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신봉

from 단순한 삶!!! 2009/01/05 12:10

풀소리님의 [지리산] 에 관련된 글.

 

무릎 아프다고 두어달간 산에 한번도 못간데다

연말 스트레스도 왕창 받아서, 노는날 집에 가만 있는게

한계에 다다랐던지...

진보신당 송년모임에서 만난 이준 위원장에게 연초에 산청에 가겠다고 했더니

그러라고....(언제 간다 한들 싫다고 하지도 못할 양반이지..)

 

연말 하루 몇백개씩 결재 사인하고 났더니 연초에는 정말 조용하다.

그래서 오늘 휴가내고 아예 2박3일로 가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연하천 산장지기는 주말에 속세에 내려와 있다고 하는데다,

같이 2박을 동행해 줄 친구가 많지 않아 포기했다.

 

황토방에 금욜 부터 불을 땐데다, 토욜날 도착해서 또 불때고..

밤에 잠자기 전에 또 장작을 넣는 바람에,

밤에 뜨거워서 잠을 제대로 못잤다.

대충 선선한 정도에서 잠들어야 하는데, 자다 보니까 너무 더워서,

잠간 잠들다 깨고, 또 잠들다 깨고..

 

겨울밤 별은 참 많더라.... 유성이 많이 떨어지는 날이라고

밤 늦게 나가서 고개 아프도록 쳐다 봤는데, 2개 봤다.

그 짧은 시간에 무슨 소원을 빌수 있었으랴... 어, 하는 사이에..

수백광년을 거쳐서 내 눈에 들어오는 저 별빛을 보고 있노라면,

수십년을 산다는게, 그리고 이 작은 지구에서 이렇게 싸우면서 살아야 하는지,

그 짧은 삶의 기간동안 마음껏 서로를 사랑하고, 서로를 위해주면서 살지 못하는 걸까...

이런 시덥잖은 생각이 들더군.

 

청학동에서 오르는 삼신봉 가는 길은 완만하고 편안한 산책로였다.

그런데, 그동안 술 마시고, 산에 안다니고, 담배 피고 한 덕분에

출발하면서 가슴이 답답했다. 아침밥도 너무 많이 먹었지.

무릎아프다는 엄살 덕분에 배낭도 옆에 떠넘기고 빈몸에

지팡이 하나 짚고 호사스런 산행을 했다.

오르고, 봉우리서 맥주 한잔 마시고, 산불 났다는 남부능선 고사목 지대 잠간걷고

그리고 내려왔는데, 세시간 좀 넘게 걸렸던가...

겨울날임에도 따뜻한 봄날 같은 날씨에 멋진 산행(이라기보다는 산책) 이었다.

그정도 걸어서 무릎은 별 징후가 없다.

 

산행 중에 가장 좋았던건 역시 계곡물에 피부맛사지를 좀 했다는거.

겨울 계곡물이 차긴 했지만, 잠시 동안 모든걸 다 잊을만큼

시원하고 따뜻하고, 행복했다는거..

 

카메라 망가졌다. 삼신봉 정상에서 이상한 징조를 보이더니, 아예 작동 불능,

밧데리 없어서 그런가 하고, 오늘 충전해서 해 봐도 여전하다.

이상하게 지리산만 가면 카메라가 망가진다.

 

갈 때마다  먹여주고, 재워주고...

형수님께 감사... 넘 미안해서 또 갈수 있을라나 싶다..

그래도 며칠 지나면 그건 잊어 버릴테고,

또 가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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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05 12:10 2009/01/05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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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고의 등반가 라인홀트 메스너의 마지막 여행기  -

라는 부제가 뒷표지에 붙어 있다.

저자 소개를 보니까 히말라야 8천미터급 14봉을 모두 완등했으며, 그린란드, 티베트 동쪽,

남극지방, 서고비 사막등을 횡단했고, 99년부터 2004년까지 유럽의회 의원으로 활동했단다.

히말라야나 극지방 등 죽음을 무릎쓰고 다니는 사람들에게 그리 큰 경외감을 느끼는 것은

아니니까 매스너가 누구인지 이책을 보고 처음 알았다.

 

어쨌든, 히말라야를 오를때 부터 고비사막을 가겠다고 작심했다니까,

오랜 숙원을 60살이 넘어서 해내고야 만 기개와 모험심이 존경스럽다.

한달이 넘게 단조로운 사막을 걸어서 갔던 기록을 남겼으니까,

내용 자체도 매우 단조롭다. 몽골 유목민의 집에서 자거나, 텐트에서 자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마냥 걷고, 그리고 중간에 유목민을 만나거나 트럭을 만나면

얻어타고 가고, 때로는 말을 사서 타거나 걷기도 하고..

마지막 며칠 동안은 유목민의 천막도 없는 곳을 혼자서 걸어가는데,

무려 물을 25킬로나 지고 걸어갔다고 한다. 그냥 걷기도 힘든데,,,

더구나 오랜 등반과 극지 탐험으로 오른쪽 발이 망가진 상태에서...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유목민들과 의사소통하고,

그러면서 유목민들의 따뜻한 환대에 감사하고, 그들의 유목생활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기를 기원한다.

유목민들의 생활에서 동물과 인간이 둘이 아님을 보고 느낀다.

또 모래사막에서 길을 잃고 사라져 버릴지도 모르는 극한의 상황에서

자신의 감정변화를 담담하게 적고 있다.

 

= 매번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는 걸 배우는 것보다 이 사막을 혼자 횡단하는게 확실히

  더 쉬울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습관과 기간에 따라 그만큼 쉽게 사라지는 친밀함을

  매번 다시 찾는게 중요했다. 이것은 모든 사막에 대한 도전보다 중요한  일이었다.(114쪽)

 

= 나는 내 행동의 정신분열증적인 상태를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이 렇게 여행하는 본래 이유는

    문명세계로부터 등을 돌리고 싶은 바람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제 가능한 빨리 그 문명 세계로

    돌아가려고 하고 있다. 이런 모순이 있건만, 나 자신이 우스꽝스럽게 여겨지지는 않았다.

    길을 떠났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것의 변증법은 정반대로 집에 있는 상태나

    길을 떠나 돌아다니는 상태와 같았다. 이 모든 것은 여행할 때마다, 그리고 꿈속에서 반복되었다.

    이것은 수천년 전부터 유목민과 정착민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었다.(199쪽)

 

260쪽에 불과한데다 글자가 커서 금새 읽힌다. 중간에 사진도 20여쪽 들어 있다.

내용도 지극히 단조로운데, 금새 읽고 끝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음미하면서 읽고싶은 책이다.

 

고비사막도 가보고 싶어지네.....여행기만 읽으면 그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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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02 12:50 2009/01/02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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