 독립운동사가 넓고 컸다는 거예요. 보수층에서 말하는 건국과 관계없어요.

다만, 우리가 보통 임시정부를 얘기하는 이유는 3.1운동의 결과로 우린 대한민국을 세웠는데 ‘민’은 국민주권이잖아요. 그래서 임시정부가 정통성을 갖는 거죠.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할 때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을 설명해야 되잖아요. 정통성이 두 가지인데 헌법 전문을 보면 ‘유구한 역사’라는 말이 나와요. 이건 1차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안 바뀐 거예요. 그게 뭐냐면 고조선 이래 우리 역사가 내려왔다는 자부심이에요. 그리고 기미 3.1운동을 계승하고 그 결과로 가장 확실히 표현되는 임시정부가 적합하니 헌법에서 임시정부를 쓰는 거죠.”

“임정 없었으면 카이로 회담 의결 못나와…독립운동사‧정부수립 직접적 연관성”

- 건국일을 1948년 8월 15일로 했을 때 문제가 되는 건 임시정부와 독립운동이잖아요. 하지만 전희경 새누리당 의원은 “독립운동을 한 것과 나라를 세운 건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구분이 안 되는 거예요. 간단히 말할게요. 먼저 1943년 카이로 회담이 있어요. 그때 최초로 ‘적절한 과정을 거쳐서 조선을 독립시키겠다’는 말이 나와요. 그러나 그전에 무슨 일이 있었냐면 장제스에게 당시 주석과 외무상인 김구와 조소앙이 면담을 신청해서 조선의 즉각적 독립을 끌어내 달라는 강력한 요청을 해요. 아마 장제스 개인적 입장에서는 소위 말하는 2차 세계대전 이후의 동아시아 영향력을 계산했을 거예요. 장제스가 루스벨트, 처칠과 회담을 하죠. 루스벨트는 조선에 대해 관심이 없었고 처칠은 부정적이었어요. 그러나 설득해서 장제스의 원래 주장은 임시정부 주장처럼 즉각적 독립이었는데 적절한 시기에 독립시키겠다고 타협을 본 거예요.

그럼 이 배경에 카이로 회담을 했기 때문에 1945년 포츠담회담 의결 사항을 확인해주고 해방 이후 12월에 모스크바 3국 외상 회의를 통해서 정부수립을 구체화 시켜준 거예요. 충칭 임시정부가 없었으면 카이로 회담의 의결 사항이 나올 수 없고 그러면 포츠담이나 모스크바 의결 사항은 없는 거예요. 독립운동사와 우리나라 정부수립이 왜 연관성이 없어요? 직접적 연관성이 있는 거죠.

두 번째 우리나라 제헌 헌법 이후 내려오는 헌법이 있죠. 보통 사람들은 1948년 제헌 헌법으로 알고 있어요. 그러나 1948년 7월 17일 제정된 유진오 박사의 제헌헌법은 1919년 임시헌법, 1940년 충칭 임시정부가 얘기한 삼균주의 같은 것의 내용을 계승한 게 오늘날까지 쭉 온 거예요.”

   
▲ 전희경 새누리당 의원 <사진제공=뉴시스>

- 1919년을 건국으로 하면 5000년 역사가 유지되지만 1948년을 건국절로 할 경우 5천년 역사가 사라지고 신생국가가 된다던데.

“일본은 우리나라를 식민지할 때 아프리카 빈 땅 가서 깃발 꽂는 것처럼 한 게 아니에요.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아편전쟁에 의한 난징조약이라든지 일본 가서 빼리 제독이 총 쏜 다음에도 미·일 화친 조약과 미·일 통상조약을 맺어요. 이게 국제법적 전통이거든요. 왜냐면 전 세계열강이 경쟁을 하니 제국주의라도 절차와 형식을 만들 수밖에 없는 거예요. 우리나라를 일본이 식민지할 때 어떻게 했냐면 잘 알다시피 을사조약과 한일병합 조약이 유명한데 그전에도 많은 조약을 맺잖아요. 일본이 합법적으로 조선왕조를 먹었다는 걸 입증하고 싶은 거예요.

그러나 우리는 3.1운동 전 1915년에 대동단결선언이라는 게 있어요. 그게 뭐냐면 베이징에 있는 우리나라 독립 운동가들이 모여서 주장한 게 1910년 우리나라가 말한 게 아니라 대한제국이 넘어간 건 민권의 시작이라는 거예요. 그전까지는 우리나라가 군주정이잖아요. 그러나 일본에 의해 조선이 망했어요. 그러면서 조선이 일본의 나라가 된 게 아니라 군 주권이 망하면서 이제 민권의 시대가 열렸다는 거예요. 독립운동가들이 아주 창의적인 생각을 한 거예요. 3.1운동 때 ‘대한제국 만세’나 ‘고종황제 만세’ 안 하잖아요.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는 건 충격적인 사건이에요. 그러면서 임시정부가 만들어져서 이어지는 거죠.

중요한 건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어 우리나라가 먼저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이라고 일본을 미국이 국제사회에 데뷔시킬 때라는지. 그때 우리는 피해 받은 게 있으니 미국에 요구를 해서 받아낸다든지 혹은 우리가 일본과 국교 수립할 때에도 우리는 피해보상을 받아 내야잖아요. 그때 우리는 법률적 근거를 제시해야죠. 그때 제시했던 것이 ‘우리는 조선왕조가 망한 후 임시정부가 있었다’는 거예요. 때문에 임시정부의 법적 근거를 인정하라는 근거 속에서 임시정부를 계승한 정부기 때문에 우리가 정통 정부로서 일본에게 배상을 받으려고 한다는 협상을 이승만 정부가 계속했어요.

그리고 미국이나 일본과 협상할 때 신생국가가 아니라는 걸 증명 해야지 식민지 때나 2차 세계 대전의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잖아요, 최소 2차 세계대전의 피해를 보상받아야 할 것 아니에요. 법적 근거를 어디에서 찾을 거냐는 거죠. 임시정부부터 이어진다는 법적 정통성을 이야기해야 이어지는 거고 그렇게 했거든요. 그걸 미국과 일본이 안 받아 주긴 했지만요. 이승만 정부는 일본의 배상이라든지 미국과의 과정에서 끊임없이 임시정부의 법적 근거성에 의존해서 설명했어요. 왜냐면 우리가 국제법적으로 주장할 수 있는 게 임시정부밖에 없어요. 임시정부는 국민당 정부가 공인을 해줬고 공인은 안 했지만 영국이나 미국이 조사하거든요. 그걸 토대로 이승만 정부가 밀어붙인 거죠. 그리고 이승만 대통령 본인이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이었고 김구 주석 때는 임시정부 특사였단 말이에요. 건국의 아버지께서 임시정부 인사였다는 사실을 무시하니 앞뒤가 안 맞는 거죠.”

“대통령 ‘하얼빈’ 발언…보좌진들 얼마나 역사 무지하면..”

- 헌법에 보면 우리 영토는 한반도와 부속도시죠. 그런데 1948년을 건국으로 하면 북한은 우리 영토가 아닌 게 되잖아요.

“맞아요. UN총회에서 남북한 총선거를 결의해서 입국했지만, 북한은 못 가봐요. 남한만을 실사한 후 UN 소총을 열고 가능 지역에서 선거하는 걸로 해요. 가능 지역은 38선 이남 지역이죠. 지역에서 선거해서 정부가 수립됐고 그 결과로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상태에서 UN이 합법적 정부로 인정을 해주잖아요. 그것만 강조하면 38선 이남만 우리 땅이죠. 그럼 통일신라만큼도 못해요. 통일신라는 대동강 이남이거든요.”

- 헌법을 부정하는 거죠.

“맞아요. 헌법 1~9차 개정의 특징이 뭐냐면 3.1 운동만 얘기하는데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이 꼭 있어요. 그게 뭐냐면 우리 민족은 고조선부터 시작해서 내려온 나라라는 거예요. 영어 의미로 우리나라 건국절은 개천절이에요. 즉 우리는 단군부터 개국 되어 지금까지 내려온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민족이라는 건데 1948년을 건국으로 얘기하면 단군왕검을 무시하는 거죠. 고조선은 역사적으로 실존했기 때문에 부정할 수 없지만 단군은 신화라고 쳐도 주몽이나 이성계 등을 무시하는 거죠.

제가 왜 계속 1차부터 9차까지를 강조하냐면 중간에는 박정희 대통령도 있었고 전두환도 있었고 그 앞에 이승만 대통령도 있었잖아요, 소위 말하는 독재정권 시절에도 헌법 전문에 ‘유구한 역사’라든지 기미 3.1운동을 건든 적이 없어요. 다만 거기에 ‘~와 5.16’이나 ‘~와 5공’이란 식으로 붙이죠. 그들은 그들이 강조하고 싶은 이승만, 박정희의 뜻조차도 위배라는 거예요. 왜냐면 이승만은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강조한 사람이고 박정희는 그들의 식인 5.16군사 혁명의 정당성을 3.1운동과 4.19에서 찾았거든요. 그런데 오늘날 건국절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승만과 박정희하고도 상관없는 주장을 하는 거예요.”

   
▲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보수층이 건국절을 주장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지금은 그때를 살아본 사람이 없어요. 무슨 얘기냐면 그때를 경험한 사람이 살아 있기 때문에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은 이런 이야기 못 했어요. 그러나 지금은 생존자들이 사라지고 기억에 의존하는 시대가 되었거든요. 이제는 기록과 기억이 중요하죠. 군대 가보면 매주 3시간씩 정신교육이라는 걸 시켜요. 한국전쟁 때 있었던 사건을 굉장히 극우적 입장으로 가르쳐요. 증언자들이 사라지는 시대에 기억을 조작해서 왜곡된 기억을 사실인 것처럼 만들려는 거죠.”

- 건국절 논란도 있지만, 박 대통령이 안중근 의사의 순국 장소를 뤼순이 아닌 하얼빈으로 말해 역사 인식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어요.

“좀 충격적이었어요. 하지만 헷갈릴 수 있어요. 근데 문제는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발언하는 자리라면 그 발언에 대해 문장을 검토하는 팀들이 있을 것 아니에요. 이들이 얼마나 우리나라 역사에 무지하고 역사의식이 없으면 이런 소리를 할 수 있냐는 거죠. 건국절도 마찬가지죠. 뭘 좀 알고 얘기하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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