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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살 성환이의 특별한 힙합

열여덟살 성환이의 특별한 힙합

등록 :2017-01-06 18:56수정 :2017-01-06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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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환군. 사진 제이티비시 제공
장성환군. 사진 제이티비시 제공
[토요판] 커버스토리
세월호 추모곡 ‘옐로 오션’ 부른 장성환
‘아직도 고2’에게 띄우는 ‘지금 고2’의 약속 편지 
▶키 185㎝의 모델이라더니 훤칠했다. <제이티비시>(jtbc) 음악프로그램 ‘힙합의 민족2’에서 세월호 추모곡을 불렀던 장성환군은 정식 가수도 아니면서 랩을 잘 불러 관객 투표 1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세월호 추모곡을 부르자는 아이디어는 선배 가수인 치타가 제안했지만 자신의 랩은 100% 본인이 썼다. 2014년 단원고 희생자들의 당시 나이와 똑같은 18살 고2 성환군은 그의 첫 노래였던 ‘옐로 오션’에 어떤 메시지를 담았을까?

 

 

 

304명의 희생자를 낸 세월호와 관련된 추모곡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처음 공개된 ‘옐로 오션’은 여러모로 특이하다. 지상파가 아닌 종편이라고 하지만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에서 추모곡이 나오는 것은 드문 일이다. 그것도 서로를 떨어뜨리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나왔다. 노래가 주목을 끌었던 것은 ‘힙합의 민족2’ 참가자의 막내인 18살 장성환군 역할이 컸다. 모델이지만 중학생 때까지 래퍼가 꿈이었던 그는 신세대답게 자신에게 온 행운을 놓치지 않았다. 남의 노래만 따라 부르던 고2 남학생이 처음으로 써봤다는 그의 랩은 한편의 시처럼 감동적이었다. 

 

세월호를 기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나 1000만명이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왔지만 세월호를 보는 시각은 아직도 편향적이다. 유가족을 만나고 고민하고 선배들과 토론해 만든 18살 소년의 노래에 정치적 해석을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여전한 흑인 차별을 날카롭게 비판한 비욘세의 ‘포메이션’을 지난해 최고의 노래로 뽑은 미국의 개방성을 우리나라에서 기대하는 것은 아직 무리일까? 지난 4일 멋진 노래를 부르고도 인터뷰에 조심스러웠던 18살 장성환군을 만나봤다. 글 권은중 기자 details@hani.co.kr

 

 

 

우리 아들 나이네라며 안아주셨는데 엄청 따뜻했어요

 

 

‘1999년생 18살. 고2. 소속사와는 작년 3월 계약한, 데뷔를 준비하는 신인 모델. 가수 경력 없음.’

 

데뷔 전인 신인 모델이지만 장성환군의 인터뷰는 내내 조심스러웠다. 고백하자면 기자 생활 20년 동안 대통령과 노숙인까지 여러 직군의 사람을 두루 만나봤지만 가장 조심스러웠던 인터뷰의 하나였다. 세월호 추모곡 ‘옐로 오션’을 텔레비전 방송에서 불러 가요계는 물론 누리꾼들에게 화제가 된 ‘개념있는’ 고교생 모델의 인터뷰가 왜 이렇게 조심스러웠을까?

 

<제이티비시>(jtbc) 음악프로그램 ‘힙합의 민족 시즌2-왕좌의 게임’에 출연한 성환군은 지난해 12월27일 세월호의 슬픔을 담은 ‘옐로 오션’을 선배 래퍼인 치타(본명 김은영·26)와 함께 불렀다. 이 노래는 우리에게 익숙했던 힙합의 상식을 훌쩍 넘어섰다. 넘치는 힘과 강렬한 비트쯤으로 알던 힙합이 얼마든지 슬프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옐로 오션’은 세월호 희생자의 무사 귀환을 상징하는 노란 리본이 넓은 바다를 덮을 때까지 애도를 멈추지 않겠다는 뜻이다.

 

 

성환군은 방송에 나와 ‘옐로 오션’을 부르기 전에 혹시 자신의 노래가 유가족분들에 상처를 줄 수 있을지도 몰라서 찾아뵙고 ‘괜찮다’라는 승낙을 받았다고 했다. 외려 유가족들은 고맙다며 배지를 전해줬다. 그때부터 성환군은 항상 배지를 달고 다닌다고 했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옥상에서 두 팔을 벌리고 활짝 웃고 있는 장성환군.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성환군은 방송에 나와 ‘옐로 오션’을 부르기 전에 혹시 자신의 노래가 유가족분들에 상처를 줄 수 있을지도 몰라서 찾아뵙고 ‘괜찮다’라는 승낙을 받았다고 했다. 외려 유가족들은 고맙다며 배지를 전해줬다. 그때부터 성환군은 항상 배지를 달고 다닌다고 했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옥상에서 두 팔을 벌리고 활짝 웃고 있는 장성환군.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밖에 누구 없어요”란 한마디에 눈물바다

 

“밖에 누구 없어요?” 이 노래의 압권은 고교 2학년인 장성환군이 부른 도입부였다. 성환군은 자기가 다니는 학교의 교복을 입고 책상에 웅크려서 이 가사를 토해냈다. 노래 부르기 전에 자신의 차례가 됐다며 무대로 걸어 나가다가 관객들에게 “안녕하세요”라며 인사하던 앳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방청객뿐 아니라 선배 래퍼 등 참가자들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경쟁팀의 멤버로 ‘힙합의 민족’에 참가했던 고참 래퍼 엠시 스나이퍼가 “첫 부분부터 눈물이 났다”고 말할 만했다.

 

데뷔 준비중인 풋내기 18살 모델
평소 랩 동경하다 덜컥 방송 출연
예선탈락할 줄 알았는데 승승장구
세월호 추모곡으로 결선 1위 진출

 

관객 펑펑 울리던 도입부 직접 써
자료찾고 고민하니 운율까지 딱딱
“살짝 편지글처럼 쓰고 싶었다”
수위 세다는 지적에도 소신 지켜

 

2014년 4월 단원고 학생들이 들뜬 마음으로 수학여행을 가던 나이가 18살. 지금 성환군도 18살. ‘장성환’이라고 쓰인 이름표가 달린 교복, 네모반듯한 책걸상, 거기에 쏟아지는 노랗고 파란 조명. 무대 뒤의 화면에는 희생자들을 뜻하는 고래가 춤추고 있었다. 여리면서도 장엄하고, 차가우면서도 뜨거운 무대였다. 곡의 총길이는 4분16초.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4월16일을 상징한다. 완벽한 연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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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환군과 치타가 이 노래를 부를 때 무대 앞에서 세월호 유가족 10여명이 방청석에 앉아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었다. 유가족들은 녹화 전에 이 노래의 가사를 이미 알고 있었다. 치타와 성환군은 방송 전에 광화문광장을 찾아 유가족들을 만났다. 자신들의 노래가 혹시 상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광화문에서 만난 유가족들은 걱정과 달리 치타와 성환군에게 “좋은 노래를 만들어줘 고맙다”라며 오히려 격려했다.

 

하지만 이런 멋진 노래를 선보인 성환군을 인터뷰하기 위해서 여러 경로로 접촉했지만 인터뷰까지는 쉽지 않았다. 치타의 기획사 쪽은 3월 예정된 치타의 신곡 발표까지 인터뷰를 간곡히 사양하겠다고 했다. 성환군 쪽도 인터뷰를 부담스러워했다. ‘힙합의 민족’ 방송 내용과 성환군의 힙합에 대한 열정에 초점을 맞춘 예상 질문지를 건네고 나서야 성환군을 4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사옥에서 만날 수 있었다.

 

 

“얼마나 아이들을 안아주고 싶을까”

 

한겨레 사옥을 찾아온 성환군은 긴 목이 훤히 드러나는 스웨터와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스웨터에는 노란 세월호 배지가 달려 있었는데 배지 위치가 모델답게 감각적이었다. 하지만 인터뷰 내내 그는 수줍어하는 표정의 앳된 고교생이었다.

 

-세월호 배지는 언제부터 달았나요?

 

“유가족분들이 주셨어요. 12월10일 ‘옐로 오션’을 부르기 전에 저희 노래가 혹시 유가족분들에 상처를 줄 수 있을지도 몰라서 찾아뵙고 ‘괜찮다’라는 승낙을 받았어요. 그러고 나서 유가족분들이 배지를 전해 오셔서 그때부터 달았어요.”

 

-다른 말씀은 없었나요?

 

“‘우리 아들 나이네’라며 저를 안아주셨는데 엄청 따뜻했어요. 얼마나 아이들을 안아주고 싶을까 생각하니 슬펐어요.”

 

-유가족분들 앞에서 노래할 때는 안 울었어요?

 

“리허설 때 살짝. 그런데 녹화 때는 어머니 아버지가 오신 것처럼 마음이 편했어요.”

 

-‘옐로 오션’ 아이디어는 누가 낸 거예요?

 

“치타 누나 아이디어였어요. 저는 정말 숟가락 아니 숟가락도 아닌 젓가락만 얹은 거예요. 원래 제작진에서 준 아이디어는 ‘자유주제’와 ‘아듀 2016’ 2가지였는데 치타 누나가 ‘아듀 2016’을 택하고 세월호를 다룬 곡을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어요.”

 

여기서 잠깐. 지난해 10월18일 시작한 ‘힙합의 민족2’는 5개의 래퍼 가문의 래퍼들이 배우·모델·개그맨·방송인 등의 도전자(크루)를 각각 선택해 팀을 이뤄 경쟁을 하는 방식의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장성환군은 11월16일 도전자로는 막차를 탔고, 여성 래퍼로 구성된 가문인 핫칙스(hot chicks)에 영입됐다.

 

-‘힙합의 민족’에는 어떻게 나가게 된 거예요?

 

“나이 차이가 나는 사촌형이 미국에 사는데 그 형이 랩을 좋아해서 초등학교 때부터 따라 듣다가 자연스럽게 랩에 익숙해졌어요. 가수를 하고 싶었지만 디자이너인 어머니 권유에 따라 모델에 도전했고 지난해 3월 모델 매니지먼트 회사인 에스팀과 계약을 맺고 신인 모델이 됐어요. 소속사에서 장기자랑 할 때 랩을 많이 불렀는데 그걸 기억했던 회사 분들이 ‘힙합의 민족’에 저를 추천해서 나가게 됐어요.”

 

-지난 3일 결선에 올라가기 직전 방송에서 관객 투표 1등을 했죠? 관객 투표 1등으로 결승까지 갈 줄 알았어요?

 

“아뇨, 예선 탈락할 거라고 생각했어요.(웃음) 첫 곡 씨잼의 ‘엠엠’(MM)을 가녹음할 때 제 랩을 듣고 제작진이 ‘못 들어주겠네’라고 했대요. 저는 나중에 그런 이야기가 나왔다는 걸 알았어요. 관객들이 1등으로 뽑아줬던 건 ‘옐로 오션’ 때문인 것 같구요.”

 

-어, 맨 첫 곡 ‘엠엠’ 잘 부르던데요?

 

“아는 사람 통해서 래퍼인 돕덕 형을 소개받고 트레이닝을 받은 뒤 최종 무대에 나갔어요. 받아보니 확실히 달라지더군요.”

 

“항상은 아니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세월호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살아야 할 거 같아요. 그걸 이야기하고 싶어서 이 노래를 한 거예요.” 성환군은 인터뷰 내내 생각하고 느끼는 바를 또박또박 얘기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항상은 아니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세월호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살아야 할 거 같아요. 그걸 이야기하고 싶어서 이 노래를 한 거예요.” 성환군은 인터뷰 내내 생각하고 느끼는 바를 또박또박 얘기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노래 못하던 막내가 1등으로 결선행

 

-언제가 제일 힘들었어요?

 

“찰스(본명 최재민·37) 형과 일대일 할 때요. 너무 떨려서 가사를 까먹었는데 운좋게 이겼어요.”

 

-근데 랩이 그렇게 좋아요?

 

“‘쇼 미 더 머니’(엠넷에서 2012년부터 시작한 힙합 서바이벌 프로)가 매주 금요일 했는데요, 이걸 안 보면 또래 아이들의 대화에서 끼질 못해요. 힙합은 완전 트렌디하죠. 발라드는 지나치게 감상적이어서 안 듣게 되지만 힙합은 듣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이처럼 청소년에게 힙합은 대세다. 미국 뉴욕의 뒷골목에서 흑인들이 시작한 힙합은 단순히 음악을 넘어서 그림·영화·광고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 이런 트렌드를 젊은층이 가장 먼저 감각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성환군은 이런 트렌드에 좀더 적극적이었다. 그는 지난해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힙합 동아리를 만들었다. 고3 때 동아리가 안 되기 때문에 고2 때 후회 없이 해보자는 뜻으로 4명으로 출발했다. ‘다카포’로 이름붙인 이 힙합 동아리는 지금은 학교에서 정식 동아리가 됐고 회원은 10명으로 늘었다. 음악용어인 다카포는 뜻보다는 발음이 좋아서 붙였다고 한다.

 

-힙합은 약간 불량하다는 시선도 있잖아요?

 

“그런 갱스터 랩이 있긴 하지만 요즘에는 조용하고 차분한 랩도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캐나다 출신 미국 래퍼 드레이크도 그런 음악을 하죠.”

 

-모델 말고 래퍼에 먼저 도전해보지 그랬어요?

 

“음, 솔직히 자신이 없었어요. 현실적으로 내가 가수로 설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었죠. 그래서 모델을 택했는데 ‘힙합의 민족’에서 해보니까 가수가 너무 재밌어요.”

 

-그러면 모델은 뭐가 좋아요?

 

“촬영하는 그 순간만큼은 주인공이 되는 거니까요. 나의 가장 찬란한 순간을 평생 남는 사진으로 저장시켜주잖아요.”

 

-아직 모델 데뷔는 안 했죠?

 

“네 올해 초쯤 데뷔를 준비중이었는데 뜻하지 않게 가수로 더 먼저 데뷔를 하게 됐어요.”

 

-지금은 모델과 가수의 비중이 어때요?

 

“예전에는 5대5였는데요 지금은 6대4쯤.

 

아이를 키우는 데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치타, 엘이(LE), 예지 등 핫칙스의 여성 래퍼들은 프로듀서로 막냇동생 같은 성환군을 잘 이끌어주었다. 애교가 많은 성환군은 누나들의 원포인트 레슨을 받으면서 쑥쑥 성장했다. 이런 팀워크 덕분에 성환군은 그 뒤에 일대일이면 일대일, 팀 대결이면 팀 대결에서 승승장구했고 준결승에서 ‘옐로 오션’을 불러 최종 결선(파이널)까지 도전자들 가운데 1위 자격으로 진출했다.

 

‘옐로 오션’은 치타의 생각이었다. 핫칙스 가문의 리더 격인 치타는 방송에서 “세월호 사건이 2014년에 벌어진 일이지만, 현재까지 고통이 이어지고 있어 ‘아듀 2016’ 주제로 세월호 관련 곡을 쓰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14년에도 이런 음악을 만들고 싶었지만 저의 목소리와 음악이 좀더 힘있고 많은 사람들이 보고 들을 때 하고 싶었는데 마침 프로그램에서 이런 주제를 던져주었고 이왕 하는 거 더 멋있고 의미있는 무대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힙합의 민족’ 송광종 피디는 “치타가 먼저 세월호를 다루겠다고 전화를 해왔다. 사회 참여적인 노래를 불러온 가수가 아니라서 의외였다”고 말했다.

 

추모곡 관심받자 악플도 늘어
인터뷰도 오해살까 주저하기도
세월호 유가족들 부모님 같아
“얼마나 자식들 안아보고 싶을까”

 

평소 말수 적고 내성적이지만 
무대에선 관객과의 소통 즐겨
7일 광화문서 노래 부르려다 취소 
“대한민국 앞에서 노래하고 싶다”

 

하지만 치타가 부른 이 노래의 도입부를 보면 그가 세월호 노래를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땐 눈 감고 눈 뜰 때 숨쉬는 것도 미안해서/ 난 입을 틀어막고 두 손 모아 기도하길 반복했어.” 일반인들도 우울감에 빠지게 했던 세월호의 충격이 감수성이 남다른 예술가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로 남았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치타는 이 노래를 고교생인 성환군이 함께 하는 게 좋다고 여겼다. 그의 안목은 정확했다. 18살 고교생이 부르는 세월호 노래는 관객들에게 큰 여운을 주기에 충분했다. 어쩌면 치타가 2014년부터 만들고 싶었던 이 노래는 성환군이 있어서 가능했을지도 몰랐다.

 

 

아직 봄이 많이 춥네, 거긴 어때요?

 

-근데 ‘옐로 오션’에서 도입부에 ‘밖에 누구 없어요?’라고 희생자 시점에서 쓴 가사가 인상적이었어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죠? 원래 곡을 써봤어요?

 

“아뇨, 처음이었어요. 세월호 관련 곡을 쓰게 되면서부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지금까지 그냥 대충 알고 있던 것들 말고 정확하게 알아야 해서 자료를 많이 찾았어요.”

 

-성환군이 한 랩의 끝부분인 ‘아직 봄이 많이 춥네/ 그때 일처럼/ 거긴 어때요’ 이 부분도 참 문학적이에요. 시를 써본 적이 있나요?

 

“아뇨. 없어요. 2주 정도 준비하면서 고민을 많이 하다 보니까 살짝 편지글처럼 쓰면 어떨까란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런 고민 끝에 쓴 첫 구절과 끝 구절을 수정 없이 살리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첫 구절, 끝 구절 빼고는 엄청나게 수정과 수정을 거듭했거든요.”

 

하지만 관객들의 마음을 망치로 때리는 듯한 감동과 충격을 준 ‘밖에 누구 없어요’를 비롯해 몇 구절은 수위가 세다는 지적을 제작진한테서 받았다고 한다. ‘특정 단어는 안 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그때마다 성환군은 중심을 잡고 자기 이야기를 해서 애초 생각했던 노래를 우리가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만약 그가 수위가 세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맨 처음 생각했던 것과 달리 가사를 고쳤다면 이 노래의 느낌은 사뭇 달라졌을 것이다.

 

치타와 성환군의 아이디어는 이곳저곳에서 빛났다. 치타가 노래를 부를 때는 노란 조명을, 성환군이 노래를 부를 때는 파란 조명이 나왔다. 노란 조명은 세월호를, 파란 조명은 진도 팽목항 앞바다를 상징한 것이다.

 

-노래도 딱 4분16초에 끝나던데?

 

“그건 제가 아이디어를 냈어요. 첫 녹음을 하는데 노래가 4분18초에 끝나더라구요. 신기했어요. 2초만 당기면 4월16일을 상징할 수 있어서 그렇게 하자고 했어요.

 

-재미있네요. 또 다른, 작가의 숨은 의도를 공개한다면?

 

“노래 끝날 때 파도 소리가 살짝 들려요.”

 

-성환군이 교복 입는 것과 무대 위의 책걸상 소품은 누구 아이디어예요?

 

“아, 그건 자연스러웠어요. 제가 고등학생이니까 모두들 그렇게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어요.”

 

많은 노력과 아이디어가 담긴 노래였던 만큼 반응은 뜨거울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방송 직후 주요 누리집에서 실시간 검색 상위권에 오르는 등 큰 관심을 받았다. 치타와 성환군은 ‘옐로 오션’ 음원 수익을 전액 기부하기로 했다.

 

-방송 나간 뒤 반응이 뜨겁던데요?

 

“방송 나가고 연락 많이 받았어요. 잘 봤다고. 페이스북에서 제 얼굴을 많이 보게 돼서 신기해요. 멋지다 이런 댓글도 많이 붙고요.”

 

-부모님이나 학교에서는 어때요?

 

“집에서는 제 노래만 나와요. 부모님이 많이 응원해주시거든요. 특히 엄마가 ‘셀럽’(연예인을 뜻하는 셀러브리티의 줄임말) 됐다고 격려를 많이 해줘요. 선생님들도 칭찬을 많이 해주셨어요.”

 

 

‘옐로 오션’ 메시지는 세월호를 잊지 말자

 

하지만 세월호의 진실을 원하는 목소리에 무조건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들에겐 ‘옐로 오션’과 18살 성환군도 예외는 아니다. “어린 네가 뭘 안다고 이런 노래를 만드냐”는 투의 댓글이 올라오고 있다.

 

-성환군의 취지를 오해하는 분들도 있어요.

 

“어느 정도 그런 이야기를 들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어떤 곡이라도 욕할 사람들은 욕할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정말 이 노래를 만들 때 열심히 고민하고 진지하게 접근했다고 설명하고 싶지만 그래도 그분들의 생각이 달라지지 않을 거 같아요.”

 

아, 온 세상이 장밋빛으로 보이고 마냥 신기해야 할 나이의 학생에게 이런 부담까지 지우는 우리 사회의 편협함이 어른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자기가 생각하고 느끼는 바를 표현하는 것은 청소년의 특성이자 헌법에도 보장된 권리인데 말이다. 그가 왜 인터뷰를 주저했는지도 이해가 갔다. 혹시 이 기사로 오해가 생길까 조심스러웠던 이유기도 하다. 그래도 오해를 조금이라도 바로잡아주기 위해 18살 학생이 만든 이 노래의 메시지를 세상에 정확하게 알려주고 싶었다.

 

-이 노래는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었던 거예요?

 

“세월호를 잊지 말자. 리멤버 416이요.”

 

-학생으로 혹은 시민으로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요?

 

“유가족들에게 이제 좀 그만하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건 진짜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항상은 아니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세월호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살아야 할 거 같아요. 그걸 이야기하고 싶어서 이 노래를 한 거예요.”

 

애초 성환군은 7일 세월호 1000일을 주제로 한 광화문광장 촛불집회에서 치타와 함께 100만 관중 앞에서 ‘옐로 오션’을 부르기로 했었다. 남들이 뭐라고 해도 성환군이 자신의 생각을 많은 사람 앞에서 펼쳐 보이고 더 큰 용기를 얻고 새로운 세상을 볼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100만명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어디 흔하겠는가? 성환군은 “광화문에 가서도 방송에서와 똑같이 세월호를 잊지 말자는 메시지를 잘 전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히며 웃었다. 매주 주말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오는 똘망똘망한 청소년들의 얼굴과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인터뷰 다음날인 5일, 성환군의 촛불집회 참여 스케줄은 취소됐다. 치타가 콘서트 일정 때문에 시간이 안 돼 다음번으로 연기됐다고 한다. 100명 앞에서 노래를 부르다 100만명 앞에 선다면서 ‘떨리지만 영광이에요. 대한민국 앞에 서는 거잖아요’라며 살짝 설레던 성환군이 조금은 아쉬워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권은중 기자 detail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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