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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별식, 모밀국수 만들어 먹기

아 내가 이러고 있을때가 아닌데...왜 쓸 글만 많아지면, 혹 마감이 다가오면 딴 짓이 이렇게 하고 싶을까 ㅠㅠ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 도대체 왜 이런지 몰라(이 부분은 나훈아의 갈무리 음악에 맞춰 읽도록)

 

여름 되면 입 맛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요즘 이상하게 난 입맛이 좋아져서 약 3kg 정도 쪘다. 오늘 저녁에도 막 입맛이 좋아질려고 그랬는데 최근 부산 갔다가 새로 사온 반바지를 집에서 입고 있는데 다행이 이 옷이 꼭 맞아서 좀만 배가 부르면 불편하다. 그래서 이 바지는 식욕억제의 효과도 가지고 있다. 배불러 옷 작아 불편한것 처럼 짜증나는 일이 세상엔 별로 없잖아..

 

서설이 길었는데 앞서 말했듯 여름이면 입맛이 없어지기 마련이고 그래서 별식을 많이 먹기 마련이다. 원래 겨울 음식이지만 여름에 더 잘팔리는 냉면, 주로 냉방병 걸릴 만큼 빡시게 에어컨 틀어놓은 식당에서 파는 삼계탕등이 그런 예일테다. 팥빙수 등속도 마찬가지고...

 

난 여름엔  건 콩국수, 수제비, 밀면, 칼국수, 모밀국수(메밀국수가 맞는지 모밀국수가 맞는진 잘 모르겠다) 등 밀가루 음식을 즐겨 먹는다. 앗 모밀국수는 메밀가루 음식이로군--;;

 

근데 일단 밀면은 서울에 안파니까 먹을 수가 없다. 해먹기도 쉽지 않은 음식이잖아. 냉소면하고 밀면은 전혀 다른 음식이고..그리고 칼국수, 요즘 칼국수 맞나게 하는 집 찾기 힘들다. 세숫대야만한 그릇에 바지락이랑 끓여서 파는 곳은 많던데 그야말로 옛날식 칼국수를 파는 곳은 찾기 힘들다. 사골국물 칼국수도 여름엔 별로다 너무 묵직한 느낌이 오거든..가벼운 멸치 육수에다 전분이 너무 빠져나오지 않게 끓여 뻑뻑하지 않은데다가 계란 지단, 애호박 채, 홍고추, 풋고추 그리고 양념간장 얹어져서 가벼운 맛으로 먹는 그런 칼국수가 여름에 제격이다.

 

그나마 집에서 해먹기 편한건 수제비랑, 모밀국수인데 둘 중에 뭘 해먹을까 좀 고민했다, 오늘 저녁에. 혼자 밀가루 반죽하기 귀찮다, 귀찮음에도 불구하고 반죽을 할까 생각했지만 1인분만 반죽하기엔 내 노동력이 아깝다는등의 이유로 칼국수는 패스 하고 모밀국수로 메뉴를 정했다.

 

그래서 일단 시장으로 갔지...여러 종류의 메밀면을 살피다가 500g 짜리를 샀다. 값은 2,400원. 더 싼게 있었지만 한 번 먹을건데 비싼게 더 낫다는 생각으로 그냥 샀다. 그리고 무우를 하나 샀고, 가쓰오부시, 표고 버섯등등을 사서 쯔유(간장 비스름하게 생긴 모밀국수 소스를 쯔유라 한다)를 우릴까 하다가......그냥 희석시켜 먹는 가쓰오부시액상 스프를 샀다. 땀 흘리며 다시마, 멸치, 가쓰오부시 우려서 다싯물 낸다 생각하니 우웩.

 

집에 와서 간만에 강판을 찾아보니 쇠 강판이 아니라 프라스틱 강판이라 사과 같은건 갈리지 싶은데 무우 갈긴 좀 무리 더라. 그래서 이 약한 할머니들 숫가락으로 사과 갈아잡숫등 숫가락으로 무우 갈다가 팔이 너무 아프고 그렇다고 박준형 처럼 이빨로 갈 수 도 없고 흑흑 숫가락과 프라스틱 강판으로 무우를 갈았다. 근데 이것도 일인분으로는 넘 양이 많았어...

 

여튼 가쓰오부시 소스를 물에 희석하고 식초 약간을 넣어 쯔유를 만들어 냉동실에 넣었다. 간 무우, 김 부스러뜨린 것, 스몰다이징한 파, 참기름 아주 약간, 깨, 겨자는 따로 준비하고 모밀 국수를 삶아 찬 물에 헹궜다.

 

국수를 다 쓸까 말까 갈등하다가 일단 다썼음. 소면이랑 달라서 보관하기도 힘들고 칼로리도 작은 모밀 국수인데 다 먹을 수 있겠지 하는 마음에..그런데 그런데 삶아 보니 더 양이 많아지는거 아닌가 양 많은 사람 3명 양 작은 사람은 5명도 먹겠더라.

 

그래도 한 참 때는 판모밀 몇 판 씩 먹었던 가락을 생각하며(보통 모밀국수 2판이 일인분이다. )일단 삶아서 찬 물에 헹궜다. 몇 가닥을 집어 먹어 보니 전문점 맛은 아니지만 김밥도 팔고 만두도 파는 그런 집보다 훨 맛나더라.

 

히야시 된 모밀국수 소스를 냉동실에서 꺼내고 간 무우, 김, 스몰다이징한 파등을 넣고 모밀국수를 꺼내 적셔서 얌냠...

 

사실 맛은 있었다. 근데 조금 먹다 보니 맛이 없더라. (그래도 식당 모밀국수 일인분은 먹었을껄) 혼자 먹어서 그런걸까? 배가 불러서 그런걸까? 그리 배부르단 느낌은 없었고 맛도 꽤 괜찮았는데 갑자기 짜증이 나면서 먹기 싫어지더라. 갖가지 재료 사서 쯔유 만들지 않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만 들고..

 

왜 그랬을까? 먹일 사람이 없어서? 심지어 사무실에다가 식사 당번 제도 폐지하고 그냥 내가 맨날 밥 한다고 말해볼까 하는 생각까지 잠깐 했다.

 

요새 안 그래도 귀찮아서 잘 안 해먹고, 배도 고픈데다가 먹고 싶은 것도 있어 신나는 마음으로 만들었는데 막상 먹을라니까 짜증났다. 도대체 왜??? 지금까진 설겆이가 제일 귀찮고 그 다음은 먹고 싶은거 만드는게 귀찮고 먹는건 신났는데 갑자기 내가 만든 음식 먹는게 귀찮아 지다니.  배가 덜 고파서 그런것이란 말인가? 

 

 


 

그릇만 다르다 뿐이지, 거의 이 모양으로 해서 만들어 먹었다. 칠기그릇이랑 모밀판이 없어서 짜증났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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