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 식단의 역설

2006/11/07 21:35

오랜만에 학교 식당에 갔다.

 

학교에서 가장 큰 대형식당... 1학년때는 멋모르고 좋아했으나

학년이 올라갈수록 다른 학교와 비교해서 턱없이 비싸면서 음식에는 은근히 성의가 없다는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곳이다.

 

그래도 뭐랄까.... 나는 학생식당에대한 로망이 있다.

학생식당에 모여서 아이들이 수다도 떨면서 팀프로젝트도 하고 야그도 나누는 모양이랑

흰 모자 쓴 아주머니들이 국자로 음식을 떠주는 것을 보면 뭔가 따뜻한 테두리 안에서 보살핌을 받는 '학생' 이라는 위치에 대한 애정이 스며나오기 때문이다.

 

1700원짜리 한정식이 있었다.

이거 해도 해도 너무한것이

깍두기, 날 양배추 썰어놓은것, ( 심지어 위에 소스도 없는), 하얗게 볶은 채썬 감자,어묵 몇

개 떠다니는 멀건 어묵국이 전부였다.

 

전혀 식욕을 일으키지 못했지만 그 옆에 딱딱한 돈까스류가 싫어서 그걸 선택했다.

중학교 동창이 학교 식당 영양사로 일한다는데, 그 아이의 직업의식이 의심될정도로

볼수록 허술해보이는 식단이었다.

 

 

손해보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깍두기를 가득 퍼담았다.

( 아주머니가 국물이 흐를정도로 많이 퍼담았다고 하셨다.)

 

 

 

 

그리고 먹었는데

 

 

 

 

..........의외로 맛있었다.

 

 

 

 

돈까스, 고기, 노리타 스파게티 쑤셔 넣은 것보다 속도 가볍고 훨씬 산뜻하고

맛나게 먹혔다.

밥, 국, 적당히 무친 감자 모두다 입에 들어갈수록 조화롭고 달디달았다.

그 무슨 말이더라 진수성찬보다 무슨 허술한 반찬 몇개가 맛났다는 싯구가 있었던것 같은데 있었던거 같은데  그게 딱 들어맞는 맛이었다.

 

 

 

 

꼭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주 싸구려 한정식을 애용해야겠다고 반갑게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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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혜정 2006/11/08 00:32

    학생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만큼은 내가 그 학교 학생이란게 좀 느껴졌던 것 같기도 해. 일부러 멀리했던 건 아닌데 학교다닐 때 스무번이나 가봤을까.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게 어색했던 것 만큼이나 학생식당에서 밥 먹는 것도 4년 내내 부자연스러웠다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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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오징어땅콩 2006/11/10 18:14

    나 역시 지금 그리 자연스러운 건 아닌데 그래도 학교안에 다른공간에서보다는 좀 더 안락함이 느껴진다오... (그러나 역시 스무번도 안가보았음)

    그런데 언니도 심히 학교와 심적 거리를 유지하셨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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