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우리 회사에 출장 근무를 하고 있는 국민은행의 직원이 전화를 했다.

아파트 담보대출을 쓰고 있는 걸로 아는데, 금리를 따져 보고 자기네 은행으로 옮기는 건 어떻겠느냐는 것이다.

산오리네가 현재의 아파트를 사면서, 그리고 그 이후에 다른 용도로 한미은행으로부터 담보대출을 받아서 쓰고 있는데, 그 금리가 6%가 좀 넘지 않으려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전화를 했다. 지금은 시티은행으로 이름이 바뀌었나...

 

전화를 해서 내가 지금쓰고 있는 대출의 금리가 몇 %냐고 했더니, 하나는 7%이고, 다른 하나는 6.6%란다.

헉... 이게 왜 이리 높은 것이야, 그때 때출할때는 5%대에서 시작했던거 같은데... 아무리 금리가 오르고 있다지만 좀 심하다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전화로 얘기하고 있던 이 은행의 직원이,

"지난해 원천징수 영수증을 하나 보내 주시면, 금리 조정을 다시 해 드리겠습니다"고 얘기한다.

내가 물어본 것도 아니고, 해 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아마도 자기네들이 찔린 것인지, 아니면  금리를 물어보면 다른 은행의 싼 금리로 바꿔치기 할 것이란걸 알고 있는 것인지....하튼.

 

국민은행에 전화해서 현재 적용받고 있는 금리가 이렇다고 했더니,

자기네가 해 줄수 있다는 금리를 뽑아서 금새 팩스로 보내준다. 두개 다 합쳐서 6.25%로 해 주겠단다.

그런데, 문제는 한미은행에서 빌린 것 중에 큰 금액은 중도상환수수료라는게 있다. 1%

이걸 감안해서 계산한 것인데, 3년쯤 지나면 국민은행의 금리로 엄청난(?) 이익이 있다는 것이다...

 

바꿔야 겠구나...

 

저녁에 아내한테 얘기하고, 이자 무는게 너무 많으니까 좀 갚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좀 기다렸다가 일부를 갚아주겠단다. 그러면 다시 이걸 옮기는 게 이득이 될지 안될지 다시 검토해 봐야 하나...

 

어쨌거나 한 이틀 지나서 한미은행으로 원천징수 영수증을 팩스로보냈는데,  오늘 전화가 왔다.

검토, 조정을 해서 금리를 둘 다 6.5%로 낮췄다는 것이다. 금액이 큰거는 겨우 0.1% 낮아졌구나.

일부는 갚고, 중도상환 수수료를 감수하고라도 6.25%로 옮길 것인지 다시 계산을 해 봐야 겠지만

산오리가 기분 나쁜건 왜 내가 전화를 하니까 그때서야 금리를 조정해 주느냐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은행직원한테 그랬다. 그런건 좀 알아서 연락해 주면 안되느냐고,

그랬더니, 일일이 챙길 시스템이나 인력이 안되어 있어서 그렇다고, 미안하다고....

은행이든 어디든 따지고 항의하고, 큰소리 치고 그러면 낮춰주고 깍아준다는 정설(?)을 비로소 체험한 거다.

 

세상 어디서나 착하고, 가만히 있고, 귀찮아 하고, 어리숙하면 항상 알게 모르게 그냥 등쳐 먹는 꼴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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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14 18:05 2007/03/1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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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게시판은 요즘 짜증 가득하다.

같은 회사 동료라고 생각하기도 싫을 만큼 폭력적이기도 하다.

간만에 게시판에 글 하나 썼다.



 

산오리입니다....

요즘 게시판을 들여다 보다가 가슴이 답답하여 저도 몇자 적어보려 합니다.

 

어느 분이 댓글을 달기를 '조중동을 보는 거 같다'고 한 게 아래 어느 글에서 있었는데, 지금은 안보이는 거 같군요.

글을 쓰거나 댓글을 다는게 꼭 '조중동' 수준이라는게 너무 적절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아예 신문을 끊어 버린지 꽤 오래 되어서 조중동이 어떤 논조로 쓰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조중동이 힘없고 돈없는 사람,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사람, 그리고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 몰려 있는 사람들에 대해 무자비한 화살을 날리고 있다는 사실 정도는 압니다.

오로지 돈과 힘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더 큰 돈과 권력과 힘을 위해서 힘없는 사람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라크에 파병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조중동이었는데, 파견나간 군인이 한명 죽은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썼는지 모르겠네요.

파병해야 한다는 것에 명분이 있다 하더라도 그걸 반대하는 사람들의 생각이나, 또는 실제 피해를 입은 당사자나 부모의 입장을 고려할 줄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1. 위촉직이 임금이나 근로조건 개선을  얘기하면 정규직이 마구 짓밟아 버리고, 일용직이나 포마, 포닥이 또다른 불만을 얘기하면, 그보다 상황이 좀 낫다고 생각하는 위촉직들이 나서서 또 '집에나 가라'고 얘기하고 있는게 우리 연구원의 오늘의 현실입니다. 차마 게시판에서 이런 말들이 오고 가는걸 보면 낯이 뜨겁습니다. 이런 순간에 우리는 한 직장에서 일하는 동료가 아니라 남이고 처분해야 할 적일 뿐입니다. 그래도 우리 직장을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2. 인센티브도 마찬가지입니다. 돈을 좀 많이 벌고 있다는 부서의 부서원들은 차이를 크게 두지 않는다고 아우성이고, 좀 벌지 못하는 부서의 부서원들을 자신들이 먹여 살리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기도 합니다. 이런 순간에 우리는 공공기관의 본분은 팽개쳐 버렸고 오로지 돈을 잘 벌기 위해, 그리고 귀족이 되기 위해 연구원은 하나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을 뿐입니다. 어느분이 귀족이 되기 위해 연구원에 왔다고 하는데 참 말문이 막힙니다.

 

3. 단일등급제와 3직급제를 위한 노동조합의 요구나 투쟁과정도 마찬가지 입니다. 노동조합이 왜 이런 요구를 끈질기게 하고 있는지에는 관심이 없고, 그저 사용자가 된  것처럼 노동조합이 내부의 현안도 챙기지 못하는, 그래서 정치투쟁이나 하는 집단이라고 손쉽게 매도해 버리고 맙니다. 제가 항상 하는 말이지만 세상 살아가는데 정치가 아닌 것이 없습니다. 애 키우는 데 들어가는 유치원 교육비 부터 시작해서 병원가는데까지 모든게 다 바꿀수 있는 것은 정치일 뿐입니다. 우리 연구원의 급여나 비정규직 문제, 이런 것들도 결국은 정치의 문제일수 밖에 없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조합의 요구를 폄하하는 순간 그 요구의 정당성이나 근본취지는 날라가 버리고, 오로지 '노동조합은 나쁜 놈들'이라는 조중동의 논리만 남게 되고 맙니다.

 

4. 과기-연전 통합의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투표가 진행되고 있습니다만 제 개인적으로도 과기-연전의 단순한 통합은 바라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더 큰 틀에서 산별노조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과기노조의 지도부에서 이런 방식의 통합부터 먼저 진행하고, 그 사업의 경과를 봐 가면서 더큰 공공노조로의 가입을 추진하겠다고 하니 그것도 나름대로 일리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과기-연전 통합을 하게 되면 당연히(?) 노동조합은 내부 문제에 역량 투여가 줄어 들 수 도 있습니다.

그러나 실상 연구원의 여러가지 사안을 해결해 가는데 걸림돌이 되는 것은 내부에 있지 않습니다. 그런 사실은 연구원 구성원들이면 대부분 알고 있습니다. 임금을 인상하는 것도 그렇고,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그렇고, 사람을 채용하는 것도 그렇고, 어느 것 하나 정부의 통제에서 자유로운 것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큰 규모로 공공기관들이 함께 정부에 요구하고 투쟁하자고 하는 것을 그렇게 매도할 수는 없습니다.

 

5. 초빙연구원 제도도 그렇습니다. 아시다시피 공공기관에는 90년대까지 낙하산 인사가 만연했습니다. 낙하산 인사를 지금의 수준으로까지 막고 있는 것은 노동조합의 투쟁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내부에서 초빙연구원 한 사람, 그것도 연구원 발전에 지대한 공로를 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 연구원 발전에 엄청난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것도 일종의 낙하산 인사이기 때문에 그 이후에 이어질 것들에 대해 우려를 표시할수 밖에 없고, 스스로 그런건 막아 야 할 것입니다. 내부의 직원이기 때문에 낙하산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결국 초빙연구원이 될 수 있는 사람은 추후에라도 연구원에서 그동안 막강한 권력을 가졌던 사람들만이 될수 있다는 것은 고려해 볼 만한 사항이라 생각합니다. 정부의 고위 관료를 하고, 또 산하 기관의 기관장이 되고....이런 낙하산과 다를 바가 무엇인지...

 

6. 대자보나 현수막을 거는 것도 생각해 볼일입니다.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최고위 경영층이나 사용자가 아닐거라고 보면(그 분들이 할일 없이 그렇게 하지 않을 거라고 보면)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조합원일텐데, 노동조합의 요구와 투쟁방식을 전혀 이해하고 있지 않고, 또 이해 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려 한다는데 할말을 잃고 맙니다. 노동조합이 정해진 법의 테두리를 어기지 않으면서 할 수 있는 일들이 그런 일들이고, 또 조합원들이 집회나 선전전 같은 방식에 얼굴 내밀기를 꺼려 하기 때문에 어쩌면 쉬운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조합원의 입장에서 본다면 당연히 지지하고 격려해 줘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제가 연구원에서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는 것은 뚜렷하게 다른 것을 할만한 능력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긴 하지만, 그래도 일정부분 직장에 만족할수 있고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것은 연구원 구성원들의 자율적인 생각과 행동이라고 믿어 왔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아니겠지만, 익명을 통해 자기 의견을 개진하고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보면 이런 자율적인 생각과 행동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게 서글프게 느껴집니다. 최근 어느 신문에서 체육대학 학생들의 신입생 길들이기(?)와 관련한 선배들의 폭행을 보면서 여전히 21세기가 되어도 가장 자율적이고 진보적이어야 할 대학에서 군사문화는 도도히 유지되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 연구원도 이런 군사문화 같은 문화가 그리고 일사불란함이 미덕이 되고,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잘 난 것이 되어 간다면 이는 우려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돈과 권력에 해바라기만 되는 일사불란함이 만연한다면 창의적이거나 바람직한 연구는 점점 더 멀어지고 말 것입니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중요한 일이 될 수는 있지만, 우리 연구원 내부에서도 불만과 차별로 신음하는 많은 동료들은 '그들이 못났기 때문'이라고 치부하면서 버는 돈은 결코  올바른 돈이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생각나는 대로 몇가지 써 봤습니다. 가능한 균형도 있고, 논리도 있는 토론이나 댓글이 이 게시판에서 좀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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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14 17:15 2007/03/1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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