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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식 목욕

  • 등록일
    2016/10/12 05:06
  • 수정일
    2016/10/12 05:06
  • 분류
    여행

여행 중 처음으로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궜다. 이것이 로마인들이 즐기던 로마식 목욕이란 말가.. 물론 아니다< 로마인들은 개부자 아니면 공중 목욕탕을 즐겼다. 현대 로마인이 즐기는 로마식 목욕인 건 맞겠지 ㅋㅋ 오늘 비가 많이 와서 로마 돌아다니지도 못 했다. 그래서 샤워도 하지 말까 싶었는데 욕조를 보고 충동적으로 담가버림 지금 완전 난방 안 한 반지하 건물에 반팔 반바지 입고 넓은 주방에 앉아 있는데 몸이 완전 따끈따끈하고 노곤노곤하니 넘나 좋은 것.. 진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눈을 감으니까 완전 마약하는 것 같다 완전 노곤노곤 기분 개좋아 피부는 실온인데 몸쇽이 따뜻해 아이 좋아

 

에어비앤비는 대부분 업자들이 하지만 가끔 일반 가정에서 하는 경우도 있다. 오늘은 로마 관광지에서 좀 떨어진 일반 가정집으로 이동했다. 로컬들이 어떻게 사나 궁금해서 고른 집인데 방에서 화장실이 멀고 주방 거실은 주인집이 써서 어머니께서 불편해하신다. 사실 화장실이 방에 딸리지 않아서 고민했었는데 로컬의 생활을 이틀 엿보는 정도는 괜찮겠지 하고 예약해 버림< 지금도 부부는 옆 거실에서 영화를 관람하시고 나는 이러고 있다.< 

 

지금까지 묵은 집들도 다 이태리 집이었지만 이 집은 뭔가 아.. 사진보다 좋다. 반지하라는 것도 한국 같은 꿉꿉한 집이 아니고 한쪽은 반지하고 한쪽은 1층인데 한국도 그런 데들 있지만 그래도 꿉꿉하다< 근데 여기는, 이태리는, 집들이 천장이 완전 높아서 꿉꿉하고 자시고가 없다. (물론 내가 집안 구조 설계에 문외한임) (아 그리고 3, 4층 건물의 꼭대기층은 밖에서 볼 때 천장이 낮던데 들어가 본 적은 없음) 이 집 목욕탕 인테리어가 너무 좋다. 욕조에 이불 깔고 방으로 써도 될 것 같은 기분.. 방이랑 다를 게 없다 완전 아늑해 너무 좋아 ㅠㅠ 배스로브까지 주셨는데 내일 쓰려고 안 썼다. 로브 휘감고 나오면 더 햄볶겠지 큐큐 욕조에 누워 벽에 붙은 가족들 사진, 인테리어 소품으로 장식된 뭔지 모르는 악기들, 그리고 무엇보다 둥근 아치형의 천장을 관람했다. 마루도 아치 하나, 부엌도 하나, 방에도 하나, 화장실에도 하나...!!!!!! 완전 좋아 로마는 아치야< 이 위에 평평한 집이 있는 걸 생각하면 이쁘라고 지은 건데 아오... 넘나 이쁘쟈나 오기 전에 건축에 대해 동영상 보고 공부했는데 다 까먹곸ㅋㅋㅋ 그냥 로마는 아치다 ㅋㅋㅋ

 

오기 전에 1권 읽고 재미없따 안 읽은 [테르마이 로마이]를 다 봤다. 고대 로마 목욕 기술자(?)가 현대 일본 목욕탕, 온천 등에 시시때때로 타임슬립하며 선진 기술을 로마 목욕탕에 도입한다는 골잔데 로마 온다고 읽어보니 재밌었다. 내일 포로 로마노에 가서 레알 옛날 로마인들 목욕 어디서 했는지 터를 볼 수 있겠지.. 터키식 목욕이랑 비슷할 거라는데 터키식 목욕탕 가보기만 하고 당시 일행 중 나 빼고 아무도 안 씻고 싶어해서 경험하지 못했던 것.. 나블루스의 유명한 목욕탕인데 곰팡이 냄새도 조금 났다. 나 곰팡이에 민감해서 귀신 같이 냄새 맡는데도 그래도 해보고 싶었는데.. 다음에 기회가 있겠지

 

로마 일정은 내일 하루 남아서, 로마에서 거의 보고 가는 게 없는 수준이지만 다시 올 거라서 아쉽진 않다. 언젠진 모르지만 3년 내로 다시 와서 로마식 목욕을 다시 즐길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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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효부 아닌-_- 이태리 여행 시작

  • 등록일
    2016/10/07 05:47
  • 수정일
    2016/10/07 05:47
  • 분류
    여행

산적한 일을 남들에게 미룬 채로 안식년을 시작했다. 미안한 마음은 있는데 그래봤자 요맨큼이니깐 낼름 여행 떠나버렸다. 예전에 약속한 바 있는 시어머니와의 바티칸 여행-에 여기저기 이태리 다른 지역 코스를 더해 이태리 여행을 왔다. 그간 아무 생각 없다가 떠나기 전날 밤 약간 겁이 났고 이제 시어머니랑 단둘이라는 게, 안식년 시작이라는 게 실감이 안 났다. 지금은 실감하고 있다<

 

연세도 많으신데다 이런 장거리 여행은 처음이시고, 나처럼 걷는 건 당연 부담되실 거고.. 이러저러한 걸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초장부터 짜증을 드러내고 말았다. 나폴리 대성당에 무릎 꿇고 기도하면서 내가 이런 복이 있어서 여기에 오다니, 하고 감동으로 눈시울이 붉어지더란 얘길 듣고는 아뿔싸.. 내가 여기 왜 왔던가.. 기본적으로는 어머니 환갑을 축하하러 온 건데.. 좀 기본 취지에 맞게 행동하자. 하고 나자신과 대화를 마침 -_-

 

성당 분들 중에 며느리랑 해외 여행 가 본 사람은 없다며 성당에서 좀 자랑하시는 것 같아서 그냥 그런가보다 했었는데, 잠깐 티켓 바꾸러 바티칸 근처에 갔을 때 해주시는 말씀을 들어보니, 유럽에 성지 순례를 오더라도 일정 때문에 교황님 미사에 참여해 본 사람이 없다는 거였다. 그런 걸 신자도 아닌 -ㅅ-;; 며느리가 알아봐서 모시고 간다니 Aㅏ.. 자랑할만 함 인정 ㅇㅇ

 

첫날 로마에 늦게 도착해서 거지 같은 숙소에서 한 밤을 자고 ㅜㅜ 담날 좀 느즈막히 여유롭게 출발하려고 10시 기차를 끊어놨었다. 거지 같다는 건 시끄럽다는 평이 많지만 그래도 역에서 가까운 곳이란 이점을 살려 이동이 편한 곳으로 잡아야지란 맴이었는데 깨끗하고 친절하고 좋았지만 일단 밤에 내리니까 방향도 헛갈리고(로밍을 안 해 가서 지도로 확인도 못함-_-) 밤에 마주치는 사람들은 전부 도둑놈으로 보이는데 ㅠㅠ 한참을 빻은 떼르미니역 주변을 캐리어 끌고 다님 ㅠㅠ 숙손 좋은데 어찌나 개시끄러운지, 기차만 시끄러울 줄 알았는데 바로 앞이 차도라서 개시끄러 어휴 진짜... 개시끄러... -_-

 

암튼< 바티칸 일정은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일정이기 때문에 바티칸의 10월 자비의 희년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일정을 짰다. 나는 남부를 보고 싶은데 어머니가 아는 도시는 밀라노 피렌체 같은 중북부 도시라서 거기도 다 가야 하고.. 동선 짜다보니 남부는 짧게 바티칸 가기 전에 우겨넣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초반부터 무리하게 됐음.. 게다가 미리 예약해서 바티칸 관련해선 다 된 줄 알았는데 신청해서 승인받은 건 바우처일 뿐이고, 그 바우처를 들고 바티칸 근처 어디로 가서 티켓으로 교환해야 한다는 걸 추석 때 확정 메일을 받고 뒤늦게 알았다. 그래서... 무리하게 10시 기차 타기 전에 바꿔야 해서 아침에 막 가서 바꾸고 왔는데.. (바티칸 관련해선 바티칸 일정 끝나고 따로 자세히 쓸 예정)

 

아침에 30분간 걷고 쟈철 타고 이동해서 바꿔와야 해서, 혼자 빨리 다녀오겠다고 했는데 어머니가 혼자서 뭐 하냐고 같이 가고 싶어하셔서 같이 갔다. 바티칸 앞도 지나가고 하니 좋아하셔서 잘된 건가 싶었는데 역시 일찍부터 무리하는 바람에 오후 나폴리 구경을 힘들어 하셔서 산엘모 성도 못 갔다 ㅠㅠㅠ 푸니콜라레 타보고 싶었는데! 그래서 짜증났다. 아침에 나 혼자 다녀왔으면 만사 다 됐는데 하고.

 

오늘도 3시인데 너무 힘들다고 하셔서 혼자 구경다녀오겠다니까 같이 나가자고.. 하셔서 나갔는데 역시 너무 힘들어하시고... ㅠㅠㅠㅠ 낯선 곳이라서 혼자 있는 걸 싫어하신다. 그 부분을 내가 미처 미리 생각하지 못했던 것.. 나는 내가 오래 있고 싶은 곳을 짧게 구겨넣었기 때문에 가능한 볼 수 있는 만큼 다 보고 싶은데, 그래서 혼자라도 다니고 싶은데 어머니는 일단 혼자 있는 게 불안하시겠지 말도 안 통하고... 이해가 가면서도 아오 나라고 여길 언제 다시 오겠어 이런 맴이 들어서..

 

사실 같이 대만 여행 갔을 때 어머니는 잘 다니셔서 잘 걸으시는구나 ㅇㅇ하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다녀보니까 나의 오해였음을 알겠다. 다른 어르신들보다 젊으셔서 상대적으로 체력이 있어 보였던 거였어........;;

 

하지만 이런저런 불만에도 불구하고 여행 파트너로 괜찮다. 일단 내가 수고롭다는 걸 잘 아시고 고마워하시고 맛있는 거 사주시고< 맛있는 거 만들어주심ㅋㅋㅋ 나야 이태리 요리 마시고 싶지만 어머니는 이튿날, 사실상 여행 첫날부터 뜻밖에도 이태리 요리에 질리심............!! 럴쑤.... ㅠㅠ 친구분들과 다른 유럽 여행도 다녀오셨고 나조차 질린 햄치즈뿐인 저가 호텔 조식도 맛있게 드셨다고 해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더구나 그나라 음식 먹어야지 뭘 거기서 한식 먹니~ 그러셨었는데.. 마침 숙소도 로마에서의 5일 빼고는 전부 주방 있는 곳으로 잡았기 때문에... 이 얼마나 예언자란 말인가(나) 그래서 요리할 수 있으니 햄볶하게 마트에서 쌀을 사다가 밥해 주심ㅋㅋㅋㅋㅋ 라면이랑 고추장, 김치 싸오셔서 나도 첨엔 좀 말리다가 그냥 정 어머니가 그러시다면야 뭐..하고 별로지만 뭐... 그랬지만< 외국 나온지 며칠 됐다고 고추장 김치 왤케 맛있음? ㅋㅋㅋㅋㅋㅋㅋ 나는 한국인이로소이다

 

오늘 아침엔 어제 먹고 남은 쌀로 누룽지 끓여주셔서 ㅋㅋㅋㅋ 완전 좋음 속이 뜨끈한 것이 매우 든든하쟈나 오늘 저녁은 현지인들 사먹는 반찬가게 같은 데서 소세지랑 야채 버무려진 걸 사와서 먹었는데 이건 파이다. 뭐 이렇게... 뭐야 이게 이게 뭔 냄새냐고 청국장 냄새도 아닌 것이 시고 짜고 이게 뭔 소세지야 아오... 다시는 조리된 반찬 사지 않고 재료 사다가 우리가 해먹기로 함 -ㅅ-

 

글구 라면은 역시 신라면이라서< 라면 끓였을 때 아... 진짜 라면이 지척에 있을 때는 그 소중함을 내가 몰랐구나.. 알 수 있었다. 진짜 맛있쟈나~~ 어쩜 이렇게 매워? 라면은 진짜 신라면이랑께... 낼 아침도 라면이랑  밥 먹는다 야호<

 

암튼 어머니는 이 여행을 매우 감격스러워 하시니까 끝까지 감격하시면서도 나 역시 나자신의 실리를 채울 수 있도록 방법을 강구해내겠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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