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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의 파수병 (김수영 시와 글)

  • 등록일
    2008/12/10 07:09
  • 수정일
    2008/12/10 07:09

구름의 파수병

                            김수영

 

만약에 나라는 사람을 유심히 들여다본다고 하자

그러면 나는 내가 詩(시)와는 反逆(반역)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먼 山頂(산정)에 서있는 마음으로

나의 자식과 나의 아내와

그 주위에 놓인 잡스러운 물건들을 본다

 

그리고

나는 이미 정하여진 물체만을 보기로 결심하고 있는데

만약에 또 어느 나의 친구가 와서 나의 꿈을 깨워주고

나의 그릇됨을 꾸짖어주어도 좋다

 

함부로 흘리는 피가 싫어서

이다지 낡아빠진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리라

먼지 낀 잡초 우에

잠자는 구름이여

고생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세상에서는

철늦은 거미같이 존재없이 살기도 어려운 일

 

방 두간과 마루 한간과 말쑥한 부엌과 애처로운 妻(처)를 거느리고

외양만이라도 남과 같이 살아간다는 것이 이다지도 쑥스러울 수가 있을까

 

詩(시)를 배반하고 사는 마음이여

자기의 裸體(나체)를 더듬어보고 살펴볼 수 없는 詩人(시인)처럼 비참한 사람이 또 어디 있을까

거리에 나와서 집을 보고

집에 앉아서 거리를 그리던 어리석음도 이제는 모두 사라졌나보다

날아간 제비와 같이

 

날아간 제비와 같이 자죽도 꿈도 없이

어디로인지 알 수 없으나

어디로이든 가야 할 反逆(반역)의 정신

 

나는 지금 산정에 있다――

시를 반역한 죄로

이 메마른 산정에서 오랫동안

꿈도 없이 바라보아야 할 구름

그리고 그 구름의 파수병인 나



간만에 젊은 음악들을 들으면서
기분을 쾌활하게 만들어본다.

파블로프란 밴드 아주 상큼하구만,

http://zakka.egloos.com/page/14

하고 싶은 것들만을 하고 살 수 없다는거
잘 알고 있다.

근데 어째건 난 기타를 치는 일이 젤 행복한데

기타를 반역하고 사는 중이다.

새로 시작하는 일이 아님에도....왜 이리 자꾸만

에둘러 돌아가는 삶일까?

알수가 없다.

이 미친 시대와 불화하지 않고,

얼굴에 미소 띄우면서

맨정신으로 버티는 일이 참말 힘겹다.

영락한 기타리스트를 보고 한숨을 쉬었던 적이 있었지.

나는 아직 현재진행형인가?

묻고 또 묻기전에

끊임없이 끌어안고 토닥거려줘야할 내 기타에게 고백해야겠지.


날이 밝아오는데 참새들이 지저귄다. 배가 고프다고...

나도 고프다고~

저녁 시흥역 거리공연 가지를 못하게 되었다.

가슴이 답답하다. 꽉 막힌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이 체증을

무엇으로 풀 수 있으려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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