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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무대를 허하라!

  • 등록일
    2008/07/08 14:13
  • 수정일
    2008/07/08 14:13

원래는 인터뷰를 바탕으로 현재 촛불 문화제에 참가하고 있는 문화 주체들의 다양한 움직임들을 조망해보려고 했다.

그러나 개인적인 여건상(칼라TV 생방송 스탭 업무 과중으로 인하여) 심층 취재는 사실상 너무 벅차서 물 건너갔고  정치, 사회, 문화, 이 세가지 요소가 다양한 층위에 씨줄 날줄처럼 결합되어 있는 촛불 문화제, 일단 그 중 문화 공연에 대한 부분만을 약식으로나마 틈틈히 인터뷰를 시도했다.

그 결과 여전히 중앙 집권적이고 일방적인 하달식 운동권 문화 주체들의 뻘짓을 직시했을 뿐이다.
즉 운동권이라는 조직들의 상상력에 대한 한계를 다시금 뼈저리게 느꼈다.

틈틈히 짬을 내서 한 인터뷰들을 모아 간략하게 가상 인터뷰로 구성해보았다.

1박 2일 밤샘 콘서트를 기획한 대책위 문화 활동가(갑), 까칠한 본인(을),
영화잡지 프리미어의 기자(병) 일반 시민들(정)로 편의상 갑을병정 4인으로 구성해보았다.

갑(걱정하는투로): 이번 주말 내일 모레쯔음에 광장에 큰 무대를 마련할려고 해요.
근데 아직 캐스팅도 안됫고...(촛불을 위로한다는 일명 1박 2일 콘서트)

을(반 농담삼아): 어..그러면 나두 한 두 곡 불러 줄까요?

갑(주저하는투로): 아직은 큰 무대에 오를...어쩌구...차라리 틈새를 메꾸는게...어쩌구

을(속으로 조금 열받음): 저 지금 시흥역 홈에버 관련으로
거리에서 지금 공연한지가 6개월이 넘었거든요.
명동에서도 거리 공연 시작한지 한달이 됫고 참나...

갑(여전히 쌩깜):프로페셔날이...어쩌구...기획 의도랑 안 맞아서...저쩌구...
차라리 촛불 문화제 자유발언 신청해서 하시죠.

을(약간 삐져서 옆에 있던 병에게):'주사파 싫어요'라고 노래 부를까바 무대 안 올리는 거지 머.
대책위 소속의 활동가들 대체로 민노총, 다함께, 그리고 민노당 자주파 계열이거든...
진보 신당 완전 왕따 모드 자누. 진보신당 칼라TV 스텝인데 올려 주겠어?
그리고 이젠 중앙 무대만 봐도 짜증나고 염증나
초반 열성적인 시민들의 에너지를 대책위가 얼마나 까먹었는데 조직해서
자기네들 발언자들 위주로 세팅하고
했던 이야기 또하고 또하고 천편일률적으로 말투조차 똑같은거 반복하는거
이제 아주 지겹고 신물나. 며칠전만 해도 아침에 방송해서 앞에 싸우는 사람 냅두고 사람들
우루루 시청으로 끌고 가서 한참 말이 많았지.

병(약간 놀람) : 그런 일이 있었어요? 차라리 공연은 시간적으로 좀더 일찍 했으면 좋았을텐데
좀 아쉽네요. 시기적으로도 지금은 아닌것 같은데 정말 왜 그러는건지.

을(약간 흥분) : 근데 사실 지금 이렇게 큰 무대가 서버리면 너무나 큰 음량 때문에 다른 천막들에서 준비한 자그마한 행사들이 망가지잖아. 시청 광장 전부 전세 낸 것도 아니고 정말...너무했어.
조금 전 시작했던 토론회 행사 하나도 이곳 너무 시끄러워서 소라 광장으로 자리 옮겼어.

정(상큼한 아이디어) : 차라리 크게 무대, 음향, 조명 꾸밀 돈으로 확성기나 뿔나팔이나
수백개 사서 시민들에게 나눠주는게 재미있지 않겠어요.
그리고 노래 부르는 사람은 노래 부르는거고,
앞에서 또 나가 싸우는 사람은 싸우는거고 자기 방식대로 하는건데요. 할수없죠 머.
 
어째든 행사는 치뤄졌고, 시민들이 거리 행진을 하러 가는 9시 저녁 2부 공연은
한산함과 썰렁함속에서 시작되었고, 한참 거리에서 싸우는 사람을 냅두고
정신없이 노는 행사를 한다고 나이 지긋한 시민들 여럿은 삿대질과 거센 항의를 해대고,
공연하러 온 공연자들은 한바가지 욕을 얻어 듣고 상처를 받고 돌아갔다고 한다.

2부 사회를 맡은 변영주 감독의 말에 의하자면 모던 록그룹 허클베리핀의 '임을 위한 행진곡'은
사실 상상하지도 못했던 레퍼토리였고 가슴이 뻑쩍지근 순간 뭉클했었다고 한다.
"근데 애들이 시민들한테 욕먹고 상처받고 돌아갔어"

에피소드 하나를 또하나 추가 하자면 그때 천막에서 잠시 쉬고 있었던 진중권씨
공연자들에게 막말로 항의를 했다는 사람에게 꼭지가 돌아 역으로 항의를 하러 나갔었다.

하지만 무대 주변의 천막에서는 너무 시끄러워 돌아버리겠다고 원성이 자자했다.
하루 잠깐 나온 시민들이야 어쩔지 모르겠지만,
근 한달을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있었던 이들에게는 아주 쌩고문이였다.

어째건 아침 5시까지로 하기로 계획했던 공연은 공연자들의 곡수를 조정해
대폭 시간을 줄여서 새벽 2시경정도에 일찍? 끝냈다고 한다.
(그날 마지막 공연자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다.)

공연이 끝난 후에야 을은 겨우 봉고차에 기어 들어가 잠깐 새우잠을 청할 수 있었다.

자그맣게 트럭 여럿에 언플러그드 형식으로 간략하게 세팅을 해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의 중간 중간에 세팅을 하고
맨날 틀어주던 운동권 가요가 아니라 상큼한 모던 록과 펑크와 퓨전한 밴드들의 곡들을
게릴라식으로 들려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이게 바로 작금에까지 면면히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고 있는
중앙집권 집중식 운동권 문화의 유구한 전통일터이고 이러한것이 분명한 한계점이다.
이젠 제발 사망 선고를 내렸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기조차 했다.

모두들 대책위의 많은 실무자들이 고민하고 고심하고 고생하는것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쓰리고를 겪으면서도 대중들을 지도하지도 못하고 있고
그에 따라 발 맞춰 제대로 따라가지도 못하고 있는 무기력한 현실은 정말 안타깝다.

군부독재 시절에서부터 계속된 하나도 변함없는 구태의연한 운동권 집회 문화
그 습성부터 버리지않고는 유투브와 같은 개인 동영상 서비스로부터
아프리카와 같은 생방송 매체를 활용한 1인 독립 미디어가 꽃을 피우고 있는
 이 쌍방향 웹 2.0 시대에는 분명코 살아남지 못할것이라 추측해본다.

또한 잠시 다녀가셨던 유명 대중 가수들 역시 별다를 바 없었다고 생각한다.
초반 촛불 문화제때 잠시 와서 노래 부르고 간 대중가수들
자기들 히트곡 몇곡 부르고 폼 좀 낼거 다 내고 간단한 발언 좀 하고 나서는 땡처리다.

촛불을 들고 온전한 시민의 자격으로 와서 하루건 이틀이건 밤도 좀 새보고
물대포도 맞아보고 소화기 가루도 마셔 보고...
그에 따른 분노와 슬픔들을 노래로 승화시켜줬스면 좋겠다는 허무맹랑한 바램을 해본다.

촛불시위 정국을 통해 떠오르고 있는 문화 예술인들이 몇 있다.
아이리쉬 포크그룹 두번째 달 그리고 벌써 세번째나 중앙 무대에 올려진
4집까지 냈다는 자칭 시민가수 손병휘씨 (얼마전 보니 삭발까지 하고 무대에 오르셨더라)
사실 이러한 이들 전부 다 무언가 약간 모지라고 아쉽게 느껴진다.

그나마 G8을 반대하는 모임, 길바닥 평화행동의 조그만 발전기를 가져다놓고
자체적으로 조그맣게 꾸며 진행했던 거리에서의 길바닥 공연과 저녁때 칼라TV 천막앞에

오셔서 무보수로 서너차례의 몸짓과 음악이 어우러진 공연을 펼쳐보이신

이름없는 공연팀의 공연과 같은 소박한 공연이 이번 촛불 문화제에 가장 잘 어울렸던것 같다.
(그런데 거리 음악 공연팀의 공연마저도 나가 싸우고 있지 대체 여기서 뭐하냐고 딴지 거시는 분들이 좀 계시긴 했다고 하더라.)

그리고 또한 거리에서 일면식 없던 분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져 꾸려진 시민 음악대라는 곳에서
기타를 들러메고 열심히 치고 계시던 분과도 잠깐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트럼펫과 멜로디언 그리고 하모니카, 포크기타로 이루어진 시민 앙상블
예닐곱시간을 시민들 틈에 섞여 각양각색의 민중가요와 대중가요들을 불러주는데
정말 상큼하고 기운이 나더라. 이러한 자발적 거리 공연에 나는 정말 엔돌핀이 팍팍 돌더라.
즉슨 시위에 지친 시민들의 맘을 달래주는 생기발랄한 노래의 힘을 만끽할 수 있더라.

어느 흑인 여류시인의 글귀가 있다. 음악은 노동이 끝난 후 지쳐 돌아온 사내의
가슴에 손을 넣어 문질러 펴는 여자와도 같다는...

여튼 큰 무대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작은 무대에서, 거리에서, 광장에서
시민들이 자유롭게 발언하고 의견을 수렴하고 발전해가고 진화해 가는 속에서
같이 부대끼고 즐기면서 낮고 작은 읖조림이더라도 새로운 노래의 새싹이 움텃으면 좋겟다는
바램으로 르포같잖은 글의 방점을 콕 찍어본다.



---프레시안 르포 연재글 기고용으로 썻으나 주장글이라고 혼나고 다시 다듬기위해
    짱박아 두었던 글 올려봅니다. 아래 글보다 한참 먼저 쓰여진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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