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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1/10
    그대로 그대로 여전히 여전히 가만히 가만히(1)
    처절한기타맨

그대로 그대로 여전히 여전히 가만히 가만히

  • 등록일
    2008/01/10 15:01
  • 수정일
    2008/01/10 15:01
  길의 맨살

내가 사랑한 사람들, 헤어진 그들에게서

향기가 슬핏 뿜어져 나온다

나의 따뜻한 체온, 나의 숨가쁜 사랑, 나의 짧았던 열락

다만 반갑고 슬프다.
 

오랜만에 어릴적 살았던 동네길로 한밤중 너털너털

한짐을 등에 잔뜩 짊어지고 걸어 돌아오다.

 

내 어릴적 살던 2층 연립 주택은 허물어진지 오래... 

산 자들의 입구에는 붉은 십자가 하나 들어서있고
고층 아파트는 새로운 묘지처럼 어두컴컴


눈에 보이는 풍경들은 거의 다 바뀌었지만

골목 골목 작은 구멍가게들 자리에는 또 다른,

이름만 바꿔달은 조그마한 가게가 들어서 있더라.

 
어린 시절 페달 자전거를 타고 올라 가기에는

늘 숨 가팠던 골목길 오래간만이라며

찡끗하고 내게 윙크를 한다.
 

차에 치어 죽어가는 강아지 한마리

그 죽음 한 10여분 동네 아이들과 얌전히 기다렸다가

후미진 길가 언덕 가로수밑에 묻어준 기억 그대로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 연립 주택의 뒷편 가로수 아래 살과 뼈는 삭아

초롱초롱한 나뭇 이파리가 되어 매달렸었겠지.

다시 낙엽이 되어 사람들 발밑을 굴러 다녔겠지.

 
이제 마흔의 나이가 되어 

열 두어살때의 길을 다시 걸어보다.

 
길의 맨살은 거죽만 바뀌어진채

그대로 그대로

여전히 여전히

가만히 가만히 놓여있더라.




이제는 헤어진 사람의 블로그에서 내가 머물렀던 체취을 가끔 맡게 된다.
내가 그이에게 간접 소개해준 사람들을 통해~
박상륭, 닉드레이크, 김두수와 같이 전혀 몰랐던 이들을
그들이 나를 통해 알게 되고 좋아하게 된 것을 떠올리면
사탕과도 같이 추억은 달디 달아진다.

나는 찜질방을 좋아하게 되고
서당개 삼년에 풍월을 읊는다고
도자기 보는 눈이 조금 싹을 틔웠고

그랬건 어째건 갑자기 보노보노가 떠올랐다.

보노보노는 정말 좋다. 누가 소개시켜줫는지는
떠올려 보니 그 쉐리하고는 완전 절교했다.
그 놈 내 돈 떼먹고 안갚았다.
그 용도는 낙태비였다. 씨벌놈 현재는 믿거나 말거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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