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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읽는 책 (2) - 우석훈,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얼마 전 방송된 골드미스다이어리에서 송은이는

성대모사를 제대로 못하는 신봉선에게 이렇게 말했다.

 

"예전부터 생각했던 거지만... 신봉선씨는 능력에 비해 너무 떴어요. ㅋㅋㅋㅋ"

 

난, 이 말을 미안하지만 우석훈에게 들려주고 싶다.

 

요즘 그가 수많은 책을 순식간에 뚝딱뚝딱 내놓는 것을 보고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잠깐 한 적이 있는데, 그 중 몇개를 읽어보고 생각을 바꿨다. 조한혜정이 이 책의 추천사에서 쓴 것처럼 우석훈은 약간 수다맨 기질이 있는 것 같은데, 그것이 딱히 창조적인 수다라기보다는 요즘 가수들이 즐겨하는 리메이크에 더 가까워 보인다. 아, 리메이크라기보다는 좀 노골적으로 말해서 자기표절의 냄새가 많이 난다. 사실 뭐 자기가 다른 책에서 썼던 문장을 그대로 옮겨오는 경우는 없지만, 사실상 비슷한 주장을 말을 다양하게 변주해서 이 책 저 책에 담는 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무 실력없는 아이돌 가수도 기획사를 잘 만나면 초특급 스타로 발돋움 하는 것처럼, 그도 여기저기 출판사에서 든든하게 받쳐주니 그 정도 책을 쓰는 것 같다. 물론 출판사가 아무나 붙잡고 '지원 해 줄테니 책 좀 써봐라' 한다고 누구나 그 정도의 책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닐테지만, 몇 년 안에 이렇게 책을 '쏟아낼' 기회가 이 한사람에게 집중되는 건 아무래도 문제가 심각한 듯 하다. 자기가 본 영화, 만화책, 심지어 삼국지 얘기까지 끌어대지만 결국 하려는 얘기는 이 책에서나 저 책에서나 비슷비슷한 책을 써내는 거라면 아무리 뛰어난 수다맨이라도 그에게 이렇게 책 낼 기회가 집중되는 건 좀 아니다 싶다. 노무현 정권 때였다면 그나마 예전에 진중권이 하던 것처럼 방송이라도 하나 따내서 수다라도 떨 텐데 요새 상황이 지저분하니 우석훈에겐 그런 기회도 안 오는 듯... ㅠ.ㅠ

 

물론 나는 우석훈이 실력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최소한 난 <직선들의 대한민국>을 읽고서는 참 많은 걸 배웠다. 생태의 문제를 이토록 보편적인 언어로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게다가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처럼 20대의 문제를 솔직 담백하게 풀어낼 수 있는 사람도 흔치 않다. 내가 불편한 것은 그의 장점은 대중적인 '화법' 이상의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가 마치 진보담론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드는 것 처럼 포장된다는 점이다. 사회과학서적 출판도 전적으로 마케팅에 의존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식으로 해서 <88만원세대>를 10만부 이상 팔면 출판사 레디앙을 망하지 않게 할 수는 있겠지만, 우석훈이 말하는 '샤넬'식의 혁명에라도 근접하게 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20대 문제에 관하여...

난 이미 대학을 졸업했지만, 여전히 20대이고, 앞으로 3년 동안은 계속 20대일 것이다. 그리고 20대 문제를 고민한다는 게 단지 생물학적 20대만이 아니라 소위 '장기20대'를 고민하는 문제라면 내가 사회 초년생으로 버벅대고 있을 30대 초반까지는 그 '장기20대'의 자장안에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난 20대 문제를 고민하는 어떤 글도 남 얘기처럼 느껴지진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언제나 이 20대 문제를 논하는 글들은 항상 대학생 문제만을 다룬다는 것이다. 그것도 (명시적이진 않지만) 서울 4년제 대학을 보편적 형태로 놓고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다.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도 매우 그렇다.

 

나는 <88만원 세대>에서 실업계고 졸업한 여성들의 문제를 다루는 꼭지를 보고 가장 공감했는데, 이번 책에서는 아예 그 부분이 빠져버렸다. (아마 그 부분은 박권일이 썼기 때문에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연세대 일부 학생들과 함께한 수업의 결과물이라서 그렇겠지만, 그런 만큼이나 이 책이 포괄하는 20대에 대한 논의 범위도 한계적이다.

 

스펙경쟁과 쿨함으로 무장한 20대의 자기 정체성이 어디가 한계이고, 어디부터가 급진적일 수 있는 것일까?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는 이 점에 대해서 어떤 대답도 못 내놓고 있다. 그저 알바노조나 만들어 보라는 떡밥만 던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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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읽는 책 (1) - 지식e 시즌3

 

정말 정말... 너무 좋다.

아, 이런 책을 왜 이제서야 만났을까?

예전에도 가끔 지식채널 방송분을 몇개 본 적이 있긴 한데,

그것보다는 책으로 읽는 것을 더 추천하고 싶다.

물론 음악과 함께 듣고자 한다면 방송을 보는 것도 좋겠지만,

난 각 꼭지별로 뒤에 4-6페이지에 걸쳐 담긴 짧은 해설이 참 좋았다.

참고문헌으로 제시된 몇 개의 책은 꼭 읽어봐야지 생각도 했고....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의 미술세계

스탠리 밀그램의 권위복종 실험으로 알아내고자 했던 대중의 파시즘적 속성

멕시코 올림픽 시상대에서 당당히 오른손을 들어 흑인차별에 대해 항의했던 토미 스미스...

 

추천사에 쓰여있던 말처럼 정말 우리 시대의 비망록이다....

 

 

그냥 지나치기 아쉬우니 영어공용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인상깊은 구절을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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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여 년 전

영국 유학시절

"영어 못하는 노란 원숭이"라는 조롱을 들었던

이토 히로부미는

일본으로 돌아와 총리 자리에 오르자

근대화 교육정책의 핵심으로

전국 곳곳에 '영어수업학교'를 세운다

 

그리고

문부대신 모리 아리노리

 

"더 빨리 근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아예 일본어를 없애고

영어를 공용어로 삼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러나

영어공용화론에 반론을 펼친

자유민권운동가 바바 다쓰이

 

"일본에서 영어만 쓴다면 어찌될 것인가

상류계급과 하층계급 사이에

말이 전혀 통하지 않게 될 것이다."

 

 

'영어에 대한 동경'과

'모국어에 대한 콤플렉스'사이에서

결국 일본이 선택한 방법

 

"정부기관 내에 '번역국'을 설치하고

서양 근대 기술문명의 모든 성과들을

빠짐없이 번역하여 국민들에게 보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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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일본에게 배울 것은 바로 저런거다!!!

남의 것을 갖다 베껴도 내 말로 베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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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우의 정세인식

오늘 레디앙에 뜻밖에 괜찮은 글이 실렸다.

 

민주노동당 독자노선을 비판함 (민경우)

 

이쪽 사람들이 요즘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사는지 관심이 없었는데, 민경우의 글을 보니 자주파 쪽에서도 MB나 친노세력을 바라보는 입장이 좀 제각각인 것 같다. 어쨌든 그는 민주노동당 내에 일고 있는 '민노당 고립주의'를 비판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 근거로 제시한 정세인식이 정말 뜻밖에 귀담아 들을 만한 것 같다. 난 요즘 이 쪽 동네 사람들 정서를 잘 몰라서 그냥 얘네들은 무뇌충처럼 'MB=파시즘'이란 식으로 생각하는 줄 알았는데 전부 다 그런건 아닌가 보다.

 

향후 정국은 남북관계의 발전, 중국의 부상, 신자유주의의 약화 등을 고려할 때(...) 조선일보류의 보수우익이 점진적으로 약화되고 대자본,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보수세력이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나 대자본의 입장에서 보면 향후 대권은 ‘MB를 제물로 MB보다 합리적인 보수 주자’를 중심으로 ‘사회개혁이 동반되지 않는(또는 제한적인) 보수적인 재편’을 기도할 것이다.

전반적인 상황이 그러하기 때문에 반북ㆍ반공을 이념적 지반으로 한 민간독재(또는 파시즘)는 한국에서 정착되기 어렵다. (...)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경계해야할 것은 독재, 파시즘이 아니라 ‘한나라당의 비주류 보수+민주당 우파+친노 일부’까지를 포함한 중도보수(?) 성향의 정치세력이다. 이 경우 보수 양강 또는 보수 대 중도(내용적으로는 보수에 가까운) 양강 구도가 정착될 가능성이 있다.(이는 진보세력의 고립, 분열, 약화를 의미한다)

 

최근 '희망과 대안' 창립식에 난동을 부린 어버이연합인가 하는 단체 등의 문제를 현 정세에서 가장 첨예한 문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꽤 있어왔다. 그러나 민경우는 그런 문제는 과감하게 제껴놓자고 말한다. 결국 대세는 그 쪽이 아니라는 거다. 사실 이명박을 대통령 만들어 준 기반이 그런 사람들이라고 볼 수도 없다. 조갑제는 자기네가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1등 공신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겠으나, 이명박을 찍은 서울-수도권의 386 중에 조갑제류의 말 따라 행동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여기서 좀 더 나아가 생각해 보면 이명박표 신자유주의에 있어서 4대강 사업은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 것일까? 세간의 평가와는 다르게 그닥 중요한 위치는 아닌 것 같다. 그것은 노무현의 신자유주의를 세종시를 중심으로 평가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해 방식이다. 노무현의 세종시가 그랬듯이, 이명박의 4대강도 포퓰리즘의 한 단면일 것이다. 대한민국의 속성상 포퓰리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개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 같고, 그런면에서 볼 때 세종시와 4대강사업의 관계는 이복형제 쯤 되는 것 같다.

 

어쨌든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중장기적으로 '한나라당의 비주류 보수+민주당 우파+친노 일부'의 중도보수세력의 전면화를 강조하는 민경우씨의 생각은 전적으로 옳다. 그래서 그가 해당 글에서 주장하는 바는 '이런 상황에서 민노당/진보신당 찢어지면 공멸하는 것 뿐이니, 생명을 유지하고 싶으면 연합하라!'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연합의 대상으로 친노 일부와 민주당 소수를 포함시키자는 고민은 어떤가? 그 주장의 타당성 여부를 이런 구상이 실현될 수 있을까? 이런 주장을 할 때 대체 누구를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인지 알 수가 없는데, 혹여나 그럴만한 인물이 있다손 치더라도 그런 사람이 있다면 진작에 민주당 당적을 버리고 나왔을 것이다. 임종인처럼 말이다. 민주당, 친노계에서 연대할 수 있는 대상이라고 할 때에는 딱 그 정도이지 않을까? 혹여나 그런 사람이 제발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라면 민주당을 향해 러브콜을 보낼게 아니라 반대로 신나게 두들겨 패야 한다. 그래서 그들 내부의 입장 차이가 분명히 드러나게 해서 한나라당의 건전보수??에 붙을 놈은 빨리 가서 붙어버리라고 하고, 나머지 그렇지 않은 놈하고 결판을 내야 하지 않을까? 어쨌든 지금 민주당에게 필요한 것은 외부로부터의 러브콜이 아니라 분열을 사주하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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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체제논쟁' 토론회 후기

지난 금요일, 서강대에서 열리는 체제논쟁 관련 토론회에 다녀왔다. 사실 그날 아침 정신 없이 나와서 내가 레디앙에 투고하려고 보낸 글이 실렸는지도 몰랐는데, 서영표 교수가 발제중에 "저는 확인을 못하고 왔는데, 어떤 분이 말씀해주시길 아침에 레디앙에 새 글이 올라왔는데 손호철, 조희연 선생님을 노회하신 분이라고 표현했다더군요. (...)" 말하길래, 아 내 글이 실린거구나 하고 알게되었다. 안타깝게도 서강대에는 복도에 서서쓰는 PC가 비치되어 있지 않아서 레디앙에 올라온 내 글을 확인할 방법은 없었지만...

 

여튼, 난 저녁에 일이 있어서 1부 토론회만 보고 나왔는데, 오랜만에 그런 토론회를 가보니 살짝 설래기도 하고 쫌 재밌었다.

 

음... 우선 나는 청중 토론 때 서영표 교수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사람들의 일상과 삶의 문제를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시면서 08년 촛불집회라는 우연적 계기를 통해 그것이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로 다가왔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렇게 '우연적인' 방식으로 제기되는 문제라면 대체 08년이 체제로 규정될 이유는 뭔가? 체제라는 것이 그렇게 예측할 수 없는 우연에 의해 규정될 수 있다고 보는가?"

 

그런데 서영표 교수님의 대답은 좀 의외였다. 내가 자신의 주장을 오해했다는 거다. 자기가 삶의 문제, 이데올로기의 문제를 중요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08년체제라는 규정과는 별도로 강조한 것인데, 이걸 굳이 연결지어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거다. 대답을 들으면서 내가 헛다리를 짚은건가 싶어 잠시 뻘쭘해 졌는데, 1부 토론이 끝나고 생각해 보니 좀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렇게 자기가 강조하던 이데올로기와 삶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면, 대체 서영표 교수 자신이 08년 체제를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서영표는 자신이 조희연과는 다르게 노무현-이명박 정부의 연속성을 더 강조하는 입장이라고 말하며 약간 달리 생각해 볼 여지를 두고 있지만, 원래 <마르크스주의 연구>에 기고한 글에서 이 두명의 공동저자가 손호철의 입장을 비판하면서 강조했던 것이 08년체제 아닌가? 토론회 참석 전에도 느꼈던 것이지만, 조-서 교수는 자신들이 08년체제를 강조하는 이유를 너무 얍쌉하게 빠져나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심지어 당일 토론에서 조희연 교수는 손호철 교수가 93년에 편역한 알렌 메익신즈 우드의 <계급으로부터의 후퇴>에 나오는 라클라우/무페에 대한 비판도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조희연 교수의 화법은 이랬던 것 같다. "노무현-이명박 정부가 신자유주의로 동일선상에 있다는 지적에 모두 동의한다. (즉, 그런 지적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런 당연함을 뛰어 넘어 대안의 정치를 만들 수 있는 헤게모니 전략이다."

 

그러나 그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을 실제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조-서 교수가 그렇게 강조하는 대중들은 알까? 아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 진보운동이 이 모양 이 꼴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유연한' 헤게모니 전략이 아니라 대중들이 그 사실을 알도록(='인식'하도록)하는 게 아닐까?

 

나는 그 방법이 서영표 교수가 우려하는 것처럼 계몽주의적인 방법일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바로 이 지점에서 헤게모니 전략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 그것은 '유연한' 헤게모니 전략이 아니라 '급진적' 헤게모니 전략이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너무 두서없는 메모인 것 같긴 한데... 흠... 어쨌든 난 아직도 조희연-서영표 교수의 주장이 중간 설명 과정을 한참 빼먹은 것이란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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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 운동

지난 금요일 저녁, 출신 동아리의 1년 중 가장 큰 행사가 있어 갔다왔다.

뒷풀이에서 오랜만에 만난 후배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많이 나눴는데, 그 때 한 얘기 중

혹시나 나중에 까먹으면 안될 것 같은 얘기가 있어 메모를 해둘까 한다.

 

나와 이야기를 나눈 S모 후배님은 올 해 총학생회 선거 대응에 대해 고민을 해 봤단다.

해야 한다고 말하는 얘들도 있었고, 할 수 없다고 말하는 얘들도 있었다는데,

전자의 주장을 뒷받침 한다고 내놓은 근거들이 대략 5년전에도 들어왔던,

너무나 해묵은 얘기들이라는 사실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아예 올 해 할 수 있고 없고를 떠나서,

더 이상 학생운동이 학생회운동으로는 생명유지 자체가 안 될 수밖에 없는

이유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아래 이야기들은 그 날 했던 얘기에 지금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합한 것이다.)

 

 

예전에 학생운동의 역사 같은 것을 공부하면서 90년대 초반에 쓰여진 글을 본 적이 있다.

거기서는 학생운동이 전체운동에서 가장 선진적인 부분이 될 수 있는 이유를 대략 이렇게 보고 있었다.

잘 기억은 안나는데 대략 "학생들은 젊음의 패기와 배움의 자리에 있다는 가능성...."

뭐 이런 거였다.

 

여기서 정의하는 학생운동은 '대학생' 자체일 수도 있겠지만

의미를 명확히 규정하자면 '20대'에 더 가까운 것 같다.

그러니까 예전부터 지금까지 학생운동 하면 20대 젊은이들이 하는 운동이라는 거다.

그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균열적인 방식으로' 형성하는 공간이 바로 대학이고,

그들의 '형성중인' 정체성과 대면하여 저항의 주체로 일으켜 세우기 위해

학생운동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런 아주 기본적인 전제가 오늘날에 이르러 완전히 뒤흔들리고 있다 생각한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내 '학생운동'의 경험 덕분인데,

난 07년 쯤에 평생교육 문제에 대해 고민할 기회가 있었다.

그 고민의 결과를 아주아주 거칠게 요약하자면 대한민국 국민 전체가 학생이라는 거다.

 

이미 대학과 대학이 아닌 곳의 경계가 무너진지는 오래이다.

직장 끝나고 영어회화 배우러 다니는 직장인은 90년대 개념으로 보자면 학생이 아니었지만

2000년대 개념으로는 분명 학생이다.

난 작년에 대학을 졸업했지만, 얼마전까지 방통대 경제학과에 편입해서 공부를 좀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지금은 포기했지만) 그렇다면 나는 언제부터 언제까지가 학생신분이고 언제부터가

학생신분이 아닌가?

게다가 전통적인 의미의 대학생에 해당하는 연령대의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형성하고

정체성을 구축하는 공간은 어디인가? 학생회실, 학회실, 강의실? 더 이상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너도 알고 나도 안다.

마지막으로, 예전부터 존재해왔던 문제이지만 아무도 고민하지 않았던 문제로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 안가고 바로 취직하는 20대의 문제이다.

우석훈 박권일의 <88만원세대>에서는 그 중에서도 실업계고 졸업 후 취직하는 여성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파트가 있는데, 90년대 학생운동의 개념으로는 절대 이런 주체들의 문제를

사고할 수 없다.

 

90년대 학생운동의 자장안에 묶여있는 지금의 학생운동, 특히 학생회운동은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대학에 입학한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하는 운동이다.

그것은 68혁명에서 그랬던 것처럼 대학생이 사회변혁의 주체라는 사고에 기대는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이미 평생학습사회로 접어든 한국사회에서 이러한 학생운동의 상은 소멸이 예정되어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은 80년대 말, 90년대 중반까지 대학생이 규모면에서나 질적인 면에서나 이 사회의 주축세력으로 성장하면서 나타났던 일시적인 현상이지 보편적인 모습은 아니라고 본다.

 

그래서 난 이 시점에서 '백 투 더 베이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곧 '학생'이라는 만들어진 정체성을 버리는 것이다.

나도 잘 모르는 것이긴 하지만, 이것이 80년대 초반 학생운동,

그리고 광주항쟁에서의 들불야학 운동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필요한 것도 바로 그런 베이직이다.

그런데 여기서 내가 덧붙이고 싶은 점은 학생운동만 자신의 정체성을 버릴 것이 아니라

노동자 운동도 자신의 정체성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말이 아니라 이 평생학습사회체제에 적합한 저항주체로서의 노동자-시민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노동자운동은 전적으로 '학생운동'적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와 동시에 학생운동은 대학의 벽을 넘어서 대학 밖의 학교와 결합할 수 있어야 한다.

 

 

어제 서동진씨 논문을 여기저기서 찾아 놓고 오늘 읽고 있었는데,

그걸 읽고 있자니 나의 이런 생각이 조금 더 근거를 찾은 것 같다.

예전에 알라딘 블로거(??) 게슴츠레님이 <학생운동의 종언 혹은 부활의 기회>라는 글에서

학생회운동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는 얘기를 했던 것 같은데,

나는 그것은 전적으로 '고려대'니까 가능한 얘기라고 생각한다.

그게 고려대에서도 언제까지 가능할지는 미지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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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논쟁에 대한 논평

 

블로그에 바로 올릴까 하다가, 혹시나 해서 레디앙에 투고를 했는데 민망하게도 실려버리고 말았다.

댓글들이 좀 내가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해석되고 있는 것도 있어서 좀 고민인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젯밤 마신 술이 깨면 천천히 고민해 볼 생각이다.

 

그리고... 레디앙에서는 예전 프레시안과 같이 내용을 멋대로 뜯어고치는 만행을 저지르지

않아서 참 좋다. 게다가 제목도 좀 야하긴 하지만 적절하게 뽑아주신것 같다. 여튼 감사 ^^;;

 

 

레디앙 기사 주소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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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체제론, 자의적 공상의 산물"
[투고-체제논쟁] 전형적 운동권 논리…'FTA체제'가 적합
 
 
 

엊그제서야 <레디앙>에서 뜨겁게 진행되었던 '체제논쟁'에 관한 글들을 다 읽었다. 초반에 올라온 손호철과 조희연의 글을 읽은 지는 좀 됐는데, 후반에 올라온 이승원, 이종보, 최원의 글은 이제서야 읽었다. 뒤의 글들은 어지간히 긴 게 아니어서 화면으로 보기 힘들어 이면지에 출력해서 봐야 했다. 읽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몇 가지 정리를 해보려 한다.

1. '대안제시'가 중요하다는 입장에 대해서

이번 논쟁 자체에서 그렇게 중요한 부분은 아니지만, 다른 중요한 논의를 하는데 필요한 전제로 얘기해야만 할 것 같아 이 얘기부터 해야겠다. 손호철, 조희연 논쟁에 부쳐 글을 기고한 이종보씨는 진보 담론이 항상 반대에만 머무른다고 비판하면서 대안 담론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이다. 그런데 왜 난 이런 주장을 접하면서 우리 동네 주민센터 헬스장에서 매일 '00일 안에 몸짱되기' 같은 책을 보며 운동하는 뚱뚱한 남학생이 생각나는 걸까? 내가 볼 땐, 아니 누가 봐도 그 학생은 가만히 서서 아령이나 들고 있을 일이 아니라, 체지방 감량을 위해 러닝머신부터 해야 한다. 그래야 뭐 몸짱이 되는 말든 할 거 아닌가?

한 마디로 '몸짱'이라는 대안은 있으나, 자신의 문제가 뭔지 모르는 거다. 전형적인 몸짱들의 환상적인 복근과 팔뚝 근육에 매료되어 자기 상태가 뭔지 파악이 안 되니 매일 헛짓을 해대는 거다.

반신자유주의니 반MB니 하는 소리는 반대 담론에만 머무르는 것이니 한계적이며, 대안을 얘기해야 한다는 소리도 마찬가지다. 우리 몸의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를 제대로 파악해야 그 체질에 맞는 가장 알맞는 대안도 나오는 거다. 그저 아름답게만 보이는 서구복지국가의 모습에 매료되어 그걸 가장 이상적인 대안인 양 아무데나 들이대는 습관은 저 안타까운 남학생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이종보씨는 자신의 글에서 우리사회에서 '성장'을 얘기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말하면서 대안이라고 '복지성장'을 꺼내들던데, 이것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가장 모순점인 성장주의를 비판할 여지를 차단해 버리는 셈이다.

다이어트 하려는 사람이 비대해진 체지방을 문제삼지 않고 무슨 운동을 한단 말인가? '성장'을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두려는 것은 이종보씨가 사고하는 대안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어찌되었든 무엇을 반대하고 비판할지를 제대로 알아야 대안도 나오는 거다.

2. 08년 체제? 정권 바뀔 때마다 체제가 바뀌나?

이미 최원씨가 잘 비판한 내용이긴 하지만, 사족을 달자면 난 08년 체제라는 말이야말로 '체제'론을 희화화시키는 발언이라 생각한다. 이런 식이라면 5년에 한 번 대통령 바뀔 때마다 체제도 바뀌는 거다. 조희연이 이명박 정부와 이전 정부 사이의 차이점을 드러내는 데에 써먹는 이유라는 것이 고작 통치 스타일 수준의 것들인데, 내가 과문한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체제'라는 것이 이런 '통치 스타일'로 변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사회체제'social system를 논의한다는 것은 사회를 이루는 여러 부문들의 총체적인 상호작용의 작동방식의 결정적인 변화가 어디서 어떻게 벌어졌는지를 따지는 것이다. 이런 얘기가 조희연의 글에서는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별로 의미있는 방식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사실 이 얘기를 먼저 해야 전술이니 전략이니 하는 것이 나오는 건데, 조희연은 오히려 몇 발짝 건너뛰어 '헤게모니 전략'부터 얘기하고 있다.

08년 체제가 의미있는 것이라면 나는 93년 체제에 대해서도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93년이 어떤 해인가?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군인이 아닌 민간인이 정권을 잡은 해 아닌가? 김영삼이 요즘 노무현 보고 빨갱이의 자식이니 뭐니 노망 난 소리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그런 식으로 치자면 김영삼은 79년 YH노조의 신민당사 점거 농성에 대한 보복으로 의원직을 박탈당해 부마항쟁이라는 박정희 정권의 근간을 뒤흔드는 사건을 터지게 한 장본인 아닌가?

게다가 그는 집권 당시 하나회 해체를 통해 군부독재의 뿌리를 잘라버린 장본인이다. 왜 김영삼의 이 '위대하신' 면은 보지 않고 다 늙어서 헛소리 하는 것만 가지고 트집을 잡나? 조희연은 손호철의 97년체제론을 경제주의로 비판하면서 이 시기에 일어난 형식적 민주주의의 진전이라는 성격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그런 이유라면 더더욱 97년이 아니라 93년이 강조되어야 한다. 그것을 부정한다면 난 그의 주장이 '김대중 착시효과'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여하간에 조희연의 08년체제라는 규정은 상당히 자의적인 기준에 따라 만들어낸 공상의 결과물이란 생각이 든다. 그 과정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체제'에 대한 논의는 뒤로 빠져버리고 만다. 이런 문제점은 서영표에게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서영표는 논쟁의 와중에 쌩뚱맞고 황당하게도 사람들의 일상에 주목해야 한다는 소리를 한다. 다음의 글을 보자.

2009년 한국 사람들은 자본주의적으로 소비하고, 투자하고, 살아가고 있다. 사람들은 시장과 경쟁의 원리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만 그 결과가 결코 ‘행복하지’ 않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문제의 고리는 ‘행복하지 않음’을 체제의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고 개인의 능력 또는 정치인과 관료들의 부패로 생각하게 하는 이데올로기적 지형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당신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바로 당신들의 생활양식이, 자유, 평등, 정의, 인권의 원리에 위배되기 때문이라고” 외치는 것은 정치적으로 무력하다. 21세기 대항헤게모니는 계몽주의적 전략으로부터 도출될 수 없다.

계몽주의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대항헤게모니 전략은 현실 외부에서 주어지는 이상주의적 규범에 기초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들이 처한 일상으로부터 시작해야한다는 것이다. ( "일상의 정치공간에 대한 통찰 부족" 09/09/23)


최소한 이 체제논쟁에 참여하는, 그리고 이를 관심있게 지켜보는 누구도 사람들의 일상을 변혁해야 하고, 이는 계몽주의로는 안 된다는 점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서영표가 대답해야 할 문제는 대체 그 대항헤게모니를 형성하기 위해서 08년체제라는 규정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이다.

서영표의 이런 발언 때문에 문제의 앞뒤가 뒤엉켜 버리게 되는데, 왜냐하면 그의 주장대로라면 08년 이전에는 시민사회에서 사람들의 일상에 개입하는 운동이 필요 없었다는 얘기가 돼버리기 때문이다. 실제 그가 그렇게 주장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의 주장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라는 거다.

그러면서 서영표는 어느새 체제논의를 미시적인 수준의 운동 논의로 전환시킨다. 미시적인 수준의 운동이 중요하다는 것과 체제논쟁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얘기다. 그도 스스로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음'을 체제의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을 문제의 고리라고 했다.

문제가 체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의 결여에서 시작됐는데 해결을 미시적으로 한다? 이것은 사실상 체제논의에 대한 방기이다. 이런 점에서 나는 이번 체제논쟁이 80년대 사구체논쟁보다 한참 후퇴한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에 서강대에서 열리는 토론회에 서영표가 제출한 토론문을 보니 그의 입장을 명확히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는 사람들의 일상이라는 것을 정치체제, 경제체제와는 다른 영역에서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사회체제'로 설정하려 한다. 그러니 손호철과 서영표는 사실상 동문서답을 한 거다. 손호철의 사회체제는 이 세 가지를 포괄하는 것인데, 서영표는 부분으로서의 사회체제만을 말했으니...

3. 08년체제 규정은 단순한 현실 묘사일 뿐

여기서 조희연-서영표가 주장하는 08년체제의 근거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들은 97년 체제에서 대중들이 형식적 민주주의의 발전으로 자본주의 현실에 대한 인식이 저하되는 데 비해 08년 체제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권위주의적 통치스타일’이라는 정세적 변화를 계기로 신자유주의적인 역사적 블록을 흔들 수 있는 정치투쟁과 이데올로기 투쟁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라 분석한다. (<레디앙> 기사 "손호철 97체제론은 경제주의 편향" 참조)

즉 경제체제는 변함이 없는데 정치체제에서의 권위주의적 전환이 투쟁의 가능성을 넓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08년 이후 저항의 방식은 어떻게 변화하였는가? 나는 08년 이후 이데올로기적 투쟁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조희연-서영표의 주장은 쇠고기 촛불집회 이후 드러난 대중 이데올로기 표출 방식에 대한 오해라고 생각한다.

즉 그것은 대중 이데올로기의 표출 방식인 것이지, 투쟁이 아니다. 그들이 생각하는 투쟁이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이해하는 선에서 투쟁은 정치체제든 경제체제든 그것을 전복할 것을 요구하는 대중의 흐름을 지칭한다. 그러나 08년을 기점으로 해서 그런 '투쟁'은 나타나지 않았다.

조희연-서영표는 대중 저항 이데올로기를 정치레짐에 의해 결정적으로 영향받는 것으로 표현하면서, 노무현의 탈권위주의와 이명박의 신보수주의를 특권화시킨다. 그러나 이는 노무현과 이명박 시대를 관통하여 나타나는 대중의 '정치'에 대한 태도의 일관성을 놓치는 것이다.

노무현 시대에 가장 유명한 정치 유행어는 단연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였다. 그는 단연 최고의 국민 코미디의 소재였다. 노무현에 대한 실망은 박정희 신드롬으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이명박 시대에는 어떤가? 촛불집회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듯이 이 때도 최고의 유행어는 "이게 다 이명박 때문이다"였다. 국민들에게 대통령은 한낱 설치류 동물과 동급 취급을 받았다. 이런 대중적 정서는 '허경영'이라는 새로운 개그 스타를 탄생시켰다.

이 두 시기 대중 이데올로기 상의 차이가 있다면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 이런 '정치의 코미디화'는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것은 정치에 대한 조롱이지 투쟁이 아니다. 물론 대중 저항이 이전보다 진일보한 측면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최소한 어떤 체제상의 변화라고 할 정도가 되려면 전국적인 정치-경제적 쟁점에 이 대중 저항 이데올로기가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용산과 평택이 가장 좋은 리트머스 시험지일 것이다. 그러나 어떠했는가?

그렇기 때문에 괜스레 08년체제를 강조하는 것은 이 때를 기점으로 굉장한 양적 증가를 보였던 대중적 불만 표출의 현상을 기술한 것이지 그 심층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체제규정으로 볼 수는 없다.

서영표 자신은 "실재에 대한 분석은 표층에서 드러나는 경험적 사실로부터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자신도 추상 수준의 이론적 고찰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그의 글 어디에서도 그런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사실 내가 가장 의아스러웠던 것은 바로 이들이 주장하는 '국민적 정치전선'이라는 개념이다. 아래 인용글을 통해서 그 의미에 대해 대강 유추해 볼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

(손호철) 선생님께서 87년 체제론을 비판하고 97년 체제론을 제시하는 이유는 소위 맹목적인 반MB론자들의 이론적 토대를 잘라내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조희연 선생님이 소위 87년 체제의 현재적 의미를 강조하는 이유는 ‘운동권’이 아닌, 그리고 ‘이론가’가 아닌 보통 사람들의 의식 안에서는, 그들의 주체성 안에서는 87년의 ‘민주주의와 인권’, 97년의 ‘신자유주의적 주체성’, 08년의 ‘권위주의주의적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감’이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진보진영이 대화해야 할 상대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채 굳어진 운동진영의 논리가 아니라, 지배적 논리에 순응하면서 살아가고 있지만 동시에 저항의 계기가 주어지면 (비록 단속적이지만) 폭발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대중이어야 합니다.

촛불시위에 참여하고 이명박을 욕하지만 부동산 가격과 주식시장에 민감한 사람들, 이념으로서의 민주주의와 인권에는 민감하지만 용산참사에 대해서는 둔감한 사람들의 사람들을 상대로 한 담론을 생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서강대 토론회 서영표 토론문 中)

그러나 나는 이런 생각이 더 전형적인 운동진영의 논리라고 생각한다. 가끔 보면 어떤 운동권 지식인이나 활동가들은 반대자를 비판하면서 '대중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라는 이유를 대곤 한다. 마치 자신이 대중의 대변인이라도 되는 것인양 말이다.

서영표의 위 발언도 그러한데, 그는 자기 이론이 말하고자 하는 바와 자신이 현상적으로 '본' 대중들의 행동을 겹쳐서 말한 것뿐이다. (손호철이 비판하는 사회학적 서술주의가 바로 이런 것이겠지?) 그가 이론가라면 현상을 말할 것이 아니라, 그 심층에 있는 의미를 캐내야 한다.

그럼 이와 관련해서 내가 본 '현상'에 대해 말해볼까? 나는 최소한 대중들에게 87년의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생각은 사라졌다고 본다. 지난 2007년 87항쟁 20주년을 맞아 모 언론사가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60% 이상이 87항쟁을 모른다고 했다. 87항쟁 자체를 아는 사람이 40%도 안 되는데 무슨 87년의 민주주의와 인권인가?

물론 이들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에서는 비율이 다르겠지만, 사회의 주축이 되는 세대가 이동한다는 사실만 생각해 봐도 국민 전체에서 '모른다'의 비율은 더 많아질 것이다. 물론 87년이 갖는 상징성을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그 상징성이라는 것이 영구불변의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렇게 볼 때, 87년이라는 쇠락한 상징성에 기대어 08년 이명박에 대한 대중적 반감을 통해 조희연-서영표가 부각하고자 하는 '국민적 정치전선'이라는 것의 성격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다. 이미 대중들에게 민주-반민주 전선이라는 개념은 없다. 그런 것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재야인사'들의 머릿속에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유연한 헤게모니 전략을 통해 구성되는 '국민적 정치전선'이라는 것이 화폐적 관계에 종속된 삶을 살아가는 대중들의 일상에서부터 재구성하자는 말이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87년에 대한 대중들의 상징성으로부터 추출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라면 너무나 공허해서 논의할 가치도 없는 것이 된다.

4. 急 결론

간단한 메모 정도만으로 글을 마치려고 했는데, 처음 생각에 비해 글이 너무 길어졌다. 게다가 논쟁에 뛰어든 그 긴 글들을 하나하나 읽기에는 시간도 부족해 오독한 것도 적잖이 있을 것이다.

어쩌다보니 글의 핵심 내용이 조희연-서영표 비판이 되어버렸는데, 그렇다고 손호철의 입장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사실 그가 말하는 97~08복합체제도 불필요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08년이 강조되어야 할 이유를 난 도대체 납득을 할 수가 없다. 선생님들께서 너무 시기구분에 강박당하신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오히려 예전 한미FTA투쟁 당시 심광현 교수가 말한 FTA체제라는 말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FTA체제가 초래할 사회문화적 파국", <한미FTA를 계기로 본 한국사회 성격변화>, FTA교수학술공대위 토론문, 07.10.12)

90년대 이후 변화 양상 전반을 포괄하기 위해 IMF-FTA체제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현재 FTA가 한미 양국 모두에서 국회 비준이 안 된 상황이지만, 미국 이외의 나라들과도 수많은 FTA가 이미 체결되었고 체결이 추진되고 있으며, 한미FTA를 전후해 Pre/Post - FTA적 조치들이 착수되고 있다는 점에서 FTA체제라는 규정은 전혀 흠이 없다.

게다가 조희연-서영표 그리고 손호철의 논의가 오직 국내 정치경제적 상황에만 천착해 전개되고 있는데 반해 FTA체제는 세계체계적 전환의 문제까지 함께 고려하는 장점이 있다. 한편 FTA가 자유'무역'협정이다 보니까 이로서 체제를 규정하면 경제주의라는 혐의를 뒤집어 쓸 우려도 있지만, 모두가 잘 알다시피 FTA는 그 자체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사건이다. FTA를 경제문제로만 보는 것이야말로 경제주의일 것이다.

어쨌든 이번 논의가 현장 토론회까지 여는 걸 보면 작심하고 제대로 된 논쟁을 벌이고자 하는 것 같은데, 지금의 논의보다 더 풍성한 이야기들의 나왔으면 좋겠다. 사실 조희연, 손호철 선생님은.... 너무 옛날 사람이잖아... ㅠ.ㅠ 좀 '신인'들이 적극 가담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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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정리 4 (<2008 글로벌 금융위기>, 최혁 저)

■열리는 판도라의 상자



1. CDS의 전성시대


○ 신용위험과 CDS(Credit default swap; 채권에 대한 보험)

 ┖→ 채권이 부도가 났을 대 누가 대신 갚아주기로 약속한다면 채권을 보유하는 데 따르는 위험을 줄일 수 있음. 채권 발행자가 모노라인에게 보증을 받는 것도 이 때문. 그런데 채권을 ‘매입’한 사람도 보험을 살 수 있는데, 그것이 CDS.

 ┖→ CDS를 매입한 기관은 주기적으로 프리미엄을 내야하며, CDS를 매도한 기관은 프리미엄을 받는 대신에 채권이 부도가 나서 손실을 보게 되면 손실액을 보전해 줌. CDS프리미엄은 채권을 발행한 회사의 위험 수위를 판단하는 기준.

○ CDS를 살 수밖에 없는 이유

 ┖→ CDS의 특이점 : 매입자가 해당 채권을 갖고 있지 않아도 CDS계약을 맺을 수 있음. (화재보험은 집을 가지고 있어야 맺을 수 있음.) 즉 부도가 나면 돈을 주는 것이니, CDS는 채권으로부터 부도위험만을 따로 떼서 거래하는 것. 채권을 보유하지 않는 투자자에게는 ‘신용위험에 대한 투자’라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것.

 ┖→ CDS와 BIS비율 : 바젤협약에 따라 자기자본비율(BIS)을 8%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규정은 BIS비율의 분모인 자산을 측정할 때 자산을 단순히 합하는 것이 아니라, 자산의 종류에 따라 ‘위험가중치(risk weight)'를 곱해서 합한 값으로 자산을 측정. OECD국가가 발행한 채권은 가중치가 0%, OECD 은행들이 발행한 채권은 20%, 회사채나 OECD 비회원국의 국채와 은행채는 모두 100% 가중치. 그런데 CDS가 생기면서 채권의 위험가중치를 CDS 매도기관의 위험가중치로 변경하는 것이 가능해짐. 즉 OECD은행의 CDS를 사면 회사채의 위험가중치는 100%가 아니라 20%가 됨.

○ 규제의 사각지대 : CDS는 증권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권한 밖에 있었고, 보험과 유사하지만 일반적인 보험의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보험업에 적용되는 것도 아님.

○ CDS와 시스템 위험

 ┖→ 금융위기의 여파로 CDO채권에 대한 CDS발행 금융기관의 신용등급이 떨어진다면 CDS 매수기관의 BIS비율이 악화됨. 이에 BIS비율을 맞추기 위해 ①CDO채권을 매도하거나 ②신용등급이 더 높은 기관에게서 CDS를 구매해야 함. ① 때문에 CDO채권의 가격 하락. ② 때문에 CDS프리미엄 상승.

 ┖→ 게다가 채권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CDS를 사고 팔 수 있으므로 특정채권에 대한 CDS들의 기초자산금액을 모두 합하면 실제 채권의 액면가보다 훨씬 커질 수 있음. 10억달러짜리 채권에 대해 CDS를 다섯 은행이 발행했다면 기초자산금액은 50억 달러. 이 채권이 부도가 나면 CDS 매도자들이 물어주어야 할 금액을 모두 합하면 50억 달러가 되는 셈. 신용위기의 연쇄반응이 나타났을 때, 파장은 엄청남.



2.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국유화


○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위기 : 이들은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모기지 채권을 발행하여 빌린 자금으로 미국 은행이나 모기지 대출업체로부터 모기지 대출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미국 주택시장을 유지시켜 옴. 그러나 베어스턴스 몰락 이후 미국과 유럽의 주택가격 하락과 그로 인한 파급 효과로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주가가 급락함. 급박한 위기 상황에서 폴슨 재무장관은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긴급구제금융조치 발표.

○ 네이키드 공매도 규제 : 공매도를 이용한 투기꾼들 때문에 주가가 떨어진다는 주장이 금융기관으로부터 제기됨. 여기에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위기를 목도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7월 15일 깁급명령권을 발동해 네이키드 공매도(주식을 빌리지도 않고 먼저 매도를 하는 행위)에 한해 규제를 가함.

○ 재국유화 : 공매도 규제의 효과는 얼마 가지 못하고 다시 주가가 폭락. 패니매와 프레디맥이 파산한다면 전 세계 부동산 시장의 초토화가 예상되는 상황. 실제 정부는 두 회사보다 규모가 작은 사기업인 베어스턴스도 구제한 상황이기에 두 회사는 구제금융을 기대하게 됨. 08년 9월 7일, 미국 정부는 두 회사를 다시 국유화하고 1,000억 달러씩의 긴급 유동성자금 투입과 기존 주주에 대한 배당을 모두 중지시킴.



3. 투자은행들과 AIG의 몰락


○ 9월 21일 모건 스탠리와 골드만삭스가 투자은행의 길을 포기하고 은행지주회사로 전환.

○ 투자은행의 문제점 : 지나치게 높은 부채비율을 갖는 재무상태. 자산에서 자본의 비중이 낮아 자산가치 하락에 대한 버퍼역할을 할 수 있는 부분이 미약함. 실제 미국 금융기관에서 자본에 대한 자산비율은 골드만삭스가 26으로 가장 낮은 수준. 나머지는 대부분 30이 넘음. 이는 곧 자산가치가 3.3%만 하락하면 자본이 완전히 잠식된다는 것. 평소에는 아니지만 금융위기 시기에 자산가치 3.3% 하락은 아주 쉽게 일어남.

○ AIG의 위기

 ┖→ AIG는 높은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모기지 채권에 대한 CDS발행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던 회사. CDS발행자는 만약의 경우에 대비한 담보로 충분한 현금을 갖고 있어야 하지만 AIG는 신용등급이 최상위 였기 때문에 많은 자금을 담보로 갖고 있을 필요가 없었음.

 ┖→ 그런데 금융위기 국면에서는 CDO 등 모기지 채권들이 한꺼번에 부도가 날 수 있음. 현금보유가 적다면 지급불능 상태가 될 것이고, 신용평가기관들은 AIG의 신용등급을 내릴 수밖에 없음. 실제 대부분의 신용평가기관들이 AIG의 신용등급을 두 단계 또는 세 단계 내려버림.

 ┖→ 정부의 고민 : 130개국에 걸쳐 7천4백만 명의 고객을 갖고 있는 AIG가 파산할 경우 미칠 파장을 염려한 정부는 결국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고려와 맞물려 구제금융을 택함. AIG가 미국연방준비은행으로부터 2년만기의 대출형태로 850억 달러 규모의 자금지원을 받고, 그 대신 미국 정부가 AIG 주식 80%를 소유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것. 사실상 국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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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정리 3 (<2008 글로벌 금융위기>, 최혁 저)

■서브프라임 위기



1. 무너지는 모기지시장


○ 금리 시대의 마감 : 04년 6월까지 1년간 물가상승률은 약 3%. 기준금리가 1%였으므로 실질이자율은 -2%. 이자까지 주면서 돈을 빌려주는 상황. 이후 FRB는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씩 17차례 상승시켜 06년 6월 말에는 5.25%까지 올림.

○ 어느 모기지 업체의 몰락

 ┖→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모기지 이자율도 상승. 특히 서브프라임 모기지 이자율이 급격히 상승.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상당수가 변동이자율로 대출을 받았기 때문.

 ┖→ 이자율 상승에 따라 모기지 연체율이 늘어나면서 MBS채권을 매입한 투자자들에게 흘러가야 하는 현금흐름이 줄기 시작. MBS 가치 하락. 06년 5월 4일 중소규모의 메리트파이낸셜이 최초로 파산보호신청.

○ 모래위에 쌓은 성

 ┖→ 06년 초부터 미국 주택 가격 상승세의 중단. 그러나 FRB는 기준금리를 계속 올렸고, 모기지 대출시장도 여전히 활발한 상태.

 ┖→ 모기지 대출회사는 주택구입자에게 모기지 대출을 해주고 이렇게 대출한 모기지의 풀(pool)을 도매로 투자은행에게 매각하는 것이 주요 영업 방식. 모기지 대출회사가 주택 구입자들로부터 30년간 이자를 받고 매년 받는 이자가 5억 달러라고 했을 때 4억을 투자은행에게 넘겨주면 1억은 모기지 대출회사의 수입. 이들은 앞으로 매년 들어올 1억 달러의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계산하고 모기지를 매각한 시점에서 이 현재가치를 모기지 매각이익으로 회계처리함. 미래에 발생할 현금흐름을 모두 모아서 현재의 이익으로 계산하는 방식.

 ┖→ 투자은행은 MBS를 만들어 투자자들에게 판매를 하는데, 모기지의 부실화로 투자자들이 이자를 지급받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모기지 풀을 모기지 대출회사가 다시 사가는 계약을 하게 됨. 06년에 모기지 연체와 부도가 증가하면서 이는 실제 상황이 됨. 그런데 이때 모기지 연체와 부도가 증가하였으므로 되산 모기지 풀의 가치는 처음 투자은행에게 매각했을 시점의 가치보다 떨어졌음. 그러나 모기지 대출회사들 중에는 이런 손실을 장부 기록에 누락하여 가치를 부풀리는 경우가 많음.

 ┖→ 대출자의 신용상황에 대한 조사 없이 모기지 판매에만 몰두.

○ 뉴센추리파이낸셜의 파산

 ┖→ 07년 2월 7일 손실장부 조작 문제로 증권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음. 서브프라임 모기지시장의 붕괴를 우려하는 버냉키 FRB의장의 우려 제기됨.

 ┖→ 신용평가회사들은 MBS채권의 신용등급을 하락시키기를 꺼려함. 신용등급 하락은 채권가격 하락을 불러오고 이는 채권발행회사들이 다른 신용평가회사를 찾아가 고객을 잃을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

 ┖→ 뉴센추리파이낸셜은 모기지 풀에서 충분한 수익이 나지 않을 때에는 이를 되사간다는 계약을 이행할 수 없을 정도로 파산보호신청을 냄. (07년 4월 2일)



2. 신뢰의 위기


○ 베어스턴스의 묘책

 ┖→ 07년 5월 9일, 에버퀘스트파이낸셜이 베어스턴스를 발행기관으로 하여 1억 달러의 IPO(비상장회사가 주식을 일반에게 팔아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는 것)추진. IPO이후에는 그 회사의 주식이 증권거래소에거 거래됨.

 ┖→ 에버퀘스트는 조세피난처인 케이만제도에 설립된 페이퍼회사. 여기서 에버스턴스가 운영하고 있던 헤지펀드로부터 2/3의 CDO를 매입. CDO발행시 채권의 일부를 발행자가 갖는데 이는 대개 우선순위가 가장 낮은 위험한 트랜치를 갖게 됨.(지분 트랜치) ⇒⇒ 베어스턴스의 헤지펀드가 갖고 있던 CDO를 에버퀘스트에게 넘겨 이를 일반투자자에게 팔아 부실자산을 털기 위한 묘책.

○ 레버리지의 함정

 ┖→ 공매도(short-sale) : 남에게 금융상품을 즉시 빌려 매도하는 거래.

연간 20% 수익률이 확실한 투자기회가 있다고 가정. 그런데 10%의 이자를 주기로 하고 9억원을 빌려 자기 돈까지 더해 모두 10억원을 투자한다. 1년 후에는 12억원이 됨. 빌린돈에 대한 원금과 이자를 지급(9억 9천만원)하고 나면 2억 1천만원이 남음. 자기 돈만 따지만 1억 1천만원, 즉 110%의 이익을 본 셈. 공매도는 이러한 레버리지 효과(leverage effect)를 노린 것.

그런데 수익률이 반대로 -20%라면? 총투자금액 10억원이 나중엔 8억원이 됨. 자기 돈 1억은 이미 날린 것이고 빌린 돈에서도 1억 9천만원의 자기 돈을 보태야 원금과 이자 9억 9천만원을 갚을 수 있음. 자기 원금에 대해서 -190%만큼 손해를 본 것.

⇒⇒ 공매도에 의한 투자손실로 베어스턴스의 헤지펀드들의 부실화 초래 ⇒⇒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 특히 CDO 시장이 냉각됨.


○ 번지는 신용위기

 ┖→ 알트에이(Alt-A) 모기지 대출 전문회사에도 연체금이 쌓이기 시작. 07년 7월 31일, 독일 중소기업은행 IKB가 미국 모기지 대출 관련 금융상품 투자로 인해 손실 발생 사실을 밝히면서 위기가 유럽으로 퍼져나갔다는 사실이 공론화됨. 이 은행은 결국 주식의 91%를 겨우 1억 5천 유로를 받고 론스타에 매각하면서 부실을 처리.

 ┖→ 프랑스 최대은행인 BNP 파리바의 자금인출 중단 사태 : 이 은행은 펀드 투자자금의 3분의 1이상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에 투자하였고, 07년 8월 9일 전 2주간 20%의 손실을 봄. 인출중단 이유는 ‘유동성의 완전한 증발’로 인해 순자산가치(NAV, net asset value) 계산을 중단했기 때문.

○ 첫 번째 국제공조

 ┖→ 유럽은행들의 유동성 위기 : 유럽시장에 신용경색이 오면서 새 ABCP를 팔기 어려워지고, ‘돌려 막기’가 더 이상 가능하지 않게 됨. 독일 IKB는 ABCP가 자산의 25%sk 되어 위기가 발생한 경우.

ABCP(Asset-backed commercial paper; 자산담보부어음)

ABS의 일종. 그러나 ABS가 장기채권형태로 발행되어 만기가 긴 데 비하여, ABCP는 만기가 수개월 정도로 짧음. ABS는 동일한 자산의 풀에 대하여 시니어, 주니어처럼 우선쉬이가 다른 트랜치를 뽑아내지만, ABCP는 우선순위가 없음. ABS는 만기가 되면 채권을 상환하고 특수목적회사를 청산하지만, ABCP의 경우에는 특수목적회사가 같은 일을 반복하여 새 ABCP를 만듦. 새 ABCP를 발행하여 만기가 돌아오는 ABCP를 갚은 일을 반복하는 것이니, 소위 ‘돌려막기’를 하는 셈.

 ┖→ 오버나이트론 이자율 상승 : 자금 여유가 있는 금융기관이 다른 금융기관에게 이자를 받고 하루 동안 돈을 빌려주는 초단기 대출을 말하는데, 신용경색 국면에서 이것의 이자율이 상승함.

 ┖→ 이에 07년 8월 9일과 10일, 유럽중앙은행은 각각 950억, 610억 유로를 오버나이트론시장에 공급. 미국은 240억 달러, 일본은 1조 엔 공급.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첫 번째 국제공조. 다른 나라의 금융기관들도 주택담보대출을 가지고 MBS, CDO를 만들었기 때문에 신용경색이 자국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공동대처는 필연적. 그러나 오버나이트론 이자율의 변동성은 다시 급격해짐.

 ┖→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기준금리를 올려오던 FRB가 다시 금리를 인하하였으나, 금융위기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

○ 멈추지 않는 악순환

공정가치회계(Fair value accounting)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들의 가치를 현재의 시장가격으로 계산하는 회계처리. 즉 시가평가(market-to-market).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모기지 채권들의 가치가 하락했을 때 원래 매입한 가격이 얼마인지에 관계없이 현재시점의 가치로 평가. 기업의 재무상태를 고정하게 나타내기 위한 목적.

 ┖→ 공정가치회계에 따르면, 금융자산의 가격이 하락한 만큼 은행의 자본이 줄어들게 됨. 부채를 떠받쳐 줄 자본이 줄게 되어 은행의 건전성 악화. (자기자본비율(BIS비율)이 떨어짐. 국제결제은행 규정상 자기자본비율을 8%로 유지해야 함.) 

 ┖→ BIS비율은 위험 자산을 많이 보유할수록 그 비율이 악화되는 방식으로 계산됨.

 

 

 

○ 골드만삭스의 미소

 ┖→ 06년 말 골드만삭스의 모기지사업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을 파악한 CFO 비니아르는 자사 보유 자산들의 위험을 검토한 뒤, 모기지 관련 채권들을 상당부분 매각하고 남은 채권들에는 손실을 보상해주는 보험을 사야 한다고 주장. 블란크파인 회장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실행함. 당시 다른 투자은행들은 모기지채권에 대한 투자에 열성을 보였기에 매각은 순조로움. 이후 서브프라임 위기로 인한 직격탄을 피해갈 수 있었음.



3. 베어스턴스의 위기


○ 피투성이 은행들 :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이 08년 4/4분기에도 엄청난 평가손실 발생. 자구책의 일환으로 인권감축 단행(베어스턴스, 리먼브러더스). 씨티그룹은 중동의 아부다비  국부펀드에 전환사채1) 발행.

○ 모노라인의 위기 : 대표적인 모노라인 회사인 Ambac과 MBIA의 주가가 각각 52%와 31% 폭락하면서 신용등급이 한 단계 하락. 이에 따라 이들이 보증하고 있는 채권들의 신용등급도 하락. 이들 모노라인이 ABS나 CDO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들이 발행한 채권들도 보증하고 있었기 때문에, 엄청난 사회적 파장.

○ 베어스턴스의 몰락

 ┖→ 07년 7월 베어스턴스가 운용하는 헤지펀드 두 개가 파산하면서 CDO시장 급냉각. 케인 회장이 CEO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유동성위기에 대한 우려가 번짐.

 ┖→ 08년 3월 11일, FRB가 MBS의 유동성을 높이기 위해 2,000억 달러 규모의 자금 유입 정책 발표. 이제 사람들은 미국 정부가 MBS채권을 직접 매입할 것이라 생각하게 됨. 이는 국민 세금으로 부실한 은행을 살리는 것으로, 은행들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함.

 ┖→ 그러나 이 조치는 베어스턴스를 살리기 위한 조치라는 인식에 쐐기를 박으면서 오히려 투자자들에게 유동성 위기를 확인시킴. 베어스턴스의 단기자금이 갑자기 빠져나감. 이에 폴슨 재무장관의 중재 하에 베어스턴스는 JP모건체이스에 인수됨.

○ 대마불사(Too big to fail; 大馬不死) : 미국정부가 금융기관의 손실을 보전해 주는 정책을 쓰는 것을 보고, 이들은 무조건 덩치를 키워야 안전하다는 생각을 하게 됨. 실제 자동차 회사 GM과 포드는 엄청난 영업손실을 보고 있었지만 정부의 구제조치만을 믿고 자산규모를 줄이지 않음. 결국 이들은 미국 의회에 25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당당히’ 요청.



 


 

1) 다른 채권과 마찬가지로 미리 정해 놓은 이자율에 따라 소유자에게 이자를 지급하는데, 채권소유자가 원할 경우에는 주식으로 전환가능. 회사의 주가가 크게 뛸 경우에는 주식으로 전환하여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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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정리 2 (<2008 글로벌 금융위기>, 최혁 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전주곡



1. 서브프라임의 요람


1)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탄생

- 대공황이 진행 중이던 1930년대 당시, 은행들은 자금 부족을 이유로 모기지 대출을 늘리지 않아 주택을 소유하지 못한 이들이 늘어남.

- 은행들의 모기지 대출 인센티브 부족 :  자산(대출금)과 부채(예금, 채권)의 만기가 일치하지 않는 문제. 은행의 자금조달 여건이 나빠져 자금 순환이 되지 않는 신용경색 발생.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 기업은 도산위기에 빠짐.

- 공황상황에서 은행들은 대출자산의 만기가 부채에 비해 과도하게 길어지기 때문에 모기지 대출과 같은 초장기대출을 할 인센티브가 없음.

- 루즈벨트의 해결책 : 패니매의 설립

 ┖→ 모기지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목적.

 ┖→ 정부보증을 받은 모기지들을 금융기관들로부터 매입하여 은행에 자금을 공급.

- 패니매의 문제점 : 국민세금으로 은행 장사를 시켜준다는 비난, 관료주의, 베트남전에 따른 재정압박 ⇒ 패니매의 주식회사화. 그러나 여전히 정부후원(GSE; government-sponsored enterprise)하에 있음.

- 패니매의 독점화를 막기 위해 또 다른 GSE인 프래디맥 설립.


2) 1980년대의 규제완화

- 모기지 대출 이자율 상한선의 모순 : 신용도가 낮은 저소득층은 이자와 원금을 제대로 갚지 않을 확률이 높아 은행은 이를 높은 이자율로 상쇄시키려 함. 그러나 이자율을 제한하면 금융기관들은 저소득층에게 모기지 대출을 할 인센티브가 없어짐.

- 예금기관 규제 철폐 및 통화 통제법(1980) : 모기지 이자율 규제 철폐. 주택을 담보로 하기만 하면 은행이 모기지 대출을 할 수 있게 함.

- 대안 모기지 거래 동등법(1982) : 주택담보대출에 변동이자율 적용. 처음 몇 년 동안은 원금을 한 푼도 상환하지 않고 이자만 내는 방식도 가능하게 됨.

- 조세개혁법(1986) : 모기지 대출금 지급이자에 대해서 소득공제 적용.

⇒⇒ 금융기관 간 경쟁 심화로 모기지 이자율이 신용카드 대출금 등의 이자율보다 낮아짐. ⇒⇒ 이미 주택을 소유한 사람들도 모기지 대출을 받아 그 돈으로 기존 신용대출금을 갚는 것을 택함. ⇒⇒ 모기지 시장의 과잉 활성화


3) 저축은행의 위기

- 1980년대 초반의 이자율 상승 → 저축은행이 이미 낮은 고정이자율로 대출한 모기지 채권의 가치 급락

- 만기가 짧은 예금들은 높은 이자를 찾아 이동

  ⇒⇒ 모기지 대출 비중이 큰 저축은행은 수익성 악화. ⇒⇒ 뱅크런 발생.

- 미국 정부는 은행의 자기자본에 대한 규제 완화를 통해 해결하려 함(저축은행의 자본금이 충분한 것처럼 보이도록 회계제도를 전환). 또한 예금보험한도를 4만달러에서 10만달러로 늘림(뱅크런 가능성 축소). ⇒ 저축은행 건전성 악화


4) 금융 연금술

- 지니매 : 패니매와 프레디맥과 같은 정부가 보증해 주는 MBS채권 발행 기관을 제외하고는 시장에서 자기 채권의 신용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전문적인 보증기관에 수수료를 내고 MBS안정성에 대한 보증을 받는데, 지니매가 바로 그런 역할을 한다. ⇒ 자산 유동화에 기여


 

▷ MBS를 만드는 과정 ◁

 



2. 날아오르는 서브프라임


1) 대통령의 꿈

- 패니매와 프레디맥이 발행하는 채권들은 최악의 경우 정부가 대신 갚아줄 것으로 모든 사람이 믿었기 때문에 사실상 위험이 없었음. (신용등급이 정부와 동일한 AAA) 게다가 낮은 이자로 얻은 자금을 가지고 더 비싼 이자를 주는 모기지 자산을 은행으로부터 사들임으로써 손쉽게 이자율 차익을 실현함. 모기지 사업으로 벌어들인 이득을 상당부분 정치권에 대한 로비활동에 쏟아 부음.

- 클린턴 행정부는 저소득층에 대한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정책의 일환으로, 패니매와 프레디맥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MBS를 매입할 수 있도록 허용. 그러나 서브프라임에 대한 위험 요인 때문에 시장은 확대되지 않음.

- 반면 전문 모기지 회사들은 서브프라임 대출을 늘리기 시작. (90년대 중반 주택가격 상승의 영향) 월가 투자자들의 서브프라임 MBS 구입이 서브프라임 확대에 기여.

- 97년 자산의 양도차익에 대한 세율 인하 등에 힘입어 거주목적을 넘어선 투자목적의 주택구입의 인센티브가 생김. ⇒ 미국발 ‘부동산 불패신화’


2) 모노라인과 신용평가회사

- 서브프라임 MBS의 이점 :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 자체가 위험이 크기 때문에 프라임 모기지 대출보다 높은 이자를 받음. 여기에 수수료를 받고 전문적으로 채권을 보증해주는 모노라인(monoline)의 보증에 의해 같은 위험의 다른 금융상품보다 훨씬 큰 이자를 받을 수 있게 됨.

- 모노라인은 원래 주정부를 포함하여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한 채권들을 보증하는 것이 주 업무. 그 때문에 원래 최상위 신용등급(triple-A)을 갖고 있었고, 서브프라임 채권 보증을 한 이후에도 좋은 신용등급 유지. 그러나 모노라인이 보증하고 있는 채권이 모두 지급불능상태가 된다면 갚아야 할 금액이 3조 달러 이상이 되고, 모노라인의 총자본금은 이것의 1/150에 불과.

- 신용평가회사의 등장 : 파생금융상품이 복잡하게 발전하면서 그 위험을 판단하는 것도 어려워짐. 그래서 신용평가회사들에게 수수료를 지불하고 자기가 발행한 채권에 대한 신용평가를 맡김. 그러나 신용평가회사는 채권 발생자로부터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이들과 유착관계가 형성됨. 특히 발행회사들은 더 높은 신용등급을 줄 수 있는 신용평가회사를 골라 평가를 맡기는 ‘등급쇼핑’을 하기도 함.

- 일부 서브프라임 업자들은 고객이 모기지를 꼬박꼬박 갚아 나가도 이를 국가 신용기관에 의도적으로 알리 지 않음. 이들이 신용도가 높아져 이자율이 낮아지는 것을 방해하기 위한 것. 이러한 행위는 형사 및 민사 소송의 대상이 됨.


3) 새천년의 우울한 시작

- 유럽의 불경기, 닷컴버블 붕괴, 9.11 테러, 엔론 회계부정 스캔들로 인해 미국 경제의 불경기 심화.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경기활성화를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

- 한때 6.5%까지 올라갔던 기준금리를 부시 취임 직전부터 내리기 시작하여 2001년 12월 1.75%까지 내림. 2003년 6월에는 1%까지 내림. 이에 힘입어 모기지 대출도 증가. 신용평가기관의 대출기준심사 기준도 완화됨.

- 패니매와 프레디맥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MBS로 시장을 확대. 2002년에 패니매는 씨티그룹에 이어 미국 제2위의 금융기관으로 자리매김 함.

- 2004년엔 대형 투자은행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됨.


※ 낮은 금리와 금융공학의 발달이 주택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킴.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이는 주택에 대한 수요를 더욱 크게 만드는 순환구조가 형성. 이 과정에서 각 경제부문의 도덕적 해이가 가세하여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이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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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정리 1 (<2008 글로벌 금융위기>, 최혁 저)

■2008년 9월 15일



1.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작


1) 서브프라임 모기지

- 부동산담보대출 : 주택을 살 때 사고자 하는 부동산을 담보로 하여 은행으로부터 장기대출을 받는 것. 프라임(prime), 알트에이(Alt-A), 서브프라임(subprime)으로 구분.

- 미국 주택가격은 규제완화와 낮은 이자율에 힘입어 1990년대 중반부터 상승세. 이에 기대어 은행들은 서브프라임 수준까지 담보대출 확대함. 그러나 2006년부터 미국 부동산시장이 침체에 접어들면서 위기 발발.


2) 모기지 금융상품

- MBS(Mortgage-backed securities) : 부동산담보대출금은 주택 구매자에게는 부채, 은행 입장에서는 자산. 그러나 이미 대출해 준 상태이므로 은행이 마음대로 쓸 수는 없음. 그래서 별도의 유동화 회사를 차려 모기지를 넘겨받게 한 후 이를 담보로 새로운 증권을 만듦. 매도받은 금액은 원래의 은행에 넘겨주어 은행이 쓸 수 있는 현금 조성. 이 외에도 학자금, 자동차 구입대금 등에 기초한 다양한 방식의 ABS(Asset-backed securities)도 개발됨. MBS는 ABS의 일종.

-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여러 ABS와 채권들을 함께 묶어 하나의 풀(pool)을 형성하고 이 풀 전체를 대상으로 우선순위가 서로 다른 새로운 증권들을 만들어 냄. CDO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은 CDO 배경에 있는 자산들의 구체적 내용을 알 수 없음.


3) 흔들리는 리먼브러더스

- 2006년 미국 부동산가격 하락으로 인해 모기지 관련 MBS와 CDO를 대량 보유한 리먼브러더스(자산규모 4위)는 재무상태의 악화에 직면. 2008년 상반기에만 주가가 69% 하락. 자산규모 3위의 메릴린치도 비슷한 상황에 처함.



2. 리먼브러더스의 몰락


1) 살릴 것인가, 죽일 것인가

- 08년 9월 12일 긴급회의 : 뉴욕연방은행장 가이스너(Timothy F. Geithner)가 소집. 리먼브러더스의 구제방안 모색을 위한 회의.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와 영국계 바클레이즈(Barclays)와 HSBC가 리먼 인수에 관심을 가졌으나 부실 규모를 가늠할 수가 없어 정부가 손실을 함께 부담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게 됨.

- 08년 3월 JP모건체이스의 베어스턴스 인수 당시에도 미국 정부가 300억 달러를 지원했고, 회의 직전 9월 7일에는 패니메와 프레디맥 구제에도 2,000억 달러가 투입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이들보다 자산규모가 큰 리먼도 정부지원을 기대함.

- 정부는 국민세금을 투여하는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고, 인수 의향을 밝히던 회사들이 모두 포기를 선언함으로서 리먼은 최종적으로 법원에 파산호보신청을 함.


2) 축복받은 자와 저주받은 자

- 메릴린치의 경우 : 리먼 구제방안 논의 과정을 지켜 본 메릴린치의 테인(John A. Thain)회장은 위기를 직감. 리먼 문제 처리 이전에 행동을 취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하여 뱅크오브아메리카와 협상 끝에 500억 달러 인수에 합의. 이로서 BOA는 투자은행으로의 진출 가시화.

- 리먼브러더스의 경우 : 07년 5월 당시 글로벌채권붓서 책임자 겔반드는 풀드 회장에게 리먼이 과다한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는 경고를 했으나 그를 해고해 버림. 그는 ①리먼의 회생 가능성을 믿었을 만큼 당시 상황에 둔감했으며, ②정부가 세금을 통해 구제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고(도덕적 해이moral hazard) ③기업의 소유주체인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일하지 않는 경영인의 도덕적 해이의 한 유형인 대리문제(agency problem)1) 발생. 실제로 풀드 회장은 회사가 휘청거리고 있던 2007년에만 3천4백만 달러를 받았고 당시 임직원들에게 지급한 보너스 총액은 57억 달러.



3. 파산보호신청 이후의 리먼브러더스


- 08년 9월 15일 파산보호신청은 리먼 전체가 아니라 ‘리먼브러더스홀딩스’라는 지주회사만 대상이 되는 것. 전 세계에 걸친 자회사, 손자회사는 제외.

- 미국 파산법 제11장 : 회사가 재무적으로 위기에 직면하면 채권자들이 자기 몫을 챙기려고 쇄도하게 되는데 이 순간 회사가 순식간에 공중분해되는 것을 막고 회사의 회생가능성을 따져볼 기회를 갖는 것을 목적으로 함.


1) 시체를 둘러싼 경쟁

- 영국 바클레이즈 : 파산보호신청 다음 날, 17억 5천만 달러에 리먼의 미국과 캐나다 자본시장부문을 인수하기로 합의. 그러나 바클레이즈 자체도 부실자산을 안고 있던 상태라 인수를 위한 재원조달이 용이하지 않을 것이라 판단한 투자자들은 인수에 호의적이지 않음. 바클레이즈의 주가가 이 날 2.5% 하락.

- 일본 노무라홀딩스 : 9월 22일 리먼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사업 인수 합의.


주식의 시장가치와 내재가치

시장가치

내재가치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만나 결정되는 가격

투자자가 주식을 샀을 때 앞으로 나올 현금배당의 흐름을 ‘적절한 방법’으로 모두 합한 값. 여기서 ‘적절한 방법’이란 미래에 나올 돈들을 현재의 가치로 환산(할인discount)하는 것.


글래스스티걸법과 그람리치블라일리법

글래스스티걸법(1933)

그람리치블라일리법(1999)

1929년 대공황 이후 안정적인 금융시장 형성을 위해 제정. 은행을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으로 분리하여 각자 고유 영역에서만 영업활동을 하도록 하는 것. 상업은행의 예금자 보호를 위한 수단이 됨.

미국과 달리 유럽 여러 나라들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영업을 모두 할 수 있는 유니버설 은행 성장. 유럽계 은행과 경쟁에서 밀리게 된 미국계 상업은행들의 상황을 반영하여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업무를 병행할 수 있게한 그람리치블라일리법 제정 됨.



※국부펀드 : 정부나 중앙은행이 소유하는 투자펀드. 국제수지 흑자나 원자재 수출 등을 통해 확보된 외화를 다양한 자산에 투자한다. 국부펀드의 규모는 계속 커질 가능성이 높아 증궈이나 원자재 시장의 가격형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또는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어 많은 국가들이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한국투자공사(Korea Investment Corporation)가 한국의 국부펀드이다.


※국가간 통화스왑 : 두 나라의 중앙은행이 일정기간 동안 두 나라 화폐를 교환하는 계약. 약속한 기간이 지나면 다시 교환하여 원래 상태로 회복시킨다. 08년 10월 29일, 미국 연준은 한국, 싱가포르, 브라질, 멕시코의 중앙은행들과 각각 300억 달러 규모의 스왑라인을 6개월 동안 열기로 합의했음. 통화스왑을 이용하여 달러 보유고를 일시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으므로, 달러가 일시적으로 부족할 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


 


 

1) 갑이 을에게 갑을 위해 일해 달라고 계약을 맺었을 때, 을이 갑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기 보다는 을 자신을 위해 행동하는 현상. ex) 갑이 홍길동을 고용하여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구멍가게의 운영을 맡겼다고 하자. 장차 이 동네 지방의원이 될 꿈을 품고 있는 홍길동은 가게의 이익을 높이기보다는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물건을 공짜로 주어 자신의 미래를 위한 친분을 쌓고자 노력할 수 있다. ==> 도덕적 해이를 계약관계에 적용한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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