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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07/10
    여름 별식, 모밀국수 만들어 먹기(5)
    molot
  2. 2005/07/10
    유명무실 까진 아니지만 명불허전은 결코...(1)
    molot

여름 별식, 모밀국수 만들어 먹기

아 내가 이러고 있을때가 아닌데...왜 쓸 글만 많아지면, 혹 마감이 다가오면 딴 짓이 이렇게 하고 싶을까 ㅠㅠ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 도대체 왜 이런지 몰라(이 부분은 나훈아의 갈무리 음악에 맞춰 읽도록)

 

여름 되면 입 맛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요즘 이상하게 난 입맛이 좋아져서 약 3kg 정도 쪘다. 오늘 저녁에도 막 입맛이 좋아질려고 그랬는데 최근 부산 갔다가 새로 사온 반바지를 집에서 입고 있는데 다행이 이 옷이 꼭 맞아서 좀만 배가 부르면 불편하다. 그래서 이 바지는 식욕억제의 효과도 가지고 있다. 배불러 옷 작아 불편한것 처럼 짜증나는 일이 세상엔 별로 없잖아..

 

서설이 길었는데 앞서 말했듯 여름이면 입맛이 없어지기 마련이고 그래서 별식을 많이 먹기 마련이다. 원래 겨울 음식이지만 여름에 더 잘팔리는 냉면, 주로 냉방병 걸릴 만큼 빡시게 에어컨 틀어놓은 식당에서 파는 삼계탕등이 그런 예일테다. 팥빙수 등속도 마찬가지고...

 

난 여름엔  건 콩국수, 수제비, 밀면, 칼국수, 모밀국수(메밀국수가 맞는지 모밀국수가 맞는진 잘 모르겠다) 등 밀가루 음식을 즐겨 먹는다. 앗 모밀국수는 메밀가루 음식이로군--;;

 

근데 일단 밀면은 서울에 안파니까 먹을 수가 없다. 해먹기도 쉽지 않은 음식이잖아. 냉소면하고 밀면은 전혀 다른 음식이고..그리고 칼국수, 요즘 칼국수 맞나게 하는 집 찾기 힘들다. 세숫대야만한 그릇에 바지락이랑 끓여서 파는 곳은 많던데 그야말로 옛날식 칼국수를 파는 곳은 찾기 힘들다. 사골국물 칼국수도 여름엔 별로다 너무 묵직한 느낌이 오거든..가벼운 멸치 육수에다 전분이 너무 빠져나오지 않게 끓여 뻑뻑하지 않은데다가 계란 지단, 애호박 채, 홍고추, 풋고추 그리고 양념간장 얹어져서 가벼운 맛으로 먹는 그런 칼국수가 여름에 제격이다.

 

그나마 집에서 해먹기 편한건 수제비랑, 모밀국수인데 둘 중에 뭘 해먹을까 좀 고민했다, 오늘 저녁에. 혼자 밀가루 반죽하기 귀찮다, 귀찮음에도 불구하고 반죽을 할까 생각했지만 1인분만 반죽하기엔 내 노동력이 아깝다는등의 이유로 칼국수는 패스 하고 모밀국수로 메뉴를 정했다.

 

그래서 일단 시장으로 갔지...여러 종류의 메밀면을 살피다가 500g 짜리를 샀다. 값은 2,400원. 더 싼게 있었지만 한 번 먹을건데 비싼게 더 낫다는 생각으로 그냥 샀다. 그리고 무우를 하나 샀고, 가쓰오부시, 표고 버섯등등을 사서 쯔유(간장 비스름하게 생긴 모밀국수 소스를 쯔유라 한다)를 우릴까 하다가......그냥 희석시켜 먹는 가쓰오부시액상 스프를 샀다. 땀 흘리며 다시마, 멸치, 가쓰오부시 우려서 다싯물 낸다 생각하니 우웩.

 

집에 와서 간만에 강판을 찾아보니 쇠 강판이 아니라 프라스틱 강판이라 사과 같은건 갈리지 싶은데 무우 갈긴 좀 무리 더라. 그래서 이 약한 할머니들 숫가락으로 사과 갈아잡숫등 숫가락으로 무우 갈다가 팔이 너무 아프고 그렇다고 박준형 처럼 이빨로 갈 수 도 없고 흑흑 숫가락과 프라스틱 강판으로 무우를 갈았다. 근데 이것도 일인분으로는 넘 양이 많았어...

 

여튼 가쓰오부시 소스를 물에 희석하고 식초 약간을 넣어 쯔유를 만들어 냉동실에 넣었다. 간 무우, 김 부스러뜨린 것, 스몰다이징한 파, 참기름 아주 약간, 깨, 겨자는 따로 준비하고 모밀 국수를 삶아 찬 물에 헹궜다.

 

국수를 다 쓸까 말까 갈등하다가 일단 다썼음. 소면이랑 달라서 보관하기도 힘들고 칼로리도 작은 모밀 국수인데 다 먹을 수 있겠지 하는 마음에..그런데 그런데 삶아 보니 더 양이 많아지는거 아닌가 양 많은 사람 3명 양 작은 사람은 5명도 먹겠더라.

 

그래도 한 참 때는 판모밀 몇 판 씩 먹었던 가락을 생각하며(보통 모밀국수 2판이 일인분이다. )일단 삶아서 찬 물에 헹궜다. 몇 가닥을 집어 먹어 보니 전문점 맛은 아니지만 김밥도 팔고 만두도 파는 그런 집보다 훨 맛나더라.

 

히야시 된 모밀국수 소스를 냉동실에서 꺼내고 간 무우, 김, 스몰다이징한 파등을 넣고 모밀국수를 꺼내 적셔서 얌냠...

 

사실 맛은 있었다. 근데 조금 먹다 보니 맛이 없더라. (그래도 식당 모밀국수 일인분은 먹었을껄) 혼자 먹어서 그런걸까? 배가 불러서 그런걸까? 그리 배부르단 느낌은 없었고 맛도 꽤 괜찮았는데 갑자기 짜증이 나면서 먹기 싫어지더라. 갖가지 재료 사서 쯔유 만들지 않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만 들고..

 

왜 그랬을까? 먹일 사람이 없어서? 심지어 사무실에다가 식사 당번 제도 폐지하고 그냥 내가 맨날 밥 한다고 말해볼까 하는 생각까지 잠깐 했다.

 

요새 안 그래도 귀찮아서 잘 안 해먹고, 배도 고픈데다가 먹고 싶은 것도 있어 신나는 마음으로 만들었는데 막상 먹을라니까 짜증났다. 도대체 왜??? 지금까진 설겆이가 제일 귀찮고 그 다음은 먹고 싶은거 만드는게 귀찮고 먹는건 신났는데 갑자기 내가 만든 음식 먹는게 귀찮아 지다니.  배가 덜 고파서 그런것이란 말인가? 

 

 


 

그릇만 다르다 뿐이지, 거의 이 모양으로 해서 만들어 먹었다. 칠기그릇이랑 모밀판이 없어서 짜증났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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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 까진 아니지만 명불허전은 결코...

날짜를 보니 이 카테고리에 글을 쓴게 거의 5개월이 다 되간다! 그간 밥도 먹고 면도 먹고 술도 먹었건만...그 동안 몇 군데 맘에 드는 밥 or 술집도 발굴했건만 전혀 소개도 못했다. 그리고 그간 우리 사무실 식사 정책에도 변화가 있었네.

 

어제는 삼각지 원대구탕 집에 사무실 사람들이랑 갔더랬다. 항상 그랬듯이 사람들로 북적북적 거렸고 번호표까지 받아 기다리다 겨우 자리를 잡고 먹었다. 난 이 집에 세번인가 네번인가 가봤다. 아주 옛날꺼까지 치면 더 늘어날런지 모르겠는데 하여튼, 올 해 들어서 네번 가 본 듯 싶다. 이 집은 티비 음식 프로에도 단골로 나오는 집인데(사실 이 집 예전에 뉴스에  나온 적도 있다. 아주 맛이 좋아서? 그건 아니고 수입 명태 내장을 대구 내장이라고 속여 팔다가 걸려서 뉴스에 나왔지. 머 명태 내장이 대구 내장보다 좀 떨어지긴 하지만 못 먹는 것도 아니고 그닥 큰 이슈는 못 됐던 걸로 안다. 아마 이 식당의 스타일과도 관련이 있을테다. 비싼 고급식당이면 타격이 컸겠지만 당시 오천원, 요새 육천원 하는 식당이니 무슨 공업용 쇠가죽으로 육개장 만든 것도 아니고 명태 내장을 대구로 속여 쓴건데..)

 

그런데 여기서만 그런게 아니라 딴데도 마찬가지지만 이 집, 내 판단엔 그리 뛰어나진 않다. 그렇다고 개 꽝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 그냥 꽤 먹을만 한 정도...내가 억지로 거기까지 가서 6천원내고 사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그 쪽 동네에 약속이 있다던가 누가 가자고 하면 따라갈 정도는 된다는거. 머 내가 삼각지 께서 일한다면 아마 자주 갈 정도도 될거다.

 

이 집에는 대구탕, 내장탕, 지리 이렇게 판다. 근데 대구탕만 먹어봤다. 내장탕은 같은 육수에 끓일테니 안 먹어봐도 그 맛은 알 수 있는데 지리는 안 먹어봤다. 장점은 제외하고 단점만 이야기 해보자면, 미나리를 다른 야채및 대구하고 같이 끓이니까 너무 빨리 익는다. 끓기 전에 미나리만 먼저 건져 먹을 수도 있긴 하지만 너무 부글부글 끓어서 건져 먹기도 불편하다. 거품도 넘치고.. 예컨데 복국집의 경우, 미나리를 나중에 넣는다. 그러니까 향도 살아있고 살짝 데쳐진 미나리 특유의 맛을 즐길 수 있느데 여기 미나린 너무 익어 쓰다.

 

좀 더 헐뜯어 보자면 양념을 너무 많이 써 맛이 텁텁하다는거, 고춧가루의 질이 떨어진다던가 마늘을 너무 많이 넣은게 틀림없다. 게다가 내 생각엔 조미료도 들어가는것 같다. 이에 비해 서린동  에스케이 본사(요즘 새로 생긴 에스케이텔레콤 사옥 말고) 옆에 있는 대구탕집(여기 이름은 모르겠다. 목조 계단을 통해 올라가는 이층에 있는 식당인데 딱 대구탕만 판다. 점심땐 줄 서야 된다) 집은 지리는 아니지만 맑은 맛을 낸다. 무우, 콩나물, 대구의 맛이 딱 살아있단게지. 고춧가루가 풀려 있지만 맑고 개운한 맛과 고춧가루 맛이 따로 놀지 않으면서도 각각 살아있다.

 

서린동 대구탕집은 거기서 반주 하는 사람도 거의 없으니 그냥 스텐 대접에 담아주고 삼각지 식당은 술 손님도 꽤 많으니 각자 자리에서 가스불로 끓여 먹게 돼있다. 그런데 서린동 스타일이면 서빙이 좀 후져도 상관 없다. 알아서 먹고 알아서 가는거니까 근데 여긴 불도 조절해주고 초벌 끓으면 뒤섞어주기도 하고 밥도 볶아주니 서빙이 아주 친절할 필요는 없지만 세심하긴 해야 한다. 그런데 그것도 아니란 말이지. 하긴 뭐 안 그래도 알아서 장사 잘 되니 뭐 그리 신경쓰겠냐만, 그래도 밥장사는 그런게 아니자나...뭐랄까 장인정신 같은게 아우라로 작용하는게 밥장사란 업종의 특징 아닌가?  좀 더 완벽을 추구해야 하지 않을까? (내가 너무 물정 모르는 소리 하는 건가?) 

 

게다가 이 식당에 또 한 가지 웃기는 점은...다른 식당들 처럼 자기네 가게가 나온 방송화면을 캡춰해 식당 벽에 도배를 해놓았는데 이층 안 쪽방 벽은 에스비에스 아침프로에 장면으로 짐작되는데 그 화면 하단에 자막으로 나온 짧은 뉴스들 내용이 아주 웃기다는거 예컨데 이런 식이다. '영국, 또 광우병 환자 발생' '어젯밤에도 보라매 공원에 연쇄 살인, 구멍뚫린 치안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지점이다.

 

아 참, 난 어제 속이 안 좋아서 대구탕 손도 안댔는데 같이 간 식구들한테 몇가지 갈켜줬다. 나야 어릴적 부터 어패류는 별의 별 것 다 먹어봤고 지금도 좋아하고 꼭 어패류 아니라도 각종 특수부위를 잘 먹는 편이고 신기한게 있으면 먹어보고 궁금증이 많아 그게 뭐지 다시 알아보는 편이라 이런 쪽 지식이 강한 편이기도 하고 난 못먹는데 맛나게 먹는게 약간 배아프기도 하고 해서 ㅋㅋ

 

곤 혹은 고니 좀 더 유식한 말로는 이리 라고 하는건데 (라면 처럼 꼬불꼬불하게 생긴 하얀거, 창자로 알고 먹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이게 뭔지사람들한테 갈켜줬다. 뭐냐 하면 뭐긴 뭐야 '정소'지 정소는 또 뭐냐 난소 정소 할때 바로 그거. 내 옆에 있던 영상활동가가 좀 찝찝해 하길래. '난소나 정소나 그게 그거니 뭐 다를게 있냐, 명란젓은 명태의 난소고 계란도 알고 보면 닭의 난소나 다를바 없지 않냐' 고 말해줬다. 근데 진짜 좀 찝찝한가ㅋㅋ 알고보면 고니는 단백질 덩어린데...앗 그러고 보니 나도 태'곤'이군. 설마 큰 단백질???


원대구탕집의 대구탕 모습, 하얗고 꼬불꼬불한게 '고니' 혹은 '곤' 혹은 '대구 이리'다. 반이 쪼개진 모습의 덩어리는 대구 간. 간 맛은 다른 짐승의 익힌 간 맛이 그렇듯이 씁쓸하고 진한 맛이다. 흔히들 어른의 맛이라 하는 그런 맛. 그래도 육상동물 간 보다  훨씬 부드러운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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