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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앞에 놓인 길

지후님의 [길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에 관련된 글.

 

실은 예울림의 '길'을 염두에 두고 지은 제목이었다.

(좋은 음질의 파일을 구하지 못해 결국은 '누가 나에게 이 길을 가라 하지 않았네'를 쓸 수 밖에 없어서 너무 아쉬웠다..)

 

하이텍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켜보면서

내게 가장 큰 정서적인 울림을 주었던 순간과 노래를 떠올렸을 때,

그것은 단연코 '길'이었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 어느 틈엔가 너무 멀리 온 터라 돌아갈 수 없고

앞으로 나아가자니 멀고 험할 뿐이지만, 그래도 가야만 하는, 우리 앞에 놓인 이 길.

 

7월 8일에는 노숙농성장 앞에서 주점이 열렸다.

그리고 이 영상은 그 날 상영될 목적으로 제작되었다.

 

 

오로지 하이텍 노동자들만을 대상으로 한 작업이었던 만큼,

그 분들이 어떻게 보셨는지 무척 궁금하다.

농성장에서 함께 보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 해 무척 아쉬운...

 

오랜만에.. 다음주 집중집회나 문화제는 꼭 가봐야겠다..

 

(이번에도 여러모로 엉성하다.

물리적 환경을 핑계댈 수 있겠지만 뭐, 솔직히, 나한테서는 별로 싹수가 안 보인다.

요만큼의 실력으로도 버틸 수 있는 이 공간에 감사할 뿐. ㅡ.ㅡ

 

요즘은 작업 가지고 절망도 안 한다.

괜히 남들이랑 비교해서 괴로워 하지도 않고.

사는 법을 터득한 거다. 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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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하이텍알씨디코리아 노조원들이 노숙농성에 들어간 지도 벌써 한 달이 되어간다.

농성에 들어가던 6월 9일 열린 집회 때,

박향미씨가 '길'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처음 들어보는 노래였는데,

멜로디와 첫 가사가 도무지 잊혀지지가 않았다.

 

"길은 내 앞에 놓여있다 나는 안다 이 길의 역사를
 길은 내 앞에 놓여있다 여기서 네 할 일을 하라"



예울림 '길' (plsong.com)



길은 내 앞에 놓여 있다.
나는 안다, 이 길을, 이 길의 길이와 길이를
이 길의 역사를 나는 알고 있다.

 

이 길에서 어디쯤 가면 비탈로 바위산이 있다.
이 길 어디쯤 가면 가시로 사나운 총칼이 있다.
이 길 어디쯤 가면

 

여기가 너의 장소 너의 시간이다.
여기서 네 할일을 하라!
 
행동의 결단을 채찍질하는 고독의 검은 섬이 있다.
허나 어쩌랴 길은 가야 하고

 

언젠가는 누군가는 이르러야 할 길
가자, 가고 또 가면 이르지 못할 길이 없나니
가지 이 길을 가고 오지 말자

 

남의 땅 남의 것으로 빼앗겨 죽창 들고 나섰던 이길
제나라 남의 것으로 빼앗겨 화승총 들고 나섰던 이길

 

다시는 제 아니 가고 길만 멀다 하지 말자
다시는 제 아니 가고 길만 험타 하지 말자
주려 학대 받은 자 모든 것의 주인 되는 길

 

오 해방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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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살자고 하는 짓 / 하종오

밭고랑에서 삐긋해 금 간 다리뼈 겨우 붙으니
늙은 어머니는 무릎걸음으로 엉금엉금 마당가로 가
참나무 아래서 도토리 주워 껍질 까다가
막내아들이 쉬라고 하면 내뱉었다
놔둬라이, 뼈에 숭숭 드나드는 바람 달래는 거여
장가 못 든 쉰줄 막내아들이
홀로 된 여든줄 어머니 모시고 사는데
막내아들이 검정콩 베어다 마당 한복판에 쌓아놓으면
늙은 어머니는 참나무 가지로 타닥타닥 두드려 털고
막내아들이 멀리 튄 콩 주워오면 소리질렀다
놔둬라이, 한구석에 묻혀서 명년까지 있고 싶은 거여
막내아들이 갈아입힌 속옷에 새물내 나서
늙은 어머니는 코 킁킁거리며 새물새물 웃다가
막내아들이 겉옷에 붙은 풀씨 뜯어내면 중얼거렸다
놔둬라이, 혼자 못 가는 곳에 같이 가자는 거 아니겠냐
늙은 어머니가 해거름에 집 안으로 들 적에
이웃집 수캐가 어슬렁어슬렁 대문 먼저 넘어서
암캐에게 올라타려고 낑낑거리는 꼴이 민망해서
막내아들이 콩줄기 거머쥐고 후려치면 말렸다
놔둬라이, 지들 딴엔 찬 밤 길어지니 옆구리 시린 게여
다들 지 살자고 하는 짓이여 다들 지 살자고 하는 짓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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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것 같아.

왜 그랬는지.

 

어떤 일들은 3일이 지나서야..

어떤 일들은 3년이 지나서야 알게 된다..

어떤 일들은,

죽고 나서도 알 수 없겠지..

 

알고 나니,

고통스럽게 자책했던 내가 가엾고,

... 가엾다.

 



1.

역시, 표정은 말보다 많은 것을 담고 있다. 내가 지금까지도 기억하는 그 눈에는, 분명 무언가가 더 있었다. 그정도의 미안함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는 간신히 몇 마디 할 뿐 좀체 입을 열지 않았다. 덩달아 침묵을 지켜야만 했던 나. 공기는 탁했고 육교 계단은 유난히 낮고 많았다. 4차선 도로가 한나절 같았던 날.

이제야 조금은 알게 되었다. 그리고.. 몰랐던 무언가를 알게 된다는 것이, 때로는 위로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배웠다. 결과적으로 내 사랑이 조금 더 삼류가 되어버렸다 해도.

 

참 많이 울었던 그 시절의 나에게 손을 내밀어, 위로하는 오후.

 

네 잘못이 아니었어.

네 잘못이 아니야.

 

2.

그 일도 마찬가지. 문제의 중심은 내가 아니었다. 그는 그저 덜 자란 어른에 불과함을, 깊이 생각지 않기로 했다. 내가 상황을 어렵게 몰아갈 필요는 전혀 없다는 말이다.

 

3.

언제나 최소한 두 사람 이상에 관한 이야기를 뒤섞어 쓰고 있다. 아직은 몇 번째 줄까지가 누구 이야기고, 몇 번째 줄까지는 누구 이야기인지 구분한다. 하지만 세월이 조금만 흘러도, 지금은 명확해 보이는 이야기의 경계가 흐려지겠지. 그 뒤섞임을 알아챈 순간, 나는 상실감을 느낄 테지만 이내 자유로워 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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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까르띠에 브레송 사진전..

"결정적 순간 the decisive moment은 시공간의 통합 즉 완전한 조화와 균형 속에서의 찰나이다."

 

 

그의 사진은 지나치게 엄격했다.

훌륭했지만 숨이 막혔다.

그래서 좋아할 수는 없었다.



인물사진에도 브레송만의 느낌이 있었다.

대체 어떻게 이런 표정을 잡아냈을까 싶은 사진들.

그가 누구건, 그의 꼼꼼함을 꼬장꼬장함을 거침없음을, 만나지 않아도 알 것 같은.

하지만 명사들의 사진은 어딘지 모르게 비슷비슷한 것이 그닥 흥미진진하지는 않았다.


 

제일 좋았던 인물 사진.


 

자코메티다. 실제 사진을 보면 훨씬 느낌이 좋은데..

 

 

인도 최북단 카슈미르주, 스리나가르의 여인들.

르네상스 이전의 서양화가 주는 단순한 숭고미가, 약간은 비틀어진 형태로, 더욱 강하게 전해지는 작품이었다.

 

브레송의 사진들은 죄다 '순간'을 '고정'하고 있었다.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는,

숨이 멎은 듯한 찰나.

 

고집스런 열망이 빚어낸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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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를 가지고.

오전엔 관악지방노동사무소 앞에 갔었다.

디지털산업단지(구 구로공단) 내 불법파견 문제를 고발하는,

그 시작이 되는 기자회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파견업체를 통하지 않으면 취업이 힘들 정도고,

신규 여성인력의 70%는 불법 파견으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에 노동부에 진정을 낸 대표적 불법 파견 사업장인 기륭 전자의 경우,

최근 3년간 여성노동자 100%가 불법 파견이랬다.

현 파견법 하에서도 직접생산공정에 파견노동자를 쓰는 것은 불법이다.

그러나 법이 언제 노동자들의 현실 가까이에 있었던가.

법은 법이요, 현실은 현실이었다.

 

짧게는 70시간, 길게는 100시간의 노동.

연월차 휴가니 생리 휴가는 그림의 떡.

최저임금 결정되면 그게 바로 나의 임금.

아파서 쉬면 바로 해고.

라인에 물량이 너무 많다고 해도 해고.

현장 규율 잡기 위해 서너달에 한 번씩 물갈이 해고.

문자메세지로 해고 통보. 나오지 마시라, 한 마디.

 

기자회견 자리에 나온 기륭전자의 한 여성 해고자는,

분노가 있다고 했다.

분노를 가지고 싸워내야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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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배제

사실 그건 꽤나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 상황에서, 나의 배제는 매우 자연스러웠고,

그 자연스러움에 놀라 나는 그만 암말도 하지 못 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로 시작하는 시덥잖은 말들을 참 싫어하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는 시덥잖은 말을 해야겠다.

 

누군가를 배제하는 잔인한 짓을 그다지 비난받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사람과..

스스로가 배제되고 있음을 두눈 뜨고 지켜보면서도 아무 말 하지 못 하는 미련한 사람.

 

나는 물론 후자다. 줄곧 후자였다.

이와 비슷한 최초의 기억은 중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아직도, 둘이 꼭 붙어 대걸레질 하던 그 아이들을 멀찌감치 바라보던 나를 기억한다.

그 때의 나는 꽃병이거나 사기그릇 같은 정물이었다.

 

일전의 나는 어땠을까.

억지로 물든 입술은 무슨 말을 품었던가.

 

언제나 끝은 가까이에 있다는 행복한 진리.

이렇게나 웃을 수 있다는 건, 나도 이해할 수 없는 일.

 

p.s 으에엑. 실수했다. 아웅... 못살어못살어... 나란 인간, 성격 확실히 이상해.. 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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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 해외 미디어 운동 소식.

날아드는 영문메일들을 슬쩍이라도 보자는 차원에서....

미디어 관련 뉴스들 몇 가지..



1.

6월 27일, 브리스톨 인디미디어 서버, 경찰에 압수됐단다. G8 관련 무슨 포스트가 문제가 된 모양인데, 자세한 내용은 찾아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2.

중미자유무역협정(CAFTA : Central American Free Trade Agreement)이 미의회 통과를 앞두고 있는 모양이다. reclaim the media에 따르면 CAFTA는, 미디어 다양성과 민주주의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더욱 위협이 되고 있단다. 기존의 "자유 무역" 협정들과는 달리, CAFTA는 "문화산업 cultural industries"(전자 미디어, 출판, 영화, 음악, 뉴스) 역시 철강이나 바나나 다루듯 하고 있으므로.

 

CAFTA는 국가마다 스스로의 미디어 정책(지역, 공동체 미디어에 대한 지원이나 다양성에 대한 보호 조항을 두는 것 등)을 수립하는 것에 제동을 건다. 상상컨대, 미국의 미디어 합병기업이 중미 정부를 대상으로, 그들의 커뮤니티 미디어에 대한 정책이 자유무역협정에 어긋난다고 소송을 걸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음..

 

www.stopcafta.org

http://www.seattleglobaljustice.org/WeAreWinningCAFTA.htm

 

3.

Non-multiplex cinema goers group http://63.134.194.163/

"헐리우드 메인스트림으로부터 약간 다른 영화를 보고 싶으시다구요?"라는 부제가 달린 사이트다. 가입비는 없고. 정기적으로 영화보기 모임인 것 같다. 영국 아이들. 시네마떼끄의 아이들 비슷하지 않을까?

 

4.

wal mart movie http://www.walmartmovie.com/ 

로버트 그린월드. 올해 인권영화제에서 상영한 바 있는, outfoxed의 감독이다. '부시의 수퍼마켓'이라 불리는 월마트에 관한 다큐를 준비 중인 모양이다. 가을이면 완성되나본데, 제작사 이름이 재밌다. brave new film - 새 영화를 뜻하는 brand new movie를 살짝 응용한 말장난이겠지. 용감한 새 영화.... 폭스 뉴스를 비판하는 outfoxed에서 이제 월마트에 대한 비판이라.. 용감하군. 월마트 안에서는 촬영이 허가되지도 않았을테고, 작업하기 쉽지 않았을텐데 어찌 했을지 궁금하다.

월마트 블로그가 눈에 띄고, 사진이나 이야기, 동영상 등을 공유하자는... 말하자면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부분이 눈에 띈다. 여유 되면 좀더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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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멀다.

     올라왔다.

     지쳐있다.

 

     약속이 떠오르고

     할일도 떠오른다.

     가슴도 답답하다.

 

     머리에 스위치가 있다면,

     그만 꺼버리고 싶다.

 


 

 

건강해지기 위해서 필히 버려야 할 기억, 하나. 둘.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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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애하는...

내게는... 이상한 친구가 있다...

그 친구와 대화할 땐... 나도 이상해진다....

그리고 이젠... 그 느낌을 좋아하는 것 같기도....

 



그 녀석... 꽤나 오랜만에 연락해 와서는....

문득, 김일병 얘기를 꺼낸다..

 

5% 내에 드는 관심사병이었다더라..

나도 그랬다..

안 좋은 일이 있거나.. 생기려고 하면..

군대 꿈을 꾼다.. 잠을 못 잔다..

병원에 있던 생각이 난다..

꿈에서 내가 죽어 있다..

 

'다..'로 끝나는 쓸쓸한 어투에 나는 할 말을 잃는다..

총알을 쓸 수 있는 부대에 있었다면..

자기도 김일병처럼 했을 거란다..

하지만 살아있지는 않았을 거라고..

 

그 녀석, 꿈에서.. 자신의 죽음을 응시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내게서 어떤 대답을 기대하고 있었다. (나를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줘, 이제 그만.)

전화 걸 사람이 없었어...

 

제 죽음을 응시하는 악몽을 꾼다는 녀석의 말에..

나는 마치.. 오래 전 세상에서 사라진 이를 대하듯..

그래서 그에 대한 모든 그리움이 의식의 저편으로 감춰진 지 오래인 것처럼..

건조한 안타까움으로 응답할 뿐이었다..

 

오늘은 잘 잘 수 있을 거라는 말, 이상하게 슬펐다.

넌, 언제나 그랬다. 이 세상에 있으면서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그래서 난 늘, 네가 두려웠다..

 

네가 나의 한 시절, 버팀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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