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 허무하다...

from 단순한 삶!!! 2005/06/03 16:40

연전노조 부위원장이며 통일연구원 지부장인 김종우 동지가 어제 세상을 떠났다.

그제 갑자기 쓰러져서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고...

64년생이라니까 이제 40대 초반인데, 참 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주위에서 부모님들 뿐만 아니라 친구들도 한 둘씩 쓰러져 갈때가 되었나 보다.

통일연구원에 노조를 만들었고, 정리해고 철회와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위해 파업을 한달 넘게 벌이기도했단다. 연전노조 부위원장으로서 생긴 모습처럼 푸근하고 다정하고 소탈한 성격이었다. 노동조합 공간에서 만났던 그는 따뜻한 모습으로 산오리에게도 남아 있다.

엊저녁에 일산병원 문상을 갔다가 소주 한잔 마시고 왔다.

연맹 박용석 부위원장이 조시를 써 달라고 하는데, 신길수, 최명아 이후에 조시 쓰는 건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거절할 수가 없었다. 길 떠나는 동지에게 그 시덥잖은 조시 하나 못 써줄까마는 눈물 철철 흘리도록 지극스런 감성에 호소하지 못하는 글이라고 너무 타박이나 하지 말았으면....



 

당신의 꿈은 무엇이었습니까?

                     - 김종우 동지를 보내며


초록 빛 바람을 가득 안고서

세상에 첫 발 내딛었는데,

삭막한 세태와 불합리한 모순이 앞을 가로막았을 때

그때

당신의 꿈은 무엇이었습니까?


일터에 노동조합을 처음 만들면서

숱한 어려움과 무자비한 탄압을 견디고

눈물겨운 승리를 이루어 냈을 때

그 때

당신의 희망은 무엇이었습니까?


사용자들과 지루한 단체교섭을 이어가고

몸뚱이 하나로 천막을 치고 한댓 잠도 마다 않았고

누구도 싫어하는 투쟁이 일상의 생활이 되었을 때

그 때

당신의 꿈은 무엇이었습니까?


정리해고 철회와 정규직화를 위해

한 달 넘는 파업으로 벅찬 승리 이루어 내고

정규와 비정규를 넘어 하나의 동지임을 확인했을 때

그 때

당신의 희망은 무엇이었습니까?


출연기관이 바로 서야 나라가 산다며

국민의 품으로 연구소를 돌려달라고

아스팔트 바닥에 앉아 위정자들을 질타할 때

그 때

당신의 꿈은 무엇이었습니까?


투쟁으로 하나 된 동지들 함께 모여서

허름한 선술집에 앉아 쓴 소주잔을 기울이며

오늘의 투쟁을 보람 찬 무용담으로 풀어 낼 때

그 때

당신의 희망은 무엇이었습니까?


상처 입은 동지들, 흔들리는 동지들

하나씩 따스한 애정으로 어루만지며

세상의 주인이 우리라고 힘주어 외칠 때

그 때

당신의 꿈은 무엇이었습니까?


밤낮 가리지 않고 동지들 생각에만 쌓였다가

문득 불만 가득한 아내와 자식의

원망스런 눈빛을 바라보았을 때

그 때

당신의 희망은 무엇이었습니까?


노동자와 국민은 오간데 없고

천박한 자본가들만 미친 개처럼 날뛸 때

그 때

당신의 꿈은 무엇이었습니까?


이제 눈 씻고, 귀 뚫어

그 작고 소박한 모습

사람의 꿈, 노동자의 희망을 찾아 갑니다.

당신이 가졌던 꿈이고

당신이 가졌던 희망이라고

우리는 굳게 믿습니다.


당신의 어깨에 걸린 무거운 짐 내려 놓으시고

우리의 눈물로 실어 드리는 사랑만 가슴 가득 담아서

이제는 편히 쉬소서,

동지여.....

                   <2005.6.4. 곽장영>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5/06/03 16:40 2005/06/03 16:40
Tag //

보험 해약...

from 단순한 삶!!! 2005/06/02 18:20

무슨 생각이 들어서 그때 보험을 들었는지 모르겠다.

하튼 뭔가 일을 저지를 때면 귀신이 씌어서 그렇게 되었겠지.

자주 사무실에 들어오는 아줌마가 보험 가입하라고 몇번 그러길래, 나이도 좀 되었고, 아플 일도 좀 있을 거 같아서 보험을 들었다. 보험은 그냥 보험이니까 나중에 만기 되어도 돌려주는 거 없이 모조리 없어지는 걸로 해 달라고 했다.

근데, 우리나라에는 그런 보험이 없단다. 그렇게 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보험을 안든다면서.. 하튼 나중에 되돌려 받는 거 없으면 보험료 쌀 테니까 그런 상품 달라고 했고, 그중에 돌려주는 돈 없는 보험이라면서 들었던게 이 보험이었다.

암, 재해, 성인병 이렇게 세가지로 나눠서 들었는데 보험료가 10만 몇천원이었다. 지금 보니까 99년 6월부터 들었으니까 꼬박 6년을 떼어갔다.

보험 가입시켰던 아줌마는 그 후 다른 보험사로 옮겼고, 미팅 한번 시켜주겠다던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ㅋㅋ

 

 

 



이 보험을 해약했다. 해약하는 건 물론 가입하는 것에 비하면 엄청 어렵다. 직접 찾아가거나 그렇지 않아도 이런저런 서류를 해서 붙여야 한다. 인감증명에다가 인감도장에다가...

그리고 오늘 통장을 확인했더니, 어라 돈이 엄청 많이 들어와 있네...

나는 돌려받을 거 없는 걸로 해 달라고 했고, 전혀 없이는 못한다 했기 때문에 백만원쯤 돌려 받으면 행복할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많이 돌려줬다. 그러니 나는 그 보험 증권과 약관을 가지고 있었지만, 얼마나 내가 돌려 받을 몫이었는지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6년 동안 생면부지의 보험사에 수백만원을 갖다 바쳤으니, 헛된 자선을 참 많이도 한 셈이다...

 

그래도 병원입원이라도 하게 될거 같고, 암이라도 걸릴 거 같아서 그놈의 10만원쯤은 버리는 셈 치고 계속 지키고 있을라고 했는데, 어느날 아내가 보험을 들었단다. 하루만 입원해도 입원비를 준다나 어쩐다나...

 

지난해 병원에 입원해서 심장관련 검사를 받으면서 3일을 입원했는데, 그때 보험사에 돈 받을까 했더니 보험에 해당도 안되고, 4일째부터 입원금 나간다면서 안되는 바람에 열도 받기도 했었다.

 

우찌 되었거나,

한 열흘간 멀리 놀러나 갈 참에 돈 걱정도 적지 않았는데, 보험 해약한 돈으로 열심히 놀고나 와야겠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5/06/02 18:20 2005/06/02 18:20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