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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10만여명 모인 가운데 세월호 3주기 추모행사 열려

세월호 3주기 ‘기억과 다짐의 4월’...“진실은 아직 인양되지 않았다”

시민 10만여명 모인 가운데 세월호 3주기 추모행사 열려

김백겸 기자 kbg@vop.co.kr
발행 2017-04-15 22:59:29
수정 2017-04-15 22:5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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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3년 4월16일의 약속 함께 여는 봄 기억문화제에서 304명의 희생자를 기억하는 노란빛 행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3년 4월16일의 약속 함께 여는 봄 기억문화제에서 304명의 희생자를 기억하는 노란빛 행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세월호 3주기를 앞둔 15일 광화문광장은 촛불과 함께 노란리본이 가득 찼다.

이날 광화문에서 열린 세월호 3주기 ‘기억과 다짐의 4월’ 추모행사에는 10만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해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 진상규명을 위해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시민들은 노란 종이로 감싸진 촛불과 ‘세월호의 온전한 수습·조사·보존 보장하라“, ”마지막 한 사람까지 가족 품으로“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광화문 광장을 지켰다.

이날 행사의 시작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발언으로부터 시작됐다. 박 시장은 “꽃의 계절은 돌아왔는데 아이들이 우리 곁에 없다. 정작 있어야할 것이 없다”며 “아이들이 돌아오지 않았는데 우리만 예쁜 꽃을 보아도 되는지, 우리만 따뜻한 바람을 맞으면 되는지 자꾸 고개를 숙인다”고 애도했다.

이어 미수습자 9명의 이름을 호명한 뒤 “이제 돌아와다오. 그리고 지켜봐다오. 다시는 너희들을 잃지 않겠다. 그리고 그날의 진실을 반드시 밝히겠다”고 약속했다.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3년 4월16일의 약속 함께 여는 봄 기억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3년 4월16일의 약속 함께 여는 봄 기억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양지웅 기자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3년 4월16일의 약속 함께 여는 봄 기억문화제에서 세월호 유가족과 이재명 성남시장 및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3년 4월16일의 약속 함께 여는 봄 기억문화제에서 세월호 유가족과 이재명 성남시장 및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양지웅 기자

세월호에서 온 편지 “세월호는 땅에 올라왔지만 진실은 밝혀진 게 없다”

이날 행사에는 세월호 참사의 생존자, 유가족과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참여한 시민들이 무대로 올라 편지를 낭독했다.

세월호 생존자인 김성묵 씨는 “국민의 머슴이 되겠다는 후보들에게 전한다”며 “세월호 진상규명, 미수습자 수습, 적폐 청산을 하지 않겠다면 감히 국민의 대통령이 될 자격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월호 참사 이후 고통스러운 생활을 하다가 1년 전부터 유가족과 함께 활동을 시작했다고 고백한 김 씨는 “어느새 3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정부는 퇴선하라고 하지 않는다”며 “참사 당시 탈출을 돕던 어선처럼 시민들이 촛불을 켜고 탈출을 위해 소리치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가만있으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얼마 전 세월호가 육지 위에 힘겹게 올려졌다. 세월호 안에는 아직 희생자의 꿈과 유가족의 아픔 생존자의 아픔과 고통이 실려 있다. 또한 함께 아파하고 기억하는 국민의 염원이 실려 있다. 그리고 아직 세월호 안에 돌아오지 못한 9명이 있다”면서 “아직 그 무엇도 온전히 인양되지 않았으며 진실은 밝혀진 게 없다. 그래서 인양 완료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희생자인 단원고 박성호 군의 누나 보나 씨는 동생에 대한 그리움을 표하면서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씨는 “너를 못 본지 벌써 3년이란 시간이 지났어. 네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21살이 된 너는 얼마나 더 멋있어졌을까”라며 “너에 대한 기억마저 잃게 되면 너를 정말 영영 잃을 것 같아서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어”라고 전했다.

박 씨는 “진실을 밝혀주겠다는 약속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약속도 아직 지키지 못해서 미안해”라며 하늘에서 너와 많은 이들이 도와준 덕분에 이만큼 해낼 수 있었으니 앞으로도 지치지 않고 힘낼게. 네게 했던 약속들 꼭 지킬 수 있게 노력 할게“라고 동생 성호를 향해 말했다.

세월호 진상규명 서명운동을 했던 시민도 무대에 올랐다. 서울 강남역 앞에서 서명을 받아온 최영숙 씨는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최 씨는 “이땅에선 내 아이를 안전하게 키워내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가? 너무나 창피하고 미안했다”며 “내 아이에게 더 위험하고 힘든 미래를 물려줄 수는 없었다. 그래서 달라져야 했다”고 서명운동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최 씨는 “‘유가족도 아닌데 얼마나 받고 일하냐’고, ‘돈 받고 끝난 일을 니 새끼 밥은 주고 나와서 이러냐’는 험한 말도 들어야 했다”며 “그래도 포기할 수가 없었다. 네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미래 포기하고 눈 감고 살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믿게 됐다. 힘들고 긴 시간이 지나도 진실은 꼭 밝혀지고 내가 누군가의 아픔을 같이 한다면 내가 아플때 같이 손 잡아줄 누군가가 꼭 내 옆에 있을 거라는 걸”이라면서 “하늘에 별이 된 아이들이, 304명의 생명이 준 소중한 가르침이다. 잊지 말고 기억하자”고 울먹이며 편지를 마무리했다.

가수 이승환이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3년 4월16일의 약속 함께 여는 봄 기억문화제에서 노래하고 있다.
가수 이승환이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3년 4월16일의 약속 함께 여는 봄 기억문화제에서 노래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세월호 유가족들이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3년 4월16일의 약속 함께 여는 봄 기억문화제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발언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3년 4월16일의 약속 함께 여는 봄 기억문화제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발언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양지웅 기자
세월호 유가족이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3년 4월16일의 약속 함께 여는 봄 기억문화제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발언을 듣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이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3년 4월16일의 약속 함께 여는 봄 기억문화제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발언을 듣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양지웅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3년 4월16일의 약속 함께 여는 봄 기억문화제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3년 4월16일의 약속 함께 여는 봄 기억문화제에서 발언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3년 4월16일의 약속 함께 여는 봄 기억문화제에서 유가족들이 생존자 김성묵 씨의 발언을 들으며 슬픔에 잠겨 있다.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3년 4월16일의 약속 함께 여는 봄 기억문화제에서 유가족들이 생존자 김성묵 씨의 발언을 들으며 슬픔에 잠겨 있다.ⓒ양지웅 기자

유가족들 “진실을 인양할 때까지 함께 해달라”

이날 행사에는 세월호 희생자들의 유가족들도 참석해 대열의 맨 앞에 앉아 행사를 지켜봤다. 세월호 참사 당시 사고 현장과 유가족의 울부짓는 모습이 번갈아 편집된 영상이 무대 위에서 상영되자 눈물을 훔치는 유가족들도 보였다.

유가족들은 3년 동안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힘을 모아준 국민에게 감사를 표하며 진상규명이 될 때까지 함께 해줄 것으로 호소했다.

416 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지난 3년간 끝까지 잊지 않고 함께 울고, 함께 웃고, 함께 외치고, 함께 행동하며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향한 길에 함께 한 시민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유 위원장은 “세월호는 바로 이 자리 계신 국민이 인양해줬다. 이제 9명의 미수습자를 찾는 일도 국민 여러분의 힘으로만 가능하다”면서 “세월호 참사에 진실을 낱낱이 밝히고 책임자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도 국민의 힘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선체조사위원회가 미수습자 수습과 침몰 원인을 밝히기 위해 활동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직원도 못 뽑았고 예산도 한 푼 없이 위원 8명의 개인적인 노력으로만 일을 시작하고 있다”며 “하루라도 빨리 직월도 뽑고 예산도 받아서 왜 침몰했는지, 침몰 원인이 승객들을 구조하지 않은 이유와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 낱낱이 밝힐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416연대도 호소문을 내고 “세월호 인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미수습자 수습과 진상규명을 시작하는 앞으로 길도 함께 걸어 달라고 호소한다. 세월호 참사 이전과 다른 사회를 만드는 길을 끝까지 함께 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일 회복과 진실을 위한 발걸음을 안산으로 향해달라”며 다음날인 16일 오후 3시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열리는 ‘세월호 3주기 기억식’에 참석해 줄 것을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가수 이승환, 한영애 등이 참여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기억하기 위한 노래공연을 펼쳤다. 신경림 시인은 희생자들을 위한 시를 낭독하기도 했다.

이승환은 "특조위를 세금도둑이라 했던 이는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세월호 관련 책임자들은 줄줄이 승진했다"며 "국민들은 아직도 먹먹함으로 아침을 맞습니다. 세월호 참사 관련자들이 모두 처벌을 받아야 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말한 뒤 세월호 추모곡 '가만히 있으라'를 불렀다. 유가족들과 시민들은 가슴 뭉클한 표정으로 그의 노래를 따라부르기도 했다.

한영애는 "오늘 세월호 참사로 하늘로 먼저 간 친구들, 아직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친구들을 추모하면서, 저절로 봄이 되면 하늘을 쳐다 볼 거라는 마음이 안 없어 진다. 그들에게 '이제는 조금 좋아 질 거야, 조율이 조금씩 될 거야' 그렇게 얘기하고 싶다"면서 자신의 노래 '조율'을 불렀다.

마지막으로 세월호 희생자 304명을 상징하는 노란 풍선들이 대열을 가로질러 무대 위로 오르는 ‘노란빛’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숙연하게 지켜보는 시민들의 사이로 지나온 풍선 대열이 모두 무대 위에 오르자 행사 참가자 모두가 노래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를 부르는 것으로 이날 행사는 마무리됐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방송인 김재동 씨가 참석했다.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3년 4월16일의 약속 함께 여는 봄 기억문화제에서 304명의 희생자를 기억하는 노란빛 행진을 하고 있다.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3년 4월16일의 약속 함께 여는 봄 기억문화제에서 304명의 희생자를 기억하는 노란빛 행진을 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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