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물에서 찾기씨네필을 향한 정열의 폭주열차 * 비고 : 시끄럼

영화 《200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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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와’는 두 집 살림을 하는 팔레스타인 여성 노동자이자, 가장이다. 하루 겨우 2시간 잠을 자며 일하고, 아이 셋을 돌보고, 아이들을 데리고 주기적으로 거대한 장벽을 너머 남편이 기다리는 집으로 간다.

거대한 장벽을 사이에 두고 건너편 집엔 남편 ‘무스타파’가 산다. 무스타파의 삶 역시 쉽지 않다. 두 집의 직선거리는 200미터에 불과하지만 무스타파는 살와처럼 장벽의 군사검문소를 쉽게 통과할 수 없다. 이스라엘군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왜 군대의 허가가 필요할까? 무스타파가 ‘테러범’이라서? 물론 아니다.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에 군사점령당하고 있기 때문에 팔레스타인 사람 누구나 이스라엘군의 허가 없이는 장벽을 건널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무스타파가, 이스라엘이 장벽의 구실로 내세운 ‘테러범’이었다면 애초 이스라엘에서 일할 수 있는 노동 허가증을 받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물론 노동 허가증이 있어도, 새벽 군사검문소에서 2시간을 기다린 끝에 무스타파는 통행증 기간 만료란 이유로 장벽 통과를 허가받지 못했지만.

이스라엘의 불법적인 점령 정책에 따라(장벽은 이미 2004년 국제사법재판소가 불법이라 결정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일상은 하루하루 침식된다. 출근을 못하고, 약속을 못 지키고, 하루하루가 예측불가능한 요소로 가득 차 있다. 영화의 주된 플롯은 아들 ‘마지드’의 입원 소식을 접한 무스타파가 병원에 가는 여정을 좇는다. 아들이 얼마나 다쳤는지 모른 채 불안한 마음을 안고 200미터 거리를 온종일 돌고 돌아가며 마주치는 사건마다 군사점령의 현실이 드러난다.

보면서 궁금했다. 관객들은 이걸 영화적 과장이라고 생각할까? 실제로 저 정도는 아닐 거라고 생각할까? 지구 한 쪽에선 나처럼 평범한 일상을 사는 사람들이 드물게 겪는 일이라고 생각할까?

그렇다면 ‘살와’와 아이들은 어떻게 장벽 너머 ‘이스라엘’에서 살고 있는 걸까? 이스라엘은 1948년 원래 팔레스타인이었던 땅 위에 들어섰다. 이스라엘은 건국을 전후해 팔레스타인 원주민을 학살/추방하는 대규모 인종청소를 저질렀지만 다 죽이고 내쫓지는 못했고, 그래서 지금도 이스라엘 인구의 20%는 팔레스타인 사람이다. 즉 이스라엘 시민권을 가진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있고, 살와는 그 중 한 명이다.

장벽은 땅만이 아니라 사람 사이를 가른다. 이스라엘 쪽에서 학교를 다니는 아들 마지드는 
‘더러운 서안지구놈’이라며 팔레스타인 아이들로부터 학교 폭력을 겪는다. 자식들 교육 문제를 가지고 살와와 무스타파는 계속 갈등한다. 아픈 몸을 돌보지 않고 무리하게 일하려 들면서도 막상 이스라엘 시민권을 얻어 가족과 함께 살지 않는 무스타파에게 살와는, 그리고 자신과 상의 없이 이스라엘 유소년 축구 캠프에 마지드를 보내겠다는 살와에게 무스타파는, 실망하고 화낸다. 기본 플롯이 무스타파의 여정이라서 영화가 두 사람의 관계를 자세히 보여주지는 않지만, 단편적 장면만으로도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나 어떤 시간을 통과했을지 머릿속에 선명히 그려졌다. 이스라엘 시민권자들은 서안지구 출입이 자유롭기 때문에, 아마 살와는 서안지구의 대학에서 무스타파를 만나지 않았을까? 학생 시절 점령자에 비타협적이던 매력적인 모습이, 함께 삶을 나누며 이젠 고집불통으로 여겨지진 않을까? 그러면서도 그게 옳으니까 전면적으로 설득할 수도 없고.. 생각을 같이 하는 부분이 생활에서 빛바래고 퇴색할까 두렵지 않을까? 등장인물의 전사가 그려진다는 점만으로도 이 영화는 볼 가치가 있다.

이 뿐 아니라 영화는 어떤 과장도 없이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잘 그려냈다. 예컨대 무스타파가 일자리를 찾아 이스라엘로 건너가, 당연하다는 듯이 히브리어로 자기 할 말만 하는 이스라엘인의 집을 지어주는 일용직 건설 노동자라는 점도 그렇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경제구조를 조직적으로 무너뜨렸고, 점령자의 집을 지어주는 것이 다른 취업 자리를 찾기 어려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선호도 높은 직업이 되고 말았다. 아침 저녁으로 4시간 동안 군사검문소에서 시간을 낭비해야 하는데도 말이다.

무스타파의 여정에 들어있는 한 ‘외국인’을 관객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도 궁금하다. 스포라서 쓸 순 없지만, 일단 외국인도 팔레스타인 가면 정말 흔히 보이는 전형적인 서양인 스타일 찰떡이라서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 존엄을 지키는 무스타파에게서 내가 아는 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의 모습을 보았다.

결국 무스타파는 여정에서 만난 동료들을 챙기며 가족들에게, 목적지에 도착하고 만다. 무스타파가 처한 군사점령의 부당한 현실의 벽은 견고하고, 그래서 살와와의 갈등 또한 완화될 조건 자체가 없지만.. 이 땅에서 살아가는 것 자체가, 즉 존재가 저항이라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외침이 또다시 와닿는다.

무스타파처럼 팔레스타인 민중은 종국에는 해방이라는 목적지에 도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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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헤도로 넷플릭스 음성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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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화면해설 개쩐다.

화면 없이 음성만 들으면 완전 라디오 드라마 한편 뚝딱임

아니 오히려 나같이 소리가 가득찬 거 좋아하는 사람한테 오디오 드라마보다 더 좋다. 오디오 특유의 연출이 아니고 화면 연출이 먼저고 그걸 설명하는 거라서 그 대사 없는 간격에 성우가 화면 정보를 압축적으로 귀에 때려박아준다

도로헤도로 애니 n회차 하면서 음성에 '일본어 음성 설명'이라고 기능이 있길래 틀어봤다가 신세계 경험 중이다.

mp3로 소리 따서 출퇴근 시간에 들었는데 듣고 또 들어도 개유잼ㅠㅠㅠㅠㅠ 딴짓하면서도 들을 수도 있고(이미 몇 번 본 거니까) 일본어 공부가 된다.

넷플릭스는 2015년에 화면 해설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한다. 장애인 접근권을 보장하면 비장애인도 혜택을 본다고들 하는데, 예를 들어 한국어 음성이라도 대사 안 들리는 부분들 있어서 자막 있으면 확실히 편함. 더군다나 시각 장애인용으로 만들어진 화면 해설이 일본어를 공부하는 외국인인 나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 최근에 <사이보그가 되다>를 재밌게 읽기도 했고, 여러모로 자극 받아서 내가 생산하는 컨텐츠들에 접근권 보장을 위한 고민을 계속 하고 있다.

아무튼 화면 해설 개쩔어 애니는 더 쩔어 도로헤도로 애니 보세여 겸상 좀 해줘 만화도 보세여 만화 개짱이야 만화도 다시 볼 거야ㅠㅠㅠㅠㅠㅠㅠㅠ 하야시다 큐 선생 너무 좋아

+ 아 그리고 원래도 카이만 성우(타카기 와타루) 목소리 넘 좋았는데 음성만 들으니까 개섹시한데 대사가 대부분 바보 같잖아 ㅋㅋㅋㅋㅋ 그 갭이 참을 수 없이 좋다ㅠ 그리고 화면해설 ㅋㅋㅋㅋㅋ 존나 건조하고 간결하게 설명해 주는데 화면이 겁나 잔인하잖아 1화에서 노이가 마법사들 때려 죽인 장면을 "남자 7명의 머리가 벽에 깊이 박혀 있다"고 말하는 거 듣고 빵터짐;;

그리고 우리 노이한테 ㅋㅋㅋㅋㅋㅋ 첨에 다들 남잔 줄 알잖아 그래서 '남자가 어쩌고 저쩌고 있다' 하고 설명하는 것도 재밌다 나중에 마스크랑 옷 벗고 여자라고 나올 때도 굳이 여자다라고 화면해설 안 함 왜냐면 바로 후지타가 여자였냐구 대사가 나오니까 웅 당근이네 암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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