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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4/19
    그녀, 설경구와 웨딩사진 찍다
    HelterSkelter
  2. 2006/04/19
    그동안 모은 장난감만 30억원 5만여 점"
    HelterSkelter

그녀, 설경구와 웨딩사진 찍다

 

 

 

그녀, 설경구와 웨딩사진 찍다
선천성 뇌성마비 '5월의 신부' 정윤수, 웃어라 활짝 웃어라
텍스트만보기   조영해(lacan66) 기자   
오래전이다. '한벗 장애인 이동봉사대'(지금은 한벗재단)에서는 장애인을 상대로 문화강좌를 했던 모양이다. 그러던 어느 날, 지인의 부탁으로 그곳에서 영화와 심리에 관한 특강을 했다.

장애인을 위한 영화강의를 해본 적이 없어 많이 망설였고, 지금에서야 고백하지만 솔직히 불안했다. 무엇인가(?) 조심해야 한다는 막연한 강박관념이 날 무척이나 힘들게 했다. 그러나 막상 만나서는 부담 없이 강의를 한 것으로 기억한다. 오히려 무엇인가를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 장애인들에게는 차별로 느껴진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그날 특강을 마치고 지인과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그 지인이 장애인을 한분 데리고 나오셨다. 그녀가 바로 정윤수씨였다. 그녀를 본 것은 그날이 두번째였다. 첫번째는 여의도 벚꽃 축제가 한창이던 때, 그 지인이 그녀를 데리고 벚꽃 구경을 한다며 시간이 되면 나오라고 해서 나갔다가 만난 게 첫 만남이었다.

당돌하고 용감했던 그녀, 정윤수

▲ 구두점에서
ⓒ 천년의 시작
첫 만남에서부터 그녀는 당돌하였고 용감(?)했다. 휠체어에 자신의 몸을 맡기고 여의도 벚꽃 구경을 하겠다고 집에서(목동) 여의도까지 나온다는 것. 보통 용기가 아니라고 본다. 단순한 장애가 아닌 선천성 뇌성마비라서 자신의 몸도 제대로 가눌 수 없을 정도로 불편한데도 그녀에게 그것은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어떻게 그렇게 용감하냐고 묻는 내가 더 장애물(?)이라고 말하던 그녀였다.

첫 만남에선 그녀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통역이 필요했다. 나의 지인은 그녀의 어눌한 말을 너무도 잘 통역해 주었다. 내가 어눌하다고 표현해서 그렇지, 사실은 말을 하는 그녀 입장에서는 말하는 것 자체가 고통인 것 같았다.

한마디를 하려면 온 몸이 비틀어져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데도 열심히 소통을 하려는 그녀가 안쓰럽기도 해서 그냥 불편하면 하지 말라고 했다가, 오히려 그녀에게 무안을 당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만큼 그녀는 자신의 장애가 비장애인과의 관계에서 장애(?)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 하나 첫 만남에서 놀란 것은 그녀가 삼겹살을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먹느냐고 물었더니 '다 먹을 수 있다'며 웃어보였다. 그 모습을 보면서 장애인에 대한 내 시각이 얼마나 왜곡되어 있었는지 깨달았다.

그녀는 음식을 먹을 때 항상 빨대를 사용했다. 국물 있는 음식에서부터 음료수까지 모두 빨대로 해결했다. 지금 그녀의 나이는 36살이다. 그녀도 여성으로서의 아름다움을 알 것이다. 자신의 일그러진 몸, 음식을 먹을 때도 온 몸과 입이 비틀어져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을 것이다. 그런데도 해맑게 웃으면서 그 모습을 보여주는데 전혀 장애(?)느끼지 않았던 그녀.

<오아시스> 문소리에게 연기지도를 하다

▲ 설경구씨와 찍은 웨딩사진
ⓒ 천년의시작
▲ 설경구씨와 찍은 웨딩사진. 정윤수씨가 활짝 웃고 있다.
ⓒ 천년의시작
그녀를 두번째 만난 것은 특강을 마치고였다. 그녀는 내 특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그 지인의 통역을 빌려 혹독하게 비판했다. 그때 나는 그녀가 참 똑똑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 후 그녀가 영화 <오아시스>의 문소리의 연기지도(?)를 했다는 말을 지인을 통해 듣고 놀랐다.

하지만 정윤수는 단순히 연기지도만 한 것이 아니었단다. 당시 이창동 감독과 설경구, 문소리에게 조건부 계약을 제시했단다. 그녀의 조건은 문소리가 뇌성마비역을 할수 있도록 자신이 도울테니 그 어떤 사례보다 "평생 찍을 수 없을지도 모르는 웨딩사진을 찍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녀는 그것이 그 어떤 것보다 가치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 감독과 설경구, 그리고 문소리는 그녀의 소원, 그 이상의 소원을 들어주었단다. 웨딩사진은 물론, 그 신랑역으로 그녀가 상상도 할수 없었던 최고의 배우 설경구를 선물로 주었다는 것이다. 그때 그녀는 내게 "일생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한없이 자랑했었다.

그녀가 웨딩드레스를 입는다, 이번엔 진짜다

그리고 그녀를 잊고 있었는데 얼마 전 그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정윤수, 그녀가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출판한다는 이야기였다. 그것과 함께 그녀가 올 5월에 그토록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결혼을 한다는 기쁜 소식도 알려줬다.

그 지인은 다름 아닌 정윤수의 <꽃보다 활짝 피어라>를 엮은 소설가 김명이씨(본명은 김명희)다. 김명이씨는 그녀의 통역이자 그녀 삶의 조언자였다. 그래서인지 정윤수, 그녀를 본인보다 더 잘 아는 것 같다. 그녀의 입이 되어주고 그녀의 손이 되어 선천성 뇌성마비 정윤수의 36살 인생을 가감 없이 보여주려고 한 것 같다.

▲ <꽃보다 활짝 피어라> 겉그림.
ⓒ 천년의시작
영화 <오아시스>의 주인공인 문소리역이 정윤수의 삶은 아니다. 그래서 정윤수는 주변에서 혹시 그 영화의 주인공이 당신이냐고 물을 때마다 자신은 그렇게 망가지지 않았다고 항변을 하곤 했단다. 그래서인지 그 책 서문에서 그녀는 "나는 오아시스의 주인공이 아니"라고 선언했다.

특강을 마치고 만난 두번째 만남에서 혹독한 비판을 받고 오랫동안 보지 못하다가 책이 출간되고 결혼한다는 소식에 축하를 겸해서 김명이씨와 함께 그녀를 만났다. 그녀는 여전히 건강하고 용감했으며, 자신의 책이 나온다는 것에 너무도 기뻐했다.

그래서 내가 도울 수 있는 게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책 광고(?)를 해서 책이 많이 팔리게 해달란다. 내게 무슨 능력이 있다고….

그녀가 5월에 결혼을 한다. 책에도 나와 있지만 그녀는 어릴 때부터 할머니의 손에서 자랐다. 그녀에게 있는 것이라곤 해맑은 미소와 휠체어, 그리고 유일한 통신 수단인 핸드폰(도대체 핸드폰으로는 어떻게 통화를 하는지 그게 참 궁금하다), 그리고 다양한 빨대, 임대아파트뿐이다.

부디, 그녀의 <꽃보다 활짝 피어라>가 대박이 나서 5월의 신부인 그녀가 더 웃을 수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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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모은 장난감만 30억원 5만여 점&quot;

 

 

 

그동안 모은 장난감만 30억원 5만여 점"
[인터뷰] '와일드옥스엔터프라이즈' 김혁 대표
텍스트만보기   홍성식(poet6) 기자   
▲ 김혁씨가 소장한 장난감 중 가장 고가로 추정되는 '험피 덤피 서커스 인형세트'.
ⓒ 와일드옥스엔터프라이즈
"수집한 장난감 중에 가장 비싼 거요? 1800년대 미국에서 만들어진 '험티 덤티 서커스 인형세트'죠. 2003년에 미국 서커스박물관이 폐쇄된 후 서너 사람 손을 거친 후 내게 왔어요. 아마 3억원쯤 할 겁니다. 누가 그 가격을 제시하면 팔 거냐구요? 안 팔죠. 자식을 파는 아버지도 있습니까?"

자타가 공인하는 장난감콜렉터(수집가)이자, 애니메이션·테마파크 기획 전문 컨설팅 그룹 와일드옥스엔터프라이즈 대표이사인 김혁(42)씨는 보편의 시각에서 보자면 '참으로 기이한 사람'이다.

중학교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모으기 시작한 각종 장난감 3만점을 포함, 와인오프너와 아이스크림 스쿠프(뜨는 도구), 각국의 술, 실물 크기의 밀랍인형, 춘화, 희귀한 근대사 물품 등 그가 수집한 것들이 모두 5만여 점에 이른다.

이걸 가격으로 환산하면 대략 30억원. 지방 중소도시에서 어지간한 아파트 10채 이상을 살 수 있는 돈이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전세를 산다.

"돈을 꽤 벌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러면 뭐합니까. 생기는 즉시 물건 수집하러 다니기 바쁜데요. 다리미 구하러 멕시코 가고, 오래된 미키마우스 인형 구하러 미국 가고….(웃음) 순수한 콜렉터로 외국을 돌아다닌 건 10년쯤 됐어요. 한 50개국 정도는 다녀온 것 같네요."

서글서글한 인상이지만, 특이한 물건을 보는 순간 매의 눈을 가진 사냥꾼으로 변하는 열혈 콜렉터 김씨. "수집가는 흘러간 시간을 복원시키는 사람이자, 시간의 파수꾼"이라고 말하는 김씨를 봄이 완연해진 지난주 서울 봉천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아래는 그가 들려준 수집가로서의 삶이다.

장난감부터 춘화까지 수집품 5만여점... 인형 사러 미국행도

▲ "수집가는 사냥꾼"이라 말하는 김혁씨.
ⓒ 홍성식
- 애초에 각종 물건들을 모으게 된 계기가 있는가.
"꼬마 때부터 독특한 것이나 신기한 것이라면 사족을 못 썼다. 난 눈이 3개다. 남들과 달리 묘하고 재밌는 것을 보는 눈이 하나 더 있는 것 같다. 길을 가다가도 특이한 물건이 보이면 집으로 가져왔다. 그런 잡동사니를 하나도 버리지 않고 내가 제대할 때까지 보관해 준 아버지도 내가 수집가로 사는데 일조한 셈이다. 나중엔 그걸 후회하셨지만.(웃음)"

- 본격적으로 수집을 시작한 시기는 언제인가?
"중학교 때다. 세뱃돈 받아 장난감을 사 모으기 시작한 게 처음인 것 같다."

- 주요 수집품의 목록과 대략적인 개수를 말해달라.
"퍼즐과 테디베어 등을 포함한 장난감이 4만점, 와인오프너가 3000개, 아이스크림 스쿠프가 3000종, 각종 술 500병, 근대사물품(옛날물건) 1000점 등이다. 1989년에 처음으로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온 후 물건 수집 등의 이유로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와 남미 등 세계 50개국 정도를 오갔다."

- 그렇게 많은 것들을 대체 어디에 보관하는가?
"경기도 군포의 창고, 이 곳 사무실, 김포의 처가 등에 두고 있다. 불광동에선 일부 물품이 상설전시 중이고, 인천에서도 일부 전시되고 있다. 이걸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싶은데 공간 부족 등의 이유로 쉽지 않다."

- 자기만 볼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도 보여주는 게 더 좋을 듯한데.
"내가 물건을 모으는 가장 큰 이유가 사람들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다. 딱딱하고 학술적인 공간이 아닌, 보고 만지고 즐기는 공간으로서의 박물관을 만들자는 운동을 하고 싶다.

장난감은 물론이고, 아이스크림, 성물(性物), 옛날 물건 등을 테마로 하는 여러 박물관들이 생겨나야 한다. 다행스레 그런 인식들이 차츰 받아들여지고 있어 올 7월에는 경기도립박물관에서 장난감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그런 시도들이 더 많이 더 자주 생겨야 한다."

- 수집한 것중 가장 비싼 것과 가격에 관계없이 가장 아끼는 물건은 뭔가?
"가장 비싼 건 험티 덤티 서커스 인형세트와 노아의 방주 인형세트다. 아마 3억원쯤 할 거다.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가는 건 내 유년의 추억과 결부된 것들이다. 다소 남루해 보이지만 '육백만불의 사나이 인형'과 '황금박쥐 인형'을 볼 때면 예닐곱살 시절의 내가 떠올라 한참을 추억을 잠기곤 한다."

▲ 김혁씨가 수집한 각종 인형들.
ⓒ 홍성식
수집가란 시간의 파수꾼... 이젠 아내도 '절반의 콜렉터'

- 수집 과정에서 겪은 에피소드도 적지 않을 것 같다.
"생산회사가 망한 후 귀해진 공룡 장난감을 시골 문방구에서 개당 2만원에 여러 개 구입했는데, 그걸 일본에 가져가면 하나에 200만원을 호가했다. 전라북도 순창에선 양복입은 사람이 장난감 사러 다닌다고 간첩으로 오해받기도 했고. 일본에서 실물과 거의 흡사한 장난감 총을 들여오다가 세관 검색에 걸려 수색을 당한 것도 웃지 못할 해프닝이다. 아들이 초등학교 땐 아이들이 봄소풍을 우리 사무실로 왔다. 왜냐고? 그 녀석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이 다 있으니까.(웃음)"

- 수집가란 어떤 사람인가?
"흘러간 시간을 복원하는 사람이 아닐까. 다른 말로 하자면 시간의 파수꾼 혹은, 세월의 지문을 찾아가는 사람일 것이다. 그런 까닭에 수집가들은 누구나 기억하지만, 아무도 가지지 못한 것에 끊임없이 집착한다."

- 아내는 당신의 수집벽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반대에서 체념, 체념에서 동행의 과정을 거쳤다. 처음엔 '제발 저 지저분한 것들 좀 어떻게 할 수 없냐'던 사람이 지금은 벼룩시장에서 희귀한 장난감이 보이면 그걸 사와 '어때? 이거 괜찮지'라고 물어온다. 아내의 그런 이해가 고맙다."

- 별난 수집가들도 많이 알고 있을 것 같다.
"한국에서 만화책을 가장 많이 가진 사람은 골동품가게를 운영하는 김응수씨로 알고 있다. 라면 봉지를 모으는 사람도 있고, 우리가 어릴 때 가지고 놀던 딱지만 전문적으로 수집하는 이도 있다. 생리대를 모으는 사람도 독특한 수집가고, 대구의 한 콜렉터는 소주병에만 집착한다고 들었다."

▲ 독특한 김혁씨의 수집품들. 왼쪽은 한국 것과 무척 비슷한 멕시코산 다리미. 담배갑 크기의 5배가 넘는 대형 라이터도 보인다. 이걸로도 담뱃불을 붙일 수 있다고.
ⓒ 홍성식
오랫동안 수집가로 남으려면 돈에 휘둘리지 마라

- 희귀한 수집품에 대한 정보는 어디에서 얻는 건가?
"수집가들의 정기적인 모임이 있다. 일본과 미국, 영국 등에서 열리는 각종 수집품 전시회도 유용한 정보교류의 장이다. 요사이는 인터넷과 이메일 등으로도 거래가 이루어진다. 그 외에 며느리도 모르는 콜렉터 각자의 정보 노하우가 있다. 그걸 알려달라고? 그럴 수야 없지. 사업비밀인데.(웃음)"

- 수집품을 팔 생각도 있는가?
"글쎄…, 자식을 파는 느낌이 들 것 같아 못할 것 같다. 오히려 경제적 여건이 허락된다면 더 사 모으고 싶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박물관이나 백화점에서 마인드를 가지고 전시를 제의한다면 그건 얼마든지 고려할 수 있다. 앞서도 말했지만 '테마박물관 운동'은 향후 내 희망이자 비전이다."

- 초보 수집가들에게 선배로서 격려와 조언 한마디 덧붙인다면.
"돈 되고 비싼 것에만 집착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수집가와 보유자는 분명 다르다. 금전적인 것에 휘둘리지 말고 자신의 좋아하는 것을 모아야 오래 간다. 컬렉터는 장사꾼이 아니라 자신이 모은 물건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자 그 수집품에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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