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자의 일기-2

from 단순한 삶!!! 2010/12/03 10:57

 

 

해고자의 일기 ❷ 장하다 인사위원들이시여!!

되돌아 보니까 인사위원회에 몇 차례 참석했던 전력이 있다. 대부분의 경우 노조 참관인 자격으로 인사위원회에 들어가서는 제대로 된 징계를 좀 해 달라고 얘기 했었다. 제 식구 감싸기는 어느 기관이나 다르지 않아서 연구원의 인사위원회도 가능한 징계수위를 낮추려고 노력하던 인사위원들의 모습이 생각난다.

항상 징계는 솜방망이에 그쳤다. 몇 차례 누적된 징계를 거쳐서 겨우 파면에 이른 경우를 제외하면...

 

이런 그동안의 연구원 관례에 비춰 보면 조용주 원장은 인사위원회, 특히 징계를 위한 인사위원회를 아주 획기적으로 바꿔 놓은 훌륭한 공로를 가진 분이다. 규정에 정한 징계의 양정이야 어떻게 규정되어 있거나 말거나, 징계사유가 되거나 말거나 본인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파면이나 정직이라는 일종의 사형선고를 마음대로, 내리고 있으니 말이다.

한 가지 더 있다. 그동안 원장이라는 자리가 얼마나 무섭고 막강한 자리인지를 제대로 모르고 살아온 연구원 식구들에게 원장이 직원 몇 명의 목숨을 파리 목숨 처럼 말 한마디로 죽일 수도 있다는 걸 제대로, 확실하게 깨우쳐 준 공로도 빼 놓을 수 없겠다. 지난 반년 조금 넘는 세월 동안에 벌써 회사에서 잘린 사람이 7명이다. ‘원장은 무섭다’라는 걸 연구원 식구들이 절감하고 있을 거 같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고, 그게 싫으면 집에 가라!!! 이게 조용주 원장의 연구원 경영방침인지 모를 일이다.

 

이야기가 샛길로 가고 있다. 다시 되돌아 가 보자.

지난 7월 30일 오후에 지부장과 사무국장을 징계하는 인사위원회가 열렸다. 그동안 징계위원회 참관은 지부장과 사무국장이 해 왔는데, 그들이 징계를 당하는 입장이니까 대신 해고자라도 참관해야 했다. 참관은 어떻게 할수 있었느냐구? 그건 공공연구노조와의 단협에 있다고 단협을 들고 들어 갔기에 가능했던 것인지, 아니면 품격 높으신 인사위원들이 은혜를 베풀어서 그런 것인지 확실하지는 않다.

마침 조용주 원장의 노조탄압이 상상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 서고 있다 보니까, 공공연구노조에서 이 아무개 국장이 건기연 지부의 투쟁을 지원하기 위해 나와 있다. 그래서 참관을 이 아무개 국장과 해고자 부지부장 이렇게 둘이서 들어갔는데, 예상대로 그냥 두지 않았다. 그동안 외부인의 참관이 없었기 때문에 외부인 참관은 안된다는 거였다. 이런 건 어찌 그리도 그동안의 관례를 열심히 따르려고 하시는지...

한 사람은 해고자, 한 사람은 본부의 국장... 둘 다 외부인인데, 그럼 참관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 단협은 괜히 있는 거냐? 징계위원회 방해 안한다 그러니 맘놓고 해라! 뭐 이런 실갱이를 두어 차례 겪은 후에 이 아무개 국장은 나가고 해고자 부지부장은 참관하는 것으로 정리가 되었다. 해고는 되었지만, 아직은 외부인이 아닌 것인가? 이건 또 무슨 논리가 적용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냥 누군가의 입맛에 맛는 대로 정하면 그게 법이 되고, 규정이 되고, 해석이 되고 한다.

 

지금은 연구원의 무슨 팀장으로 계신 분이 항상 하시던 말이 생각난다. “연구원은 엿가락 연구원이다” 일관된 원칙도 기준도 없고, 힘 있는 사람이면 되고, 힘 없는 놈이면 안되고... 그런 뜻이었겠지. 그즈음에도 그랬는데, 지금은 엄청난 힘을 가진 분이 원장으로 있으니까, 아마도 엿가락은 펴 졌거나 부러질 정도로 딱딱해 졌는지 모를 일이다. 팀장으로 계신 이 분은 지금의 상황에서 연구원을 어떻게 표현하실라나? ‘내 맘대로 연구원’ 이거나 ‘한 분의 생각대로 연구원’이 더 잘 어울릴 거 같다.

 

해고자 주제에 인사위원회 참관이라도 하라고 내쫓지 않고 앉아 있게 해 준 것에 감지덕지 해서 인지 모르겠는데, 해고자 부지부장은 그날 인사위원회 처음부터 끝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참관은 쳐다 보기도 하지만, 말도 할 수 있는 거였고, 말을 하고 싶었으면 저들의 반대나 무력행사에도 굴하지 않고 참관인으로서 하고픈 말은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러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이미 결론은 정해져 있고, 인사위원들은 단순한 하수인이거나 거수기일 뿐인데, 거기다 몇 마디 말을 덧붙여 본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싶었다. 그래도, 아무리 그렇게 생각했다 하더라도 인사위원회 내내 ‘설마 저들도 인간이고 사람인데,... 저들도 같은 동료이고 함께 얼굴 맞대고 살아온 사람인데..... 정말 저건 아닌데...’라는 생각을 하면서 일말의 기대를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나중에는 자신을 더욱 부끄럽게 만들었고, 속된말로 표현하자면 ‘쪽’팔렸고, 아직도 ‘내 맘대로 연구원’의 현실 파악도 못하는 바보로 여겨져서 슬퍼지기는 했지만...

 

예상했던 대로, 기대했던 대로 저들은 확실하게 그리고 일말의 미련도 아쉬움도 남기지 않은 채 파면과 정직을 의결했다. 장하다 인사위원들이시여!

여러분의 미래에 무궁한 영광과 자손 대대로 부귀 영화가 함께 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인사위원 만세!”라도 불러드렸어야 했는데... 그걸 못해서 좀 아쉽다.

 

인사위원회가 끝나고 나중에 위원회 도중에 들고 있었던 수첩을 들춰 보았다.

위원들이라는 사람들이 범인(?)들에게 질문한 내용들을 끄적거려 메모를 해 놓았는데, 헉!!! 그 위원들의 이름 옆에다가 ‘저런 개XX' '나쁜 XX' '저린 한심한 놈’ ‘저런 등신’ 이런 말들이 적혀 있는게 아닌가?

아이고 이거 누가 적었지? 내가 적었나? 나는 입으로 내뱉지 않았는데, 나도 모르게 내 수첩에 이렇게 육두문자나 욕지거리를 써 놓은 놈은 어떤 놈이야?

남의 수첩에 이런 욕지거리 써 놓은 나쁜 XX 같으니라구....ㅠㅠ <20100810> ■ 곽장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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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3 10:57 2010/12/03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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