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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유전자 조작 식품에 반대해야 하는 이유

노동자가 유전자 조작 식품에 반대해야 하는 이유

기관지노힘  제41호  

최근 영국에서 3가지 종류의 유전자 조작 농산물에 대한 주목할만한 실험결과가 발표되었다. 3가지 작물 중에서 사탕무우(sugar beet)와 제초제 저항성 품종인 기름씨 평지(Oil seed rape, 씨앗에서 기름을 짜내는 식물)는 환경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이 이 논문의 결론이다.(주 1)

유전자 조작 식품의 첫 번째 세대는 1995년 미국 몬산토(Monsanto)(주 2)라는 회사가 개발한 콩(Round-up Ready Soybean)과 스위스의 노바티스(Norvartis)라는 회사가 개발한 'Bt 옥수수'와 같이 제초제나 병충해에 내성이 있는 농작물이다. 이들 유전자 조작 농작물은 과학적인 실험을 통해 환경은 물론이고 사람에게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다.(주 3)

유전자 조작 농작물을 고려할 때 내재된 위험성은 물론이고, 그 농작물이 자본에 의해 계획되고 개발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몬산토의 유전자 조작 콩은 자사의 제초제인 '라운드업'에만 저항성을 갖고 있다. 만약 이 콩이 세상에 퍼진다면, 몬산토사는 종자와 농약 둘 다 판매함으로써 엄청난 이윤을 챙길 수 있게 된다. 또한 유전자 조작 기술 중 "터미네이터 기술"(주 4)은 자본의 숨은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터미네이터 기술이란 올해 심은 씨앗이 다음 해에는 싹이 트지 않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기술을 말하는데, 이 기술은 자신이 재배한 식물의 씨앗을 거둬들여서 다시 뿌릴 수 있게 농부의 권리를 박탈하여 그 만큼(전 세계적으로 50%)의 종자시장을 더 차지하고자 하는 기술이다.

거대 자본은 이러한 유전자 조작 기술의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엘리트 과학자 집단들과 결탁하여 반대 사례 연구에 몰두하고 있으며, 정부 차원에서 압력을 가하기도 한다. 미국 정부는 한국과 유럽연합 등의 국가에 유전자 조작 식품에 대한 통관절차가 복잡하다며 이를 간소화해줄 것을 요구해왔고 지난 8월에는 EU의 유전자 조작 식품 금수조치와 관련해 WTO에 제소한 바 있다.

2세대에 접어들면 1세대 유전자 조작 농산물의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여 시장확대를 꾀한다. 이를 위해 유전자 조작 식품에 대한 광고 전략을 바꾸었는데,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유전자 조작 기술로 굶주리는 제 3세계 민중들을 먹여 살릴 수 있고 기적의 치료약과 유전자 치료를 제공할 수 있다고 한다.

유전자 조작 식품이 식량 문제를 해결한다?

식량문제 해결을 명분으로 개발된 대표적인 유전자 조작 농작물은 비타민 A를 보강한 '황금쌀(Golden rice)'(주 5)이다. 황금쌀의 경우 신젠타라는 다국적 기업이 특허를 소유하고 있는데, 이 기업은 노바티스와 아스트라제카의 농업부문을 합병해 탄생한 농약 분야 세계 1위, 종묘 분야 세계 3위의 기업이다.

그러나 황금쌀과 같이 독점된 유전자 조작 기술은 식량 문제 해결이 목적도 아니며 해결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황금쌀에 포함된 비타민 A를 흡수하기 위해서는 지방과 또 다른 비타민 그리고 미네랄 등이 필요하다. 또한 비타민 A를 얻기 위해서 꼭 특허로 독점되고 위험성이 있는 황금쌀일 필요는 없다. 이미 기존의 식품인 현미에는 비타민 A와 다량의 미네랄이 포함되어 있다. 자본은 이러한 손쉬운 대안에는 이윤이 남지 않기 때문에 외면한다. 아울러 바이오 부분의 연구 자금 중에서 단지 1%만이 가난한 농민을 위한 농작물 개발에 쓰이고 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식량문제 해결이 목적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또 하나의 전략은 극심한 식량난에 봉착한 아프리카 국가들을 대상으로 유전자 조작 식품을 원조하는 방법이다. 마치 마약 상인이 마약 소비자를 확대하기 위해 중독될 때까지 마약을 공짜로 뿌리는 판매전략과 동일하다. 미국은 그런 방법으로 말라위, 스와질랜드, 레소토, 짐바브웨와 모잠비크 등의 나라들로 하여금 유전자 조작 옥수수를 받아들이게 했다. 그러나 모두가 수용한 것은 아니었다. 장기간 식품 생산, 환경, 무역 및 인간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할 중요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240만 잠비아 민중들은 유전자 조작 옥수수를 거절했다. 그러자 미국 정부는 바로 잠비아에 옥수수 공급과 원조를 중단했다. 이러한 예는 그들의 목적이 식량문제 해결이 아님을 다시 한번 확실하게 보여준다. 신젠타의 황금쌀도 연간 수입이 1만불 이하의 농민들에 대해서는 종자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계약을 했지만, 이 계약이 미래에 어떻게 될지 명확하지 않다.

전 세계 인구 중 적어도 60억의 인구가 굶주림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매우 시급하다. 그러나 현재 전체 식량 생산량은 이미 소비량보다 1.5배 많으며, 일부에서는 도리어 비만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지구상의 식량문제가 유전자 조작 식품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의 왜곡된 분배구조에서 비롯되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실제로, 제 3세계 민중들이 필요한 것은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과 음식을 구입할 수 있는 돈이다. 굶주림을 막기 위해서는 가난에 찌든 국가의 부채를 탕감하고, 소작인들에게 토지를 배분하고, 관계 용수와 식품 창고를 만들기 위한 기술적 도움과 무이자 대출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위험한 유전자 조작 식품이 아니라 새로운 대안 사회인 것이다.

유전자 조작 기술과 의약품

유전자 조작기술로 기적의 치료법을 개발하고 유전자 치료가 가능하다며 선전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개발된 약품은 인터페론(주 6)과 인슐린 2가지뿐이다. 다른 치료방법이 없는 난치병의 경우, 유전자 조작 기술을 적용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만하다. 인터페론은 1950년대에 알려져 C형 간염(hepatitis C)이나 혈액암(blood cancer), 다발성경화증(multiple sclerosis)(주 7)등 다른 치료방법으로 불가능한 병들의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인슐린이라는 호르몬도 과거에는 돼지와 소에서 추출했지만 지금은 유전자 조작 기술로 다량 제조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치료제 역시 독점된 기술이라면, 노동자-민중의 접근권이 상당히 제한될 수 있음을 우리는 에이즈(AIDS) 치료제와 백혈병 치료제(글리벡)를 둘러싼 투쟁에서 잘 알 수 있다. 일부에서는 '콜레라 백신을 생산하는 유전자를 갖는 바나나'와 같은 유전자 조작 식품으로 저 개발 국가들의 의약품 접근권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 기술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백신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부자들에게 건강 보조식품이나 약품을 생산하는 기술로 전락할 것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제 3세계 민중들의 건강을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보다 많은 진료소를 설치하고 의사-간호사들을 양성하며, 필수 의약품에 대한 특허를 폐지하여 접근권을 확대하는 일을 우선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현재 연구 프로그램 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가능하다.

유전자 조작 식품을 반대하는 이유

이렇듯 전 세계 식량 문제와 보건 문제에 대해서 다양한 대안들이 존재하는 데도 불구하고 자본이 유전자 조작 식품에 집착하는 이유는 특허를 통해 쉽게 독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80년에 미국 대법원이 생명체에 특허권을 부여함으로써, 살아있는 생물로부터 유전자를 분리하는 방법뿐 아니라 살아 있는 생물 자체도 개인 소유가 가능하게 되었다. 바이오 산업에는 이미 10여 개의 거대 독점 기업이 이 산업을 지배하고 있고, 유전적으로 변형된 작물의 70%가 몬산토 특허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유전자 조작 기술은 정부의 지원을 전폭적으로 받으면서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기술로서, 노동자-민중에게 특정분야에 한해 이익을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대부분 위험성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기술이 어떻게 연구되어야 하고 어떤 것들을 연구해야 하는가를 결정하는 일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들 연구의 대부분은 공공자금으로 수행되고는 있지만 소수의 거대 기업들이 바이오 산업을 지배하고 있고, 이들은 소수 거대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서 유전자 조작 기술의 방향을 결정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영국의 좌파 과학자 스티븐 로즈는 "유전자 조작 식품을 먹는 것은 위험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유전자 조작 음식보다도) 훨씬 우려되는 독성 물질들이 우리 주위에 많이 존재한다. 그러나 나는 유전자 조작 토마토를 먹지 않을 것이다. 내가 몬산토의 이익에 기여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라며 계급적 관점에서 반대를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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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 이 결과는 the Philosophical Transactions of the Royal Society이라는 논문지에 2003년 10월 16일자로 발표되었다. 3개 중 나머지 하나는 유전자 조작 콩이다.

(주 2) 몬산토는 고엽제를 생산했던 기업으로 악명 높다.

(주 3) 유전자 조작 기술의 기술적 문제에 대해서는 매완-호 교수의 논문 "생명공학 거품"에 잘 설명되어 있다. http://phps.snu.ac.kr/people/walker71/biotech_bubble.htm에 서 번역문을 볼 수 있다.

(주 4) 미국의 농무부와 목화 종자회사인 델타 앤드 파인 랜드사가 이 기술의 특허권을 가지고 있다. 미국에서 특허(US 5,723,765)받았으며, 현재 카나다(CA 2196410), 호주(AU 9532050), 유럽특허청(EP 775212) 등에서 심사계류 중이다. 현재 실시권을 허여 할 수 있는 권리는 델타 앤드 파인 랜드사에 귀속되어 있으며 농무부는 본 특허권이 상업화 되는 경우 순매출액의 약 5%를 로얄티로 지급받게 된다. 국제특허출원(PCT)을 하면서 한국을 지정하였으나 국내절차를 밟기 위한 번역문을 소정 기간 내에 제출하지 않아 1997. 5. 25자로 취하 처분됨으로써 한국에 대한 특허출원은 포기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주 5) '황금쌀'이란, 쌀에 두개의 수선화 유전자와 박테리아 유전자를 삽입한 것으로 쌀의 프로-비타민 A를 강화한 것이다. 이 프로-비타민 A는 몸 속에서 비타민 A로 바뀐다. 실제로 WHO(세계보건기구) 보고에 따르면 오늘날 전 세계에 1억 명 이상의 비타민 A 결핍증 어린이가 있고, 이 중 25만-50만 명이 매년 눈이 멀고 있으며 이 가운데 50%가 1년 이내에 사망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 6) 세포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인터페론(interferon)이란 단백질이 생성되어 다른 세포들을 감염으로부터 보호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지난 195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 7) 정상적인 면역계는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와 같은 외부물질을 공격함으로써 우리 몸을 보호한다. 그러나 면역체계가 외부물질과 자가세포를 구별하지 못해 신경세포 섬유의 수초 (마이엘린)를 공격하게 되면 수초가 서서히 파괴되는 질환이 발생하여 무감각, 근육 위축, 강직, 시력 감소, 운동 실조 등에 걸리게 되는데 그것이 다발성 경화증이다.

참고 사이트

http://www.agri-korea.or.kr/gmo/gmoq&a.htm

http://phps.snu.ac.kr/people/walker71/myth_of_agribiotech.htm

http://www.guardian.co.uk/gmdebate/Story/0,2763,1053917,0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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