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꽃을 받고 고민하는 일이 생길줄 몰랐다.

2006/09/28 19:17

최근에 내게 있어서 다소 끔찍한 일이 하나 발생했다.

 

애인이었다는 작자와 결국 '여성의 전화' 에 구조를 요청할뻔한 일을 벌리고 이별을 하게 된

 

것이다.

 

그 세세한 내용을 적기는 뭐하지만, 아무튼 이렇게 끝나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정도

 

로 무서운 위험이 있었던 사건이었다.

 

애인이었다는 작자를 생각하면- 그 친구는 자신이 일방적으로 당했다고 생각해서 나를 증오

 

하고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안좋다.

 

그 친구는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더... 아집과 독선과 폭력성에 휩싸여 타인을 불

 

행하게 만들 소지가 큰 사람이다.

 

그러나 자신이 그렇다는 것을 잘 모르고, 여자들이 헤어짐을 선고할때마다 증오와 피해의식

 

을 가슴속에 겹겹히 쌓아올린다.

 

가장 마음이 안좋은 것은, 그 친구가 내가 자신을 단물만 빨아먹고 귀찮아지니까 버렸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비참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글쎄... 그 아이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해석할수밖에 없을까? 배반감이 들 수밖에 없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그동안 그 아이로 인하여 힘들면서도 내색하지 못하고 끙끙거렸던 나를 짐작

 

해 볼 수는 없을까? 자신이 나를 떠나가게 할 정도로 치명적으로 고민하게 만들었던 것들은

 

도저히 인정할 수 없을까? 잘못했다는 말이나, 약간의 서로의 노력으로 인하여 절대 근본적

 

으로 변화될 수 없는 관계라는 걸 알수는 없을까?

 

하긴 .... 어쩌면 아주 순종적이면서, 그 친구와 가치관에서 별다른 차이를 갖지 않고, 마음이

 

바다처럼 넓고 또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성격이 아닌 여성이라면 그와 오래 함께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나는 그가 치명적인 성격의 결함을 갖고 있다는 것 말고도 그에게 썩 어울리는 사람은

 

아니었다. 이건 학벌과 집안 등 어떤 겉으로 보이는 것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가

 

바라보는 세상의 모습, 서로가 살아가고 싶은 세상의 모습이 달랐던 것이다.  이건 그 친

 

구와 나의 관계가 끝없는 갈등을 배태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본적으로 사랑하며 인생을 함께 살아갈 사람들이라면, 같은곳을 바라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말 어려운 일이겠지만

 

 그가 먼훗날이 되어서 나를 이해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마음의 원한을 잊고 행복할 수 있기도 바란다.

 

그리고 그를 소중히 여겼던 마음 한켠이 진실이었음을 알아주기를 바란다.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제 생일이거나 무슨 다른 특별한 날이 아니었어요.

우리는 지나밤 처음으로 말다툼을 했지요.

그리고 그는 잔인한 말들을 많이 해서 제 가슴을 아주 아프게 했어요.

그가 미안해하는것도.

말한 그대로를 뜻하지 않는다는 것도 전  알아요.

왜냐하면 오늘 저에게 꽃을 보냈거든요.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우리의 결혼기념일이거나 무슨 다른 특별한 날이 아닌데도요.

지난밤 그는 저를 밀어붙이고는 제 목을 조르기 시작했어요.

마치 악몽 같았어요.

정말이라고 믿을수가 없었지요.

온몸이 아프고 멍투성이가 되어 아침에 깼어요.

그가 틀림없이 미안해할 거에요.

왜냐하면 오늘 저에게 꽃을 보냈거든요.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그런데 어머니날이라거나 무슨 다른 특별한 날이 아니었어요.

지난밤 그는 저를 또 두드려 팼지요.

그런데 그전의 어떤 때보다 훨씬 더 심했어요.

제가 그를 떠나면 저는 어떻게 될까요?

어떻게 아이들을 돌보죠?

돈은 어떻게 하구요?

저는 그가 무서운데 떠나기도 두려워요.

그렇지만 그는 틀림없이 미안해할 거에요.

왜냐하면 오늘 저에게 꽃을 보냈거든요.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오늘은 아주 특별한 날이었어요.

바로 제 장례식 날이었거든요.

지난밤 그는 드디어 저를 죽였지요.

저를 때려서 죽음에 이르게 했지요.

제가 좀더 용기를 갖고 힘을 내서 그를 떠났더라면

저는 아마 오늘 꽃을 받지는 않았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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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스밀라디 2006/09/28 23:37

    저도,저의 애인이었던 사람이
    분노 통제를 잘 못하다가 급기어는
    (저를 겨냥하지는 않았지만) 물건을 집어던지고 내 앞에서 스스로의 목을 조르는 모습을 보고서야 이별을 했었다는.

    그러고 나서도 그를 많이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그 사람은 정말
    이 글 중간에 나오는 것처럼
    피해의식으로, 하나의 상처로 저를 기억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만...그러거나 말거나 그건 그의 몫이라는 생각 역시 들어요 이제는...

    힘내시길 바래요. 용기있는 결정을 하셨으리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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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squidnut 2006/10/01 01:08

    감사합니다. 저같은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 위로가 되네요. 모든이들이 그 인간이 나쁜놈이다 네탓이 아니다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 마치 저만을 위로하기 위한 말들인것 같아서 약간의 죄책감이 지워지질 않았었어요. 님의 댓글이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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