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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빠찡코 맨 가와사끼 >
한씨는 일본이름으로 가와사끼. 그는 이곳 고도부끼에서 빠찡코맨으로 통합니다. 항구도시 부산 출신으로 나이는 마흔 넷. 이곳에 온 지는 3년이 좀 넘었고 이 바닥에서 그를 가장 빠르게 만나고자 한다면 큰 길가에 있는 빠찡코 장으로 찾아가면 됩니다. 언제나 어김없이 일이 끝나면 일당을 받자마자 빠찡코 장으로 직행하는 그를 보고 사람들,“저런 빠찡코에 미쳐도 저렇게 단단히 미친놈을 다 보았나.”손가락질, 험담을 해대지만, 그들 중의 여럿은 그에게 공짜 술을 얻어먹어 본적이 있을 겁니다. 왜냐하면 한판 크게 터진 날에는 항도 부산 싸나이답게 아는 이들을 불러내 한잔 꼭 사는 버릇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재수가 좋았는지 며칠치 일당을 벌었나봅니다. 골목 한가운데 술집에 자리잡고 한 잔 하는 중. 내일은 비 올 것 같다고 벌써 일할 생각은 집어 처넣어두고 어느 기계가 가능성 있는지 한잔하며 정보를 교환 중이군요.
“오늘 몇 군데에서 터졌지?”
“다섯 군데였을걸. 첫 번째 줄은 두 번째, 일곱 번째. 뒷줄은 세 번째였고 마지막 줄 네 번째하고 열 번째였던가?”
“오늘 자네 엄청났어.”
그 날 돈을 모두 기계에다 털린 다른 아저씨 무척 부러운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며 말합니다.
“아마 개점하고 최고 기록이지 않을까?
“우하하하하!”
입이 찢어져라 기분 좋아 웃는 가와사끼상.
“난 매일 한 5천엔씩만 건질 수 있다면 아예 여기 평생 눌러 붙어 살았으면 좋겠다니까! 술을 먹는다고 뭐라고 간섭하는 사람이 있나, 돈 떨어지면 며칠 일나가 끼니 때울 돈 벌고, 일 없는 날은 남은 돈으로 빠찡코 장에 죽치고 앉아 개기다보면, 운수 좋은날은 며칠 일당까지도 건지고, 그 기분에 술 한잔 걸치는 거고, 그나마 다 털려도 그 날 터진 사람하고 또 한잔하는 거고, 지상 천국이 따로 있나, 바로 여기가 지상천국 아닌가 몰러.”
부산 싸나이인 그는 뱃사람 출신. 팔뚝에 새겨진 해괴 망칙한 용가리 문신을 자랑스럽게 내보이며, 배타고 다니던 젊은 시절의 이야기를 가끔 하기도 하지만 그건 아주 오래된 과거일 따름입니다. 그가 이곳에 흘러 들어오게 된 계기는 그의 친동생을 통해 알았습니다. 그저 그렇고 그런 삼류소설 같은 인생이야기. 그에게 무척이나 이쁜 마누라가 있었다는데, 그가 외국에 배타고 나가 있을 때 어떤 다른 젊은 남자와 눈이 맞아, 그가 꼬박꼬박 보내 저금해놓은 적금 마저 홀딱 다 들고 집을 나가버렸다고 합니다. 딸애가 하나 있었다고 하는데, 그가 알래스카인가 어딘가에 배타고 나가 있을 때 할머니 집에서 병으로 죽어버렸다고 하는군요. 그리고 나서 한 이년 폐인이 다 되다시피 술만 퍼먹었다는데 먼저 이곳 고도부끼에 와서 일을 시작한 동생이 그를 설득하여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맘 고쳐먹고 일도 착실히 하며, 돈도 고국에 계시는 홀어머니에게 꼬박꼬박 부쳤었는데, 작년인가 어머니마저 돌아가시고 나서 빠찡코에 취미를 붙이기 시작했다고 하더군요. 가끔 그는 빠찡코 없이는 정말 세상 못 살 것 같다고 말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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