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어머니가 자신의 보물가방에서 지갑을 꺼내셨다. 동전이 가득했다. 거실에 있던 아이들 저금통을 열어서 당신의 지갑을 채우신 것이다. 그 이유를 여쭸더니 옛날에는 지갑에 돈이 많았는데 지금은 없다는 것이다. 당신 명의의 통장 하나 없이 사셨던 어머니다. 동전을 보시고 고모와 함께 이불을 만드시면서 수입을 얻으셨던 예전의 일을 기억하신 것 같았다. 손재주가 좋으셨던 큰고모와 어머니는 집에서 혼수이불 만드는 부업을 하셨다.
어머니가 옛 추억을 생각하신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어머니 추억이 담긴 사진과 물품을 보여드렸다. 일종의 이벤트다. 먼저, 어머니 아버지 사진, 나와 같이 찍은 가족사진을 보여드렸다. 그런데 아버지와 나를 알아보신다. 놀라웠다.
"어... 우리 아들. 니 아버지. 호호호"
친목계원들과의 식사사진, 현충사 여행 사진을 보여드렸다. 어머니 친구들과의 여행에는 항상 나도 동행했다. 어머니 친구 분들이 나를 데려오도록 했다.
"어... 이 이는... 이 여자는 음... 남편이..."
"어머니 젊으셨을 때 참 예쁘셨어요?"
"누가? 내가? 호호호. 할머니야."
"지금도 예쁘세요."
하나둘 꺼낸 사진, 하나둘 피어나는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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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충사(上:뒤 맨왼쪽 어머니와 나/ 下: 뒷 왼쪽 네번째 어머니, 그 앞이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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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아버지, 이모들과 찍은 사진을 보여드렸다. "정애, 윤하, 음..." 그 당시, 큰이모와 막내 외삼촌은 이미 하늘나라에 간 지 수 년이 넘었다. 어머니 기억에는 아직도 동생들이 살아 있었다. 동생들이 이 땅에 없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려드리고 싶었다. 잠시라도 좋은 추억에 젖으시길 바랐다. 빠르게 어머니의 생각을 이동시켰다.
"어머니, 이 사진 생각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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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대학원 졸업식에서 어머니/ 땡땡이 무늬 양장 옷 입으신 어머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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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학 때 아르바이트를 해서 처음으로 사드린 땡땡이 물방울 무늬 원피스를 입으시고, 행사장에 가셔서 찍은 사진이다. 한복을 많이 입으셔서 내가 학교에 못 오시도록 했었다. 다른 친구들이 엄마는 양장을 입고 오지만, 내가 늦둥이라서 어머니는 나이든 학부형이었다. 그래서 늘 한복을 입으셨다.
나는 그것이 싫었다. 그래서 늦게나마 땡땡이 물방울 무늬 원피스를 사드린 것이다, 어머니는 그 원피스를 십수 년 간 닳도록 입으셨다. 그리고 내 대학원 졸업식 때 찍으셨던 사진을 보여드렸다. 당신이 가운을 입고 꽃다발을 들고 계신 모습을 보시더니 "이게 뭐냐?"고 물으신다.
"제 졸업식 때 찍으신 어머니 사진이에요."
"그때 참... 어떤 아줌마가 글쎄..."
어머니의 창작소설이 시작됐다. 이런 현상은 머릿속 지우개를 가진 노인들에게 자주 나타난다. 잠시 동안 어머니의 창작소설을 들어드렸다. 그런 후 어머니가 이불 부업을 하실 당시에 사용하고 남은 천 조각을 모아 놓은 상자를 열었다. 어머니가 그 상자를 기억 못하신다. 그리고 어머니 목걸이와 반지, 시계가 들어 있는 나무상자를 보여드렸다. 그랬더니 "누구 것이냐?" 하고 물으신다.
어머니의 빨간 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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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 옷과 반지고리 그리고 좀 먹은 빨간 내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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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여름에도 가끔 찾아 입으시는 빨간 겨울 내복을 보여드렸다. 어머니는 유난히 그 내복에 집착하셨다. 더 좋은 내복이 많은데도 그것은 잘 입지 않으시고 빨간 내복만 입으셨다.
그 내복은 내가 첫 월급을 타서 사드린 것이다. 엉덩이 부분은 낡아 구멍이 났고, 군데군데 좀 먹은 내복이다. 언젠가 버리려고 했더니 강경하게 반기를 드셨다. 어머니를 생각해 옷장 맨 위에 항상 올려놨다.
기억은 못하셔도 무의식에는 그 내복의 의미가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아들의 첫 월급으로 해드린 선물의 의미를 모성애는 기억을 넘어 본능으로 반응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추억이 제일 많이 담긴 물품인 낡은 성경책을 보여드렸다. 그랬더니 교회 이야기를 하신다. 들어 보니 많이 기억하신다.
"좋아. 옛날 좋아."
"어머니, 그렇게 말씀하지 마시고요. 옛날도 좋고 지금도 좋다고 하세요?"
자꾸만 옛날이 좋다고 하시는 것을 보니 지금 자신의 모습을 한탄하시는 것 같았다. 그 후부터 좋은 기억을 많이 간직하실 수 있도록 좋은 이벤트를 많이 만들었다. 수년 후에 좋은 기억만을 말씀하시기 바라면서.
우리 어머니 같은 분을 모시고 사는 가족들은 '새로운 좋은 추억 만들기' 이벤트를 자주하면 좋다. 그것은 내년을 위한 준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천국 가신 어머니가 보고 싶고 그립다.
"엄마, 엄마!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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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나관호는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대표, 문화평론가, 칼럼니스트, 작가이며, 북컨설턴트로 서평을 쓰고 있다. <나관호의 삶의 응원가>운영자로 세상에 응원가를 부르고 있으며, 따뜻한 글을 통해 희망과 행복을 전하고 있다. 또한 기윤실 문화전략위원과 광고전략위원을 지냈고, 기윤실 200대 강사에 선정된 기독교커뮤니케이션 및 대중문화 분야 전문가로, '생각과 말'의 영향력을 가르치는 '자기계발 동기부여' 강사와 치매환자와 가족들을 돕는 구원투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심리치료 상담과 NLP 상담(미국 NEW NLP 협회)을 통해 상처 받은 사람들을 돕고 있는 목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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