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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이가 우리집 대형티비로 넷플릭스에 뜬 애니메이션 <도로헤도로>를 보기 시작했다. 강제시청각이었지만 보기 싫어서 등돌리고 내 할 일 했었다. 나는 십 년 전 원작 만화를 몇 권 보고 하차했고, 그래서 애니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몇 몇 대사에 뒤돌아보고 조금 보고 엔딩곡 듣고 잉 뭐여 너무 좋은데..? 그러면서 조금씩 조금씩 보다가 마지막 3화를 다 보게 됐고 뭐지.. 재밌는 것 같네...하고 처음부터 다시 제대로 달렸는데 너무 재밌어서 앉은 자리에서 시즌 1을 거의 다 봄. 그리고 고민 끝에 시즌 1에 해당한다는 만화책 7권까지를 샀다. 보니까 아뿔싸... 너무 재밌어서 다 보기 전에 8권~23(마지막권)도 샀다. 그리고선 ㅁ이가 7만원짜리 원서 화집을 사 줌. 한 번 휘리릭 넘겨보고(2회차 때 정독) 애니 다시 보고 점점 뻐렁쳐서 캐릭터 설명집인 <올스타 명감>도 사고 <도로헤도로 특집본>이라는 원서도 샀다. 거기서 작가 인터뷰 보고 충격.. 작가 너무 멋있어 미친 도랏맨 자기 그리고 싶은 거 중심으로 그려서 세계관이란 걸 특히 중시하지도 않고 얼기설기 대충 연결해 나가는데 그게 개존멋
내가 이 만화를 싫어하는 이유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십 년 전에 한국에 정발됐을 때 화제였고, 그림을 너무 잘 그리길래 나도 읽고 싶었는데, 도저히 그 반사회성을 참을 수가 없었다. (한 두 권 읽고 때려친 줄 알았는데 바퀴벌레 '존슨' 기억하는 거 보니 꽤 읽었더라고). 이 얘기했더니 ㅁ이랑 또 누구더라 누군가가 <간츠>나 좋아하는 주제에 뭔 도로헤도로 가지고 그러냐고 반박하는 것이었다. 간츠는 사람 썰고 오지게 부셔도 그게 아무렇지도 않은 그런 게 아니야.. 도로헤도로에는 '사회'라는 게 없다. 국가가 없어서 법률이나 경찰이 없는 건 너무 당연하고, 근데 국가 말고 사회조차 없다. 아니 사회가 없는 게 세게관이라면, 그래서 개인들이 약육강식으로 생존해 나가는 게 '룰'이라면, 그럼 그건 흔하기도 하고 괜찮은데, 그냥 만화 속 설정에 그치지 않고 만화 외적으로도 작가가 사회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느껴져서. 사회가 되찾아야 하거나 만들어야 될 무엇도 아니고, 정당성이라는 것도 없고, 그냥 투쟁하는 개인들이 윤리도 서로에 대한 책임도 없이 악무한으로 살지만 그러면서도 우정은 엄청 강조해서. 그냥 소년 만화의 특성으로 보자면 볼 수도 있겠지만, 다른 만화들과 달리 사회가 없고 인간을 정말 말 그대로 고깃덩이로 여기는 게 너무 싫었다. 그냥 만화 캐릭터에게도 인권이 있다, 라는 차원에서가 아니라 그냥 인간이라는 거 자체를, 인간이 구축해 온 사회를 파.괴.하는 게, 무시하는 게 너무 못 견디게 싫었다. 그래 파괴도 아니고 무시였다!
그니까 기존에 뭔가 신자유주의적으로 파편화되고 개인이나 개인의 자아의 연장선에 불과한 가족/친구까지만 바운더리 긋고 소중한 것으로 상정하는 그런 흔한 설정을 넘어서, 인간성도 인간 신체도 다 별 거가 아니고, 인간이란 거 자체가 별 거 아니라는 게 충격적이었다. 사람을 썰고 낄낄 농담을 하고 아무렇지 않게 밥을 먹는다-는 흔하고 위악적이며 허세로도 보여서 그냥 만화 코드로 읽을 수 있는 다른 작품들과 달리 이 사람은 찐이다. 진짜 신경을 안 쓴다. 허세가 아니다. 하고 충격받아서 더 읽을 수가 없었다. 불쾌했다.
요리 만화냐는 평을 받은 오프닝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애니에서 이런 면이 훨씬 순화됐다. 굳이 인간 시체가 어떻게 썰렸는지 열심히 전시하지도 않는다. 잔인한 면이 많이 희석되고, 작화도 연출도 너무 좋아서(음악은 말해 뭐해), 사실 애니메이션 거의 안 봐서 잘 모르면서 아 애니메이션이 이렇게나 발전했구나 하고 개감탄하며 재밌게 보고나니 만화도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특히 캐릭터들 중에 노이랑 카이만한테 홀딱 반해서ㅠㅠ
노이ㅠㅠㅠ 알라뷰 담에 노이 찬양 글을 써야지 항상 즐거운 노이 너무 사랑해
처음 만화책 볼 때는 연출이 애니가 낫다..고 생각했다. 작가님도 비슷한 취지의 말씀을 하심. 만화는 연출이 특별히 뛰어나다기보다 그림이.. 진짜 작화가 와 진짜 즐겁게 그리시는 게 느껴짐 글구 계속 보다보니까 연출 특이한 거 같애 재밌어.. 만화 너무 재밌어 깨알같이 샅샅이 진짜 개그도 그렇구 그림 진행되는 거도 웃기고 어떻게 이렇게 힘줘서 그린 그림이 이토록 편안하게 보일 수 있는가 너무 신기함
도로헤도로는 모든 것이 너모 좋지만 위선자가 없어서 넘 좋다. 보통 정의를 참칭하는 세력은 당위는 갖구 있어도 하는 짓이 지가 악당이라 규정한 놈들이랑 존똑이면서 지놈만 옳다고 염병 떨어서 그 모순을 눈 뜨고 볼 수가 없는데 여긴 그냥 진짜 무법의 세계임 카이만도 너무해... 싶은 상황 너무 많다 물론 홀의 인간들이 마법사와 적이라서 마법사를 막 그냥 죽이는 거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해... 싶은 상황 많다고;
그 사회란 게 없고 오직 개인적 관계만 있는 세계란 게 십 년 전엔 너무 싫었는데 그런 점 덕에 정의를 독점하는 놈들이 없을 수 있는 거기도 해서 맴이 복잡해짐-ㅅ-
도로헤도로에 대해서 뭐라도 써야지 맨날 혼자 노이 생각하면서 실실 쪼개면서 걸어다님; 진짜 노이ㅠㅠㅠ 아 진짜 담에 쓰자< 작가님 후속작 <다이 다크> 단행본 2권까지 나와서 보고 있는데 이것도 한국에 정발 계약됐다고 한다. 제발 시공사에서 나와라! 단행본 존예임 담에 올려야지 글고 여기 주인공 14세 소년의 정체는ㅋㅋㅋㅋㅋ ㅅㅂㅋㅋㅋㅋㅋㅋ 아오 담에 써야지
덕분에 만화 보는 재미를 되찾아서 그 뒤로 많은 만화를 사고 사놓고 안 보던 많은 만화를 읽고 있다. 특히 만화를 보는 내 태도가 '나를 만족시켜 봐' 하는 식으로 거만했다는 걸 깨달았다. 취향에 안 맞는 만화가 더 많은 거야 물론이지만, 그래도 만화의 재미를 내가 더 적극적으로 찾는 독서를 해야 한다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그에 더해 도로헤도로 만화책 책장에 잘 꽂아넣고 싶어서 이사 후 몇 달을 미루던 만화방 정리를 단행했다. 오오 놀라운 도로헤도로
만화에 대한 애정까지 되찾아준 도로헤도로 보시오 빨리 애니부터 보시라고요
* 재밌게 본 작가님 인터뷰 : [번역] 애니메이션 '도로헤도로' 특집 하야시다 큐 인터뷰 -코믹 나탈리 특집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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