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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 숭늉

  • 등록일
    2007/04/11 12:04
  • 수정일
    2007/04/11 12:04
드디어 밥을 처음으로 해봤다. 아니, 압력밥솥으로 여태까지 밥을 해 먹어놓구선 뭐가 처음이냐고 하겠지만... 그냥 냄비에 밥을 해봤다는 거다. 28년 인생에서 냄비로 밥을 해본 적은 한번도 없었다는 것도 정말 놀라운 일이다.ㅋ 근데, 왜 냄비에 밥을 했냐면... 압력밥솥이 고장났기 때문이다. AS를 신청해야 하는데, 전화하기 귀찮아서 안하고 있다. 어쨌든, 이런 이유로 냄비에 밥을 해봤다. 이때는 한번에 먹을만큼만 해야 했다. 보온이 되는 장치들이 없으니... 그래서, 계량컵으로 쌀을 1컵만 재서 냄비에 넣고, 씻는다. 다 씻고 난 뒤에, 물을 1컵붓고, (요건 계량컵보다 큰 컵이다.) 끓이기 시작했다. 이것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서, 인터넷으로 레시피를 찾아보다가 기술가정 책에 나와있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그대로 하려고 했다. "강한불로 10~15분동안 끓이고 끓기 시작하면 중간불로 5분 끓이다가 남은 열로 15~20분 동안 뜸을 들인다" 이게 그 내용인데, 나는 이대로 하려고 가스레인지에 불을 당긴 뒤로 시간을 재기 시작했다. 강한불로 10~15분동안 끓이라는데, 5분이 지나니까, 밥물이 냄비 밖으로 넘치기 시작했다. 이건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상황이었다.ㅋㅋ 일단 뚜껑위에 다른 그릇을 얹어서, 넘치는 것을 최대한 억제하려고 했다. 이렇게 넘치다가 10분쯤 되자, 불을 줄였는데, 조금 있으니까 밥이 타는 냄새가 났다. 그래서 바로 불을 껐다. 그래도 타는 냄새는 강하게 났다. 안에서 다 타들어갔을 밥을 생각하니, 너무 비참하고, 안타깝고, 서운했다. 결국 그 타는 냄새에 더는 참지 못하고, 뚜껑을 열고 말았다.-_- (뜸을 들여야 할 타이밍에 뚜껑을 열었으니...) 열고나서 정말로 후회하게 되었다. 냄비 안에 있는 밥은 그리 많이 타지 않은 상태였다. 나중에 냄비 바닥을 보고나서야, 상황파악이 제대로 되었다. 밥물이 넘쳐서, 그게 냄비를 타고 흐르다가, 불길이 있는 곳에서는 물이 다 말라버리고나니, 타들어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결국 뜸을 들이지 못하고 밥을 먹게 되었다. 밥은 그래도 먹을만한 정도는 되었는데, 좀 딱딱했다.ㅋㅋ


냄비 안쪽으로 누룽지가 냄비 바닥에 붙어서 남아 있었다. 이걸 또 숭늉으로 만들어서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급하게 검색어로 '숭늉'을 쳐서 숭늉 만드는 레시피를 찾으려고 했다. 하지만, 레시피는 없고, 백과사전에서 말하기를 "밥솥 바닥에 눌어 붙은 누룽지에 물을 붓고 한소끔 끓여 만든 물" 이라고 되어 있는 것이다. 걍 물 붓고 끓이면 된다는 거지.ㅋㅋ 그래서 다시 그 냄비에 물을 1.5컵을 붓고 끓였다. 그리고 다 마셨다.ㅋㅋ 생각해보니, 물을 1컵만 넣고 해도 되는 것 같기도 했다. 어쨌든 밥짓기에 실패하고 나니, "천재소년요리사"의 이름을 내려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걍 둘란다.ㅋㅋ 예전에 TV드라마 "대장금"에서 수랏간 최고상궁을 선발하는 경합을 했다. 3라운드까지 했는데, 1:1인 상태에서 마지막 대결이 밥짓기였다. 한상궁은 3층밥을 짓고, 최상궁은 모든 층이 균일한 밥을 지어서 한상궁이 승리했다는~ 어쨌든 이 이야기에서 교훈은 "요리에서 젤 중요한 것은 밥이다"라고 할 수 있다.ㅋㅋ 그렇기 때문에, 수랏간 최고상궁을 선발하는데, 마지막 대결로 밥을 짓는 거지.ㅋㅋ 낼 다시 해볼까? ㅋㅋ 밥솥을 수리할 때까지는 밥을 이렇게 해먹어야 할텐데, 이런 위기를 기회로 삼아서 밥을 열심히 해보는 거야~ 2007년 4월 11일 12:04:05 수정 "대장금"에서 밥짓기 대결은 3라운드 중에 마지막 대결이 아니었다. 3라운드가 다 끝나고 한상궁이 이겼는데, 최상궁쪽에서 한상궁을 최고상궁으로 인정하지 않자, 한상궁이 전권을 걸고, 방어전을 한 것이 밥짓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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