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을 깍으며

 

바라지 않아도

손톱 발톱은

세월만큼 빨리 자라

나를 떠난다

 

온갖 타박과 고문 속에서도

수염과 머리털은

억세게도 나를 떠나려 한다

 

친구처럼 다정하게 지내는

양쪽발의 티눈도

일주일이 멀다하고

아픔을 남기고 나를 떠난다

 

때로는

도려내 버리고 싶을 만큼

역겨운 정액도

용두질로 새세상을 찾아간다

 

그래도

떠나지 않고,

떠나려 하지 않는 것은

아득한 사랑

부질없는 미련

 

       <2007.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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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23 10:24 2007/03/2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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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수가 감방에 갇힌 지도 반년이 넘었나 보다..

도대체 유기수가 무슨 죽을죄를 지었다고 그리 오래도 가둬놓는지 모를일이다.

유기수가 밖에 있으면 저네들에게 무슨 위험이라도 되는 것인지

그렇게 가둬둬서 저들에게 무슨 경제적인 효과나

세계화에 도움이 되는지 모를일이다....

 

22일 2심 재판이 있는데,

탄원서를 내기로했다고 해서 몇자 적었다.

 

탄원서 문제가 아니라,

법 없이도 살수있는 유기수는 우리 곁에 있어야 한다..

 

유기수를 석방하라!!!!!!

수를 석방하라!!!!

석방하라!!!!

하라!!!!

!!!!

 

소리지를 힘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ㅠㅠ



 

탄  원  서


존경하는 재판장님!

곳곳에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고 있습니다. 날씨가 따뜻해 지고, 점심시간에 햇살 아래 나서면 언제 겨울이 있었냐 싶을 만큼 성큼 봄이 다가와 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한 기운이 남아 일교차는 크다고 합니다. 환절기에 재판장님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과학기술부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연구관리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곽장영이라고 합니다. 대학 졸업하고 2년여 지난 후에 이 직장에 들어와서 내년이면 20년을 근무하게 됩니다. 20년 세월동안 하고 싶은 일도 많았지만, 막상 되돌아 보면 해 놓은 것이 없다는 게 보입니다. 세월이 화살과 같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느껴지는 요즈음입니다.

언제 얼굴을 뵌 적도 없고, 성함 조차도 모르는 재판장님을 향해 이렇게 글을 쓰게 된 것은 재판을 받고 있는 유기수가 하루라도 빨리 가족의 품으로, 그리고 노동자들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기원하면서 재판장님의 관용과 선처를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저는 유기수와 처음으로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만났습니다. 웬 시커먼 사람이 투박한 시골아저씨 같았는데, 실제로 말하는 것이나 행동하는 것도 시골아저씨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노동자들을 향한 애정이 넘치고, 자신과 가족을 희생하면서 노동자들의 곁을 항상 지키고 있고, 어려움에 처한 동료가 있으면 먼저 발벗고 나서는 모습이 너무 좋았습니다. 노동조합 간부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고, 동료들의 어려움을 외면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는데, 유기수는 달랐습니다.

그런 유기수가 아직까지 감옥에 갇혀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번에는 유기수가 가족의 품으로, 노동자의 품으로 돌아올수 있도록 선처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만났던 유기수를 더 잘 알게 된 것은 2000년 총선 때 였습니다. 그 당시에 민주노동당이 만들어지고, 고양시에서 국회의원 후보로 나선 유기수의 선거운동을 도와주면서 유기수의 진면목을 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지금은 민주노동당이 국회의원이 9명이나 있고, 전국적으로 조직도 있고, 당원도 10만명을 바라보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그런 게 없이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유기수는 새벽 5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끊임없이 발로 뛰어다니며 유권자를 만나고 다녔습니다. 그의 이런 성실함과 부지런함을 보고 많은 유권자들이 표를 주었습니다. 유권자들은 다음에 나오면 꼭 당선될 거라는 격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무 것도 없는 맨땅에서 몇 명 안되는 당원들이 2만원, 3만원씩 내서 선거자금을 만들고 저 같은 직장인들이 아침저녁이나 주말에 함께 나서주고 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 현대중기 노동자들이 함께 선거운동을 하면서 힘을 실어 주었습니다. 현대중기 노동자들은 구조조정과정에서 유기수와 2년여를 동고동락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유기수를 위해 민주노동당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50대, 60대 노동자들이 함께 뛰어 주었습니다. 인간 유기수를 보고 그들은 먼 지방에도 달려와서 함께 해 준 것입니다.

이런 유기수가 감옥에 갇혀 있다고 하니, 눈물이 나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유기수가 눈물짓고 있는 노동자들의 품으로 돌아 올수 있도록 선처해 주시기 바랍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요즈음 노동자들은 기댈 곳이 없습니다. 언론에서는 귀족노동자다, 폭력적이다 하면서 노동자들을 이방인 처럼 취급해 왔고, 이로 인해 국민들로부터도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는 것을 노동자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노동자들도 엄연히 국민이고, 또 60년대 이후 우리나라 산업역군으로 충분한 역할을 해 왔습니다.

그런 사정을 감안하신다면 유기수에게 1심에서 떨어진 형량은 너무 가혹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야 법을 잘 모르기도 하고, 재판장님들께서 법에 따라 가장 합당한 판결을 내렸으리라고 생각하기도 해 보지만, 다른 사건들과 비교해 봐도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유기수야 말로 사회에서 ‘법 없이도 살수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가 무슨 죄를 지을 것이라고 우리는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런 그의 성격과 소신이 자신들의 생존권을 위해 싸우는 노동자들을 외면하지 못하고, 함께 싸웠다는 것이 큰 죄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 죄로 인해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유기수는 갇혀 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죄값을 치럿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유기수가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그리고 그가 사랑하는 노동자들의 품으로 돌아갈수 있도록 재판장님의 선처를 다시 한 번 호소합니다.

재판장님의 건승을 기원하면서 이만 줄입니다.






                       2007년 3월 21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대화동 2311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관리팀장

                                       곽   장   영    올림








재판장님 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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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20 20:59 2007/03/20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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